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 니

 

MAUGHAM, WILLIAM SOMERSET

 

   나는 아파트의 뜰안에서 몇몇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와 귀를 기울였다.
 「새로 세든 사람이 짐꾼하고 싱갱이가 벌어졌어요.」
  어떤 여자가 말하였다.
  그곳은 세빌에서도 가장 난잡한 구역인 라 마카레나 뒷골목에 있는 스페인식 정원 주위에 지어 놓은 2층 아파아트 셋집이었다. 그 셋방에는 스페인에 남아돌아가는 노동자와 하급공무원, 우체부, 순경, 전차 운전수들이 세를 들었으며, 아이들이 온통 법석대고 있었다. 세대 수는 20가구쯤 되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 곧잘 싸움을 하고, 또 쉽게 화해를 하곤 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신이 나서 지껄여대었다.

   그런데 안달루시아인들은 성품이 상냥하여 서로 의좋게 지냈으며, 서로 기꺼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한때 방 하나가 오래 비어 있더니, 그날 아침에 어떤 여자가 세를 든 것이다. 그녀는 한시간 후에 잡동사니 짐보따리들을 손수 들고 나머지는 갤리인(人) 한 사람에게 지워 가지고 이사해 왔다.
   말다툼은 더욱 커져 갔다. 위층에 있는 두 여인은 싸움 소리를 엿듣기 위해 발코니에 기대어 섰다. 그녀들은 서로 이사온 여자가 욕설을 마구 퍼부어며 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와 간간이 짐꾼이 대구하는 퉁명스러운 소리를 듣고 서로 팔꿈치를 쿡쿡 찔렀다.
 「돈을 다 줄 때까진 못 가겠오.」
  짐꾼이 말하였다.
 「아니 다 줬는데 왜 그래요? 댁에서 3리라에 해 준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천만에요! 4리라를 주기로 하고 단 소리를 해요?」
  그들은 2펜스 반도 못되는 것을 가지고 깎아야 하느니, 깎을 수 없느니 하고 다투었다.
 「그래 요까짓걸 나르는데 4리라나 달라는 거요? 이 양반이 돌았구려!」
  그녀는 짐꾼을 떼밀려고 하였다.
 「다줘야 가겠오.」
  그는 다시 버티었다.
 「정 그럼 1페니만 더 줄테야요.」
 「안돼요.」
  언쟁은 더욱 심해갔다. 그녀는 짐꾼에게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으면서 마구 삿대질을 하였다. 그러자 짐군은 참다 못해 말하였다.
 「그럼 좋소. 1페니만 더 내요. 나는 가 봐야겠오. 세상에 당신같은 얌체 여편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오.」
  그녀는 짐군에게 돈을 주었다. 그는 침대요를 내동댕이치고 가 버렸다. 그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그녀가 이사 보따리들을 끌어들일 때, 발코니에 서 있던 두 연인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쑤군거리는 것이었다.
 「어쩌면 얼굴이 저렇게 흉칙하게 생겼을까. 마귀 같네요.」
  그때 계집애 하나가 2층으로 올라온 것을 보고, 어머니가 물었다.
 「로잘리아, 너 저 여자 봤니?」
 「짐군한테 물었더니 트리아나에서 짐을 싣고 왔대요. 4리라 주겠다고 말해 놓고 딴 소릴 했다지 뭐예요.」
 「이름이 뭐라든?」
 「잘은 모르지만 트리아나에서는 모두들 라 카치라라고 부르더래요.」
  그 깍쟁이 여자는 보따리를 운반하기 위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발코니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로자리아는 몸서리를 쳤다.
 「저는 저 여자가 왜 그렇게 무서워요?」

