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金 딱정이」
Poe, Edgar Allan
형! 어찌하여 이렇게 오래 뵈올 수 없습니까?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었다고 치더라도 설마 물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테지요? 하기는 그럴 수도 있을 테지요. 내가 형과 헤어진 후로 두통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아오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또는 말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몸이 불편합니다. 게다가 우직한 쥬피터도, 저를 염려하는 선의에서 나온 일이기는 하겠지만, 못살게 나를 들볶습니다. 일전에는 그를 따돌리고, 혼자 본토 산중에서 하루를 보냈더니, 저를 처벌항 심산으로 커다란 몽둥이를 분비해 가지고 있었어요. 형께서 이런 말을 과연 믿어 주실는지 의십스럽군요. 그날에 몽둥이 세레에서 벗어난 것은 오직 정의 얼굴색이 좋지 못한 덕분인 줄 압니다. 뵈온 이후로 표본채집에는 별로 진전이 없습니다. 아무튼 형편이 허락하시면 쥬피터와 함께 와 주시오. 오늘밤에는 중대한 용건으로 꼭 뵈었으면 합니다. 매우 중대한 용건입니다.
윌리엄·르그랑 올림
이 편지의 말투에는 나에게 큰 불안감을 주는 무엇이 있었다. 편지 전체의 문체가 평소의 그의 글과는 전연 딴판이었던 것이다. 대관절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무슨 신기한 생각이 그의 흥분하기 쉬운 머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가 처리해야 할 중요한 용건이란 무엇일까? 쥬피터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튼 좋은 일은 아닌성 싶었다. 끊임없는 불운이 닥쳐 마침내 그의 이성을 교란시키지나 않았을까 해서 두려움이 앞섰다.그리하여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주피터를 따라나설 준비를 하였다.
부두에 도착하였더니,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밑창에는 낫 한 자루와 삽이 세 개 놓여 있었다. 언뜻 보기에 모두가 신품인 것 같았다.
「쥬피터 이건 뭔가?」
「서방님의 낫과 삽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왜 여기 와 있나?」
「이 낫과 삽을 사오라는 거야요. 꽤 비싸게 받더군요.」
「세상엔 이상한 일도 많지만 주인양반은 대체 이 낫과 삽을 가지고 뭘 하자는 건가?」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하기는 서방님도 알리가 없지요. 그렇지만 이게 모두가 다 저 딱정이에서 온 것입지요.」
쥬피터의 온 정신은 지금 <그 벌레>에게 팔린 모양이다. 그에게서 만족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배를 타고 떠났다. 바람이 순조로와 곧 모을트리 초소 북쪽에 있는 조그마한 물구비로 배를 들여 몰고, 2마일쯤 되는 길을 걸어서 집에 이르렀다. 그때가 오후 세 시경이었다.
르그랑은 벌서부터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흥분한 나머지 내 손을 열광적으로 꽉 쥐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태도를 보고 전부터 품어 온 의심이 더욱 커졌다. 그의 얼굴빛은 희다 못하여 처참한 정도였으며, 움푹 파인 눈은 이상한 광채를 띄고 있었다. 몇 마디 안주 인사를 던진 다음에 별로 할 말도 없고 해서, G중위한테서 딱정이를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응 그래.」
그는 몹시 흥분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에 도로 찾아왔어. 이제는 천하없는 일일 있어도 다시는 그 딱정이를 내 손에서 내놓지 않으려네. 자네는 그 점에 대하여 쥬피터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나?」
「어던 점에서 말인가?」
하고 나는 불길한 예감에 싸여 이렇게 물었다.
「그것이 진짜 금으로 된 딱정이라고 생각하는 점 말일세.」
그는 엄숙한 태도로 말하였다. 나는 커다란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딱정이가 앞으로 내 팔자를 고쳐 줄 걸세.」
그는 의기양양하여 웃으면서 말을 계속하였다.
「나는 조만간 전에 잃어 버린 재산을 회복하게 될테지. 그러니 내가 그 벌레를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할게 없지 않은가? 운명의 여신이 그 벌레를 나한테 준 것으로 생각하는 이상 나는 그 벌레를 적당히 사용만 하면 되네. 그렇게 하면 나는 그 벌레가 손가락질하는 그 금덩어리가 묻힌 곳에 다다르게 될 걸세. 쥬피터, 그 딱정이를 이리 가져와!」
「뭐라구요? 그 벌레를 도 가져오라구요? 아이구, 저는 그 벌레를 만지기도 싫습니다. 나으리님께서 손수 가져가시지요.」
그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한 태도로 걸어가서 유리장 속에 넣어 준 딱정벌레를 가져왔다. 아름다운 딱정이었다. 그 무렵에는 생불학자들 사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종류로, 과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하나의 커다란 발견임에 틀림 없었다.
