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사과

O.HENRY

 

   빌닷 로우즈는, 낙원읍을 떠나 20리를 달리다가 마차를 세웠다. 일광읍까지 가려면 아직 15리나 남아 있었다. 하루 종일 눈이 퍼부어 여덟 치나 쌓였다. 나머지 길은 낮에도 무시무시한 깊은 산등성이를기어올라야 하였다.
   마부는 네 필의 억센 말을 세우고 손님들에게, 인제 눈도 많이 쌓이고 날이 저물었으니 더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라고 말하였다.
   승객들로부터 마치 백설 같은 은쟁반에 전권을 위임 받은 듯한 메네피 판사는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일행인 다른 네 손님도 판사의 뒤를 따라 탐험하고, 싸우고, 항거하고, 정복하고 전진할 양으로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다섯 번째 손님인 젊은 여자만은 마차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부는 첫째 산마루에 마차를 세웠다. 길 옆에 낡고 검은 나무 울타리가 둘려 있었다. 그리고 울타리 위에서 약 50야드쯤 되는 곳에 마치 흰 눈속에 검은 점이 하나 박힌듯한 조그마한 집 한채가 보였다. 판사와 그 일행은 이 집을 향해, 아이들 처럼 씩씩거리며 험한 눈길을 올라갔다. 창문과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불렀다. 차디찬 침묵만이 계속될 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일행은 얼마 후에 변변치 못한 문을 박차고 집안에 들어갔다.

  쓸쓸한 그 집에서는 뭔가 쓰러지며 고함치는 소리가, 마차 속에 남아서 바라보는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이어서 불빛이 번쩍하더니 그 불빛이 살아서 활활 높이 타올랐다. 이윽고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탐험을 나섰던 일행은 뛰어서 되돌아왔다. 나팔 소리보다 더 우렁찬 무슨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소리와  같은 메네피 판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산길을 찾기는 하였으나 고생이 막심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방 하나밖에 없는 그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가구도 없으며, 단지 커다란 벽난로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집 뒤의 광속에는 장작이 사득 쌓여 있았다. 아무튼 추운 밤에 따뜻이 몸을 녹힐 곳은 마련된 셈이다. 마부는 집곁에 외양깐이 있고, 그 다락에 마른 풀이 쌓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우 반가워 하였다. 그는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마부석에 앉은채 말하였다.

  「손님들, 저 울타리나무 두 개만 치원 주세요. 마차를 몰고 들어가려고 그래요. 이것은 레드루스 영감의 오박살이랍니다. 영감은 지난 8월에 정신병원에 들어갔지요.」
   네 손님은 눈이 쌓인 울타리에 달려들어 나무를 치웠다. 마부는 말에 채찍질을 하여 산비탈을 올라가, 한 여름에 미친 주인이 자취를 감춰 버린 그 집으로 향하였다. 마부와 손님 두 사람 멍에를 벗기고, 판사는 모자를 벗고 마차 문을 열며 말하였다.
   「꽃다발씨! 일행은 부득이 지체하게 되었어요. 마부의 말에 의하면 밤중에 이 산길을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해요. 그래 이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겠어요. 내가 집안을 돌아보았는데 추위는 면할 수 있겠어요. 되도록 편히 지내도록 도와드리겠어요. 자 내리시죠.」

   이 때 판사 옆에 다른 손님 하나가 서 있었다. 그의 직업은 허풍쟁이었다. 이름은 단우디―그러나 이름 같은 것은 몰라도 무방하다. 낙원읍에서 일광읍까지 가는데 이름 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매디슨 엘 메네피 판사와 명예를 겨루는 사람은 사저이 다르다. 그는 이름이 있어야 영예의 면류관을 차지하였을 때 걸어줄 수 있는 것이다. 호풍쟁이는 커다란 소리로 명랑하게 말하였다.

   「<먼 나라>부인! 아무래도 이 순례선에서 내리셔야겠습니다. 순례자의 숙소로서 이 오막살이가 변변치는 못하나마, 눈과 바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인은 가방을 뒤져 숟가락 같은 것을 기념으로 훔쳐내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불을 피워 놨어요. 부인의 발을 녹여 드리지요. 적어도 쥐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겠어요.」
   말과 마구와 눈과 마부의 익살이 뒤섞인 가운데서, 자청해서 일을 하고 있는 두 여객 중에서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누가 <솔로몬>양을 집안에 안내하게! 워, 워, 이놈의 말이 왜 이래.」

   거듭 말하거니와 낙원읍에서 일광읍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름을 바른대로 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메네피 판사가 희끗희끗한 머리에 명성도 있고 하여 여자 손님에게 자기를 소개하였을 때, 그녀는 고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자기 이름을 대었다. 남자 손님들은 그것을 잘못할아듣고 각각 정당히 해석하여, 시기하는 마음도 곁들여 자기가 네세우는 이름을 고집하는 것이었다. 만일 그녀가 자 이름을 다시 대거나 정정한다면 그것은 마치 남자 손님에게 우슨 훈계라도 하는 것 같고, 어느 한 사람에게 친절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그녀는<꽃다발>이니 <먼 나라>부인이니, <솔로몬>양이니 하는 이름에 한 마디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그들이 부르는 대로 내 버려 두었다. 낙원읍에서 일광읍까지의 거리는 35리였다. 유랑하는 유태인의 말을 빌자면 그 정도의 거리를 여행하는 데는 다만 <길동무>라는 이름으로 충분한 것이었다.

