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들기 소리

 

MAUGHAM, WILLIAM SOMERSET

   나는 오랫동안 피터 멜로즈가 내 마음에 드는 작가인지 아닌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 장편소설을 한 권 내놓고, 언제나 시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 ――감각이 좀 둔할 수도 있지만 훌륭한 사람들이다―― 사이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늙은 신사들――오찬에나 참석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이 젊은 여성과 같은 열성을 갖고 그를 칭찬하였으므로, 남편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아낙네들은, 그런 칭찬을 듣고, 분명히 전도가 유망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박품에 대한 몇편의 시평을 읽은 적이 있는데, 편자들은 각자 가지 멋대로 상반되는 내용의 평을 스고 있었다. 어던 비평가는, 그 작가가 이쳐녀작으로 영국 문단의 기수(旗手)의 한사람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비평가는 오히려 혹평을 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설을 읽지 못하였다. 내 경험에 의하면, 어떤 소설이 노란이 되었을 때에, 바로 읽어 볼 것이 아니라 1년쯤 지나서 읽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하면, 세상에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책들이 얼마나 않은지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그런 책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우연히 피터 멜로우즈를 만나게 되었다. 어떤 셀리(백포도주 이름) 파티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를 받고 이에 선뜻 응한 것이, 생각해 보니 잘못이었다. 그 파티는 브름스베리의 개조된 아파트 4층에서 열렸다. 나는 계단을 따라 4층까지 다 올라갔을 때, 숨이 좀 차서 헐떡거렸다.
   이 파티의 주인공은 두 여인으로, 몸집이 다 남달리 큰, 초기에 접어든 중년부인이었다. 그들은 자동차의 내부 구조에 대하여 정통해 있는 것을 자랑하며, 종이 봉투에 넣어서 파는 과자들을 즐겨 군것질하는 따위는, 궂은 날에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부랑인을 연상케 하는 여인들이었지만, 한편 제법 여자다운 맛도 있었다.

  그녀들은 아파트 4층의 그 응접실을「우리의 작업장」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나, 두 여자가 다 먹고 사는 데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 처지라, 돈벌이 같은 것은 한평생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응접실은 넓기만 하였지 장식은 별로 없었다. 주인들의 육중한 체구를 지탱하기에는 벅찰 것으로 보이는 스텐레스로 된 강철의자며, 유리판을 입힌 테이블 몇 개와, 얼룩말의 가죽을 씌운 무척 긴 소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책상이 두세 개 놓이고, 세잔느와 브라크, 그리고 피카소 들의 그림과, 그들보다 더 유명한 영국 화가가 그린 복사판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서가에는 18세기의 진본(眞本)이 상당히 많이 꽃혀 있고(음란한 내용이 실린 책은 시대적으로 낡아서 없어지지 않으니까), 그밖에 현존하는 작가의 책들이 꽃혀 있었는데, 거의가 호화판들이었다. 내가 그 파티에 초대를 받은 것도, 그 서가에 꽂힌 몇권의 저서에 서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파티에 모인 손님은 몇사람밖에 되지 않았다. 주인들 이외에는 여자라고는 한 사람뿐이었는데, 이 여자도 실은 주인들에게 동생 뻘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 여자도 몸이 뚱뚱하였지만 주인들에비히면 아무것도 아니고, 키도 후리후리하지만 주인들 보다는 작은 편이며, 개방적이고 명랑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도 주인들보다는 훨씬 덜한 편이었으므로, 그녀들의 동생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어 버렸는데, 누가 브우플 이라는 주인들의 성(姓)을 부르면, 그녀도 덩달아 가지를 부르는 중 알고 대구하곤 하였다. 그리고 남자 손님이라야 나 이외에는 한 명밖에 없었는데, 그가 바로 피터 멜로우즈였다.

