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그러자 그는 육중한 짐짝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축축하고 부드러운 입이 그의 입을 눌렀다. 마치 굽지 않은 비프스테키 같았다. 류씨앵은 웬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숨이 막힐 것 같았으나 몸이 따뜻한 것이 좋았다. 베스부인이 배에 손을 얹고, <예쁜 인형>이라고 부르던 일이며 에브라르가<키다리 아스파라가스>라고 놀려대던 일, 또 부파르디에씨가 몸을 씻겨 주러 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침 목욕을 한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자 <난 베르제르의 인형이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베르제르는 승리의 환성을 올렸다.
 「드디어 결심 했군.」하고 그는 숨을 몰아 쉬면서 말하였다.
 「자 그럼 자네에게도 해 주지.」
  류씨앵은 자기 손으로 파자마를 벗겠다고 우겼다.

  이튿날 그들은 오정때나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보이가 침대로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류씨앵은 보이의 태도가 건방지게 보였다. <날 건달로 아는가봐.> 그는 불쾌하여 몸서리가 났다. 베르제르는 점잖을 빼었다. 그는 먼저 옷을 갈아입고, 류씨앵이 목욕을 하는 동안에, 뷰우 마르세 광장에 나가 담베를 피웠다. 류씨앵은 목욕 장갑을 끼고 몸을 씻으면서 생각하였다. <못난 짓이야.> 그는 처음에는 겁이 났으나, 이윽고 그다지 아프지 않은 것을 알게 되자, 어두운 비애에 젖었던 것이다. 그는 빨리 끝내고 자고 싶었다. 그러나 베르제르는 아침 네시까지도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어쨌든 삼각기하(三角幾何)의 숙제를 빨리 끝내야 할 텐데.>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생각만 하려고 애썼다. 한나절을 보내는 것이 지루하였다. 베르제르가 로트레아몽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그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베르제르가 좀 귀찮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밤에는 코드베크에서 잤다. 베르제르는 물론 류씨앵을 한참 못살게 굴었다. 새벽 한 시쯤 되어 류씨앵은 졸려서 못견디겠다고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그를 놓아 주었다. 그들은 저녁때 파리로 돌아왔다. 요컨대 류씨앵은 그다지 못마땅 하지는 않았다. 부모들이 반가이 맞아 주었다.

  「베르제르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나 제대로 했니?」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류씨앵은 노르망디의 정원 풍경에 대하여 부모들과 이야기하다가 일찌감치 자리에 드러누었다. 그는 천사처럼 잤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그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남색가(男色家)이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류씨앵, 일어나! 학교에 가야지.」
 「네, 어머니!」

 류씨앵은 부드럽게 대답하였다. 그는 침대에 쓰러져서 발가락을 바라보았다. <너무 지나치다. 난 그런 줄은 몰랐다. 경험이 없었으니까.> 한 사나이가 이 발가락을 하나씩 빨았던 것이다. 류씨앵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알고 있다. 그가 나한테 한 짓을 사람들은 남색(男色)이라고 부른다. 그는 그걸 알고 있는 것이다.> 우스운 일이었다. 류씨앵은 쓴 웃음을 지었다. 며칠을 두고 자기는 영리한 인간인가, 자기 만족에 빠져 있는가, 하고 자문하여 보아도 결판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어느날 렛텔이 붙으면, 평생을 두고 그것을 벗어 버릴  수 없다. 예컨대 류씨앵은 키가 크고 금발머리이며, 아버지를 닮은 외아들인 어제부터 남색가(男色家)라는 식으로,「프뢰리에를 알지? 남자한테 반한 금발머리 키다리 있잖아?」하고 누가 말하면 상대방은 대답할 것이다.
 「그래, 그 키다리 남색가 말이지? 나도 잘 알아.」

  그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학교에 갈 생각은 없었다. 그는 랑발 거리를 지나 세느강까지 내려가서 강변을 산책했다. 하늘은 맑고, 거리에는 푸른 나뭇잎과 콜타알과 영국 담배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깨끗한 몸에 산뜻한 옷을 입기에 알맞은 날씨였다. 숙명의 비탈길을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모두들 건강하게 보였다. 그런데 류씨앵만 봄철에 망측스러운 기분에 잠겨 있는 것이다.