    일행은 곧 장작이 타오르는 불 앞에 반달 모양으로 둘러 앉아 떠들어대었다. 의복이나 방석, 그밖에 마차에서 끄집어 올 수 있는 것은 모두 갖다가 깔고 앉았다. 여자 손님은 벽 난로 가까이 반달 모양의 한쪽 끝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흡사 신하들이 마련한 보좌에 앉은 여왕처럼 방석을 깔고 빈 상자와 통에 기대어 앉았다. 옷을 둘러서 외풍을 막고, 폭신한 신발을 벗어 불길에 쪼이고 있었다. 장갑은 벗었으나 긴 털목도리는 그냥 감은 채였다. 목도리가 반쯤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을 때, 타오르는 불꽃이 그녀의 얼굴을 환히 비췄다. 아름답고 말쑥하고 상냥한 젊은 여인의 얼굴이었다. 그리하여 남성의 신사도는 앞을 다투어 그녀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위로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성의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사랑과 시종을 받는 여자처럼 새침한 것도 아니고, 지나친 영광 속에 묻혀 사는 여인들 처럼 쌀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황소가 풀을 뜯는 것처럼 무관심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자연의 묘리에 따라 백함이 생기를 주는 이슬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

    밖에서는 바람이 사납게 윙윙거리고, 문틈으로는 보드러운 눈이 날아들어, 여섯 사람의 등어리는 싸늘해 갔다. 메네피 판사는 마치 자기가 눈보라의 변호인이며, 날씨는 피고, 여섯 사람의 일행은 배심판사나 되는 것처럼 그의 독특한 화술로, 일행에게 그들이 지금 이곳 장미동산에 지체하고 있지만, 온화한 봄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유유모어, 재담, 일화의 보자기를 풀었다. 이야기에 지나친 기교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였으나, 근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명랑성은 곧 다른 사람에게 옮아가 제각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껄여 좌중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하여 드디어는 여자 손님까지 입을 열게 되었다.

