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指導者의 어린 時節
SARTRE, JEAN PAUL
그는 그 후 얼마 동안은 신부님에게 교실 위쪽으로 자리를 바꿔 달라고 요청하려고 하였다. 뒷 자리에 앉아있는 브왓세와 빈망켈과 꼬스띨이 자기의 목덜미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류씨앵은 자기의 목덜미가 염려되었지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종시 잊어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정성껏 신부님께 대답하고 동·디에그(17세기의 古典劇作家, 고르네이유의 희곡<르씨드>에 나오는 인물)의 세프리를 읽고 있는 동안에도 모두 그의 뒤에서 목덜미를 바라보며 <어쩌면 저렇게 목이 가늘까, 목에 밧줄이 두 개 있는 것 같군.>하며 조롱할지도 몰랐다.
류씨앵은 굵은 목소리로 동 디에그의 굴종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목소리는 마음대로 되었지만 목덕미는 언제나 휴식하고 있는 인간처럼 조용하고 무표정하였다. 보왔세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맨 뒷자리에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자리로 되어있어, 그리로 옮겨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목덕미와 어깨는 언제나 근질그질해서 노상 긁적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류씨앵은 샤로운 장난을 생각해냈다. 아침에 어른처럼 혼자서 목용탕에서 목용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 꼬스띨, 부우리고 영감, 제르멘느 같은 자들――가 열쇠 구멍으로 훔쳐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하여 류씨앵은 어느 쪽이라도 볼 수 있게 몸을 이리저리 돌려대고 궁둥이를 문쪽으로 내밀어, 나와서 우습게 보이게끔 네발로 엎드리는 것이었다. 그는 부파르디에씨가 몸을 씻어 주려고 살금 살금 다가오는 장면도 상상해 보았다.
하루는 볌소에 있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르멘느가 낭하의 찬장을 닦고 있었다. 그는 심자의 고동이 멈춘 것 같았다. 그는 바지를 끌며 엉덩이를 허옇게 드러낸 채 변소문을 살며시 열고 나섰다. 넘어지지 않게 걸으려고 껑충거렸다. 제르멘느는 그를 버젖이 바라보았다.
「어머! 도련님은 자루를 끼고 걸어다니고 있네요.」
그는 바지를 급히 치켜올리고 침대에 가서 드러누웠다.
프뢰리에부인은 걱정스러운 듯이 남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려서는 그렇게 귀여웠는데, 왜 저 꼴이 되었을까? 정말 탈이에요.」
그러면 남편은 류씨앵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나이 탓이야!>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류씨앵은 자기 자신이 주체스러웠다. 육신이 자기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사방에서 멋대로 노는 것 같았다. 류씨앵은 자기 몸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사람들이 무심결에 무슨 짓을 하나 해서, 열쇠구멍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어머니가 목용하는 정면을 목격하였다. 어머니는 세척기(洗滌器)위에 걸터앉아서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자기 얼굴 표정까지도 잊어 버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해면(海綿)만이 육체 위를 왔다갔다 하였다. 노곤해 하는 태도를 보아 곧 목욕을 마치려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헝겁에 비누를 칠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그 손이 다리 사이에 감춰졌다. 얼굴은 수심에 잠긴 것 같았다. 분명히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컨대 류씨앵의 교육이라든가 뽀앙까레씨의 문제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살결이 여전히 장미빛이었다. 사기 세척기 위에 걸터앉은 육중한 육체.