 나는 외디퍼스 콤프렉스(남아가 무의식중에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려는 잠재의식)에서 시작하여 가학성(加虐性) 항문(肛門)성용자가 되고, 드디어는 남색가(男色家)가 되어 버렸다.「이렇게 해서 어디까지 나갈 것인가?」아직까지는 물론 중대한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베르제르가 껴안아 주어도 별로 기쁨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버릇이 붙으면?> 그는 고민하였다. <그짓을 하지 않고서는 못견딜 것이다. 아편을 피우는 것 처럼.> 그리하여 결국, 그는 병신이 되어 아무도 상대하여 주지 않고, 아버지 공장의 일꾼들까지도 그가 이르는 말을 조롱할 것이다. 류씨앵은 자기의 끔찜한 숙명을 예상하니, 일종의 자기만족을 느끼었다. 그는 서른 다섯때의 자기 모습을 눈앞에 보았다. 맵시있게 차리고, 콧수염을 기르고 레지옹 되뇌르 훈장을 달고 신사가 되어 사납게 지팡이를 휘두르면서<자네 같은 사나이가 여기 있다는 건, 우리 딸들에 대한 모욕이네.>하고 외칠 것이다. 그때 류씽앵은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생각의 유희를 멈추었다. 베르제르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코드베크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그는 말하였다.

  <허어, 자네 이제 재미있는 모양이군.> 그는 무슨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였을까? 물론 목석이 아닌 바에야 너무 찝적거리면……<그러나 그건 아무런 증거도 되지 않지.>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자들은 자기의 패거리를 찾아내는 데 희한한 솜씨가 있었다. 이를테면 제 육감(第六感)말이다. 류씨앵은 이에나 다리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한 순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순경은 나를 흥분시킬 수 있을까?> 그는 순경의 푸른 바지를 바라보면서 살이 통통ㅌ한 털 투성이의 엉덩이를 상상해 보았다. <나는 뭘 느끼게 될까?>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걷기 시닥하였다. <그다지 중대한 상태는 아니다. 아직은 빠져나올 수 있다. 그는 나의 착란증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난 진짜 남색가는 아니다.>류씨앵은 행인을 볼 적마다 그런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부정이었다. <하마트면 큰일 날 뻔했어.> 그것은 일종의 경고(警告)였다. 다만 그것 뿐이다. 고약한 버릇은 곧 굳어 버리므로, 다시는 그런 짓을 말아야 한다. 콤프렉스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는 부모 몰래 전문가를 찾아가서 정신분석을 받아 보려고 하였다. 그리고 이인을 구하여 남들처럼 잘려고 하였다.

 류씨앵은 마음을 놓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다시 베르제르의 생각이 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리의 어느 곳에서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여러 가지 추억에 잠겨 있을 것이다.
  <그는 내 몸에 대하여 다 알고 있다. 그는, 네 입에서 나는 냄새는 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 친구들에게 가서 자랑할 것이다. 나와 관계했다고 말할테지. 내가 매춘부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지금도 그날 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류씨앵은 심장이 멈춰 버리는 것 같았다.   <만일 베르리아크에게 말했다면, 나는 그를 죽여 버려야지. 베르리아크는 날 싫어하니까, 그는 온 학급에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나는 볼장 다 보았다, 친구들은 나하고 악수를 하는 것도 거절할 것이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우겨야지.>
 류씨앵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불평을 하면서, 폭행을 당하였다고 말하리라.>

