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그래 들어갔어.」
  류씨앵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녀는 기쁜 얼굴을 하였다.
 「어떤 정당에라도 반드시 좋은 점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그날밤에 그녀는 여러번 류씨앵의 목덜미를 간지러대면서 나의 왕당파 청년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후 얼마 안되어서 어는 토요일 밤에 모오는 몸이 피곤하다고 말하였다.
 「집에 돌아가야겠어요. 같이 가지 않겠어요? 내 손을 잡아 줘요. 이 가엾은 병든 모오를 좀 돌봐 줘야죠. 이야기도 들려주구요.」
 류씨앵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모오의 방은 깨끗하였지만 초라하여 보기에 딱하였다. 마치 식모의 방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면 오히려 죄가 될 것 같았다. 모오는 방으로 들어가자 곧 침대에 드러누워면서 말하였다.
 「아 이젠 살 것 같군요.」
  그녀는 잠자코 입술을 내밀면서 류씨앵을 마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옆에 드러누웠다. 그녀는 눈 위에 손을 얹고 손가락을 펴면서 어린애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래도 보이는군요. 류씨앵, 당신이 보여요.」
  류씨앵은 몸이 부겁고 노곤하였다. 모오는 자기 손가락을 그의 입에 넣었다. 류씨앵은 그 손가락을 빨고 정답게 말하였다.
 「우리 모오가 아프다니 이런 딱한 일이있나. 그는 그녀의 전신에 마구 키쓰를 하였다. 그녀는 눈을 지긋이 감고 얼굴에 신비로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잠시 후에 그는 그녀의 스카트를 위로 걷어 올렸다. 그는 얼마 후에야 자기가 방사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류씨앵은 <거, 참 근사하다>고 생각하였다. 다 끝난 후에 모오는 말하였다.」
 「그럴줄은 미처 몰랐군요!」
  그는 상냥하고도 탓하는 눈초리로 류씨앵을 바라보았다.
 「개구장이! 얌전한 줄만 알았더니!」
  류씨앵은 자기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뜻밖의 일이었다고 말하였다.
 「얼결에 그렇게 됐어.」
  모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지금까지는 깨끗이 지내왔지만. 그건 불완전한 생활이었으니까.」
  <난 애인이 생겼어.>하고 류씨앵은 지하철을 타고서 생각하였다. 그는 마치 아브셍트와 싱싱한 생선 냄새가 몸이 배여 속이 빈 듯하고 노곤하였다. 그는 땀에 젖은 샤추가 살에 닿는 것이 싫어 몸을 꼿꼿이 펴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기 몸이 엉긴 우유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애인이 생겼어.>하고 그는 속으로 힘차게 되풀이하여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풀이 죽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그가 모오애 대하여 좋게 생각한 점은 옷맵시, 모가 난 단단한 얼굴, 호리호리한 몸집, 새침한 태도, 얌점한 여자라는 평판, 그리고 남자를 멸시하는 태도였다. 요컨대 그녀를 미지의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모든 것――그 깨끗한 생각, 순진성, 비단 양말, 구레빠의 옷, 파마넨트한 머리칼 등등을 몸에 지니고 그녀는 언제나 류씨앵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확고하게 서 있었다. 이를테면 류씨앵에게 그녀는 완전한 남(他人)이었다. 그런데 그의 포응과 동시에 이러한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지고, 이제남은 것은 육체 뿐이었다.

  류씨앵은 배를 드러낸듯한 눈없는 얼굴에 입술을 갖다 대고, 축축하고 통통한 육체의 꽃을 소유한 것이다. 그는 파도와 같은 소리를 내며 털 투성이의 임을 벌리고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던 눈 먼 짐승을 회상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 둘이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한 몸이 되었다. 류씨앵은 자기 상과 모오의 살을 분간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처럼 메시꺼운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 일이 없었다. 아니 리리만은 예외이다. 덤블 뒤에서 리리가 그것을 보여 주었을 때, 그리고 바지를 말리고 있는 동안에 그가 넋없이 자리에 드러누워 궁동이를 들어내고 발을 버둥거리고 있을 때에는 꼭 그런 느낌이었다. 류씽앵은 기가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내일 이렇게 말해 주자.
 「난 모오와 잤어. 굉장한 여자야. 그걸 무척 좋아하더군.」

 그러나 그는 역시 께름직하였다. 그는 후덥지근한 먼지 투성이의 지하철에서 알몸이 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얇다란 껍질과 같은 옷에 싸인 몸이 벌거숭이가 되어 있는 듯 하였다. 그리고 신부(神父)옆에서, 두 중년부인 앞에서, 더럽혀진 커다란 아스파라가스처럼, 벌거벗고 굳어져 있는 것 같았다.
  기가르는 임에 침이 마르도록 축복을 하였다. 그는 화니에게 좀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성미가 아주 고약해. 어제 저녁에는 줄곧 투덜대기만 했지.」

 그들은 둘 다 동감이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필요한 존재이다. 결혼할 때까지 숫총각으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그런 여자들은 별로 욕심도 없고, 또 병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여자에게 홀딱 바지는 것은 잘못이다.
 기가르는 세련된 고상한 처녀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류씨앵은 그의 여동생에 대한 소식을 물어보았다.
 「잘 있어. 자네더러 거짓말쟁이라고 하데 그려.」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허물없이 말을 이었다.
 「여자 동기가 잇는 것도 괜찮아, 여러 가지 일을 알게 되니까.」
  류씨앵은 그말의 뜻을 잘 알수 없었다.

