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와 함께 일하세.」
류씨앵은 쾌히 승낙하였다. 그러나 끝까지 자기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렇게 하세. 그러나 매이기는 싫네. 내용을 알고 생각해 봐야겠네.」
류씨앵은 젊은 동지들의 우정에 감탄하였다. 그들은 그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류씨앵은 그들과 어울려 르모르당의 패거거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은 20여명의 학생으로 거의가 비로드의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비어홀 쁠데르의 2층을 집합소로 사용하고 거기서 브릿지와 당구를 치고 놀았다.
류시앵도 그들을 자주 만나러 가서 그들의 동지가 되었다. 그들은 <미남자가 오네!>라든가, <우리의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프뢰리에!>하고 소리치면서 그를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특히 류씨앵의 마음에 흡족한 것은 그들의 명랑한 태도였다. 지식을 내세우거나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기야기도 별로 하지 않았다. 단지 재미있게 놀고 노래라도 부르는 것이 일이었다. 학생으로서의 청춘을 구가하는 의미에서 나팔을 불거나 북을 치거나 하는 것이었다.
르모르당 자신을 두고 말하더라도, 저마다 인정하는 그 위험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았지만 다소 마음을 돌리고 웃음을 띄웠다. 류씨앵은 대개 묵묵히 앉아서, 수선을 피우는 대담한 청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야말로 하나의 힘이다> 그들과 어울려가면서 그는 새삼 청춘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일찍이 베르제르가 좋아하던 그 허식적인 태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청춘이란 프랑스의 미래이다. 게다가 르모르당의 동지들에게서는 사춘기의 불안한 매력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듯하였다. 그들은 이미 이른이며, 그 중에서 몇 사람은 수염까지 기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두 같은 족속 같았다. 청춘 시절의 탈선과 방황은 벌써 옛 이야기가 되고, 인제는 별로 배울 것도 없는 원숙한 자들이었다. 처음에는 좀 경박하고 심술궂은 그들의 장난이 좀 마음에 거슬리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무의식중에 하는 것 같았다. 레미가, 급진당(急進黨) 지도자인 듀뷰의 부인이 추럭에 치어 두 다라가 잘라졌다고 알리자, 류씨앵은 이 붛앵한 반대파에게 간단한 문안 편지라도 적어 보낼 줄 알았는데, 친구들은 저마다 껄껄 웃어대고, 궁둥이를 치면서 외쳤다. <늙어빠진 썩은 년!><운전수년 싼통이군!>류씨앵은 한동안 어리둥절하였으나, 이폭소가 일종의 잔거절(拒絶)이라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그들은 비열한 동정을 베풀기가 싫어 일부러 인정에 인색해지려는 것이었다. 류씨앵도 따라 웃기 시작하였다.
그는 차츰 그들의 장난이 어떤 것인지, 그 본색을 알게 되었다. 경박한 것은 외면이고, 사실은 권리를 주장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확신은 무척 뿌리가 깊고, 종교적이라, 다소 경박하게 보이더라도 상관없으며, 본질적인 것이 아닌한 좀 탈선하여도 무방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사르르 모오라스의 쌀쌀한 유모어와 데뻬로의 농담 사이에는 단지 전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베뻬르는 낡은 곤돔 끝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그것을 레옹 폴링의 포경(包莖)이라고 불렀다.)
정월에 들어와 파리대학은 두 사람의 스웨덴 광물 학자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였다. 르모르당은 류씨앵에게 초재장을 주면서 말하였다.
「야단법석들을 하는 꼴을 가 보게.」
대강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국가가 연주되자 대통령이 총장과 함께 입장을 하였다. 류씨앵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이 두려웠다. 그러자 곧 몇 사람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류씨앵은 레미를 정다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을 도마토처럼 붉히고, 자기의 옷을 잡아 끌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항의하면서 부르짖고 있었다.
「프랑스를 프랑스에 돌려라!」
그러나 류씨앵이 특히 재미있게 생각한 것도 나이가 지긋한 신사 한 사람이 장난꾸러기처럼 조그만한 나팔을 신나게 불어대는 모습이었다. <참 멋있군.>하고 류씨앵은 생각하였다. 그는 굳은 각오와 난폭성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청년에게는 어른과 같은 태도를 나타내게 하고 어른에게는 개구쟁이와 같은 모습을 띄게하는 것이었다.
류씨앵도 곧 희롱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몇 차례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에리오를 가리켜 <그가 편히 죽으면 하나님은 계시지 않을거다!>하고 말 했을 때 그의 가슴속에선 거룩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레미나 데페로 처럼 쎈스가 있고 당차고 정열적인 것 같이 생각되었다. <르모르당의 말이 옳은 것이다. 필요 한 것은 실천이다. 만사가 거기에 달려있다.>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논쟁을 거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한낱 공화주의자에 지나지 않던 기가르는 그에게 맹렬한 공박을 해왔다. 류씨앵은 그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였으나 곧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그래도 기가르는, 여전히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류씨앵은 이미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바지의 주름살을 펴고, 여자들을 곁눈징하면서 장난삼아 담배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었다. 기가르의 공박하는 소리가 여전히 다소 들려왔지만, 그것은 갑자기 무게를 잃고 부질없이 가볍게 귓등을 스쳐갔다. 그러자 기가르는 몹시 당황하여 입을 다물어 버렸다.