등어리 한쪽 끝 부근에 두 개의 둥근 흙점이 있고, 도 한쪽 끝 부근에는 하나의 긴 흑점이 있었다. 딱지는 매우 딱딱하여 마치 딲아놓은 금처럼 번들거렸다. 무게는 아닌게아니라 놀랄만 하였다. 그래 쥬피터가 그런 터무늬 없는 생각을 갖는 것을 나는 나무랄 수 없었다. 그러나 르그랑까지 그런 견지에 동의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네를 오라고 한 것은」
하고 그는 내가 딱정벌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자, 과장된 어조로 말하였다.
「운명의 여신과 이 벌레가 암시해 주는 행운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자네의 의견을 듣고 도움을 받고자 해서……」
「르그랑,」
하고 나는 그의 말을 가로채었다.
「자네는 지금 분명히 건강이 좋지 못하네. 몸 조섭을 잘 하는 것이 좋을 걸세. 가서 편히 자게나. 나도 자네가 완쾌할 때까지 자네 집에서 묵을 생각이네. 자네는 몸에 열이 좀 있는데다가……」
「내 맥을 좀 짚어보게.」
나는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 열이 있다는 징조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열이 없어도 앓는 수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제발 내 지시대로 하게. 우선 편히 쉬고 그 다음에……」
「자네는 오진을 하고 있네.」
하고 그는 말을 막았다.
「내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건강은 매우 좋네. 자네가 정말 나를 편히 해 주려거든이 흥분을 가라앉혀 주게.」
「그걸 내가 무슨 수로?」
「간단하네. 쥬피터와 내가 지금 본토로 조사를 하러 가려고 하는데, 이 여행에는 우리가 믿을 만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그런데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네가 지금 보는 바와 같은 내 흥분은 조만간 가라 앉을 걸세.」
「나로서는 아느 모로나 자네 창을 들어 주고 싶지만.」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그러나 그 경칠놈의 벌레와 자네의 이번 여행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관계가 있고 말고.」
「르그랑. 그렇다면 나는 그런 맹랑한 일에는 가담할 수 없네.」
「유감천만이야……여간 섭섭하지 않네. 정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의 힘만으로 해 볼 수밖에 없네.」
「자네들의 힘만으로 해 본다! 자네 정말 미쳤군 그래. 죄우간 어디 두고 보세――그래 얼마 동안이나 걸릴 것 같나?」
「하룻밤이면 족할 테지. 우리는 곧 떠나네. 그리고 해가 다시 뜰때까지는 돌아올 걸세.」
「자네의 그 미친 지랄이 사라지고 그 딱정벌레 건이(제발 맙쇼!) 낙착되어 마음이 흐뭇하게 되면 집에 돌아와 내 충고를 의사의 말처럼 들을 것을 약속하겠나?」
「암 약속함세. 자 이제 그럼 함께 떠나세. 조금도 지체할 수 없네.」
나는 우울한 심정으로 친구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네 시경에 출발하였다.
여기서 우리란 르그랑, 쥬피터, 개 한 마리 그리고 나였다. 쥬피터는 낫과 삽을 기어코 자기가 갖고 가야겠다고 우기면서 걸머지고 나섰다. 그것은 그가 남달리 부지런하거나, 또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에서라기 보다, 드는 연장들이 이 주인의 신변에 있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사뭇 긴장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여행을 하는 도중에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은 오직 < 그 경칠놈의 따정이>이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초롱 두 개를 갖고 가기로 하고, 르그랑은 딱정이 하나만 맡기로 하였다. 그는 그 벌레를 채찍 오라기 끝에다 매달아 가지고, 마치 요술쟁이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며 길을 걸어갔다. 나느 친구가 분명히 정신이상에 빠졌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고 눈물을 금치 못하였다. 그렇지만 먹어도 당분간은――다시 말해서 좀 더 성공할 가망이 보이는 적극적인 수단을 취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번 여행의 목적에 대하여 그의 마음속을 떠 보려고 여러 모로 애써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는 자기 뜻대로 나를 데리고 가게 된 후로는 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화제에 대하여 나와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 물으면 다만 <두고 보면 알아!>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우리는 섬 머리에서 조그마한 배를 잡아타고 강을 건너, 본토 해안의 높은 지대로 올라가서 북쪽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지나가는 지대는 쓸쓸하기 짝이 없어 사람의 자취라고는 찾아 불 수 없었다. 르그랑이 길을 안내하였다. 그는 때때로 발을 멈춰 서서 저번에 왔을 때 만들어 놓은 길 표지(標識)를 살펴보곤 하였다.
우리는 두 시간 가량 걸어갔다. 그리하여 저녁때가 되자 더욱 쓸쓸한 지대에 접어들었다. 주위 일대는 고온지대로, 좀처럼 울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곳이었다. 산밑에서 꼭대기까지 나무가 울창하고, 땅위에 큰 바위들이 드문드문 굴러 떨어지지 않은 것은 나무에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곳곳에 깊은 동굴이 파여 있어 한층 무시무시하였다.
