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합니까. 내가 당신이라면 그런 농담 같은 소리는 하지 않을 거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농담이라고? 나는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애.」
 「가슴이 미어지다니, 상서롭지 못한 말씀인데요.」
 「여보, 말 좀 조심하셔야겠어요.」
  아내가 참견하였다.
 「흥, 이것도 지나치게 말을 조심하고 있는거야.」
  매코머는 말하였다.
 「그래 이런 더러운 것을 먹어 본 적이 있느냐 말이야?」
 「뭐 음식이 잘못 됐어요?」
  윌슨은 조용히 물었다.
 「다 기분에 맞지 않는단 말이야.」
 「좀 마음을 진정하세요. 보이들 중에는 영어를 좀 아는 놈도 있으니까요.」
  윌슨이 냉정하게 말하였다.
 「그까짓 보이가 뭐 문제요.」
  윌슨은 자리에서 담배를 빨며 천천히 일어나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토인의 한 사람에게 스와힐리어로 뭐라고 지껄였다. 두 내외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매코머는 커피잔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었다.
 「만일 당신이 남보기에 흉한 말썽을 일으킨다면 저는 당신과 헤어질 수밖에 없어요.」하고 아내는 침착한 어조로 조용히 말하였다.
 「뭐, 당신이 헤어질 수 있단 말이야?」
 「두고 보시면 알 게 아니예요.」
 「그러나 나하고 헤어질 수는 없을 걸.」
 「그래요. 헤어지지 않을테니 당신도 좀 신사적으로 굴어요.」
 「뭐, 신사적으로 굴라고? 그런 말 따위가 어디 있어? 신사적으로 굴라니!」
 「그래요. 신사적으로 똑똑이 굴란 말씀이예요.」
 「당신은 왜 숙녀처럼 굴지 못하는 거요?」
 「제가 숙녀답게 굴지 않은 게 뭐예요. 전부터 숙녀답게 굴어 왔어요.」
 「난 그 붉은 상판대기를 한 돼지새끼가 보기 싫단 말이야. 놈은 보기만 해도 메스꺼워.」
  매코머는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그 양반이 얼마나 후륭한 분인데 그러세요.」
 「뭐, 훌륭한 분이라구? 그 주둥일 다쳐!」
  매코머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때 자동차가 식당 텐트 앞에 와서 닿고 운전수와 두 사람의 엽총 운반인이 차에서 내렸다. 윌슨은 식탁에 마주앉아 있는 두 부부에게 말하였다.
 「자, 가 보시렵니까?」
 「그럼 가죠.」
하고 매코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하였다.
 「쉐터를 갖고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차 속은 추워질 테니까요.」
 「제가 가죽 잠바를 갖고 가겠어요.」
하고 그녀가 말하였다.
 「가죽 잠바는 보이가 갖고 갑니다.」
  윌슨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 운전수가 앉은 앞자리에 올라탔다. 그리고 매코머 내외는 뒷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 어리석은 거지 같은 녀석이 설마 뒤에서 내 뒤통수를 날려 버리려고는 하지 않을 테지>
하고 윌슨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여자란 사냥에는 정말 귀찮은 존재거든.>

  자동차는 잿빛 아침 햇살을 받아 바퀴 소리를 덜컹거리며, 강쪽으로 내려가 조약돌이 가득 깔려 있는 얕은 물을 건너서 모가 난 듯한 험한 강기슭을 기어올라갔다. 거기는 전에 윌슨이 삽으로 길을 만들도록 일어 둔 곳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건너편 공원 같은 나무숲이 들축날축한 곳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었다.