  류씨앵은 베르제르가 무척 미웠다. 그가 없었던들, 그 망칙하고 구할 길 없는 의식이 없던들, 모두가 순조롭게 되어갈 것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류씨앵 자신도 나중에는 잊어 버릴  것이다.
  <그가 빨리 죽어 버렸으면! 하나님이여, 그아 아무한테도 뭐라고 말하기 전에, 오늘 밤으로 죽게 해 주옵소서. 이 이야기가 매장되게 하여 주옵소서. 제가 남색가가가 되기를 원치는 않을 테지요? 아무튼 나는 베르제르에게 사로잡혀 있다.
  류씨앵은 화가 났다.
  <다시 그의 집에 가서 그자 하자는 대로하고, 그짓이 좋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게 된다!>
  그는 다시 몇 발짝 옮겨놓고, 만일을 위해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님, 베르리아크도 죽게 해 주소서!>

   류씨앵은 베르제르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 후 몇 주일 동안 한 발짝 떼어놓을 적마다, 베르제르와 마주칠까봐 겁이 났다. 방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 즉 베르제르가 쌩 루이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로 그를 끌어 내려고 하였다. 학생들이 모두 조롱하였다. 그러나 베르제르는 그를 만나려 하지도 않고 소식조차도 전연 없었다. <그는 내 살결만을 원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불쾌하였다. 베를아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때때로 그와같이 경마구경을 가던 기가르의 말에 의하면, 신경쇠약에 결려 파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류씨앵은 차차 마음이 가라앉았다. 루앙에 간 것은, 아무런 인연도 없는 괴상한 꿈결같이 생각되었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만 침울한 살결과 오 드 꼬로뉴의 냄새와 견딜 수 없는 권태의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프뢰리에씨는 가끔 베르제르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페롤에 초대라도 하여 신세를 갚아야 할텐데.」
  「뉴욕으로 갔어요.」
   류씨앵은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는 여러 차례 기가르와 그의 여동생과 함께 마르느강으로 보오트 타러 갔었다. 그리고 기가르한테서는 때스를 배웠다. <나는 깨어났다. 나는 다시 살아난 것이다.>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긱도 때때로 배낭과 같은 것이 무겁게 등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의 콤프렉스였다. 그는 뷔엔나로 프로이드를 만나러 갈까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돈 한푼 없이 걸어서라도 가자. 나는 프로이드에게, 돈은 한 푼 없지만, 연구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해야기.>

  6월 어느 무더운 날 오후에, 그는 쌩 밋쉘 거리에서, 옛날 철학 선생이던 <원숭이>를 만났다.  「여어, 프뢰리에군! 중앙학교 입학 중비를 하고 있다지!」
 「네, 선생님!」
 「자넨 문학 공부를 하는 편이 좋을걸 그랬어. 철학을 잘 했었지?」
 「철학을 그만둔 건 아닙니다. 올해에는 책도 여러권 읽었어요. 프로이드의 책도 좀 뒤적거려 보구요.」
  그는 그때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께 여쭈어 볼 게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정신분석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숭이는 웃으며 말하였다.
 「일시적인 유행이냐. 프로이드의 가장 좋은 점은 이미 플라톤에게서 찾아볼 수 있고, 그 외의 것은 모두가 거들떠볼 가치가 없는 잡동사니에 불과하네. 오히려 스피노자를 읽는 편이 낫지.」  자신있는 대답이었다. 류씨앵은 무거운 짐을 내린 것처럼 느껴, 휘파람을 불며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한때의 악몽이야.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뜨겁게 햇살이 내리 쬐였다. 그러나 류씨앵은 고개를 들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 만인의 태양을 류씨앵더 쳐다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인제는 구원을 받았으니까. <잡동사니라! 날 탈선케 하려고 하였지만 난 넘어가지 않았지.> 그는 지금도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베르제르는 자기의 언변으로 그를 현혹시키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랭보의 남색(男色)에 대한 문제만 하여도, 그는 일종의 약점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또 베르리아크가 그에게 아편을 먹이려고 하였을 때에도 단호히 거절해 버리지 않앗던가. <나는 타락할 뻔하였다. 그러나 나의 건전한 정신이 날 지켜 주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 때, 그는 아버지를 정답게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어깨가 넓직하며, 태도는 농부처럼 무겁고 느렸다. 어딘가 훌륭한 가문의 자손이라는 점이 드러나 보였다. 그리고 싸늘한 잿빛 금속성 눈망울은 어디까지나 지도자의 그것이었다. <난 아버지를 닮았군.> 그는 프뢰리에의 집안이 4대 전부터 대를 이어온 공장주임을 상기하였다. <뭐니뭐니하여도 가문을 부정할 수 없다.> 류씨앵은 프뢰리에가(家)의 정신상태가 건전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류씨앵은 그 해에는 중앙학교 입학시험을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프뢰리에 일가는 일찌감치 페롤에 돌아갔다. 그는 집과 정원과 공장과 안정된 작은 도시를 다시 보고 매혹되었다. 그것은 별천지였다. 류씨앵은 그 부근을 산책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려고 마음먹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내년에는 꼼짝 못하게 될 테니까 미리 맑은 공기를 담뿍 들이키고, 힘을 길러 두려고 합니다.」
  그느 어머니를 따라 부파르디에씨와 베스씨 집에 놀러 가기도 하였다. 모두들 그더러 영리하고 어젓한 청년이 되었다고 칭찬을 하였다. 파리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있는 에브라르와 빈켈망도, 방학이 되어 페롤에 돌아와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함께 외출을 하였다. 그리하여 쟈크마르 신부에게 한 장난과 신이 나던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하고 <멧츠의 포병>을 3중창으로 불렀다.