류씨앵은 또 언젠가 신발을 벗고 다락방을 기어오른 적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제르멘느를 보았다. 길다란 초록색 슈미즈가 발끝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그마한 둥근 구울 앞에서 마리를 빗으면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생긋 웃었다. 류씨앵은 웃음이 터져나와 급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 후로 그는 응접실 거울 앞에서 웃어 보기도 하고 얼굴을 찡그려 보기도 하였다. 그러자 금새 커다란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류씨앵은 잠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를 <잠자는 숲속의 미남>이라고 부르는 꾸팽부인 밖에는 아무도 자는 줄을 몰랐다. 삼킬 수도 깨물 수도 없는 공기의 커다란 공이 그의 입을 언제나 반쯤 벌리게 하였다. 그것은 그이 하품이었다. 그는 혼자 있으면 그 공이 커져서 혀와 입천장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입이 떡 벌어지면서 빰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목욕실은 인제 전과 같이 재미나는 곳이 되지 못하였다. 그대신 재체기를 하는 것이 매미있었다. 그근 재채기를 하고는 잠이 깨어 한동안 가벼운 기분으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는 잠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이면 벽난로 옆에 앉아서 머리를 불 쪽으로 내밀곤 하였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면 머리 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그는 것을 <머리로 잔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에는 발로 자는 것이었다. 그는 탕 속에 들어가 앉았다. 그러면 잠이 물결 치면서 발과 옆구리로 따라오르는 것이었다. 물에서 불어나는 삶은 암탉처럼 된 몸――그 위에는templum(寺院), templi(寺院의), templo(寺院에), seime(地動), iconoclastes(偶像破壞者)와 같은 학술 용어로 가득찬 금발머리가 군림하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잠이 훼방을 받고 있었다. 햇살이 쨍쨍 쬐어 구멍을 뚫어 놓게 된 것이다.
<세 명을 상대한단 말인가?> 일등, 류시앵·프뢰리에<제3계급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1등, 류씨앵 프뢰리에, 2등, 빈젤망. 뺄로는 대수에 첫째였다. 그는 부랄이 한쪽밖에 없었다. 또 한쪽은 속에 들어 있었다. 그걸 구경하려면 2수우, 만져보는 데는10수우를 주어야 하였다. 류씨앵은 10 수우를 내고 멍서리던 끝에 만져 보지도 못하였다. 그것이 무척 후회가 되어, 때로는 한시간 이상이나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 지리는 역사보다 성적이 나빴다. 첫째가 빈켈망, 둘째는 프뢰리에.
일요일엔 그는 꼬스띨, 빈켈망과 함께 자전거로 소풍을 갔다. 자전거는 더위로 타는 듯한 갈색벌판을 가로질러 푹신푹신한 먼지 위를 미끄러져 간다. 류씨앵의 다리는 힘차고 알이 배어있었으나, 행길은 잠을 재촉하였다. 그는 손잠이 위로 몸을 굽혔다. 눈은 충혈되고 반쯤 감겨 있었다. 그근 세 번 계속하여 우등을 했다. 상품으로 <파비오라 지하교회>와 <기독교 정신>과 <라비쥬리 추기관의 생애>를 받았다. 꼬스띨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친구들에게<신병은 서럽다>와 <메쓰의 포병>을 가르쳐 주었다.
류씨앵은 아버지의 의학용어사전(醫學用語辭典)에서 <자궁>이라는 말을 찾아서 친구들에게 여자의 신체구조를 설명하여 흑판에 그림까지 그려보며 뽐내려고 하였다. 꼬스띨은 꼴불견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 후로는 나팔이라는 말만 들어도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류씨앵은 프랑스의 고등학교 1,2학년에서 자기만큼 여자의 육체를 알고 있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으시대었다.
프뢰리에 길가가 파리로 이사하자, 집안은 온통 마그네슘이라도 터드린 것 같았다. 류씨앵은 영화와 자동차와 거리의 소란 때문에 잠을 이룰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보와쟁과 파카드, 이스바노 수이자와 로르스와를 분간할 줄 알게 되었으며, 때로는 소형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하였다.