류씨앵은 부모에게 새로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엿다. 아버지는 그에게 왕당파 청년당원이 될 심산이냐고 물었다. 그는 한참 주저하다가 신중하게 대답하였다.
「그럼요. 제 소원이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하였다.
「류씨앵, 제발 그러지 마라. 그 사람들이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니, 곧 무슨 불행한 일이라도 일어날 거야. 큰 욕을 보거나, 감옥에 잡혀 들어가거나 할 테지. 또 는 아직 정치에 참여할 나이도 아니야.」
류씨앵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드럽게 말하였다.
「여보,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그냥 내 버려 둬요. 그런 경험도 한번 쯤은 해보아야지.」
류씨앵은 그날부터 부모가 자기를 아껴주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는 얼른 결심을 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이 몇주일 동안에 매우 좋은 교훈이 되었다. 그는 아버지의 너그러운 호기심과, 어머니의 불아놔, 기가르가 품기 시작한 존경심과, 르모르당의 열의와, 레미의 조급한 성미 등의 대상이 되엇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르모르당과 오랫동안 의논해 보았다. 르모르당은 그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별로 서둘 필요는 없다고 말하였다. 류씨앵은 다시 우울증에 걸렸다. 그는 자기가 카페의 의자에서 떨고 있눈 제라친과 비슷한 작은 투명체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왕당파 청년들의 소란이 어리석게 보였다. 또 때로는 자기가 돌처럼 견고하고 무거운 존재나 되는 듯 싶어서 오히려 행복스러운 기분에 잠기곤 하였다.
그는 르모르당의 패거리들과 더욱 친밀해졌다. 에브라르가 지난 방학때 가르쳐준 <레베카의 결혼>을 불렀더니 모두들 무척 좋은 노래라고 칭찬해 주었다. 그는 신이 나서 유태인에게 대하여 신랄하게 비난하고, 베르리아크가 인색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언제나 생각했네. 어쩌면 그렇게 인색할까? 인간이 그렇게까지 구두쇠일 수 있을까하고. 그러던 중에 어느날 갑자기 그 까닭을 알게 되었네. 그 녀석은 그 족속이거든.」
모두들 웃어대었다. 류씨앵은 흥분하였다. 그는 유태인에 대하여 정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또 베르리아크의 일을 생각하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르모르당은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하였다.
「자넨 순수파야.」
그 후 류씨앵은 때때로 이런 청을 받았다.
「프뢰리에, 유태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더 멋지게 해봐.」
류씨앵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줏어대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어느날 레피(레비)가 프럼(브럭)을 만났지……>하는 식으로 익살을 떨면 그들은 기뻐서 날뛰는 것이었다.
하루는 레미와 파트노트르가 세느강 가에서 알제리아의 유태인과 마주친 이야기가 있었다.
놈을 물속에 빠뜨리려는 듯이 달려들어서 한바탕 혼을 내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프뢰리에가 곁에 없어서 유감천만이었군.」
하고 레미가 말하였다. 그러자 데페로가 나섰다.
「아냐 없었으니 다행야. 만일 프뢰리에가 같이 갔더라면, 놈을 강물에 쳐박았을 걸.」
류씨앵은 코를 보고 유태인을 알아내는 데, 누구보다도 장기가 있었다. 그는 기가르와 함께 밖으로 나가면, 곧잘 그를 팔꿈치로 툭툭 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돌아보지 말어. 뒤에 오는 뚱뚱보도 유태놈이야…….」
「눈치가 바르군…….」
화니도 유태인을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였다.
어느 목요일에 그들은 모오의 방으로 올라갔다. 류씨앵이 <레베카의 결혼>을 부르자. 화니는 성가신 듯이 말하였다.
「그만둬요, 판츠에 오줌을 쌀 지경이니까요.」
노래가 끝났다. 화니는 그를 행복한 듯이 상냥스럽게 바라보았다. 삐어홀 플데르에서는 저마다 류씨앵을 놀려대었다.
언제나 누가 이렇게 한 마디 던지는 것이었다. <프뢰리에는 유태인을 무척 좋아한단 말이야…….>
그러면 다른 축들은 입을 벌린 채, 숨을 죽이고 기쁜을 못이겨 또 다른 말을 기다리곤 하였다. 류씨앵은 얼굴을 붉히고 테이블을 치면서 말하였다.
「육실할 놈 같으니!」
그러면 좌중은 웃으며 떠들었다.