    「참 재미있어요.」
하고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였다.
   때때로 일행 가운데서 한 사람씩 일어나 방안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레드루스 영감이 살던 자취는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다. 모두들 속세를 떠나 이곳에 와 살던 그 영감의 내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라고 졸라대었다. 말들도 외양깐에서 편히 쉬고 있어 마무는 한결 마음이 놓였으므로, 좀 서투르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었다.
   「영감은 이 집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고 스무 해 동안이나 살았어요. 마차가 자집을 향해 오는 것을 보기만 하면 목을 옴추리고 문을 닫아 걸었지요. 이집 다락에는 물레도 있었대요. 야채와 담배는 소니리에 있는 샘 티리의 상점에서 사다 먹었어요. 지난 8월달에는 붉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리로 올라가서 샘더러 하는 말이 자기는 솔로몬완이며 시바의 여왕이 곧 온다고 했대요. 자루 속에 은전을 가득 넣어 갖고 샘네 가게에 가서 말이 먹는 물에 던져 넣으며 자기에게 돈이 있는 줄 알면 여왕이 오지 낳는다고 하더래요. 염감이 여자와 돈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미친 줄을 알고 정신병원에 집어 넣은 거지요.」
   「그렇게 혼자서 살게 되기가지에는 무슨 심각한 사랑의 갈등이라도 있었나요?」
하고 무슨 대리점을 경영한다는 청년이 물었다.
   마부는 대답하였다.
  「듣지 못했어요. 그야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어요. 아무튼 그 영감도 젊었을 때는 어던 색씨와 사랑을 하였는데 일이 잘 안되어 속을 싹인 일이 있었나 봐요. 그러니까 그는 붉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재산을 마구 없애기 전이지요.」
  「그렇다면 그건 분명히 보답을 받지 못한 짝사랑이군요.」
하고 메네피 판사가 위엄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마부는 대답하였다.
 「아니죠. 그런게 아니예요. 물론 그 색시가 영감에게 시집은 오지 않았어요. 저 낙원읍에 사는 마리간이라는 사람이 레두루스 영감의 고향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의 말에 의하면 영감은 젊었을 때 무척 좋은 사람이었대요. 그러나 재산이라고는 호주머니 속에 있는 단추와 열쇠밖에 없었대나 봐요. 애리스라나요. 이름은 다 잊었지만, 아무튼 이 여자와 약혼이 되어 있었대요. 그분의 말에 의하면 이 색시는 무척 예뻤던 모양이에요. 우리가 함께 마차라도 타면 차비를 내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돈푼이나 있는 총각이 와서 마차니 광산주권이니 하고  떵떵 울리며 자리를 잡더니, 애리스와 눈이 맞았대요. 그래 서로 왕래도 하고, 우체국에 갔던 길에 만난 체 하기도 하면서 가까이 지내다가 드디어 약혼반지니 선물이니 다 레드루스에게 돌려보냈대요. 아무튼 남의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레드루스에겐 색시가<그림의 떡> 같이 되어 버린 거죠. 어느날 레드루스와 색시가 대문 앞에서 뭐라고 몇 마디 주고 받더니 사나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 가 버리더래요. 그 후로는 사나이가 읍에서 자취를 감췄대요.」
   「색시는 어떻게 되었나요?」
   대리점을 하는 청년이 물었다.
  「못 들었어요. 제가 들은 이야기는 이제 다 말씀드렸어요.」
  「매우 섭섭한……」
   하고 메네피 판사가 말하려는데 더 귀한 분이 가로막았다.
  「참 재미있는 얘기군요.」
   여자 손님이 옥통수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남자들은 마루에 앉아 있었다. 떨어진 널판자를 이어서 만든 딱딱한 마루에 외투바람으로 앉으니 좀더 편하였다. 다만 허풍쟁이만은 얼어 들어오는 살점을 녹히려고 슬슬 걸어더니다가 장한 듯이 별안간 큰 소리로 외치며, 어둠컴컴한 구석에서 무엇인가 주워들고 급히 돌아왔다. 그것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커다란 붉은 사과였다. 높다란 구석 선반이위 얹어 둔 종이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을 찾아내었던 것이다. 그것은 결코 사랑에 실패한 레드루스 영감이 남겨 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우 싱싱한 것으로 보아 지난 팔월부터 거기 있었다고 볼 수 없었다. 근자에 이 오막살이에 들린 사람이 점심이라도 먹다가 남겨 두고 간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단우디는(이렇게 공을 세웠으니 이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어야죠)여러 사람들 눈앞에 사과를 번쩍거려 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먼 나라>씨 제가 얻어온 걸 보세요.」
   불빛에 높이 쳐든 사과는 더욱 붉게 반짝였다. 여자 손님은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명랑한 소리로 말하였다.
  「정말 예쁜 사과군요.」
   이렇게 되자 매네피 판사는 한동안 코가 납짝해지고 챙피를 당하여 지위가 떨어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분통이 상하였다. 왜 자기가 아니고, 이 떠버리 허풍쟁이가 운명의 은총을 받아 이 인기있는 사과를 찾아내게 되었을까? 만일 자기가 찾아내었던들, 한바탕 즉흥 재담이나 희극을 연출하여 좌중의 주목을 한 몸에 끌었을 텐데――. 아닌게아니라, 여자 손님은 이 우스꽝스러운 단우디인가 웃단디인가 하는 사람이 마치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감탄하며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허풍쟁이는 자기가 팔고 있는 상품의 견본이라도 되는 듯이, 인기를 독점하여 좌중의 감탄을 받고, 더욱 의기양양하여 떠 버리고 있었다.
    단우디가 알 수 없는 사과를 갖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신이 나 하는 동안에, 꾀가 많은 판사는 자기의 명예를 회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으젓한 얼굴을 하고 점잖게 웃으며 걸어오더니, 잠깐 보고 싶은 듯이 단우디의 손에서 사과를 빼앗았다. 이리하여 그가 손에 넣은 사과는 증거물 A호가 되었다. 그는 자기는 동감이라는 듯이 말하였다.
  「아름다운 사과군요. 단우디씨가 먹는 것을 구하는 솜씨에는 감탄했어요. 한 가지 좋은 제의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 사과는 미인이 가장 멋진 사람에게 자기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드리는 표증과 증거와 상징 및 상여로 삽읍시다.」
