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어느날 그는 베르제르와 헤어져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 기계적으로 문을 잠그고 고리를 걸었다. 그는 자기의 이러한 행동을 웃어 넘기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날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베르제르와의 교제를 끊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매혹되어 버린다>고 그는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르제르와의 기이하고도 특별한 우정이 무척 좋았다. 베르제르는 사나이답고, 거치르면서도 자기의 온정을 류씨앵에게 느끼게하여, 감동을 주는 기단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그는 류씨앵을 보고 옷차림이 서툴다고 마무래면서도 넥타이를 고쳐 매주고, 캄보디아에서 만든 금빗으로 머리를 빗겨 주기도 하였다. 그는 류씨앵에게 자기의 육체를 발견하게 하고, 청춘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자넨 랭보일세. 그가 베르레는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 왔을 때, 그도 자네처럼 손이 큼직했네. 그리고 건장한 젊은 농부와 같은 불그레한 얼굴이나 글발 소녀의 홀쭉한 몸매도 자네를 닮았네.」
  그는 류씨엥에게 카라를 떼고 샤쓰를 걷어올리게 하고 어리둥절한 류씨앵을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가서, 그 붉으레한 뺨과 가슴의 매력적인 조화를 감상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류씨앵의 허리를 살짝 만지면서 서글픈 어조로 말하였다.
 「자넨 스므 살이 되면 자살할 거야.」

   류씨앵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가끔 바라보면서, 그 순박한 젊음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난 랭보야.> 그는 적녁에 옷을 벗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너무나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생애가 짧고 비극적인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는 그때 마다 훨씬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와 동시에 쑥스러운 광경이 되살아났다. 천사의 날개가 달린 푸른 긴 옷을 걸치고 바자아에서 꽃을 뿌리고 있는 자기의 어린 모습이 눈앞에 더오른 것이다. 그는 자기의 긴 다리를 보았다. <이렇게 살결이 부드러울 수 있을까! 거짓말 같다.> 기분이 즐거웠다. 한번은 입술을 팔에 대고 푸른 힘줄을 따라 팔목에서 오금가지 키쓰한 적도 있었다.  언젠가 그는 베르제르의 집에 갔을 때, 마음이 찔끔하였다. 베르리아크가 와 있었던 것이다. 그느 흙덩이처럼 보이는 검은 물건을 칼로 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열흘 동안이나 서로 만나지 않았다. 그들은 싱겁게 악수를 하였다.
 「알겠어? 이건 아편이야. 노란 담배 사이에 까워서 파이프에 넣어서 빨면 근사해. 여기 자네 몫도 있네.」
 「고맙긴 하지만 난 싫어. 」
  두 사람은 웃었다. 베르리아크는 짓궂은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굳이 권하였다.
 「이런 바보 같으니, 피워 봐.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 그래. 잘 몰라서 그러는군.」
 「싫다는데 왜 이래?」
  베르리아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다만 무시하든 듯이 웃기만 하였다. 베르제르도 웃고 있었다. 류씨앵은 발을 굴으면서 말하였다.
 「난 싫어. 병신 되고 싶진 안어. 그런 걸 피우는 건 못난 짓이야. 병신이 된다니까 그래.」
  그는 무심코 말하였다.
  그러나 자기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이며, 도 베르제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생각 해 보자, 베르리아크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자넨 부르죠아야!」
  베르리아크는 어깨를 들먹거리면서 말하였다.
 「지넨 헤엄치는 흉내만 내고, 실은 발을 헛디딜까봐 겁을 먹고 있는 거야.」
 「그러나 아편 먹는 버릇은 기르고 싶지 않네.」류씨앵은 침착하게 말하였다.
 「그것도 일종의 노예가 되는 거야. 난 자유롭게 있고 싶어.」
 「겁이 난다고 솔직히 말하지 그래.」
  베르리아크는 사납게 말하였다. 류씨앵은 뺨을 한두 번 후려갈기려고 하였다. 그때 베르제르가 강압적으로 말하였다.
 「내 버려 둬, 샤르르! 류씨앵의 말도 옳아. 아편 먹는 게 겁이 난다는 것도 착란이야.」