「굉장한 진보야. 많이 발전했어!」
류씨앵은 친구들을 따라 가끔 정치 집회에 나가, 크로오드 교수와 막심 레알 델 쓰르테의 연설을 듣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공부에 다소 방해가 되었으나, 그는 그년엔 중앙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지도 않았으므로, 아버지는 너그럽게 보아 주었다. 그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 애도 어른이 되려면 여러 가지 일을 배워야 하니까.」
류씨앵과 그 친구들은 그런 집회에서 나올 때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마구 장난질을 하곤 하였다. 언젠가는 여남은 명이 한데 몰려갔는데, 유마니테 지(紙)를 읽으면서 쌩 땅드레 데자르 거리를 지나가던 어떤 창백한 사나이를 만났다. 그들은 그를 벽에 몰아세우고, 레미가 명령조로 말하였다.
「그 신문을 버려!」
사나이는 위신을 지키려고 하였으나, 데페로가 그의 뒤를 돌아가 꽉 붙잡았다. 그틈에 르모르당이 완력으로 신문을 빼앗았다. 그서은 무척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사나이는 노발 대발 하면서 허공을 발길로 차고 외쳤다.
「놓지 못해! 어서 놔!」
야릇한 목소리였다. 르모르당은 신문을 조용히 찢어 버렸다. 그러나 데페로는 그 사나이를 놓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태는 험악하게 되었다. 그는 르모르당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레미가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러지 않았던들 르모르당은 얻어맞을 뻔 하였다. 사나이는 비틀거리며 벽에 몸을 기대고 험상궂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면서 악을 썼다.
「이 고약한 프랑스 놈들.」
「뭐라고? 다시 말해봐!」
마르슈소오가 대어들었다. 류씨앵은 큰 소동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마르슈소오는 프랑스에 대한 일이라면 농담도 허락지 않는 성미였다.
<이 고약한 프랑스 놈들!>하고 그 이방인은 다시 외쳤다. 그는 회도게 뺨을 얻어맞자 고개를 숙이고 대들면서 또 고함을 질렀다.
「이 고약한 프랑놈들! 이 악당들! 한 구뎅이에 모두 뒈져라!」
이어서 류씨앵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망칙한 저주와 욕설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저마다 덤벼들어 한바탕 본때를 보여주었다. 얼마 후에 놓아주었더니 그는 휘철거리며 벽에 기대어 섰다. 바리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주먹에 얻어맞은 오르쪽 눈은 뜨지 못하였다. 그들은 때랴주는 것도 지쳐서 주위에 삥 둘러서 그가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입을 알그러뜨리며 다시 욕을 퍼부었다.
「이 고약한 프랑스 놈들!」
「한번 더 맛을 보아야 알겠나?」
하고 데페로가 숨을 헐떡이며 다구쳐 물었다. 그러나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왼눈으로 사납게 노려보면서 다시 욕지거리를 하였다.
「고약한 프랑스 놈들……. 망할 것들!」
모두들 한동안 망설였다. 류씨앵은 친구들이 싸움을 그만 둘 기색임을 알아차리고 정신없이 앞으로 뛰어 들어 사나이를 힘껏 패주었다. 으드득 으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나이는 놀라운 표정으로 맥이 풀린 듯 류씨앵을 바라보면 다시 중얼거렸다.
「이 죽일 놈…….」
그의 부어오른 눈이 공동이 없는 붉은 안구(眼球)위에 약간 뜨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서들 달아나!」
하고 레미가 속삭였다. 그들은 생 밋셀 광장까지 도망쳐 왔다. 아무도 뛰따라오지 않았다. 그들은 그 광장에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서로 옷을 털어주었다.
그날 밤에는 그일에 대해서 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피차에 유난히 점잖게 구는 것이었다. 여느때에는 그 순진스런 야수성을 감정을 가리는데 이용해 왔던 것이다. 그들은 으젓한 태도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류씨앵은 그들이 이제 처음으로 가정에서 하듯이 얌전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자기자신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길에서 깡패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는 모오와 화니가 그리웠다.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나는 언제까지나 겉으로 떠돌고만 있을 순 없다, 인제는 결심을 하고 나도 그들 축에 뛰어들어야겠다.> 그가 이 기쁜 소식을 르모르당에게 저하였을 때, 그는 자기가 성실하여 거의 종교적인 심성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되었다.
「인제 나도 자네들과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네.」
르모르당은 그의 어깨를 툭툭쳤다. 모두들 수을 마시면서 축하하였다. 그들은 다시 야성적이고 명랑한 기분을 내었다. 그러나 간밤의 일에 대하여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헤어질 때 마르슈소오가 류씨앵에게 한마디 하였다.
「자넨 주먹이 꽤 세더군.」
「놈이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그런거야.」
하고 류씨앵은 대답하였다.
이틀이 지나 류씨앵은 생 밋셀 거리의 어느 상점에서 사온 굵직한 등나무 지팡이를 집고 모오를 찾아갔다. 모오는 곧 알아차렸다. 그녀는 지팡이를 보고 말하였다.
「거기 기입했군요.」「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