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내 천사의 때때옷은 예쁘기도 하지.」
   쁘르띠에 부인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있다.
 「어쩌면 애기가 이렇게 예쁠까! 그 천사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예쁘기도 하지.」
  부파르디에씨는 무플 사이로 류씨앵을 끌어당겨 팔을 쓰다듬었다.
 「정말 계집애 같군.」하고 그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름이 뭐지? 쟈크린느, 류씨엔느, 마르고?」
  류씨앵이 얼굴이 새빨개져서 대답하였다.
 「류씨앵이에요.」

   실은 그 애는 자기자신도 계집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그에게 입을 맞추고 계집애라고 부렀으며, 또 저마다 어깨 위에 능러진 얇다란 깃이며, 푸르고 긴 옷과 드러난 팔들, 금발 머리등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류씨앵은 사람들이 자기를 갑자기 사내아이가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 되었다. 항의해 보오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들어 주는 사람아 없을 테니까. 밤에 잠을 잘 때 밖에는 긴 옷을 벗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옷이 침대 발치에 놓여 있고, 한낮에 오줌을 눌때에는 네넷트처럼 옷을 걷어올리고 쭈그리고 앉아야 할 것이다. 모두들 예쁜 아가씨라고 부를테지. 어쩌면 나는 정말 계집애일지도 몰라. 류씨앵은 너무나 우아하여 약간 메시꺼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입에서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남에게 꽃을 줄 때에도 그 태도가 매우 상냥하였다.  류씨앵은 자기 팔 오금을 빨아보고 싶기도 하였다. 그는 장난삼아 그래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장난 삼아 하는 일은 무척 좋아하였다.

