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우리는 아무 일도 못하네. 그래, 결코 아무일도 못할 걸세.」
하고 류씨앵은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화가 치밀었다. 베르리아크는 부활제 방학에서 돌아오자, 디종의 어느 호텔의 한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잤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가 아직 잠들고 있는 침대에 가서 이불을 살며시 덮어 주었다는 것이다.
  「슈미즈가 말려 올라가 있었네.」
하고 그는 비웃는 듯이 말하였다. 류씨앵은 이말을 듣고 베르리아크를 멸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고독을 느꼈다. 콤프렉스를 자겨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적당한 시기가 오면 청산해 버려야 한다. 다 자란 인간이 언제가지나 유년시절의 성욕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의 책임을 지거나, 남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류씨앵은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권위있는 분에게 가서 의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베르리아크는 때때로 배르제르라는 쉬르리얼리스토(超現實主義者)의 이야기를 하였다. 정신분석학에 능통하고 베르리아크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에게 류씨앵을 소개헤 주겠다는 말은 한 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또 류씨앵은 베르리아크가 여자 소개를 하여 줄 것을 믿고 있었으나 그것도 허자였다. 그는 예쁜 애인이라도 있으면 사고방식이 자연히 달라지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베르리아크는 자기의 예쁜 걸프렌드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은 가금 큰 거리로 나가서 여자의 뒷꽁무늬를 쫓아가 보기도 하였지만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여봐.」하고 베르리아크는 말하였다.
 「루리는 여자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족속이 못되는 모양이야. 여자들은 우리를 보면 어쩐지 무서운 생각이 드나봐.」
  베르리아크는 고잘 이렇게 말하였다. 류씨앵은 아무 대그도 하지 않았다. 그가 밉살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때때로 류씨앵의 부모에 대하여 추잡한 농담을 하고, 장딴지 부부라고 말하였다. 쉬르리얼리스트가 대체로 브르죠아지를 경멸한다는 것은 류씨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리�民� 류씨앵의 어머니에게 여러 번 초대되어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지기체면을 위해서도 어떻게 어머니에게 그걸 말투를 쓸 수 있겠는가? 더구나 베르리아크에게는 돈을 꾸기만 하고 갚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버스를 탈 때에도 번번이 돈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류씨앵이 내곤하였다. 카페에 가서도 다섯 번에 한번밖에 돈을 내지 않았다.

  어느날 류씨앵은 그에게 그런 짓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으면, 외출할 때에는 모든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그를 지긋이 쳐가보며 솔직히 말하였다.
 「내 거럴 줄 알았어. 너는 항문성욕자(肛門性慾者)니까.」
  이렇게 말하고 나서 똥과 돈의 프로이드적인 관계와 탐욕에 대한 프로이드의 이론을 설명하였다.
 「한 가지 알고 싶네.」하고 그는 말하였다.
 「몇 살 때까지 어머니가 밑을 씻겨 주었ㄷ나?」
  그들은 이 때문에 의가 상할 뻔 하였다.

  베르리아크는 5월 초순부터 학교를 빠지기 시작하였다. 류씨앵은 수업이 끝나면 쁘띠 샹 거리의 어느 카페로 그를 만나러 가서 크류시피 버어무으트를 마셨다. 어느 화요일날 오후에 류씨앵은 베르리아크가 빈 컵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야, 어서 오게.」하고 베르리아크는 반색을 하였다.
 「난 나갔다 와야겠어. 다섯시에 치과의사한테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여기서 기다려. 30분이면 돌아올거야.」
 「그렇게 하세.」하고 류씨앵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대답하였다.
 「프랑소와, 백(白)베어무우트를 한잔.」

  이때 한 사나이가 빠아로 들어서면서 그들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베르리아크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여 일어섰다. 류씨앵은<누굴까?>하고 생각하였다. 베르이라크는 낯선 사나이의 손을 잡고 류씨앵이 보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재빨리 이야기하고 상대편은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아니야. 넌 단지 그런 덜렁이야.」
하면서 사나이는 발끝으로 서서 베르리아크의 머리 너머로 류씨앵을 살펴보았다. 침칙하고 자신있는 태도였다. 설흔 다섯쯤 되어 보였다. 얼굴빛은 희고 머리가 보기 좋았다.
  <베르제르가 분명해!>