  그는 생각보다 젊어, 스물두셋 정도로 보이는 청년으로, 키는 보통이었으나 균형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인지 뚱뚱하고 작달막해 보였다. 유태인은 아니나 그와 비슷한 세미틱한 큼직한 코를 비롯하여, 불그레한 얼굴 근육이 지나치게 얇아 뼈대들이 불숙 튀어나와 보이고, 숱이 많은 눈썹 아래 민감한 푸른 눈이 번쩍이고 있었으며, 짧게 깎은 다갈색 머리에는 비듬이 꽤 많이 있었다. 옷차림은, 킹스로오드 부근을 더벅머리로 돌아다니는 미술 학도들이 흔히 몸에 걸치는 것과 비슷한 노오퍽자켓(벨트가 달린 싱글 윗도리)에 잿빛 프란넬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비시교적이고 세련되어 있지 않은 청년으로, 태도와 언동에도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고 따지기를 좋아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종중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동료 작가들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경멸하고, 또 그러한 자기 소견을 열심히 떠들어 댔다. 유명한 작가들에 대한 그의 끈질긴 공격은 나를 통쾌하게 하기도 했으나, 그 내용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과장되어 있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듣고만 있었으나,  내가 자기 앞에서 떠나면 나도 여지없이 깔아뭉갤 터이므로, 나의 통쾌감도 그런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하였다.

  그는 무척 잘 지껄여댔다. 그 내용은 매우 재미 있고, 때로는 기지(機知)가 번뜩이기도 하였다. 그가 토해 내는 경구는 세 분의 숙녀가 무척 좋아하여, 차라리 괴로워 보일 정도로 몸부림치며 껄껄 웃어대지 않았던들, 나도 순진하게 따라 웃으며 동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무엇이고 떠들어댈 적마다, 그것이 익살스러운 이야기이건 터무늬없는 이야기건간에 그 세사람의 숙녀들은 모조건 웃어대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가 줄곧 혼자서 떠들어댔기 때문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소리도 수없이 튀어나왔으나, 한편 제법 재치있는 소리도 들었다.

   어쨌든 그에게 하나의 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직 미숙하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듯이, 그렇게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진지한 면은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것은, 열띠고 무모할 만큼 왕성한 활기였다. 그는 주체로울 정도로 사납게 자기자신을 불태우는 열화와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열화는 그를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한 줄기의 불길을 내뿜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에게는 그와 같은 무언가가 있기는 하였다. 하긴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대견스러울 게 없을지 모르지만, 그와 헤어지고 나서, 그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고 내가 가벼운 호기심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그에게 이 방면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두 편의 재치있는 소설을 써 낸 젊은이는 얼마든지 있었다――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한데 나는 그가 보통 남자들과는 어딘가 분명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ㄱ의 나이가 30쯤되면 지금까지의 그 사나운 성미도 누그러지고, 그가 자부하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자기가 현명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되어, 그런대로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그리고 붙임성도 있는 남자가 될 것도 같은, 그런 타입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줄은 물랐다.

  그러나 그로부터 이삼 일 지나, 내가, 꽤 알랑거리는 듯싶은 헌사(獻詞)가 겯들인 그의 소설을 받게 되었을 때, 나는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소설을 읽었다. 그것은 분명히 자서전적인 작품이었다. 무대는 서섹스의 조그마한 도시이고, 등장인물은 체면 치레에만 급급하여 돈벌이는 별로 하지 못하는 중류층의 상위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작품이 갖는 유우머는 천박하고 거철은 편이므로 내 비위에 거슬렸다. 작품의 주류가, 등장인물들이 늙고 가난뱅이라는 이유로 말마암아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는 시니컬한 데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인 피터 멜로주는, 그와 같은 불행을 참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괴로움이 어떤 것이며, 그런 괴로움을 어떻게 해서라도 메꿔 나가려는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동정할 여지가 있는 것인가를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 대하여 조롱과 비난을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품 가운데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는 환경 묘사나, 어떤 방안의 자질구레한 표현이나, 시골 풍경을 인상적으로 그린 대목은 썩 잘되어 있었다. 그러한 묘사를 자기의 섬세한 마음씨와, 물질적인것으로부터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꾸김이 없는 자연스럽게 씌어진 것으로, 어조에 대한 멋진 감각도 돋보였다.