�諭瀏�나 참회하는 화요일은 더욱 재미있었다. 그날은 피에르의 옷을 입혀주는 것이다. 그는 리리와 함께 고함을 치면서 뛰놀며 서로 테이블 밑에 숨었다. 어머니는 안경으로 그를 가볍게 때리며 말하였다.
 「나는 이 애가 자랑거리예요.」
  어머니는 위풍이 있고 훌륭해 보였다. 누구보다도 뚱뚱하고 큼직한 몸집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흰 보자기를 덮은 길다란 식탁 앞을 지나 샴펜을 한 잔 마시다가 류씨앵을 안아올리며 말하였다.
 「아이, 착해!」
  류씨앵은 울상이 되어「아앙!」하고 외치고 싶었다. 그는 오랜지쥬스가 차거웠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듣고 있었으므로 일부러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작은 컵에 따르는 척 하며 조금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끈적끈적하고 그다지 차지 않았다. 류씨앵은 병이 났을 때에 먹는 피마자 기름을 탄 오렌지쥬스의 생각이 났다. 그는 엉엉 울어대었다. 그러자 자동차속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앉혀 주었으므로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니는 그를 껴안았다. 비단 옷을 걸친 어머니의 몸은 따뜻하고 향기가 향기가 풍겨왔다. 자동차 소은 가끔 백묵처럼 뽀얗게 되어, 류씨앵은 눈을 깜박거렸다. 어머니의 가슴에 꽂은 오랑캐꽃이 그늘속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 류씨앵은 급히 그 향기를 맡아보았다. 그는 아직도 기분이 약간 시무룩하고 오렌지쥬스처럼 약간 끈적대었지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류씨앵은 자기의 작은 목용통에 들어가 철벅거리고 어머니가 고무 스폰지로 몸을 씻겨 주었으면 하였다. 부모들은 어린애때 모양으로 그를 자기 들의 침실에서 자게 하였다. 그는 웃으며 작은 침대 쿳션을 삐걱거렸다.
  「이 놈이 기운이 뻗치는 모양이군.」
하고 아버지는 말하였다. 그는 귤물을 조금 마시고, 아버지가 샤쓰하나만 걸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튿날 류씨앵은 분명히 무엇인가 잊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간밤에 꾼 꿈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천사의 웃을 입고 있었다. 류씨앵은 발가벗고 요강위에 �瞞�아서 북을 쳐대고 아버지 어머니는 그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것은 악몽(惡夢)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꾸기 전에 무엇인가 눈에 뜨인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류씨앵은 눈을 뜨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그것을 생각해 내려고 하였더니, 조그마한 푸른 전등이 빤짝이는 검고 긴 턴넬이 보였다. 그 전등은 부모의 침실에 켜두는 탁상전등과 꼭 같았다. 그 어두운 밤에 무엇인가 일어난 것이 사실이다. ―― 어떤 흰 무엇이. 그는 방바닥에 내려와 어머니 발치에 앉아서 북을 손에 집어들었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왜 그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니?」
 그는 눈을 내려감고 북을 치며 <쿵쿵쿵, 더쿵>하고 외쳤다. 그러나 어머니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어머니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듯이 자세히 바라보았다. 장미꽃이 달린 푸른 옷을 눈여겨 보았다. 얼굴도 눈여겨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전에 본 것과 같지 않앗다. 그는 갑자기<인제 알았다!>하고 생각하였다. 조금만 더 캐보면 궁금하게 생각한던 것을 찾아낼 것 같았다. 턴넬에는 흐미한 회샛빛이 부치고 무엇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류씨앵은 그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턴넬은 사라져버렸다.
 「얘야. 왜 그러니?」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어머니는 류씨앵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 재미있어서 그래.」
하고 류씨앵은 대답하였다. 어머니는 마음을 놓았다. 그는 어머니가 자기몸을 건드릴까봐 겁이 났다. 어머니가 이상하게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까지도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부모의 침실에서 자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어머니는 아무런 눈치도 차리지 못하였다. 류씨앵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바즈봉을 입고 어머니에게 이린애답게 재잘거렸다. 그는 어머니더러<붉은 머리수건>의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그를 무릎 위에 앉혀 주었다. 어머니는 손가락을 추켜 세우고 젊잖게 눈웃음을 치면서 늑대며 붉은 머리수건을 동여맨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류씨애은 <그래서?>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며 물었다. 그는 가금 어머니의 목덜미에 늘어뜨린 곱슬머리를 만져보았다. 그럴 때면 그느 이야기는 듣지 않고<이것이 정말 내 어머니일까?>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이야기를 끝내자 그는 말하였다.
 「엄마, 내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려줘.」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필경 전에는 사내 아이었는데, 길다란 여자 옷을 입혔는지도 모른다.――요전날 밤 처럼. 그리고 계집아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 옷을 그냥 입고 있을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통통하고 아름다운 팔을 살짝 만져 보았다. 비단옷에 사인 그 팔은 빠다처럼 부드러웠다. 어머니에게 옷을 벗기고 아버지의 바지를 입히면 어떨까? 아마 곧 검은 수염이 날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팔을 힘껏 쥐었다. 어너미가 무서운 요물로, ――그렇지 않으면 시장 바닥의 여인들 처럼 수염이 달린 장사꾼으러 변해 버릴 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입을 크게 벌리고 갈갈 웃었다. 장미빛 혀바닥과 목구멍 소이 들여다 보였다. 그 것은 더러웠다. 그 안의 침을 뱉고 싶었다. 어머니는 하, 하, 하 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 힘이 꽤 세구나. 어디 더 세게 쥐어봐, 엄마를 좋아는 만큼 아주 세게 말이야.」
  류씨앵은 팔찌를 낀 어머니의 한쪽 팔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러나 이튿날 어머니가 옆에서 요강을 타고 앉은 거의 손을 잡고,
 「끙, 끙, 힘을 줘, 얘야, 끙끙 해봐, 자! 어서.」
하고 말하였을 때 그는 갑자기 힘을 주기를 그치고 가쁜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만 정말 내 엄마야?」
 「아이, 바보녀석 같으니.」
  어머니는 똥이 금새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날부터 류씨앵은 무슨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가 나중에 크면 어머니와 결혼하겠다는 말을 다시는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연극의 의미는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턴넬의 꿈을 꾸던 날 밤에 도둑놈들이 잠자고 있던 부모를 납치해가고 그 대신에 이 두 사람을 거기 놓아 두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부모지만 낮에는 연극을 하고 밤에는 딴 사람이 되는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날 밤에 류시앵은 갑자기 눈을 뜨고 아버지 어머니가 벽난로 속에 장난감을 넣는 것을 보았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튿날 부모들이 싼타클로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류씨앵은 그대로 믿는체 하였다. 그는 부모들이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장난감은 훔쳐온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2월달에 류씨앵은 홍역에 걸렸다. 그는 그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병에서 소생되자 류시앵에게는 고아(孤兒)놀이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고아다. 이름은 루이라고 한다. 나는 엿새 동안이나 굶어왔다.>
  그때 식모 제르멘느가 점심을 먹으라고 불렀다. 류씨앵은 식탁에서도 고아놀이를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는 도둑놈들에게 끌려가서 소매치기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면 도망쳐서 자수를 하자.