  그들은 둘이 다 쏘파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방안에 아르메니아 종이 냄새가 풍겼다. 류씨앵은 붉은 비로드 의자에 앉아서 잠자코 바라보았다. 얼마 후에 베르리아크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미소를 지으면서 눈을 껌뻑거렸다. 류씨앵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굴욕을 느꼈다. 베르리아크는 드디어 몸을 일으키더니, 주춤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의 입술에는 노곤하고 졸리는 듯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 파이프를 좀 빌려 주세요.」
  류씨앵은 목 쉰 듯한 음석으로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웃었다.
 「뭐, 그럴 필요가 없네. 베르리아크가 그렇게 말했다고 걱정하지 말게. 지금 그녀석이 뭘하고 있는지 아나?」
 「그까짓 것 나한텐 상관 없어요.」
 「그러나 그가 토하고 있다는 걸 알아 두게.」
하고 베르제르는 조용히 말하였다.
 「아편을 피우면 반드시 저 모양이 되는 거야. 그 이외의 것은 모두 희극을 구미고 있네. 그러나 그 녀석은 날 놀려 주려고 하고, 또 나도 재미가 나서 가끔 피워 보게 하는 걸세.」
  이튿날 베르리아크는 학교에서 류씨앵을 업신여기려고 하였다.
 「자넨 기차에 타긴 했으나, 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으려고 애쓰는 격이야.」   그러자 류씨앵은 쏘아 붙였다.
 「넌 협잡군이야. 네가 어제 목욕탕에서 뭘 했는지 다 알어. 토했지?」
 「제르제르한테서 들었구나.」
 「그럼 누가 말했겠나?」
 「좋아! 그러나 베르제르가 새 친구 때문에 옛친구를 얕보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지.」
  류씨앵은 약간 걱정스러웠다. 그는 이런 말을 옮기기 않겠노라고 베르제르에게 약속하였던 것이다.
 「여봐! 널 얕보는 건 아냐. 단지 그게 쓸데적은 짓임을 나에게 알려 주려고 했을 뿐이야.」
  그러나 베르리아크는 홱 돌아서서 악수도 하지 않고 가 버렸다. 류씨앵은 베르제르를 만나자 좀 캥겼다.
 「베르리아크에게 무슨 말을 했지?」
  베르제르는 무심코 물었다. 류씨앵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맥이 전혀 없었다. 베르제르는 손으로 그의 목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관계 없네. 결국은 될 대로 된 거야. 희극배우에게는 곧 정떨어지는 법이거든.」
  류씨앵은 기운이 나서 고개를 들고 웃고 나서 그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렇지만 저도 역시 희극배우입니다.」
 「그래도 넌 귀여워.」

 베르제르는 그를 끌어당기면서 대답하였다. 류씨앵은 잠자코 있었다. 그는 소녀처럼 상냥해지고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베르제르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귀를 깨물면서<개구쟁이!>하고 말하고, 또 <귀여운 동생>이라고도 말하였다. 류씨앵은 이처럼 너그럽고 이해성이 있는 형이 있으면 얼머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프뢰리에 부부는 류씨앵이 그렇게 칭찬하는 베르제르라는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식사에 초대하였다. 모두들 그에겐 반해 버렸다. 제르멘느도 이런 미남자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프뢰리에씨는 아저씨가 되는 니장 장군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분의 이야기를 한참 주고 받았다. 그리하여 프뢰리에 부인도 오순절(五旬節) 방학 동안에 류씨앵을 베르제르에게 맡기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은 자동차로 루앙에 갔었다. 류씨앵은 대사원(大寺院)과 시청이 보고 싶었으나 베르제르가 가로막아 버렸다.
  <그 따위 썩어빠진 걸?>하고 그는 거만스럽게 반문하였다. 그들은 결국 꼬르드리에 거리의 매춘굴에 가서 두 시간을 보내었다. 베르제르는 우습게 행동 하였다. 그는 테이블 아래서 류씨앵을 무릎으로 툭툭 치면서 아무 여자에게나 <아가씨!>하고 물렀다. 그리고 한 여자와 2층으로 올라갔다가 5분도 못되어 다시 내려왔다.
  <도망치자!>하고 그는 속삿였다. <이러다가는 재미 없어>
  그들은 얼른 돈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서 그는 내막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여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틈에 침개 위에 털을 한줌 던져놓고 가지는 성적(性的) 불능자라고 말하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류씨앵은 위스키를 두 잔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였다. 그는 <홋츠의 포병>과 <신병(新兵)은 서럽다>를 불렀다. 그리고 베르제르가 그렇게 심각하면서도 장난꾸러기임을 알고 매우 훌륭하게 생각하였다.
 「난 방을 하나밖에 잡지 않았네.」
하고 호텔에 와서 베르제르는 말하였다.
 「그러나 큰 욕실이 달려 있어.」

