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人者

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당신은 몇 방 쏘았어?」
「꼭 세 방요. 맨 앞의 물소는 당신이 잡은 거요. 제일 큰 놈 말이요. 나는 당신이 나머지 두 놈을 쏘는 것을 도왔을 뿐이오. 숨어 버리면 큰 일이니까요. 마뭏든 잡은건 당신이어요. 나야 다만 손을 빌려 드린 것 뿐이지요. 당신은 솜시가 대단하군요.」
「차에 돌아갑시다.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군요.」
「그러나 우선 저 놈을 완전히 처치해 버려야 해요.」
  윌슨이 이렇게 말하자, 그들은 물소 앞으로 다가 갔다. 물소는 무릎을 꿇고 있다가 그들이 다가가자 사납게 머리를 쳐들고 돼지 눈처럼 가느다란 눈에 노기를 띄고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놈이 일어나면 큰일나요. 조심하시오.」
  윌슨은 이렇게 주의를 시키고 나서 말하였다.
「약간 옆으로 비켜 서서 바로 뒤통수를 쏘시오.」
  매코머는 화가 치밀어 꿈틀거리는 듬직한 목덜미 한복판을 잘 겨누어 쏘았다. 물소는 그 한 방으로 머리가 앞으로 푹 수거러지고 말았다.
「인제 됐어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척추를 맞첬군요. 참 흉칙한 놈이지요?」
「인제 한잔 하러 갑시다.」
  매코머의 말이었다. 생전에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자동차 안에는 매코머의 아내가 새파랗게 질려서 앉아 있었다.
「여보, 장하구려!」
하고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였다.
「길이 어떻게 험한지 혼났어요.」
「차를 너무 험하게 몰았던가요?」
  윌슨이 물었다.
「정말 혼났어요. 이렇게 질려 보기는 생전 처음이에요.」
「다 같이 한 잔 들기로 하죠.」
  매코머가 말하였다.
「좋지요. 우선 부인부터!」
  윌슨이 말하였다.
  그녀는 휴대용 빨병에서 위스키를 그냥 들이키면서, 술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 몸을 약간 바시시 떨었다. 이어서 그녀는 매코머에게 빨병을 건네고, 그는 윌슨에게 돌렸다.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었지 뭐예요.」
   그녀가 말하였다.
「그통에 골치가 몹시 아파요. 그런데 차에서 쏘아도 무방한 줄은 몰랐어요.」
「누가 차에서 쏘았다는 겁니까?」
  윌슨이 쌀쌀하게 말하였다.
「제가 말한 건 차로 뒤쫓아갔다는 거예요.」
「보통 그렇게 하지 않지요.」
하고 윌슨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쫓아가는 동안은 재미있던데요. 웅덩이와 그밖에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는 풀밭을 그처럼 자동차로 쫓는 편이 다리로 뛰어다니면서 사냥하는 것보다 더 챤스가 많더군요. 물소란 놈은 생각만 있으면 우리가 쏠 적마다 덤벼들 수도 있었어요. 놈들에게는 모든 챤스를 준 셈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말은 남들에게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부인께서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이것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전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런 무력한 짐승을 자동차로 쫓다니, 그렇찮아요?」
「글쎄올시다.」
  윌슨이 대답하였다.
「나이로비(아프리카의 케냐 공화국 수도)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되지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난 우선 수렵 면허장을 뺏기게 될 테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불쾌한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죠.」
  윌슨은 병에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을 이었다.
「결국 난 실직하게 되는 거죠.」
「어머, 정말예요?」
「암, 정말이고 말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집사람한테 약점을 단단히 잡힌 셈이군요.」
  매코머는 이때 오래간만에 웃어 보였다.
「아니 당신도 그런 익살을 부릴 줄 아세요?」
  윌슨은 두 내외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하고 나서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만일 책을 좋아하는 남편이 바람둥이 여자와 여자와 결혼하면 그들 사이에 어떤 어린아이가 태어날까?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담, 엽총을 운반하는 사람의 하나가 보이지 않는군요. 그걸 알고 계십니까?」「전혀 모르고 있었는데요.」
하고 매코머가 대답하였다.
「아, 저기 오는 군요. 별일이 생기지는 않은 것 같군요. 아마 우리가 첫째 물소가 있던 곳을 떠날 때에 차에서 떨어졌던 모양이지요.」