  베르리아크는 머뭇거리면서도 어리광을 피우는 듯한 태도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산사의 팔을 잡아당겼다.
 「같이 갑시다. 바로 옆에 있는 치과 의사한테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친구가 있는 모양 같은데.」
  그는 류씨앵을 바라보면서 대답하였다.
 「소개해 줘.」
  류씨앵은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 봐!>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뺨이 달아올랐다. 베르리아크는 목을 움찔하였다. 그러자 류씨앵은 그가 소개하기를 거절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하지 그래.」
  류씨앵은 명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나 입을 열자 피가 관자놀이로 솟구쳐올랐다. 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베르리아크는 돌아서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어물거렸다.  「학교 친구 류씨앵 프뢰리에예오. 이분은 아쉴 배르제르씨!」

  <선생님의 작품을 전 애독하고 있습니다.>하고 류씨앵은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베르제르는 길고 가는 손으로 악수를 하고 류씨앵을 다시 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침묵이 흘렀다. 베르제르는 뜨겁고 다정한 눈초리로 류씨앵을 바라보며 오래 손을 잡고 있었다.
 「왜 마음이 불안하오?」
  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류씨앵은 베르제르를 쳐다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불안합니다.」
  그는 무슨 교리문답이라도 받고 있는 듯한 심정이었다. 베르리아크 약간 주춤거리더니 테이블 위에 모자를 내 더지고 부산하게 돌아와 앉았다. 류씨앵은 베르제르에게 자기가 전에 자실의 유혹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런 분에게는 아무 거리낌없이 마구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베르리아크가 옆에 있으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는 베르리아크가 미운 생각이 들었다.
 「아라크가 있나?」
  베르제르는 보이에게 물었다.
 「없어요.」하고 베르리아크가 얼른 대답하였다.
 「아담한 집이지만 술은 버어무우트 뿐입니다.」
 「저 병에 든 노란 건 뭐야?」
하고 베르제르는 부드럽게 물었다.
 「백(白)크류시피입니다.」
하고 보이가 대답하였다.
 「그럼 그걸 줘.」

  베르리아크는 의자 위에서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는 친구를 자랑하고 싶기는 하였지만, 류씨앵을 칭찬하면 자기가 손해를 볼까봐 걱정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드디어 교만한 어투로 무뚝뚝하게 말하였다.
 「류씨앵은 전에 자살하고 싶어 했답니다.」
 「그랴?」하고 베르제르는 말하였다.
 「좋은 생각이군.」
  다시 침묵이 흘렀다. 류씨앵은 겸손하게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으나, 베르리아크가 곧 밖으로 나갈 줄 알았다. 베르제르가 갑자기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치과 의사는?」하고 그는 물었다.
  베르리아크는 마지못해 일어섰다.
 「같이 가세요. 바로 요깁니다.」
  하고 그는 애원하였다.
 「뭐, 곧 돌아올 게 아냐. 난 친구하고 여기 있겠네.」
  베르리아크는 그래도 잠시 주춤거렸다.
 「어서 갔다 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베르제르는 명령조로 말하였다.

  베르리아크가 밖으로 나가자 베르제르는 류씨앵 옆에 와서 허물없이 앉았다. 류씨앵은 자살에 대한 얘기를 한참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욕정을 느꼈던 일이며, 자기가 가학성(加虐性) 항문성욕자임을 말하고, 세상일이 다 시들하며 희극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하였다.
  베르제르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류씨앵은 그가 자기를 이해하여 주는 것이 고마웠다. 이야기가 끝나자, 베르제르는 정답게 어깨에 손을 얹었다. 류씨앵은 오 드 꼬로뉴와 영국 담배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류씨앵! 내가 자네의 심리상태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겠나?」
  류씨앵은 그를  희망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대에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걸 착란이라고 하네.」
 「착란…….」하고 류씨앵은 되뇌었다.