  류씨앵은 벼로 놀라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 베르제르와 한방에 자게 될 것이라고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인제 어찌 할 수 없게 되니 좀 언짢은 기분이었다. 특히 발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보이가 트렁크를 방으로 올려오는 동안에, 베르제르가 필경 자기 발을 보고 <더럽기도 하군 홑이불을 더럽히겠는 걸>하면서 흉을 볼 것 같았다. 그러면<청결에 대해서는 부르죠아지적인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하고 거만스럽게 대꾸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베르제르는 트렁크를 들고 그를 욕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옷을 갈아 입어, 난 방에서 벗을 테니까.」

  류씨앵은 발을 씻고 목욕통에 들어갔다. 그는 변소에 가고 싶었으나 귀찮아서 세면소에서 소변을 보았다. 이어서 잠옷을 입고 어머니에게서 빌려온 스립퍼를 신고는(그의 스립퍼는 다 달아 버렸다) 문을 두드렸다.
 「다 됐어요?」
 「응 들어와.」
  베르제르는 곤색 파쟈마 위에 검은 실내의를 입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오 드 꼴로뉴의 냄새가 풍겼다.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요?」
  베르제르는 말없이 류씨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크게 웃었다.
 「무슨 잠옷이 그래?」그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이트 캡은 어떡했나? 아니 그게 무슨 꼴이야. 거울 좀 보게.」
 「어머니에게 이태 전부터 파쟈마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류씨앵은 난처한 듯이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명령조로 말하였다.
 「어서 벗어. 내 것을 하나 주지. 좀 클 테지만 이것보다는 나을 거야.」

  류씨앵은 방 한복판에 말뚝처럼 서서 붉고 노란 마름꼴의 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욕실에 가서 갈아입고 싶었으나, 못난이 취급을 받을까 겁이 나서 어색하게 잠옷을 훌렁 뒤집어 벗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베르제르는 웃으면서 류씨앵을 바라보고 있었다. 류씨앵은 문득 자기가 방 한가운데서 줄이 달린 어머니의 스립퍼를 신었을 뿐, 알몸으로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을 바라보았다. 랭보와 같은 커다란 손. 그 손으로 적어도 그것만은 가리고 싶었으나 고쳐 생각하고 대답하게 뒷짐을 졌다. 벽에는 두줄의 마늘꼴 사이에 뜸뜸이 보라빛의 작은 네모꼴 무늬가 있었다.
 「정말 처녀처럼 순진하군. 가슴까지 빨개졌네. 그러나 그 잠옷을 입은 것보다 낫군.」
 「그렇지만 벌거벗고서야 날씬한 맛이 없으니까, 파자마를 주세요.」
  류씨앵은 간신히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라방드 향기가 나는 비단 파쟈마를 던져 주었다.
그들은 침대로 갔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기분이 언짢은데, 토할 것 같아요.」

 베르제르는 대답이 없었다. 류씨앵은 위스키의 트림이 났다. <나와 함께 자려는 거다.>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러자 벽의 마름모꼴이 빙빙 돌기 시작하고 오 드 꼴로뉴의 짙은 향기가 목구멍을 자극하였다. <함게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데.> 그는 지금까지 미처 이런 일을 생각해 보지 못하였다. 요새도 베르제르가 자기에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곧 알아낼 듯하다가도, 번번이 우연히 무슨 일이 생겨 그 생각을 몰아 버렸다. 그러나 그는 이 침대 속에 들어가서 베르제르가 자기를 노리개로 삼을 것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목욕탕에 가서 자겠어요.>하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베르제르의 비웃는 듯한 눈초리를 생각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아까 말한 창녀의 생각이 나는 군요. 지금쯤 그 털로 몸을 긁고 있을 테지요.」
  베르제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씨앵은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천연스럽게 벌렁 드러누워서 목에 손을 얹고 있었다. 류씨앵은 울화가 치밀어 팔꿈치를 깊고 몸을 일으키면서 말하였다.
 「뭣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물어물 시간을 보내려고 이리로 끌고 온 거예요?」
  그는 이렇게 말한 것을 곧 후회하였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베르제르는 그에게로 돌아누어서 재미있다는 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천사와 같은 귀여운 매춘부야. 나 좀 봐.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나더러 감각의 착란을 일으키게 해 달란 말이지?」
   그는 한동안 류씨앵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서로 맞닿을 정도였다. 그는 류씨앵을 껴안고 파자마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어루만졌다. 별로 기분이 나쁠 것도 없었다. 좀 간지럽고 베르제르가 겁이 났을 뿐이다.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다.
 「부끄럽지 않어? 부끄럽지 않어?」