   그러자 한 사람만 빼놓고 모두 갈채를 하였다.
  「거 훌륭한 정견 발표일세.」
하고 한 사람이 대리점을 하는 청년에게 말하였다. 그는 바로 허풍쟁이었다.
   그는 자기의 지위가 추락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과를 상징으로 삼자는 생각 같은 것은 그의 머리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사과를 나눠 먹고 나서 그 씨를 자기 이마에 붙이고 씨 하나 하나에 자기가 아는 여자들의 이름을 붙이되, 그 가운데서 하나는<먼 나라씨>라고 부르도록 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이마에서 제일 먼저 떨어지는 씨는―― 그런데 인제는 다 틀렸다.
   메네피 판사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였다.
  「사과는 불가불 오늘에 와서는 낮은 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것은 한껏 식사나 장사에만 관련될 뿐 고귀한 과실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성경과 사서와 신화에 보면, 사과는 과일 중에서 귀족 행세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에 와서도 우리는 매우 귀중한 물건을<눈의 사과(눈동자)>라고 하며, 속담에도 <은사과>라는 비유가 있어요. 희랍 신화에 나오는 <금사과 동산>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예날의 사과의 위엄을 말해 주는 가장 중요한 예로써, 우리 시조가 사과를 먹고 선하고 완벽한 인간의 지위에서 추락된 이야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허풍쟁이는 사과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저런 사과는 시카고 시장에서 한 궤짝에 3딸라 반씩 하지요.」
   메네피 판사는 너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기 말을 중단한 이삼을 향해 말하였다.
  「여러분에게 제의할게 있어요. 우리는 내일 아침까지 이곳에 머물게 될 것 같아요. 몸을 따뜻이 녹힐 나무는 얼마든지 있어요.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시간이 가는 것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지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 사과를 <꽃다발>씨에게 맡길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이 사과는 이미 과일이 아니고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위대한 관념을 내포한 하나의 상품이 돌테지요.」    <꽃다발>씨로 말하면 한낱 사인(私人)이 아니고――이것은 물론 잠시 그렇다는 말이지요.(그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나서) 모든 여성의 대표입니다. 다시 말하면 뭇 여성의 화신이요, 본보기요, 하나님의 최고 작품의 성화가 됩니다. 이러한 위치에서 <꽃다발>씨는 다음의 문제에 대하여 결정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방금 로우즈씨가 이집에 전에 살던 분에 대하여 재미있는 그러나 단편적인 이야기를 대강 해 주었어요. 우리가 들은 몇가지 사실들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추리(推理)의 세계를 보여 줄 듯 해요. 다시 말하면 즉 이야기를 지어내자는 겁니다. 여러분이 이 기회에 각자 로우즈씨의 이야기가 끝나는 데서 즉 애인끼리 대문깐에서 마지막 작별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속세를떠나 살게 될 레드루스씨의 이야기를 지어내 봅시다. 그런데 그가 정신이상을 일으키고, 염세관에서 은자가 된 것은, 그 여자의 탓만이 아니라는 것만은 하나의 가정으로서 인정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다 끝나는 대로<꽃다발>씨가 여성의 입장에서 판정을 내리도록 합시다. 즉 그가 대표하는 여성의 심령의 자격으로서 어느 이야기가 가장 훌륭하며, 가장 인간과 인생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가장 충실하게 레드루스의 약혼자의 성격과 행동을 나타내었는가를 결정지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사과는 이런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주기로 해요. 여러분들이 다 찬성한다면 우선 딘우디씨의 이야기부터 먼저 듣기로 하겠어요.」
   이 마지막 말이 허풍쟁이 맘에 들었다. 그는 그래도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멋진 제안이군요. 판사님, 그러니까 단편소설대회를 열자 이 말씀이지요. 저는 스프링필드에서 신문기자 노릇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뉴우스가 없으면 곧잘 지어낸 경험이 있으니 내 몫은 감당할 듯 해요.」
하고 그는 말하였다.
  「재미있는 생각이군요. 내기가 신이 나겠어요.」
   여자 손님도 밝은 얼굴을 하고 말하였다.
   메네피 판사는 앞으로 걸어나와, 위엄있는 태도로 여자 손님의 손에 사과를 얹어 놓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하였다.
  「옛날 트로이왕 파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주었습니다.」
   허풍쟁이는 더욱 명랑하게 떠들었다. 
  「나는 전에 박람회 구경을 할 때 기계 전시장에는 한 번도 가지 않고 흥행부만 돌아다녔지만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요.」
   판사는 말을 계속하였다.
  「이제부터 사과는 여성의 마음에 깃들어 있는 신비와 지혜를 보여 줄 겁니다. <꽃다발>씨 사과를 받으세요. 이제부터 우리들이 하는 변변치 못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뜻대로 공정하게 상을 주기를 바랍니다.」
   여자 손님은 방긋이 웃어 부였다. 사과는 그녀의 무릎 위의 치마 와 외투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추위를 막은 장소에 명랑한 얼굴을 하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바람과 말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면, 조는 소리가 들리것 같았다. 누가 불에 장작을 던졌다. 메네피 판사는 고개를 들고 부탁하였다.
  「그럼 먼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허풍쟁이는 외풍을 막기 위해 모자를 비스듬히 젖혀 스고 토이기 사람처럼 앉아서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