  그는 리리에게 자기가 몽유병에 걸렸다고 말하던 때처럼 크게 불안스러웠다. 빠아 안은 어두었으나, 금빛 봄 안개가 거리를 향해 문이 열려 있었다. 류씨앵은 베르제르에게서 풍기는 미묘한 향기와 함께, 어두운 방안의 텁텁한 냄새와 붉은 포도주와 축축한 나무 냄새를 느꼈다. <착란……>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될까?> 그것이 하나의 특권인지 새로운 병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금이빨이 끊임없이 보였다 가렸다 하는 베르제르의 흙빛 입술을 바라보았다.
 「난 착란증에 걸린 사람을 좋아해, 자네는 재주꾼이군. 그런 착란증에 걸렸으니 말일세. 이 돼지의 무리같은 인간들을 좀 보게. 놈들은 주저앉아 있네. 불개미에게 뜯겨서 좀 고통을 당해봐야 해. 불개미는 양심적인 벌레야. 그놈이 어떤 짓을 하는지 아나?」
 「사람을 깨물어 먹지요.」
 「그래, 인간의 살을 개물어 먹고 뼈다귀만 남기네.」
 「그런데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긴 뭘 한다는 거야. 아무 것도 말아야 해.」
  배르제르는 놀란 얼굴을 하였다.
 「특히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돼.」
  그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말뚝 위라면 별 문제지만 말이야. 랭보는 읽어 봤나?」
 「아아뇨.」
 「일류미나시옹(랭보의 시집)을 빌려주지. 그럼 나중에 또 만나세. 목요일에 틈이 있으면 세 시경에 우리집으로 놀러 오게. 몽빠르나스에 살고 있네. 깡빠뉴 프르미에르가 9번지야.」

   목요일에 류씨앵은 베르제르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 후 5월달에는 거의 날마다 찾아갔다. 그러나 베르리아크에게는 1주일에 한 번식 찾아간다고 말할 심산이었다. 솔직히 말하는 것도 좋지만, 그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베르리아크는 완전히 물러난 것이다. 그는 류씨앵에게 빈정대면서 말하였다.
 「그럼 장단이 잘 맞았나 보군. 베르제르씨가 불안이 어떻다고 떠들자, 자넨 자살론을 폈단 말이지. 잘들 노는데.」
  류씨앵은 얼굴을 붉히면서 대꾸하였다.
 「내 자실 얘기를 먼저 입밖에 낸건 자네가 아냐?」
 「아, 그건 자네가 말하기 거북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인제는 서로 만나는 것도 뜸했다.
 「베르리아크의 그럴사한 말들은 다 선생님의 흉내였더군요.」
하고 어느날 류씨앵은 베르제르에게 말하였다.
 「베르리아크는 원숭이거든.」하고 베르제르는 웃었다.
 「난, 그런 면에 어제나 흥미를 느껴 왔네. 그 녀석의 외조모가 유태인이라는 걸 자네 알고 있나? 그걸 생각해 보면 여러 모로 짐작이 가는 거야.」
 「정말 그렇군요.」
하고 류씨앵은 대답하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뭏든 재미있는 놈입니다.」

 베르제르의 아파트에는 아릇하고 괴상하고 우스운 물건들이 많았다. 색칠한 나무로 만든 여자의 다리가 달린 빨간 비로드의 의자며, 깜둥이의 초상, 바늘이 돋힌 철 된 정조대(貞操帶), 작은 수푼을 꽂은 석고의 유방(乳房) 등등. 그리고 책상 위에는 청동(靑銅)으로 된 커다란 이(蜃)와 미스트라의 납골당에서 훔쳐온 수도사의 해골이 문진(文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벽에는 쉬르이얼리스트인 베르제르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 도배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는 지적(知的)이면서 안락한 인상을 주었으며, 류씨앵은 흡연실의 폭신한 소파에 드러눕를 좋아하였다. 그를 특히 놀라게 한 것은 베르제르의 선반 위에 무수히 쌓아둔 여러 가지 괴물이었다.  흐믈흐믈한 얼음덩이며, 재채기가나게 하는 가루, 몸을 긁는 털, 둥둥 떠있는 설탕, 악마의 똥, 부인들의 양말 대님 등등.