 그것은 마치 정거장에서 기차의 출발을 알리는 레코드의 소리와도 같았다. 그러나 베르제르의 날쌔고 가벼운 손은 살아 있는 사람이나 다름이 없었다. 손은 부드럽게 류씨앵의 젖꼭지를 간질렀다. 목욕을 할 때에 몸에 따뜻한 물이 닿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류씨앵은 그 손을 잡아떼어 비틀고 싶었다. 그러나 베르제르는 < 나 봐, 아가씨!>하고 놀려댈 것이다. 손은 슬며시 배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 바지 끈을 풀려고 만지작거렸다. 류씨앵은 하는 대도 내 버려 두었다. 목이 마치 스폰지 처럼 느른하고 축축한 느낌이었다. 그는 더럭 겁이 났다. 베르제르는 이불을 젓히고 류시앵의 가슴에 마치 청진이라도 하듯이 머리를 얹었다. 류씨앵은 두 번이나 심한 구역질이 났다. 그 아름다운 은빛 머리 위에 토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여 몹시 염려스러웠다.
 「배가 아파요.」
하고 그는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약간 몸을 일으켜 한손을 류씨앵의 허리 아래로 돌리고 다른 손으로는 류씨앵의 몸을 꼬집었다.
 「볼기짝이 무척 귀엽군.」
하고 베르제르는 말하였다. 류씨앵은 사나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좋아요?」
  그는 응석이라도 하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베르제르는 갑자기 손을 떼고 원망스러운 듯이 머리를 쳐 들었다.
 「거짓말쟁이!」하고 그는 불끈하여 말하였다.
 「랭보의 흉내를 내려고 하길래 한 시간 이상이나 애썼는데 흥분하지 않다니!」
  류씨앵의 눈에는 누물이 안타깝게 서려 있었다. 그는 힘껏 베르제르를 떠밀었다.
 「내 탓이 아니예요.」그는 속삭이듯이 말하였다.
 「나한테 술을 너무 마시게 해서 그래요. 토하고 싶어요.」
 「그럼 가서 토하고 와!」
  이어서 그는 중얼거렸다.<신나는 하룻밤!>

  류씨앵은 바지를 입고 검은 검은 실내옷을 걸친 다음에 밖으로 나갔다. 변소 문을 닫자 그는 고독과 애상(哀傷)에 못이겨 울고 말았다. 실내의의 호주머니에는 손수건이 없어, 휴지로 눈과 코를 씻었다. 목구멍에 두 손가락을 넣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바지를 내리고 떨면서 변기 위에 앉았다.
  <망할 자식! 더러운 자식!> 그는 거다란 굴욕을 느꼈다. 그런데 그 굴욕은 베르제르가 포응한 탓인지, 혹은 자기가 흥분을 하지 못한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문밖의 낭하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마다 류씨앵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방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돌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베르리아크처럼 무시를 당할 것이다.>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일어서려고 하였다. 그러나 베르제르의 얼굴과 그 얼빠진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야.>하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절망하여 다시 변기위에 주저 앉았다. 얼마 후에 심한 설사가 났다. 속이 좀 후련하였다. <아래로 내보낸 셈이군. 차라리 잘 됐다.> 이젠 구역질이 나지 않았다.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는 별안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몸에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렸다. 병이 나지 않을까 겁이 나서 얼른 일어났다. 그는 방으로 돌아왔다. 베르제르는 어색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파자마 밑으로 허리통이 드러나 보였다. 류씨앵은 스립퍼와 실내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인제 괜찮어?」
  베르제르가 물었다. 류씨앵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추워요.」
 「따뜻이 해 줄까?」
 「어디 해 보세요.」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