그는 1년 전부터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대학 입학자격의 1차 시험에 함격한 상으로, 그글 영국에 보내 주었다. 그는 물에 불은 밭이며 흰 절벽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죤쬬래티마와 권투를 하여 아퍼캇을 배웠다. 그러나 어느날 아침에 그는 잠이든 채 눈을 떴다. 또 시작된 것이다. 그는 졸면서 파리로 돌아왔다. 꽁드로세 고등학교의 이공과에는 37명의 학생이 있었다. 그 중에서 8명은 자기네가 제일이라고 뽐내면서 다른 학생들은 병신 취급 취급을 하였다. 그들은 11월 초하루까지는 류씨앵도 경멸하였다. 그러나 만성절(萬性節)날 류씨앵은 그 거만한 우두머리격인 가리와 함께 길을 거닐면서 정확한 해부학의 지식을 슬쩍 비쳐 보였더니 가리는 그만 탄복하는 것이었다. 류씨앵은 부모가 밤에 외출하는 것을 금하였으므로, 그들 축에 끼이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동등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목요일에는 베르트 아주머니가 리리를 데리고 레이누아르 거리로 식사를 하러왔다. 아주머니는 몸이 몹시 둥뚱하여 서글픈 듯이 한숨만 짓고 있었다. 그러나 살결은 지금도, 매우 아름답고 희어서, 류씨앵은 아주머니 옷을 볏겨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밤에 이불 소에 들어가면 으레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어느 겨울날 나무가 우거진 부로뉴우의 숲속에서 아주머니가 옷을 벗는 광경을 보았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가슴에 팔을 얹고 소름이 끼쳐서 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시안의 한 행인이 아주머니 나체를 지팡이로 건더리면서「이게 뭐야?」하고 말할 것이다. 류씨앵은 4촌과 뜻이 잘 맞지 않았다. 미남자가 되어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리리는 라카날에서 처학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수학은 백지였다. 리리는 8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아직 바지에 오줌을 싸서 오리처럼 가랑이를 어기적거리고 순진한 눈으로 쳐다보며, <어머니, 아녜요. 전 오줌을 싸지 않았어요. 절말예요.>할 것이라고 류씨앵은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는 어쩐지 리리의 손이 자기 몸에 닿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친절히 대해주고 또 수학시간에 배운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리리는 머리가 별로 좋지 못하고 짜증이 났지만, 몇 번이고 꾹 참아야 하였다. 그는 겨로 화를 내지 않고 사뭇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가르쳤다.
프뢰리에 부인은 아들이 요령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베르트 아주머니는 전혀 고맙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류씨앵이 리리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 아주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의자에 앉아 몸을 흔들면서 말하였다.
「류씨앵, 고맙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리리는 이젠 다 컷으니까. 공부하고 싶으면 제가 알아서 하겠지. 남에게 의지하는 버릇이 생김 안돼.」
어느날 밤에 프뢰리에 부인이 별안간 아들에게 말하였다.
「넌 리리가 네 수고를 고맙게 여기는 줄 아니? 아니야. 네 생각이 잘못이야, 오히려 네가 으시댄다고 생각하는 거야. 베르트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어머니는 그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하였다. 그러나 류씨앵은 어머니가 화난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어리둥절하여 말문이 막혔다. 이튿날과 그다음 날엔 공부에 열중하여 그런 얘기는 잊어 버렸다.
일요일날 아침에 류씨앵은 갑자기 펜을 놓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정말 으시대는 것일까?>열한 시였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서 벽에 장식된 분홍빛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왼쪽 뺨에는 4월의 상쾌한 햇빛의 메마른 뿌연 열기(熱氣)를 느끼고, 오른 뺨에는 전기난로에서 풍겨나오는 짙은 열기를 느꼈다. <내가 으시댄다구?> 대답은 어려웠다. 류씨앵은 우선 리리에게 몸을 굽히고 웃으며 말하였던 것이다.
「알았어? 리리, 모르면 서슴치 말고 모른다고 해. 한 번 더 가르쳐 줄 테니까.」그리고 나서 그는 곧 복잡한 계산을 틀리게 하였다. 그는 명랑하게 말하였다.
「이번엔 내 차례군.」
이 말투는 프뢰리에씨에게서 배운 버릇으로 재미있게 들렸다. 그건 별 것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 것은 으시대는 태도였을까?> 그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에 갑자기 구름 조각과 같은, 희고 둥글고 부드러운 그 무엇이 환상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그가 언젠가 생각한 일이었다. 그는 <알았어!>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것은 그의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구름 조각을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그속에 거구로 박히는 것 같았다. 전신이 수증기에 싸여서 자신도 수증기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헝겊 냄새가 나는 희고 축축한 열(熱)로 변해 버렸다. 그는 수증기 속에서 헤어나려고 하였지만, 그 수증기가 함께 따라 나섰다.
<이것이 나다. 바로 류씨앵 프뢰리레다. 나는 방 안에서 물리 문제를 풀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흰 이슬처럼 녹아 버렸다. 그는 몸을 흔들며 삼베에 그런 인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양치는 남녀 두 사람과 사랑의 여신. 그는 갑자기 생각하였다. <나는 존재 한다.……>
그러자 류씨앵은 가볍게 부레이키가 걸리면서 오랜 몽유상태(夢遊狀態)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목동이 껑충 뛰에서 뒤로 물러서고 류씽앵은 안경의 불룩한 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자기의 너울 속에서 무르녹는 그 막연한 기분이 달콤하더니, 이번에는 <나는 누구냐?>하고 자문하는 의혹이 생겼다.