우리가 올라간 산마루는 가시나무 덤불로 뒤덮여 있었다. 낫으로 길을 해치지 않고는 속으로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쥬피터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우리를 높은 추립나무밑까지 갈 수 있도록 낫으로 길을 헤치기 시작하였다. 그 나무는 여덟이나 아홉 그루쯤 되는 참나무들과 어울려 평평한 지대에 솟아 있었는데, 키는 참나무보다 훨씬 크고, 그 아름다운 잎이라든가 펑퍼짐하게 퍼진 나뭇가지나 또는 나무 전체의 당당한 외모로 보아, 내가 본 어느 나무보다도 뛰어나 있었다.
르그랑은 나무 앞까지 왔을 때,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쥬피터에게 물었다. 영감은 겁이 나는가보아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그는 나무 줄기 앞에 가서 주위를 돌며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대답하였다.
「제가 못 올라가는 나무가 세상에 있나요?」
「그럼 어서 올라가. 어두워지면 우리가 하는 일이 보이자 않을 테니까.」
「어디가지 올라갈까요?」
「우선 원줄기를 타고 올라가. 그러면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일러줄테야. 이봐, 잠깐만 기다려! 이 땅정벌레를 갖고 올라가.」
「벌레를요? 나으리님, 그 황금땅정이 말씀이에요?」
쥬피터는 질겁을 하여 뒤로 물러서면서 외쳤다.
「뭣하러 그 벌레를 갖고 나무에 오릅니까! 저는 죽으면 죽었지 그 짓은 못해요.」
「이놈아, 너처럼 등치가 큰 검둥이 녀석이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죽은 따정벌레를 쥐는게 그렇게 무서우냐. 정 그렇다면 이 끈에 달고 올라거거라. 어떻게 해서든지 그놈을 갖고 올라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삽으로 네 대갈통을 까 줄 테다.」
「나으리님, 왜 이러세요?」
쥬피터는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나서 분명히 순종하는 눈치였다.
「나으리님은 괜히 이늙은 검둥이에게 야단을 치시단 말예요. 농담을 좀 해 본 거예요. 제가 버러지를 무서워하다니요! 이까짓 버러지가 뭔데요.」
그는 조심스럽게 끄나풀 맨 끝을 잡고 벌레를 되도록 자기 몸에서 멀리 떼어놓으면서 나무에 오를 준비를 하였다.
리리오덴드론·쥬리피페룸이라고 부르는 이 추립나무는 미국 산림 중에서도 가장 장엄한 나무로 유달리 미끈한 줄기를 갖고 있으며, 옆가지를 치지 않아도 매우 높이 성장한다. 구러나 수령이 늘면 차츰 줄기가 우툴두툴해지면서 많은 잔 가지들이 줄기에서 뻔어나온다. 그러므로 언뜻 보기에는 쥬피터가 올라가기 어렵게 생각되는 것도 무리가 어니었다. 쥬피터는 두 팔과 무릎으로 큼직한 나무줄기를 바싹 껴안더니, 두 손으로 불쑥 나온 뿌다귀를 쥐어 잡고 다른 뿌다귀에 맨발가락을 걸쳐 놓고 나서, 한 두 차례 미끄러져내릴 뻔하다가 간신히 몸을 배배 틀면서 첫 번째 큰 나뭇가지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이제 다 올라온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올라가 앉은 자리는 땅에서 60피이트 내지 70피이트쯤 되었지만, 일은 제고비에 들어선 셈이었다.
「인제 어느 쪽으로 올라갈까요!」
하고 쥬피터가 물었다.
「이쪽 제일 큰 가지로 올라가?」
르그랑이 대답하였다.
흑인은 곧 명령대로 순종하였다. 그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가는 것 같았다. 자구만 올라가다가 드디어 무성한 나무 잎에 가려서 그의 웅크린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윽고 <어!>하고 먼데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해요?」
「얼마나 올라갔나?」
르그랑이 물었다.
「아주 높이 올라왔어요. 나무 꼭대기 사이로 하늘이 보여요.」
「하늘 같은 건 상관말고 내 말이나 잘 들어. 너무 줄기를 내려다 보면서 네 밑에 굵은 가지가 몇 개나 되나 세어 보아라. 나뭇가지를 몇 개나 넘어섰니?」
「하나, 둘, 셋, 넷, 다섯――이쪽으로 굵은 가지 다섯 개를 넘어섰어요.」
「그럼 한 가지만 더 올라가!」
2, 3분 후에 또 목소리가 들여왔다. 일곱 번째 가지에 도달했다는 전갈이었다.
「자, 그럼 이번에는……」
르그랑은 흥분하여 말했다.
「그 가지를 타고 갈 수 있는 데까지 나가다오. 그리고 좀 이상한 것이 보이거든 곧 알려다오!」
나는 전에도 이 가엾는 친구가 돌지 않았아 했지만, 이제는 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완전히 미쳤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갈 일이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또 쥬피터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