   베르제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손가락으로 악마의 동을  쥐고 들여다 보았다.
 「이 괴물들에게는 혁명적인 힘이 있네. 인간에게 불안을 안겨주거든. 그건 레닌 전집보다도 파괴력이 크네.」
  류씨앵은 놀랍기도 하고, 매혹되기도 하여, 눈이 움푹 패인 일그러진 얼굴과 감쪽같이 모조한 똥을 들고 있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베르제르는 가끔 랭보와 <모든 감각의 교묘한 착란>에 대하여 말하였다.
 「자네는 꽁끄르드 광장을 지나갈 때, 의지의 심으로 흑인 여자가 젖가슴을 내놓고 무릎을 끓고 오베리스크(꽁꼬르드 광장에 있는 석탑)를 핥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자네는 허식(虛飾)을 깨뜨리고 구제되었다고 할 수 있네.」

   그는 <일류미나시옹>과 <말도로드의 노래>(쉬르리얼리즘의 선구자Lautreamont의 작품)와 싸아드 후작의 책을 빌려주었다. 류씨앵은 그런 작품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를 점이 많을 뿐 아니라, 랭보오가 남색가(南色家)였다는 사실이 비위에 거슬렸다. 그의 말을 듣자 베르제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째서 그렇다는 거야?」
  류씨앵은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붉히고 한동안 속으로 베르제르를 못 마땅히 생각하였다. 그러나 곧 감정을 억제하고 고개를 들면서 솔직하게 말하였다.
 「제가 허튼 소리를 했어요.」
  베르제르는 감동한 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의혹에 가득한 이 암사슴과 같은 커다란 눈, 그래, 자네는 허튼 소릴 하였네. 랭보의 남색은, 그의 감수성(感受性)의 전재적인 착란이네. 덕분에 우리는 그의 시를 읽을 수 있네. 성욕에 특별한 대상이 있으며, 그건 여자라고 단정한다면 큰 잘못일세. 그런 건 주저앉아 버린 자들의 짓이라네. 자, 이걸 보게.」

  그는 책상에서 누런 사진을 여나무장 꺼내어 류씨앵의 무릎 위에 던졌다. 끔찍스러운 매춘부의 나체 사진이었다. 이 빠진 입으로 껄걸대고, 다리 가랭이를 입술처럼 벌리고, 엉덩이 사이에 이끼가 낀 혀 같은 것을 내밀고 있었다.
 「부사다에서 3프랑을 주고 사들인 걸세. 자네가 이런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면 한 집안의 아들 구실을 하게 되고, 세상에서는 자네더러 청년다운 생활을 한다고 말할 테지. 그건 계집을 건드리기 때문이네. 알겠나? 그러나 성욕의 대상은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예컨대 재봉틀도, 시험관도, 말(馬)도, 신발도 다 그렇네.」
  그는 빙그레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난 파리하고도 연애를 하였네. 그리고 나는 오리와 동침한 해병을 알고 있네. 서럼 속에 오리대가리를 밀어넣고 말을 꼭 잡고서 그랬다지 뭔가.」
  그는 무심코 류씨앵의 귀를 꼬집고 말을 맺었다.
 「오리는 그만 죽어 버렸대. 그래 군대들이 먹어 버렸다는 군.」

  류씨앵은 머리가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베르제르를 천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밤이면 망칙스러운 음란한 생각으로 진땀을 흘리면서 눈을 뜨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는 베르제르가 자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혼자 있어야 해.>류씨앵은 손을 꼬면서 중얼거렸다.
  <어떤 사람의 의견도 듣지 말 일이다. 내가 어던 길을 가고 있는지 충고를 들을 필요도 없다>끝까지 감각의 착란을 추구해 나가면 나중에는 발을 헛딛고 물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어느날 베르제르가 앙드레 브르똥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을 때, 류씨앵은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알겠어요. 그렇지만 만일 미친 후에 되돌아가지 못한다면?」
  베르제르는 펄쩍 뛰었다.
 「되돌아 가다니? 누가 그런 소릴 했어? 미쳐 버리면, 오히려 다행이지. 그 후엔 랭보의 말대로 다른 무서운 일군들이 올 테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류씨앵은 서글픈 어조로 말하였다. 그는 이 긴 이야기가 베르제르의 소망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좀 미묘한 감정이나 독특한 감상을 느끼면, 저절로 놀라 떨리기 시작하였다. <인제 시작하였군……>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차라리 평범하고, 우직한 감각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저녁에 부모와 함께 있을 때에만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다.
부모는 그의 파난쳐였다. 그들은 부리앙의 일, 독일 사람들의 음모, 사촌 누이 쟌느의 해산, 인생의 가치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류씨앵은 케케 묵은 상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