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개구리

Poe, Edgar Allan

 

  나는 임금처럼 농담에 민감한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그는 마치 농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그래서 농담을 그럴싸하게 잘하는 것은 임금의 신임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따라서 그가 거느리고 있는 일곱 명의 대신들은 국내에서 손꼽힐 익살꾼들이었다. 농담이 일류일 뿐 아니라 뚱뚱하고 기름기가 번지르르하니 흐르는 것도 임금과 비슷하였다. 농담만 자주하게 되면 제바람에 뚱뚱하여지는 건지, 혹은 뚱뚱하여지면 저절로 농담을 즐기게 되는 건지 그 점에 대하여는 아직 무어라고 단정을 내릴수 없지만, 아무튼 빼빼 마른 익살꾼이란 별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임금은 품위, 다시 말해서 임금 자신의 말을 빌자면 기지(機智)의 <정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익살에 있어서도 내용이 풍부하고 짤막한 것을 좋아하였다. 그렇다고 내용이 풍부한데 길다고 해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 미묘한 것은 싫어 하였다. 그는 볼테르(18세기 프랑스 文人·사상가)의 <자이디>보다 라블래(16세기 프랑스의 극작가)의 <가르간튀아>(라블래의 작품에 너오는 거인)를 더 좋아하였으며 대체로 말로 떠드는 익사보다 실제의 어릿광대짓이 그의 취미에 맞는 것이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시대는 직업적인 어릿광대가 궁정에서 아주 없어진 때는 아니었다.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광대>들을 양성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옷에 모자를 쓰고 방울을 찬 이 광대들은 임금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위해 즉석에서 받아 삼킬 수 있는 날카로운 익살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우리의 임금도 물론 전용어릿광대를 두고 있었다. 임금은 언제든지 우스꽝스러운 것을――임금 자신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대신인 일곱 사람의 현인들이 둔중한 지혜에 어울리는――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금의 어릿광대, 즉 직업적인 익살꾼은 단순히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광대는 아니었다. 한 걸음 나아가서 그는 난쟁이와 또한 절름발이라는 점에서 임금의 눈에는 세갑절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에 중정에서는 으레 난쟁이를 어릿광대로 채용하고 있었다. 아닌게아니라 많은 군주들은 함께 웃어댈 수 있는 광대와 웃기는 난쟁이가 없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궁정에서는 하루의 해가 다른데 보다 길다) 두통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익살꾼들은 으레 비대하고 육중하고 뻔뻔스러운 위인들이다.――이런 익살꾼의 한 사람인 <절름발이 개구리>(이것은 광대의 이름이다)가 이 세 가지 보물을 한 몸에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임금에게 적지 않은 만족감을 주게 되었다.

  <절름발이 개구리>라는 이름은 이 난쟁이가 세례 때 대부에게서 받은 것이아니고 그가 남들처럼 걷지 못하기 때문에 일곱 사람의 대신들이 모여서 각의(閣議)를 연 끝에 그에게 준 이름이었다. 사실 뛰는지 뒹구는지 알 수 없는 이 절름발이 개구리의 꼬락서니야말로 가과이었다. 그는 머뭇머뭇하면서 한발짝씩 앞으로 떼어놓는 그런 걸음을 하면서 겨우 몸뚱이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처럼 몸뚱이를 움직이는 꼴이 여간 흥취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임금에게 적지 않는 위안을 안겨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임금은 조정의 모든 신하들로부터 배가 볼록하고 머리통이 툭 튕겨져나왔어도 풍채가 훌륭하다고 해서 칭찬이 자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절름발이 개구리는 설사 한길이나 마룻바닥을 걸어갈 때 무한히 애를 쓰며 간신히 아기작 아기작 말을 떼어 놓기는 하였지만, 자연은 그의 아랬다리의 이러한 결함 대신에, 비상한 완력을 주어 나무에 오르거나 줄타기를 하거나 그밖에 아무튼 기어오르는 재주에 있어서는 실로 놀라운 바가 있었다. 그는 이런 운동을 할 때에는 다람쥐나 원숭이와 같았다.
   절름발이 개구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임금의 궁정에서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 어느 먼 벽촌에서 온것만은 사실이었다. 이 절름발이 개구리와 그에 못지 않게 키가 작은 젊은 처녀(비록 생김새가 아름답고 춤도 잘 추었지만)를 임금 밑에 있는 어느 상승장군(常勝將軍)이, 이웃 나라에 있는 그들의 고향으로부터 각각 강제로 끌고 와서 임금에게 선물로 바쳤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두 난쟁이 사이에 친밀한 애정이 움텃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조금도 없다. 실상 그들은 곧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절름발이 개구리는 여러 가지 재주를 부렸지만 결코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트리페타는 비록 난쟁이기는 했지만 우아하고 아기자기하게 예뻤던 관계로 뭇사람들의 융숭한 대접과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세도는 대단하게 되었지만 기회 있을 적마다 절름발이 개구리를 위해 그 세도를 이용할 것을 잊지 않았다.