  윌슨은 상쾌한 아침이라 기분이 좋았다. 자동차 바퀴가 이슬이 축축히 내린 숲과 덤불을 헤치고 지나갈 때, 그는 납짝하게 짓밟힌 고사리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편초와 같은 냄새였다. 그는 자동차가 길 없는 공원 같은 데를 지나감에 따라서 풍겨오는 이른 아침의 이슬 젖은 나무와 짓밟힌 고사리의 냄새를 맡고, 또한 이른 새벽에 안개 속에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나무 줄기들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뒤에 앉아 있는 두 부부의 생각은 전혀 간데 없고, 오직 물소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추격하고 있는 물소는, 낮에 나무가 우거진 깊숙한 늪에 숨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쏠 수 없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 놈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넓은 풀밭으로 기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매코머는 차를 몰아 물소가 있는 늪 사이를 비비고 들어갈 수만 있으면 넓은 벌판에서 물소를 여유있게 사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윌슨은 밀림 속에 들어가서 매코머와 같이 물소 사냥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와 함께 물소건 무엇이건 사냥하고 싶지 않은 것이 직업 수렵가의 슬픔이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매우 괴팍한 친구들과 아울려서 사냥을 한 적도 있었다. <만일 오늘 그들이 물소를 잡으면 다음 목표는 삼각수 정도가 될 테지. 그렇게 되면 이 가엾은 사나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냥을 그럭저럭 끝내고 사태는 본래대로 호전될 테지. 이 여자하고 더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으며, 매코머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그 일을 잊어 버리고 말 테지. 보아하니 이 친구는 전에도 여러 차례 이런 꼴을 당한 모양이다. 거지 같은 불상한 친구! 이자는 그런 괴로운 일을 쉽게 이겨낼 수도 있을 거야. 아무튼 이렇게 된 것은 이 바보녀석의 불찰이야.>

   이 로버트 윌슨이라는 사나이는 언제 어느때 무슨 행운이 뜻밖에 굴러들지 모르므로, 수렵 중에는 이에 대비하여 언제나 더블 벳드를 갖고 다녔다. 그는 전에도 어떤 단골 손님을 위해 사냥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것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섞여 있는 방탄한 스포오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단으로, 그 일행 속에 낀 여자들은, 이 백인 사냥꾼인 윌슨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못하면, 일부러 돈쓰고 사냥하는 재미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에는 몹시 마음에 드는 여자도 더러 있었지만 일단 헤어지고 나면 경멸할 수밖에 없는 계집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계빕들에 의해서 생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는 이들에게 고용되어 있는 동안은 이들의 표준애 따라서 행동하였던 것이다.

 사냥 이외의 모든 점에 있어서는, 그들이 그의 표준이었다. 그는 오직 사냥에 있어서만 자기 표준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냥에 대해서만 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포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점에 있어서 모두가 자기를 존경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매코머라는 작자는 이상한 친구였다. 정말 그렇게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놈의 아내는? 그렇지 그놈의 아내지, 그래 그놈의 아내야. 흥, 흥, 아내라고? 제기랄 그 따위 것은 다 잊어 버리자. 그는 고개를 돌려 두 부부를 바라보았다.
  매코머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화가 나서 앉아 있고, 아내는 그에게 생글생글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오늘 따라 그녀는 더욱더 젊어 보였다. 여느때보다 더욱 순진하고 더 신선하여 매춘부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달리 보였다. 그는 이 여자가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어젯밤에 별로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 여자의 얼굴은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동차는 서서히 오르막 길을 기어올라가 나무숲 사이를 달렸다. 드디어 숲이 우거진 넓은 초원 같은 공지에 다달았다. 운전수는 차의 속도를 늦추어 들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숲에 몸을 감추듯이 하면서 차랄 몰았다. 윌슨은 초원 너머로 사방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차를 멈추고 쌍안경으로 벌판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 운전수더러 자를 몰라고 눈짓으로 일렀다. 차는 울멍줄멍한 구멍을 피하고 개미 흙집을 비켜가며 서서히 달렸다. 그때 들판을 건너다 보고 있던 윈슨이 갑자기 뒤돌아 보며 말하였다.
 「아, 저기 있군!」
  자동차는 뛰는 듯이 달려갔다. 매코머는 윌슨이 운전수에게 재빨리 스와힐리어로 뭐라고 말하는 동안에 그가 손가락질 한 곳을 바라보니, 커다란 세 마리의 검은 짐승이 보였다. 길고 육중한 몸뚱이는 마치 원통처럼 보였으며, 그 검고 커다란 물탱크 같은 짐승들은 목을 빳빳이 쳐들고 몸뚱이를 앞으로 쓱 내민 채 멀리 초원 한끝을 줄달음치고 있었으며, 머리 위에 솟은 검은 뿔이 보였다. 그러나 그 머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세 마리 다 늙었군.」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놈들이 늪에 이르기 전에 가로막아버립시다.」

