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人者

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무섭다고 말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은데……앞으로 겁날 때가 얼마든지 일어날 테니까요.」「그러나 당신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분명히 행복을 느끼겠지요?」
「암요. 그러나 이런 일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 좋지요. 말이 많으면 일을 망쳐 버리기 쉬우니까요. 하긴 무엇이든지 말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은 법입니다.」
「두 분 다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계시네요.」
  마가레트가 참견을 하였다.
「저 무력한 짐슴을 자동차로 쫓은 걸 갖고 무슨 영웅이나 된 것처럼 떠들 게 뭐예요.」
「미안 합니다.」
하고 윌슨이 머리를 꾸뻑하였다.
「너무 허풍을 떤 것 같군요.」
  이 여자는 이렇게 말해 놓고 벌서 그걸 후회하고 있군 하고 윌슨은 생각하였다.
「우리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으면 왜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해?」
  매코모가 아내를 나무랬다.
「거 참 당신 꽤 용감해졌군요. 그것도 아주 갑작스레 말예요.」
  그의 아내는 경멸하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감정은 불투명하였다. 그녀는 무엇인가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매코머는 껄껄 웃었다.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사실이야. 그쯤 됐어.」
「그건 좀 늦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입맛이 쓴 듯이 말하였다. 그녀는 일찍이 오랫동안 최선을 대해왔고, 지금 그들이 이렇게 된 것도 어느 한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늦지 않았지.」
  아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좌석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제 그놈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 아닐까요?」
  매코머는 명랑한 목소리로 윌슨에게 이렇게 말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글쎄요. 어디 보러 가볼까요? 탄환은 아직 남아 있지요?」
「운반인이 얼마 갖고 있을 테지요.」
  윌슨은 스와힐리어로 토인을 불렀다. 그러자 물소의 대가리를 벗기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토인 한 사람이 호주머니에서 총알 반갑을 꺼내어 매코머에게 갖다 주었다. 매코머는 그것을 받아 탄창에 넣고 나머지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당신은 스프링필드 총으로 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총은 손에 익숙하므로 쓰기가 편한 겁니다. 만릿쳐 총은 부인에게 맡겨 차에 두고 갑시다. 엽총 운반인이 당신의 무거운 총을 가져갈 것입니다. 나는 이 큰 놈을 들고 가지요. 다음은 물소에 대한 얘기인데요.」
  그는 매코머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위해 이 이야기만은 끝까지 보류하였던 것이다.
「물소가 사람에게 덤벼들 때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곧장 돌진해 옵니다. 뿔을 쑥 내밀고 머리에 대한 사격을 막으려는 거지요. 그러므로 치명탄은 코에다 겨누고 쏘지 않으면 가슴에 쏘거나 혹은 놈이 모로 서 있다면 목덜미나 아깨를 쏴야 하는 겁니다. 놈은 한 번 총알에 맞으면 펄펄 뛰며 야단입니다. 그러므로 무리한 짓을 해서는 안되지요. 현장에서 제일 편안한 사격을 하십시요. 저 사람들은 대가리 벗기는 일을 마친 것 같군요. 그럼 가 볼까요?」
  그는 엽총 운반인을 불렀다. 그들은 손을 닦으며 걸어왔다. 나이가 지긋한 토인은 뒷자리에 앉았다.
「콩고니 하나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다른 놈들은 새들을 쫓아야 하니까요.」
  자동차는 앞이 트인 벌판을 가로질러 숲을 향해 서서히 굴러갔다. 숲은 넓은 늪지를 가로질러 물이 흘러간 자죽이 있었으며, 이 자죽을 따라 풀들이 혀 모양으로 뻗어 있었다.
  매코머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이 바싹 말랐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흥분했기 때문이고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여기가 바로 놈이 기어들어간 곳입니다.」
  윌슨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스와힐리어로 운반인에게 일렀다.
「핏자죽을 따라가!」