   라 카치라는 올해 갓마흔이었다. 여월대로 여위어 손은 뼈마디가 까칠하고 손가락은 마치 독수리의 발톱처럼 보였다. 볼은 움푹 들어가고 살갗은 쭈굴쭈굴하니 누렇게 떠 있었다. 창백하고 두터운 입술로 입을 벌리면 맹수처럼 날카로운 이발을 드러내곤 하였다. 검은 머리칼의 매듬은 거칠게 어깨 위로 처녀 있었으며, 밋밋한 어릿단은 양쪽 귀밑까지 드리워 있었다.  눈꺼풀 속에 깊이 박힌 크고 검은 눈동자는 사납게 번쩍거려 아무도 감히 가까이하여 말을 건넬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표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았으므로 이웃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들은 그녀의 초라한 옷차람에서 매우 가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날마다 아침 여섯 시에 밖으로 나갔다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해서 살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웃 사람들은 아파아트에 함께 살고 있는 순경더러 좀 알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그 여자가 공공질서를 방해하지 않는 이상 무엇 때문에 성화들이오.」
하고 순경이 말하였다.

   그러나 이곳 세빌에서는 남에 대한 함담이 금새 퍼지는 터이라, 2, 3일 후에 2층에 살고 있는 석공(石工)이 트리아나에 사는 자기 친구가 그녀의 내막을 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말에 의하면 라 카치라는 살인죄로 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다가 한달 전에 풀려나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트리아나에서 살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그 일을 알아내어 그녀에게 마구 돌을 던지며 욕을 퍼부으므로, 그녀는 아이들을 마구 쥐어박으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끝에, 주인에게 쫓겨났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어느날 아침에 집 주인과 자기를 쫓아낸 모든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붓고 갑자기 어디론가 살아졌다는 것이다.
  「누구를 주였어요?」
  로자리아가 물었다.
 「그 여자의 애인이란다.」
  석옹이 대답하였다.
 「어머, 그런 여자에게도 애인이 있었나요?」
  로자리아가 비웃는 어조로 말하였다.
 「성모 마리아여!」로자리아의 어머니 필라가 큰 소리로 말하였다.
 「우리는 해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내가 뭐라고 하던. 꼭 살인범같이 생겼다고 했지?」
  로자리아는 몸을 떨면서 십자가를 그었다. 그때 러 카치라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쑤근거리던 사람들은 섬짓하여 한데 뭉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두려운 얼굴로 그녀의 험상궂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이 잠자코 있는데 어던 불길한 생각이 들어 의아스러운 눈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순경이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면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시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고, 그들의 앞을 재빨리 지나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이어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흉칙하고 사나운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은 무슨 불길한 주문(呪文)에 홀리기나 한 것처럼 나지막한 소리로 쑤근거렸다.
 「저여자의 마음속에는 악마가 들어 있나봐.」
  로자리아가 말하였다.
 「마뉴엘, 당신이 마침 곁에 있어서 우리를 지켜 줄테니 다행이군요.」
   로자리아의 어머니가 순경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라 카치라는 말성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자기 일만 해나갔으며, 남과 가까워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살인을 하여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자기의 비밀을 이웃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그녀의 얼굴 주름살은 더욱 거칠어지고 깊숙이 밖힌 눈망울은 한층 냉혹하게 보였다.
  그러나 차츰 그녀에 대한 이웃 사람들의 두려움도 사라져 버렸다. 수가스러운 필라도, 때때로 뜰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를 말없이 지나가는 이 사나운 여인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아마 감옥살이를 하다가 돌았나봐. 곧잘 그렇게 되는가 보더군요.」
  그런데 하루는 그들을 다시 쑥덕공론으로 몰아넣은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아파트의 정문에 어떤 젊은 사나이가 나타나 아토니아 싼체즈라는 사람을 찾았다. 들안에서 스커어트를 꿰매고 있던 필라는 땅을 바라보면서 어깨를 움추리고 말하였다.
 「여기 그런분은 사지 않는데요.」
 「여기 살고 있을 텐데요.」
하고 청년은 대답하였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고 있다가,