그들을 향하여 다가온 사람은 중년이 다된 엽총 운반인이었다. 그는 털실로 짠 모자를 쓰고, 카키색 웃저고리에 반바지 차림을 하고 고무 샌들을 신고서, 우울한 얼굴로 절룩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무척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가까이 오자마자 윌슨에게 스와힐리어로 무어라고 지껄여 댔다. 그러자 백인 윌슨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였다.
「뭐라고 해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첫번째 물소가 숲속으로 도망쳤대요.」
전혀 기운이 없는 목소리였다.
「아, 그래요?」매코머가 어이없는 듯이 말하였다.
「그럼 꼭 사자 꼴이 되겠네요.」
하고 아내가 참견하였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내다보인다는 말투였다.
「사자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날 테지요. 매코머씨 한 잔 더 하시겠어요?」
「고맙습니다. 한 잔 더 하지요.」

  그는 전에 사자의 일로 하여서 느낀 불쾌감이 되살아날까 두려워 하였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마치 난생 처음으로 공포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그는 공포 대신에 자기의 의욕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 물소를 보러 갑시다.」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운전수더러 차를 그늘에 두도록 일러 두겠습니다.」
「뭣하러 가시렵니끼?」
하고 매코머가 물었다.
「그저 잠간 가 보려는 거지요.」
「저도 가겠어요.」
「생각대로 하십시요.」
  그들 세 사람은 둘째번 물소의 큼직한 몸뚱이가 거멓게 벌판에 누워 있는 곳으로 갔다. 물소는 물위에 머리를 내던진 채 커다란 뿔을 양쪽으로 뻗치고 있었다.
「대가리가 아주 근사하군요.」
  윌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직경이 50인치는 실히 되겠군요.」
  매코머는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물소를 바라보았다.
「아이 끔직해라!」
  아내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물었다.
「그늘에 있으면 안돼요?」
「괜찮습니다.」
  윌슨은 우선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매코머에게 얼굴을 돌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길 보십시오. 저 수북한 숲이 보입니까?」
「네.」
「첫째번 물소가 있던 곳이 바로 거기지요. 운반인의 말에 위하면 자기가 차에서 떨어졌을 때 물소는 쓸어져 있었대요. 그는 우리가 차를 몰고, 두 마리가 도망치는 것을 바라보다가 이쪽을 쳐다보니, 첫째번 물소가 몸을 일으켜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대요. 그리고 그놈은 있는 힘을 다하여 저 숲속으로 도망쳤다는 거요.」
「지금 곧 쫓아가 볼까요?」
  매코머는 당장 숲속에 뛰어들어가기라도 할 듯한 어투로 물었다.
  윌슨은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는 매코머가 매우 신기한 사나이로 생각되엇던 것이다. 어제는 달달 떨며 꽁무늬를 빼더니, 오늘은 용기백배하여 별이라도 달 것 같은 기세이다.
「뭘요, 좀 더 기다리기로 합시다.」
「제발 그늘로 좀 들어가요.」
하고 아내가 말하였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기분이 언짢은 듯이 보였다.
  그들 세 사람은 자동차가 있는 데로 걸어갔다. 차는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져 있는 외따른 나무 아래 세워두고 있었다. 그들은 차 안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그놈은 저 속에서 죽어 있을지도 몰라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여기 좀 있다가 보러 갑시다.」
  매코머는 오늘까지 경험하지 못한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행복감을 느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나서 아내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야, 이거야말로 진짜 사냥이군 그래. 나는 여태까지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어. 어때, 마가레트, 멋있지 않아?」
「난 싫어요.」
「왜?」
「난 싫어요.」
  그녀는 내뱉듯이 말하였다.
「인제 진저리가 나요.」
「인제 난 다시는 무엇이고 간에 무섬을 탈 것 같지 않아요.」
하고 매코머가 윌슨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나 한테는 처음에 물소를 보고 쫓아갔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났거든요. 둑이 무너지자 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런 기분입니다. 순수한 흥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겁이 많은 당신의 간장을 아주 녹여 버린 모양이군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인간에게는 여러 가지로 묘한 일이 일어나지요.」
  매코머의 얼굴에서는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무슨 변화가 일어난 모양이요. 나는 완전히 딴 인간이 된 것 같소.」
  그의 아내는 말없이 이상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차의 뒷자리에 싶숙히 파묻혀 있고, 매코머는 앞으로 다가앉아 몸을 비스듬히 돌려서 뒤를 향하여 윌슨에게 말을 건네었다.
「나는 그놈의 사자와 한번 더 맞부딪쳤으면 좋겠는데……」
하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인제는 그까짓 사자쯤은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사자쯤이 무얼 할 수 있겠오?」
「사실 그래요.」
  윌슨은 맞장구를 쳤다.
「기껏해야 사람을 죽이기밖에 더 하겠어요. 그리고 다음엔 뭐가 오겠어요. 왜 셰익스피어의 멋진 말 있지 않아요. 참 뭐라고 했더라? 아주 근사한 말이라, 한때 곧잘 인용도 했는데……가만 있자……<인간이 죽는 것도 한 번 뿐, 걱정 않을 테다. 죽음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될대로 맡겨 둘 일이다. 금년에 죽는 사람이 내년에 다시 죽지는 않는다.>(헨리 4세, 제2부 3막 2절)어때요? 근사한 말이죠?」