  차를 덤불과 나란히 세워 놓고, 일행은 차에서 내렸다. 매코머가 뒤돌아보니 아내는 총을 옆에 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어 보였으나 그녀는 아무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덤불은 갈수록 더 무성하고 땅은 메말라 있었다. 엽총 운반인은 땀을 뻘뻘 흘리고, 윌슨은 모자를 깊숙히 내려쓰고 있었다. 그의 붉은 목덜미가 매코머의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때 벼란간 엽총 운반인이 윌슨에게 뭐라고 말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물소가 저기 죽어 넘어졌군요. 잘 했습니다.」
  윌슨은 이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보며 매코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 슨 웃음을 짓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데, 토인이 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덤불 속에서 개처럼 모로 뛰어 나오더니 물소가 뒤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놈은 고를 번쩍 쳐들고 입을 악문채 피를 뚝뚝 흘리면서 커다란 대가리를 앞으로 쓱 내밀고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돼지 같은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앞에 섰던 윌슨이 무릎을 꿇면서 총을 쏘았다. 동시에 매코머도 쏘았다. 그러나 그의 총소리는 윌슨의 총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고, 다만 커다란 물소의 뿔 끝에서 슬레이트와 같은 파편이 퉁겨 나오는 것이 보였을 뿐이다.그러자 어느새 짐승의 머리가 불쑥 다가왔다. 그는 넓적한 코구멍을 겨누어 다시 쏘았다. 물소의 뿔이 몹시 흔들리며 파편이 날아갔다. 그에게는 윌슨의 모습은 벌써 안중에 없었다. 그는 총을 조심스럽게 겨누고 다시 쏘았다. 그 때는 벌써 물소의 우람한 몸뚱이가 거의 그에게 덥칠 정도로 바싹 다가와 있었으며, 그의 총은 코를 휘저으며 덤벼드는 물소의 대가리에 거의 닿을 정도였다. 악이 받친 물소의 두 눈이 보였다. 놈은 대가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러자 그는 눈이 핑 도는 섬광이 머릿속에서 터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느낀 전부였다.

  윌슨은 한 옆으로 비켜서서 놈의 어깨를 쏘려고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매코머는 똑바로 서서 코를 겨누어 쏘고 있었다. 그러나 번번이 겨냥이 조금씩 높아 총알은 묵직한 뿔에 맞아서 마치 슬레이트 지붕을 쏜 것처럼 파편을 퉁기고 있을 뿐이었다.
   자동차 안에 있던 매코모부인은 65구경 만릿쳐 총으로 물소를 겨누어 쏘아대었다. 남편이 금새 물소의 뿔에 찔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총알은 두 인치쯤 높아서 그의남편에게 맞고 말았다. 두개골 한 쪽 끝을 뚫고 나간 것이다. 매코머는 엎드린채 땅에 쓰러졌다. 거기서 두 야드 못되는 곳에 물소가 모로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시체 옆에 끓어앉았다. 윌슨은 그 옆에 서 있었다.
「몸을 뒤집어서는 안됩니다.」
  그녀는 이 말을 귀밖으로 흘리고 히스테리칼하게 울고 있었다.
「나는 자동차 있는데로 돌아가겠어요. 송이 어디 있지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그녀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엽총 운반인이 총을 집어 들었다.
「그냥 둬.」
  윌슨이 호통을 치면서 말하였다.
「가서 아브 달라를 불러와. 사건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해야 할 테니까.」
  그는 무릎을끓고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보오트 선수처럼 짧게 깎은 매코머의 머리위에 펴 놓았다.피가 푸석푸석한 땅속에 스며들었다.
  윌슨은 일어나서 사지를 쭉 뻗고 모로 쓸어진 물소를 바라보았다. 엷은 털이 난 배에서는 진득이가 우굴그리고 있었다.
  <참 근사한 물소로군>윌슨의 머리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50인치는 실히 되겠는걸. 아니 그 이상 될 거야. 그보다 더 클지 몰라.>
  윌슨은 운전수를 불러 모포를 시체 위에 덮고 옆에 서 있으라고 이르고 나서 자동차가 있는 데로 걸어갔다.
  마가레트는 자동차 좌석 한 구석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큰 일을 저질렀군요.」
  윌슨은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그 양반도 당신하고는 헤어지고 싶어 하였을 테지만……」
「그런 얘긴 그만 두세요.」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이건 사고일 테지요.」
하고 그는 말하였다.
「다 알고 있습니다.」
「그만두라니까요.」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뭐 걱정할 건 없어요. 좀 불쾌한 일도 일어날 테지만 별로 염려할 것은 없을 겁니다. 취조 할 때, 도움이 되도록 사진을 몇 장 찍어 둡시다. 또 엽총 운반인과 운전수도 유리하게 증언을 해 줄 테니까 부인에게는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어요.」
「그만둬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같습니다. 우선 차를 호수까지 보내어 보내어 무전을 쳐서 우리 셋이 비행기로 나이로비에 갈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당신은 왜 독약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영국에서는 그런 방법을 쓰지요.」
「이제 그만, 그만, 그만하라니까요.」
  그녀는 울면서 부르짖었다.
  윌슨은 무표정한 파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제는 시원섭섭합니다. 좀 화는 냈지만, 당신 남편이 차츰 좋아지려던 참이었으니까요.」
「아, 인제 그만 두세요. 제발 제발, 그만두세요.」
「그 편이 낫겠군. 제발이라는 말을 붙이는 편이 훨씬 나은데. 그럼 나도 그만두기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