 「참 그 여자를 라 카치라라고들 부르더군요.」
 「아, 그러세요? 저방이에요.」
로자리아가 대문을 열고 방문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고맙습니다.」
  청년은 로자리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혈색이 붉으레한 멋지고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였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에는 붉은 카아네이션이 꽃혀 있고, 풍만한 젖가슴에 젖꼭지가 블라우스 위로 볼록 솟아나 있었다.
 「당신을 낳은 어머니에게 축복을 드립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으시기를!」
  그는 이렇게 말 하였다.
  그는 방문을 두들겼다. 모녀는 청년의 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굴까? 라 카치라를 찾는 사람은 통 볼 수 없었는데…….」
   필라가 말하였다.
   방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는 다시 문을 두둘겼다.
 「누구요?」라 카치라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하고 그는 말하였다.문이 삐걱거리더니 활짝 열렸다.
 「큐리토!」
  그녀는 청년의 목을 껴안고 뜨거운 키쓰를 퍼부었다. 이어서 사랑에 넘치는 제스처로 아들을 쓰다듬고 얼굴을 받쳐들었다. 이 관경을 바라보던 모녀는 그녀에게 그런 상냥한 데거 있는줄은 생각조차 못하였다. 그녀는 너무나 반가워 눈물을 글성거리며 아들을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저 여자의 아들이구먼요.」
  로자리아가 놀라운 얼굴을 하고 말하였다.
 「누가 저런 근사한 아들이 있는 줄 상상이나 하겠어요.」
  큐리토는 약간 마른 얼굴에 희고 고른 이빨을 갖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깍고 관자노리 위를 면도질한 것으로 보아 안다루시아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는 어른다운 수염 자죽이 갈색 피부에 푸르죽죽하게 보이는 멋쟁이었다. 아닌게아니라 그의 멋진 옷매무새는 사람들의 호감을 살 만하였다. 몸에 꼭끼는 바지에 짧은 조끼하며, 가장자리에 주름이 잡힌 샤쓰는 최신식이었으며, 머리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윽고 라 카치라의 방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아들의 팔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 주일에 또 오겠지?」
  그녀가 물었다.
 「네, 별일이 없으면 오지요.」
  청년은 로자리아를 힐끗 쳐다보고 나서 자기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로자리아에게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으시기를!」
  그녀가 말하였다.
  로자리아는 그에게 눈웃음을 쳐 보였다. 그녀의 검은 눈은 아름답게 빛났다. 라 카치라는 이 광경을 훔쳐보고 얼구에 넘치던 기쁨도 사라져 버린 듯 실쭉헤지더니, 다시 갑자기 먹장구름처럼 어두워지는 것이 었다. 그녀는 무섭게 얼굴을 찌푸리고 그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당신의 아들이에요?」
  청년이 저만치 사라지자 필라가 물었다.
 「그래요. 내 아들이라오.」
  라 카치라는 무뚝뚝하게 대답을 하고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누그러지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행복할 때에도 남들이 가까이 지내려는 것을 물리치곤 하였다.
   <참 멋쟁이야!>로자리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 후 며칠을 두고 천연의 생각을 하였다.

   라 카치아의 아들에 대한 사라은 끔찍하였다. 아들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갖고 있는 전부였다. 그리하여 질투에 가득찬 불같은 열정으로 아들을 사랑하였다. 그것은 아무리 극진한 효도로도 갚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아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들의 직장 관계로 함께 살 수 없는 것이 한이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에 아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괴롭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어떤 처녀에게 청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기곳 세빌에서는 귀가 솔깃한 처녀에게 총각이 달콤한 말을 소근거리며 밤중까지 창가에 앉아 있거나, 또는 쇠울타리나 대문깐에 서서 한 쌍의 남녀가 소근거리는 광경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라 카치라는 멋진 청년은 뭇여성들의 미소를 한몸에 박데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아들에게 애인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들은 으레 저녁이면 일에 바빠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녀는 아들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부정을 하면 기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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