 그는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수호신(守護神)의 여관>이라는 책에 굶주린 사람은 처음에는 식사를 조금 해야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이 재미났다. 부모들은 혹은 아버지로서의 연극을 꾸미고 혹은 어머니로서의 연극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귀여운 아들이 식사를 조금밖에 하지 않아 걱정이라는 연극을 하였다. 아버지는 신문을 읽다가 손을 내 흔들면서 <그래, 그래, 우리 아들이 착하지.>하고 말하는 연극을 하였다. 그리고 류씨앵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드디어 자기자신이 무슨 연극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고아놀이일까, 아니면 류씨앵 놀이일까? 그는 물병을 보았다. 물속에 빨간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에 검은 털이 숭숭 난 아버지의 손이 그 물병 속에서 환히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물병도 연극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는 식사를 하는 척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날 오후에는 배가 하도 고파서 살구를 열두 개나 훔쳐 먹고 배탈이 날번 하였다. 그는 류씨앵 놀이는 진력이 났다.

  그러나 연극을 하지 않고 뱃길 수 없었다. 그는 밤낮 연극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추하고 성실한 부파르디에씨같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 하고 생각하였다. 부파르디에씨는 식사하러 올적마다 어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부인 안녕하십니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류씨앵은 응접실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존경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류씨앵의 하는 일에는 성실한 면이 전혀 없었다.

   그는 땅에 넘어져서 상처가 나도 울음을 그치고 가끔 자문하였다. <나는 정말 아픈 것일까?그러면 그는 더욱 슬프게 생각되어 눈물이 났다. 그가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추고 <안녕하십니까? 부인!>하고 말하면 어머니는 그의 머리칼을 흩어놓으면서 <이 녀석, 어른 흉내를 내면 못써>하고 타이르는 것이었다. 그는 낙심천만이었다.

 그가 좀 의젓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달 첫째 주일과 셋째 주일의 금요일 뿐이었다. 그날에는 여러 아주머니들이 어머니를 만나러 왔었다. 그 중에서 두세 사람은 언제나 상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상복을 입은 부인을 좋아하였다. 특히 발이크면 더욱 좋아하였다. 대체로 어른들에게는 위엄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어른들은 침대에 드러누워도, 어린애들이 하는 그 모든 일에 골몰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들은 몸에 옷을 많이 걸치고 있었으며, 도한 그 옷들이 점잖게 보이기 때문에 그속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들이 모이면 무엇이든지 잘들 먹고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며 웃음소리까지 무게가 있어 미사를 올릴 때처럼 훌륭하게 보였다.

  부인들은 류씨앵을 어른처럼 대하였다. 꾸팽부인은 그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장단지를 만지면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처음 봤어요.>하고 칭찬을 하고 나서 류씨앵이 좋아하는 것을 붇고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류씨앵은 쟌 다르크 같은 훌륭한 장군이 되어 독일에서 알사스 로렌을 도로 찾는다고 장담하는가 하면, 때로는 선교사가 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만큼은 반드시 그렇게 되어 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베스부인이 자기 옷을 벗겨 몸을 씻겨주고 고무인형처럼 작은 요람속에 재워 주었으면 하였다. 베스부인은 때때로 <우리 인형이 말도 할 줄 아나?> 하고 물으면서 갑자기 아랫배를 누르기도 하였다. 그러면 류씨앵은 기계인형의 흉내를 내고, 거친  목소리로<꾸욱!>하였다. 그리하여 서로 한바탕 웃는 것이었다.