 류씨앵은 옛날의 친구들이 순박하고 솔직하며, 변함이 없는 우정을 갖고 있는 것이 매우 반가웠다. 그리하여 그들은 잊고 있었던 것을 뉘우치게 되었다. 에브라르에게 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였으나, 그는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의 부모는 에브라르를 어느 신부한테 맡겼는데, 신부는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특히 루불 박물관 구경과 오페라 극장에서 보낸 밤을 희상하면 지금도 황홀해진다는 것이었다.  

  류씨앵은 이런 순진한 태도에 감동하였다. 그는 마치 자기가 에브라르와 빙켈망의 형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와 같이 고민에 싸인 생활을 한 것도 후회할 게 못되는 것 같았다.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들을 좀 놀라게 하는 것이 기뻤다. 친구들은 콤프렉스의 이론을 맹렬히 비난하였으나, 그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류씨앵은 그 사실을 지적하고, 철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프로이드의 잘못을 쉽사리 반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들은 크게 탄복하였으나, 류씨앵은 그런 칭찬에는 무관심한 척하였다.

   프뢰리에씨는 류씨앵에게 공장 조직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공장에 데리고 가서 중요한 건물들을 구경시켰다. 류씨앵은 직공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내가 죽으면 그 이튿날부터 네가 공장을 맡아서 운영해야 해.」
   류씨앵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나 근 ㄴ 조만간 자기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생각하고 며칠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부자(父子)는 공장주의 의무에 대하여 한참 얘기하였다. 프뢰리에씨는 소유(所有)가 권리라기 보다는 차라리 의무라고 말하였다.
 「흔히들 계급투쟁이니, 뭐니 하고, 마치 공장주와 직공들의 이해가 대립되는 것처럼 떠들지만, 다 괜한 말이지. 내 경우를 생각해 보렴, 난 소공장주야. 파리의 속어(俗語)대로 말하면 졸짜 두목이다. 그런데 나는 100명의 직공과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내 일이 잘되면 우선 그들이 득을 보지만,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그들은 거리로 나서게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일을 허투로 할 수가 있겠느냐?」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게 내가 주장하는 노사 협조란 말이다.」

 이미 3주일 이상이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어 나갔다. 이제는 베르제르의 새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용서를 해 준 셈이다. 다만 그와는 앞으로 전혀 만나고 싶지 않았다. 때때로 속옷을 갈아입을 때, 거울 앞에 가서 놀란 듯이 자기를 바라보면서, <어떤 사나이가 나한테 반했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는 다리를 문질러 보았다. <어떤 사나이가 이 다리에 녹아 버린 것이다.>그리고 허리를 만지면서 비단천을 쓰다듬듯이 자기 육체를 쓰다듬어 볼 수 있도록 자기가 남이 되지 못하는 것이 유감스러웠다.「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