   어느 큰 잔치――무슨 잔치인지는 잊었지만――때의 일이다. 임금은 그 기회에 가장무도회를 열 계획이었다. 궁정에서 가장무도회나 또 이런 종류의 잔치가 있을 때에는 언제나 절르발이 개구리와 트리페타가 불리워 들어갔다. 특히 절름발이 개구리는 야외극을 꾸며 재미있느 역(役)을 안출하거나, 가장무도회의 옷을 마련하는데 솜씨가 뛰어났으므로 그의 도움을 빌지 않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드디어 잔칫날 밤이 되었다. 화려한 대청마루는 트리페타의 지휘 아래 가장무도회를 빛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색의 의장(意匠)으로 장식이 되었다. 궁정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온통 이 가장 무도회에 대하여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의상과 배역에 대하여 각자가 벌서부터 멋대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달 전부터 자기네가 무슨 역으로 가장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들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 임금과 일곱 대신을 제외하고는 무엇이고 간에 결정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들만이 어처럼 꾸물거리고 있는지 이것 역시 익살로 그런다고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너무 뚱뚱해서 어떤 어떤 가장을 해야할지 몰라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어쨋든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그리하여 그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트리페타와 절름발이 개구리를 불러 들였다.

   이 두 꼬마친구들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가 보았더니, 임금은 일곱 사람의 대신들과 함께 주연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임금은 기분이 언짢은 것 같았다.  임금은 절름발이 개구리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술이 절름발이 개구리를 거의 미친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꼴이 되는 것은 절름발이 개구리 자신에게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임금은 심술궂은 장난을 좋아하여 그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다. 임근의 말에 의하면 그를 <쾌활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이리 가까이 오렴, 절름발이 개구리야!」
하고 임금은 두 난쟁이가 방안에 들어섰을 때 말하였다.
 「자, 고향에 있는 네 친구의 건강을 위해 이 술잔을 들어라. <이 말을 듣고 절름 발이 개구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우리가 네 독창력의 덕좀 보게 해다오. 우리도 배역(配役)이 필요해.――좀 신기한 걸로――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좀 다른 것으로 말이다. 그런 것엔 싫증이 났다. 자 들어라, 한 잔 들면 좋은 생각이 나올 테지.」