  그 후 그들은 자주 여자 이야기를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기가르는 많은 여자들과 상종해온 아저씨의 이야기를 즐겨하였다.
 「난 여태까지 별로 좋은 일이라고는 하지 못하였네. 그러나 하나님한테 칭찬받을 일이 한가지 있네. 그건 천하없는 일이 있어도 숫처녀는 거드리지 않았다는 거야.」
  그들은 가끔 피에렛 기가르의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 류씨앵은 피에렛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마치 좀 짖궂은 오빠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단발을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류씨앵은 정치운동에 열중하여, 일요일 아침마다 누이의 교회 앞으로 <악숑 프랑세에즈>를 팔러 갔다. 그리하여 그는 두 시간 이상이나 긴장한 얼굴로 그 일대를 서성거렸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아가씨들이 가끔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천진스럽게 쳐다보곤 하였다. 그럴때면 류씨앵은 다소 기분이 맑아져, 자기 자신이 깨끗하고 강해진 듯 싶어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동지들에게 자기는 여성을 존경한다고 말하엿다. 자기가 원한 대로 그들이 자기를 잘 이해해 주어서 기쁘게 생각하였다. 게다가 그들은 거의 모두가 누이를 갖고 있었다.

  4월 17일, 기가르의 집에서는 피에렛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무도회가 열렸다. 류씨앵도 물론 초대를 받았다. 피에렛과는 벌써 다정한 사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류씨앵더러 <나의 파트너>라고 불렀다. 류씨앵은 이 아가씨가 나한테 좀 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기가르부인은 파아티에 피아니스트를 불러왔다. 오후에는 무척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앗다. 류씨앵은 피에렛과 여러 번 춤을 추었다. 그리고 흡연실에서 친구들을 잡대하고 있는 기가르를 찾으러 갔다.
 「어서 오게.」하고 기가르는 말하였다.
 「다들 알겠지. 르뢰리에, 씨몽, 봐뉴스, 르두우…….」

  기가르가 이처럼 친구들의 이름을 죽 늘어놓고 있는 동안에, 류씨앵은 붉은 고수머리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젖빛살결을 하고, 꼿꼿한 눈섭이 새까많게 돋아나 있었다. 청년은 머뭇거리며,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류씨앵은 슬그머니 화가 났다. <이 녀석은 무엇하러 다가오는 거야? 기가르는 내가 유태인을 싫어하는줄을 잘 알고 있을텐데.>
  류씨앵은 그 유태인과 인사를 하는 것이 싫어 발길을 돌려 급히 자리를 떴다.
 「저 유태인은 누구이지?」
  그는 얼마 후에 피에렛에게 물었다.
 「상고(商高)에 다니는 웨일이예요. 오빠가 검도장에서 알게 되었나 봐요.」
 「난 유태인은 질색이야.」
하고 류씨앵은 말 하였다. 피에렛은 가볍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이에요. 식당으로 가세요.」

  류씨앵은 샴펜을 한잔 마시고 식탁 위에 잔을 놓자마자 기가르와 웨일이 바로 앞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기가르를 매섭게 노려보고 홱 돌아섰다. 그러자 피에렛이 팔을 붙잡았다. 기가르는 활달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내 친구 프뢰리에야. 이쪽은 웨일이고, 그럼 인제 소개가 끝났어.」
 웨일은 손을 내밀었다. 류씨앵은 무척 언짢은 기분이었다. 그는 그때 다행히 문득 데페로의 말이 생각났다. <프뢰리에 같으면 그 유태놈을 강물 속에 쳐 넣었을 거야.> 그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가르에게서 돌아서 나와 버렸다. < 난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거야.>하고 그는 외투를 찾아 걸치면서 생각하였다. 자랑스러우면서도 쓸쓸한 기분이었다. <자기 주장을 지킨다는 것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사교장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한길에 나서자, 자랑스러운 생각은 사라지고, 불안에 싸이게 되었다. <가가르는 화가 잔뜩 나 있을 테지.> 그는 어깨를 치켜올리고 확신을 갖고 자기자신에게 일렀다. <나를 초대해 놓고, 이떻게 유태인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손을 내밀면서 골이 난 표정을 지고 있던 웨일은 생각하니 어쩐지 께름직하였다. 그는 다시 화해를 하고 싶었다. <피에렛은 아마 나를 고약한 놈이라고 생각할 테지. 차라리 그녀석하고 악수를 하는 편이 낳을 걸 그랬어. 악수를 했다고 크게 나쁠 것은 없으니까. 못이기는 체 하며 인사를 하고나서 곧 자리를 뜨는 것이 옳은 일이었는데.>

  스는 지금이라도 가가르의 집에 다시 찾아갈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웨일에게 가서 이렇게 말해주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까는 속이 메시꺼워서요.」그리고 악수를 하고 잠간 점잖게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자.>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때가 늦었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내 견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그런 짓을 해 보일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나니 화가 치밀었다. 그리하여 안타까운 듯이 어깨를 치켜올렸다. 아무튼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바로 지금도 기가르와 피에렛은 나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기가르는 < 그친구 완전히 돌았군.>하고 말할테지――류ㅛㅣ앵은 주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 보기도 싫다. 유태인 녀석들은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그는 절망에 사인 나머지 이렇게 생각하고는 커다란 증오를 느끼면서 기운을 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증오는 곧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레응 블렁이 독일에 매수되어 프랑스 사람들을 증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침울한 무관심 밖에는 느낄수 없었다.   다행히 모오는 집에 있었다. 그는 그녀를 무척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미친 듯이 여러번 껴안았다. <인제는 다 틀려먹었어. 나는 아무짝에도 못쓰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아서, 아서, 싫어요. 그건 안돼요.」
하고 모오는 말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드디어 류씨앵에게 몸을 맡겨 버렸다. 그는 그녀의 온 몸에 키쓰하려고 하였다. 그는 어린애와 같은 짓궂은 기분이었다.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