   한데 이 작품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 근본적인 요소, ――따라서 나도 이것이 독자들에게 했구나 하고 생각한 점은, 소설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 속에 뜨겁게 꿈틀거리는 정열이었다.
  그 사랑은 현대적이라 다소 음란하고, 또 이 역시 현대식이어서 이렇다 할 결실도 맺지 못하고 어물어물 끝장이 나서, 나중에는 모든 것이 소설의 첫머리처럼 되어 버린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분명히 그 속에서 젊고 벅찬 사랑, 이상주의적이고 성적으로도 적극성을 띤 사랑이라는 인상이 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실로 생기있고, 감명 깊고, 숨막힐 듯한 기분을 준다. 다시 말해서 생명의 맥박이 지면(紙面)을 뒤흔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모하고 노골적이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건 하나의 자연력(自然力)과 흡사하였다. 즉 정열덩어리라고 부를 수 있었다. 다른 어디를 찾아보아도 인생에 이렇듯 감동적이고 ㅇ머청난 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나는 피터 멜로우즈에게 편지를 띄워 그의 소설에 대한 감상을 쓰고, 언제 점심이라도 나누지 않겠느냐고 제의 했다. 그가 이튿날 정화를 걸어와, 우리는 만날 날짜를 정했다.
  우리가 어느 음식점의 식탁에 마주않게 되었을 때, 그는 뜻밖에도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를 위해 칵테일을 한잔 주문했다. 그는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나, 나는 역시 마음 속으로는 침착하지 못하고 들더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제일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은, 실상 자신이 없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자기자신에게 대해서일 것이다――숨기기 위한 태도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그의 언동은 투박하고 굳어져 있었다. 그는 가끔 무례한 말을 지껄이고는 그 실언을 얼버무리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웃어 보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자신만만한 듯이 하면서도, 항상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자기의 주장에 동조해 다라는 듯이 보였다. 일부러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들거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지껄여, 그가 자부하는 대로 멋진 사나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는 걸핏하면 자기 또래의 문인들을 경멸하고, 또 그것이 그의 제일 큰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별로 호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구태여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았다. 자기 몫을 감당하는 슬기로운 젊은이가 미욱하게 보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기의 소질을 알고 있으나,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자기 장점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연히 반발하게 된다. 그들은 자기가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그걸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응분의 명성을 얻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나는 이런 철이 없고 거만한 젊은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내가 동정(同情)의 주머니 끈을 바짝 조이는 것은 오히려 호감을 느끼는 젊은이를 만났을 경우이다.

  피터 멜로즈는 자기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겸손한 태도를 취하였다. 내가 작품에서 마음에 든 대목을 칭찬했더니, 그는 그렇잖아도 불그레한 얼굴을 더욱 붉혔으며,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혹평을 했더니, 그는 이쪽이 오히려 면구스러울 만큼 겸손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책의 인세(印稅)는 몇푼 되지 않았으며,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인세를 출판사에서 달마다 얼마간씩 미리 받고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그 제2 작품은 이제 쓰기 시작한 단계이며, 집필에 몰두하려면 거처를 옮기는 것이 좋겠는데, 당신은 리비에라에 살고 있으니까 해수욕이나 하면서 글을 쓸 만한 조용하고 값싼 숙소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 집에 와서 조용한 곳을 손수 찾아보라고 대답하였다. 내가 마을 마치자, 그의 푸른 눈이 광채가 나고 얼굴도 붉혔다.
 「방해가 되지 않으까요?」
 「괜찮아요. 나는 내 일만 하면 되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하루 세 끼의 식사와 잠잘 수 있는 방을 제공할 뿐이거드요. 그러므로 권태롭기는 하겠지만 당신 마음대로 자유롭게 지낼 수는 있을 테지요.」
 「아주 신나는 이야기군요. 제 마음이 결정되면 알려 드리지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암, 좋다마다요.」

  우리는 이렇게 약속하고 헤어졌으며, 한두 주일 지나 나는 리비에라로 돌아갔다. 이것은 5월에 있은 일이었다. 나는 6월 초순에 피터 멜로즈에게서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그 사연인즉, 언젠가 자기를 식사에 초대했을 때, 댁에 머물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면, 며칠 후에 찾아가 뵈어도 좋으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는 본심에서 그런 말을 했지만, 한 달이나 지난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처럼 거만하고 행실이 점잖지 못한 젊은이를, 그것도 불과 한두 번밖에 만난 일이 없는, 즉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사나이를 집에 데려다 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손님으로 받아들이기엔 거북하고 따분한 청년이 아닐까? 한편 나는 조용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으로,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 추측대로 무례한 젊은이라도, 이쪽은 주인으므로 참고 그쪽 형편을 돌보아야 할 입장이니 그게 얼마나 언짢은 일이겠는가. 나는 참다못해 벨을 눌러 하인을 불러서, 그녀석의 옷가지를 챙겨 반 시간 이내에 내보내라고 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집에 며칠 머문다는 것은, 그로서는 방 겂과 식사 대를 절약하는 것이 되며, 그가 편지에 적어 보낸 대로 어렵고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다면, 내가 그를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집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터이므로, 나는 그에게 전보를 쳤다. 그는 곧 찾아왔다.