<나는 누구냐?> 나는 책상과 공책을 바라본다. 나는 류씨앵 프뢰리에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으시대는지, 으시대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는 훌륭한 학셍이다. 아니 그것은 외관 뿐이다. 훌륭한 학생은 공부를 잘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노트는 잘 하지만 공부 하기는 싫다. 그렇다고 무척 싫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까짓 것은 아무래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사장이 되고 싶지 않다.>
그는 괴로운 듯이 생각하였다.「그런데 무엇이 될 것인가?」한참 시간이 흘렀다. 그는 뺨을 긁고 왼눈을 껌벅거렸다. 햇살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인냐?>안개가 끝없이 퍼져나갔다. <나!> 그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말이 머리 속에서 울려대었다. 그러자 그는 먼 안개 속에 사라지는 피라밋트의 침침한 꼭대기 같은 그 무엇을 분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류씨앵은 몸이 오싹거리고 손이 떨렸다.
<그렇다! 나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 후 류씨앵은 몇 달을 두고 잠이나 자려고 애를 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밤에 규칙적으로 아홉 시간을 잤지만 그 밖의 시간에는 언제나 흥분하고 날로 머리가 어지러워갔다. 그러나 부모는 그가 이처럼 건강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였다. 그는 자기에게 사장이 될 소질이 없다고 생각될 적마다 낙심하여, 달빛 아래 몇 시간이고 걷고 싶었으나 양친은 외출을 금하였다.
그는 때때로 자리에 누워사 체온을 재 보았다. 37도 5부 혹은 6부를 가리켰다. 그는 부모가 가지 얼굴빛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니 쓰디쓴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눈을 감고 멋대로 생각하였다. 존재란 환영(幻影)이다. 자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귀를 막은 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환영은 끈질겼다. 적어도 타인에 대하여 하나의 비밀을 갖고 있다는 심술궂은 우월감을 지니고 있었다. 예컨대 자기는 류씨앵 이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를 우러러 보는 친구들 가운데서 으시대며 떠드는 꼴을 보면 자기가 자기 존재를 쇠뭉치처럼 단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프뢰리에씨도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리리도 그렇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는 배우가 없는 희극이다.<도덕과 과학>이라는 논문에서 15점(20점만점이다)을 딴 류씨앵은 <허무론(虛無論)>을 쓰려고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논문을 읽으면서 닭 울음 소리를 들은 흡혈귀(吸血鬼)처럼 한사람씩 사라져가는 광경을 상상해보았다. 그는 논문을 쓰기 전에 원숭이라는 별명을 가진 철학 선생의 의견을 들어려고 하였다.
「선생님, 여쭈워 볼 것이 있습니다.」
그는 수업이 끝나자 말하였다.
「인간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이론을 내세울 수 없을 까요?」
원숭이는 그건 안될 말이라고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데카르트의 말) 너는 네 존재를 의심하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류씨앵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논문을 쓸 생각을 단념하였다.
7월에는 수학과 자격시험에 그럭저럭 합격하고 부모와 함께 폐롤로 떠났다. 그는 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재채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우리고 영감은 세상을 뜨고, 프뢰리에씨의 직공들도 마음이 많이 변하였다. 그들은 지금은 급료를 넉넉히 받고 있었으므로, 아내들도 비단 양말을 신고 있었다. 부파르디에 부인은 프뢰리에 부인에게 논라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우리 식모가 어제 음식점에서 앙시옴을 만났대요. 댁의 염감님 직공의 딸 말예요. 그 애 어머니가 죽었을 때 우리가 돌봐준 적도 있잖아요. 그 애가 보뻬르뚜이의 직공과 결혼했는데, 아 글쎄 20프랑어치나 닭을 주문했다지 않아요? 또 그 거동이 여간 건방지지 않더래요. 그 사람들은 제 분수를 모르거든요. 우리가 가진 건 뭐든지 탐내지 뭐요.」「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