  절름발이 개구리는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임금의 말을 익살로 받아넘기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은 힘이 무척 들었다. 그날은 우연히도 바로 이 불쌍한 난쟁이의 생일날이다. 고향 친구들에게 축배를 들라는 임금의 분부는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이 폭군의 손에서 곤손히 술잔을 받아들었을 때, 그 잔속으로 쓰라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 하, 하, 하!」
   임금은 난쟁이가 억지로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껄걸 웃어대었다.
  「술이란 참 기막힌 것이란 말이야. 자 보란 말이야. 네 눈이 벌써 번쩍이는구나!」
  가엽게도 그의 커다란 두 눈은 번쩍인다느니 보다는 오히려 게슴츠레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술은 그의 흥분하기 쉬운 머리를 크게 자극하고 신속하게 효과를 발휘하였던 것이다. 그는 술잔을 신경질적으로 식탁에 내려놓고 반 미친듯한 눈초리로 좌중을 휘둘러 보았다. 그들은 저마다 임금의 짖궂은 장난이 성공한 것을 보고 매우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이제 요건을 말씀하실까요?」
    몸집이 매우 뚱뚱한 총리대신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세.」
    임금이 대답하였다.
   「절름발이 개구리야, 나 좀 봐. 네 힘을 좀 빌리자꾸나. 무슨 배역을 맡아야 좋겠느냐. 얘야! 우리도 배역을 맡아야 하겠어! 우리가 모두……핫 핫 하!」
   이것은 임금의 익살로 하는 말이므로 일곱 대신들도 임금의 뒤를 따라 낄낄대며 웃었다.
절름발이 개구리도 연약하고 어딘가 좀 힘이 빠지기는 했으나, 따라서 웃었다.
   「자 어서 말해봐.」
    임금은 가깝하다는 듯이 재촉을 하였다.
   「생각나지 않는단 말이냐?」
   「지금 한참 신기한 것을 생각해내려고 궁리하는 중이올시다.」
    술에 취해 얼떨떨한 난쟁이는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허, 궁리중이다!」
   폭군은 버럭 호령을 하였다.
  「거 대체 무슨 소리냐? 오라 인제 알겠다. 네가 투정을 부리는구나. 후레자식 같으니, 술이 모자란단 말이지. 자 그럼 한 잔 더 마셔라. 엿다 받아라!」
   임금은 또 한 잔 기득히 따라서 절름발이 개구리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숨을 헐떡이며 술잔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마시라니깐 그래!」
하고 인금은 꽥 소리를 질렀다.
  「너 안마실테냐. 이놈 그저……」

   난쟁이는 사뭇 머뭇거릴 뿐이었다. 임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불그락 푸르락하였다.  대신들은 능글능글 웃기만 하였다. 트리페타는 죽은 사람처럼 새파랗게 질려서 보좌 앞으로 나아가더니 무릎을 꿇고 자기 친구를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하였다.
   폭군은 그녀의 당돌한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한동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임금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어떻게 해서 자기의 격분을 정당히 표현할 수 있을는지――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임금은 말없이 그녀를 밀어젖히더니 술을 가득히 부은 잔을 그녀의 얼굴에 끼얹었다.

   이 가련한 처녀는 경우 자리에서 일어나 감히 한숨도 내쉬지 못하고 식탁의 말석에 있는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다.  한동안 방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가랑잎 하나, 깃 하나 떨어지더라도 들릴 것 같은 그런 침묵이었다. 이 고요한 침묵은 방에서 들려오는 듯 싶은 얕으막하니그러나 거칠게 이를 가는 소리로 하여 깨어지고 말았다.
  「뭐야……뭐……뭣하러 짐(朕)에게 그런 소릴 내는 거야?」
   임금은 무섭게 난쟁이 쪽을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난쟁이는 술에서 어지간히 깨어났던가보아, 폭군의 얼굴을 잠자코 쳐다보면서 한 마디 던졌다.
  「소신이…… 소신이 어찌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소리는 밖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하고 대신 한 사람이 아뢰었다.
  「아마도 창밖에 있는 앵무새가 주둥이를 새장 살에 문지르는 소린가 봅니다.」
  「그럼 그렇지……」
   임금은 이 말에 마음이 풀린 듯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 고얀녀석이 이를 가는 소리로만 알았지.」
   이 말에 난쟁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임금은 다른 사람을 웃지 못하게 할만큼 도량이 비좁은 익살꾼은 아니었다.)이어서 그는 커다랗고 억센 뻐드러진 이틀을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 술을 얼마든지 마시겠다고 하였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