  나는 정거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전에 입고 있던 회색 프란넬 바지에 밤색 트위이드의 웃저고리 차림을 하여 매우 더워 보였으며, 실제로 땀에 절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푸울에서 몸을 헹구고 나오더니 흰 쇼오트 팬츠와 코세 샤쓰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그는 무척 젊어 보였다.   그가 영국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꽤 흥분해 있었다. 그래서 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는 낯설은 환경에 처음 부딪쳐, 평소의 자의식(自意識)을 잃어 버렸나 보다. 순진하고 앳되며,겸허한 인간으로 변해 버렸다. 이것은 놀라운 일로, 나로서는 호감을 느꼈다.

   그는 밤에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청개구리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정원에 나와 앉아서, 이번에 쓴 장편소설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그것은 어떤 젊은 작가와 오페라에 나가는 우명한 프리마돈나와의 로맨스를 다룬 것이었다. 주제는 위더(1839~1908, 영국의 여류작가)의 작풍(作風)을 연상케 하는, 이 하아드 보일드(hard boiled-객관적으로 표현하여 도덕적으로 비관을 가하지 않음)한 젊은이에게는 잘 어룰리지 않는 것이므로, 나는 가소로운 생각도 들었다. 유행이 한바퀴 돌아서 몇세대를 지나면 다시 본래의 테에마로 돌아오게 마련인지, 참 묘한 일이기도 한다.

 피터 멜로즈가 그 소설의 주제를 매우 현대적인 숫법으로 다루리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은 어쨌든, 스토리는, 1880년대에 세 권으로 된 소설이 독자들을 매혹시킨 감상적인 줄거리와 비슷한 정도로 낡은 것이었다. 그는 시대 배경을 에드워드 7세 왕조(1901~1910)의 초기로 잡았으면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나간 시대인 것이다. 그는 무척 잘 지껄여댔다. 말주변은 듣기에 거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자의식을 갖지 못한 채, 소설에 자기의 백일몽을――세상에 이름난 절새의 미인과 자기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모든 세상 사람의 선망을 독점한다는, 별로 매력이 없고, 이름도 없는 젊은이가 꿈꿀 수 있는, 익살스럽기도하고 가련하기도 한 그런 백일몽을 엮어 나가려는 것이다. 나는 전부터 위더의 작품을 애독해 왔으므로, 피터의 구상도 나한테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솜씨있는 그의 묘사력이나, 전물이나 여러 가지 가구, 벽, 나무, 꽃 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안목이나, 인생에 대한 열의나, 사랑의 정열을 글로 표현하는 실력 등으로 미루어보아, 나는 그가 격렬하고 부조리하며 시적인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물었다. 
 「당신은 어던 프리마돈나를 하나쯤 알고 있나요?」
 「아아뇨, 그러나 저는 제가 구할 수 있는 자서저이나 회상기 같은 것은 다 찾아 읽었어요. 이런 일만은 철저히 해 놓았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법한 사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놀랄 만한 어떤 표현이나 암시적안 에페소우드 같은 것도 잘 파악하기 위해, 그 사회의 내막에 대해서는 세밀한 부분까지 낱낱이 훑어보았어요.」
 「그렇게 해서 당신의 의도하는 바를 파악했단 말이죠?」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여주인공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젊고 아름답고 방자한데다가, 화도 고잘 내는 성미이지만 실은 마음씨가 너그럽다. 그만큼 스케일이 큰 것이다. 그녀가 정열을 쏟는 대상이며,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짓과 연기 동작, 그리고 그녀의 마음 속에도 깊숙이 음악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남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예술을 깊이 이해하므로, 어떤 다른 가수가 그녀를 중상하더라도, 그 가수가 맡은 역(役)을 멋있게 불었을 경우에는, 그 가수의 고약한 언동을 용서해 줄 수도 있다.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도량이 넓은 여자로, 누가 불행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내키면,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무엇이든지 주어 버린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무릅쓸 만큼 정열적이고 자랑스러운 애인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그녀는 영리하고 교양도 있다. 성량하고 욕심이 적으며, 치사스럽지 않다. 그러니까 그녀는 너무나 훌륭하여, 현실 세계에서는 살아갈 것 같지 못한 그런 여자이다. 「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