그는 자기의 생활신조로 여기는 이 말까지 꺼내었으므로 몹시 당황하였다. 그는 인간이 자기 나이 값을 하는 것을 보고 언제나 감동을 받아 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물 한 번째의 생일을 맞이하는 것과는 다르다.

매코머에게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은 생각에 앞서 행동으로 돌입하는 사냔이라는 기이한 우연에서였다. 그런데 그 변화가 일어난 경로를 따질 것 없이, 아무튼 그런 변화가 일어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거지 같은 녀석의 꼴 좀 보란 말이야>하고 윌슨은 생각하였다. 미국 녀석들 중에는 오랫동안 어린애로 남아 있는 자도 있거든. 아니, 일생 동안 어린애 꼴을 하고 있는 놈도 있지 않은가. 저 어른의 가면을 쓴 위대한 미국의 어린애들 말이다. 정말 묘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 매코머에게 호감이 갔다. 그는 이상한 친구이다. 여편네의 서방질도 아마 이것으로 끝장날 파이다. 암, 그래야지. 잘 된 거야. 그래야 해. 잘 됐어. 이 거지 같은 녀석은 그 때문에 한평생 걱정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지 알 턱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끝장이 났다. 물소 따위를 상대로 겁을 먹을 시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를 낼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일으켰는지도 모르지. 지금은 기세가 대단한 걸.

매코머는 이런 일이 전쟁터에서도 일어나는 걸 목격한 일이 있다. 그것은 처녀성을 잃는 것보다도 더 큰 변화였다. 수술한 것처럼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하여 거기 사나이로서 지녀야 할 요긴한 그 무엇이 생기게 된다. 그를 어른으로 만든 것이다. 여자들도 이런 것은 말고 있다. 쓸데적은 두려움은 깨끗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좌석 한 구석에서 마가레트는 두 사나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윌슨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전에 인정한 뛰어난 재능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매코머에게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당신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행복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아요?」
  매코머는 사냥에서 얻은 이 횡재를 새삼 대견스레 생각하고 윌슨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요.」
  윌슨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