  신부(神父)는 토요일마다 집에 식사대접을 받으러 와서는, 어머니가 좋으냐고 물었다. 류씨앵은 예쁜 어머니와 기운이 세고 정다운 아버지를 좋아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신부의 눈을 드여다보면서 <응,>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건방진 태도가 주위의 사람들을 우겼다. 그는 류시앵에게 물론 그래야 하며 언제나 어머니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그는 어머니와 하나님과 어느 편이 더 좋으냐고 물었다. 류씨앵은 얼른 대답할 수가 없으므로, 머리칼을 흔들며, <붕, 붕, 부웅, 붕!>하면서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른들은 류씨앵이 거기 없는듯이,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정원에 뛰어가 뒷문을 통하여 밖으로 빠져나갔다. 손에는 조그마한 등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는 물론 뜰에서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 되었다. 그것은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여느때는 얌전하였지만 그날만은 어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우거진 쐐기풀 넝쿨을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물론 그곳도 금지된 장소였다. 벽은 거므스름하고 쐐기풀은 해롭고 심술궂은 식물이었다.

 마침 개 한 마리가 그 곳에서 똥을 누고 있었다. 풀과 개똥과 후덥지근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류씨앵은 쐐기풀을 지팡이로 치면서 <엄마가 좋다! 엄마가 좋아!>하고 외쳤다. 그는 쐐기풀이 꺾여서 뿌연 진액을 흘리면서 축 늘어진 것을 보았다. 솜털이 숭숭 난 뿌연 줄기가 꺾이면서 실처럼 풀리는 것이었다. 그는 고독한 작은 소리가 외는 것을 들었다. <엄마가 좋다. 엄마가 좋아!> 커다란 푸른 파리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똥파리였다. 류씨앵은 더럭 겁이 났다. 썩은 냄새가 강하게 코를 짤렀다. 그는<엄마가 좋다. 엄마가 좋아!>하고 되풀이하였으나, 어쩐지 그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왔다. 그는 질겁을하여 단숨에 응접실에 뒤어들어갔다.

 그날부터 류씨앵은 자기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로 죄송스러운 생각은 들지 않앗다. 그러나 고약한 아이가 아닌 한, 한평생 양친을 사랑하는 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보다 더 정답게 굴었다. 프뢰리에부인은 류씨앵이 점점 얌전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해 여름에 전쟁이 일어나 아버지는 출정을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하도 귀여워 슬픈 중에서도 행복하였다. 오후에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여 뜰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면, 아들은 뛰어가서 방석을 찾아다가 어머니의 머리를 괴어주고 발치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몸을 피하였다.
 「얘야, 더우니 그만둬라!」
  류씨앵은 어머니를 와락 껴안고 숨을 헐덕이며 <우리 엄마, 우리 엄마!>하고는 마로니에나무 밑에 가서 앉은 것이었다.

  그는 <마로니에!>하고 불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다. 어머니는 숨이 막힐듯한 고요에 싸여 작은 베란다 아래 누워 있었다. 후덥지근한 풀 냄새가 풍겨왔다. 밀림의 탐험가 유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장난을 하기가 싫었다. 붉은 벽 위에서 대기가 떨고, 태양은 땅바닥과 류씨앵의 손위에 불타는 반점을 그리고 있었다. <마로니에!> 그것은 밉살스러웠다.

  류씨앵이 어머니더러 <예쁜 우리 엄마!>하고 부르면 어머니는 으레 미소를 지어 보였으며 제르멘느를 딱총이라고 부르면 그녀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어머니에게 넉두리를 하였다. 그러나 <마로니에!>하고 아무리 불러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는 잇사이로 중얼거렸다. <망할놈의 나무 같으니, 망할놈의 마로니에! 두고봐라.>하고 그는 마로니에 나무를 걷어차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무는 죽은 재모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류씨앵은 저역식사를 할 때 어머니가 좋아하는 그 약간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말하였다.
  「엄마, 나무는 재목이 되는거야?」
  그러나 프뢰리에부인은 오정때 배달부로부터 편지를 받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무뚝뚝하게 말하였다.
 「바보 같은 소리 말어.」
  류씨앵은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그는 장남감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모두 부숴 버렸다. 아버지의 헌 면도칼로 의자의 팔걸이를 쪼개고 응접실에 놓인 타나그라 인형을 떨어뜨려서 깨고 속이 비어있는지 혹은 뭐가 들어있는지 알려고 하였다.「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