  차는 들판을 시속 45마일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매코머의 눈에는 물소가 점점 커 보이더니, 나중에는 털이 없는 우툴두툴한 모양을 한 커다란 잿빛 물소 한 마리가 보였다. 그놈은 목이 어깨와 어깨 사이에 파묻혀 있었으며, 뛰어갈 때 검은 뿔이 번쩍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놈의 앞을 두 마리의 물소가 몸집을 앞으로 내밀고 유유히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자동차가 마치 길을 뛰어넘기라도 하는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일행은 벌써 물소 가까이 와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넘질 듯이 뛰어가는 물소의 커다란 몸집의 군데군데 털이 난 먼지 투성이의 피부하며, 넓직하게 벌어진 뿔, 길게 늘어진 넓다란 콕구멍을 가진 콧등――이 모든 것이 매코머의 눈에 뜨이자 그는 총을 들고 쏠 자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윌슨이 호통을 쳤다.
 「이봐요, 차에서 쏴서는 안돼요!」

 매코머는 두려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윌슨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차에 부레이크 걸리더니 옆으로 미끌어지면서 스르르 멈춰 버렸다. 윌슨이 한쪽에서 뛰어내리고 매코머는 다른 쪽에서 내렸다. 그의 발이 아직 움직이고 있는 땅바닥에 비딪쳐 약간 비틀비틀 하였지만, 곧 총을 추켜들고 도망치는 물소를 겨누어 한 방 쏘아대었다. 총알이 한 방, 두 방, 물소에게 명중하였다. 그러나 물소는 여전히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총알을 연달아 쏘았다. 그는 겨우 물소의 앞쪽 어깨와 어깨사이를 쏘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다시 총알을 재려고 총을 만지고 있자니까 물소가 쓰러져 버렸다. 물소는 무릎을 꿇어밖고 커다란 머리를 앞으로 내젖고 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가 달리는 것을 보고 앞에 가는 놈을 쏘아 마췄다. 그는 또 쏘았다. 이번에는 맞지 않았다. 윌슨의 총소리가 탕!하고 들렸다. 이어서 앞장선 물소가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저기 또 한 놈을 어서 쏘아요.」
하고 윌슨이 급히 서둘렀다.
 「지금 당신이 쏜 그놈 말이오!」
  그런데 또 한 마리의 물소는 같은 동작으로 뛰고 있었다. 그가 쏜 총알은 맞지 않고 먼지만 푹푹 일으겼다. 윌슨도 사격에 실패하여 먼지만 구름처럼 피어나는 것이었다. 윌슨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
 「자 갑시다. 여긴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들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매코머와 윌슨은 차의 양쪽에 매달려 울퉁불퉁한 땅 위를 흔들거리며 아까와 같은 소력으로 곧장 도망치는 목이 굵직한 물소를 쫓아갔다.
  일행은 그 물소 바로 뒤에 다가섰다. 매코머가 총알을 재다가 땅 위에 떨어뜨려 급히 주워서 억지로 총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어느새 물소와 거의 마주 부딪칠 정도까지 접근 하였다.
 「멈춰 서!」
  윌슨이 외쳤다. 차는 뒤로 미끄러지면서 하마트면 자빠질뻔 하였다. 매코머는 앞으로 쓰러질 것처럼 뛰어내려 손잡이를 앞으로 젖혀놓고 등을 구부리고는 재빨리 도망치는 물소의 검은 등어리를 되도록 앞쪽으로 겨누고 쏘았다. 그리고 다시 겨누어 쏘고 또 쏘았다. 총알은 다 맞은 것 같은데 물소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윌슨이 쏘았다. 탕!하고 귀를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물소는 비틀거리기 시작하였다. 매코머는 조심스럽게 겨누어 다시 한 방 쏘았다. 그러자 물소는 풀석하고 무릎을 꿇고쓰러져버렸다.
 「옳지 됐어! 매우 훌륭한 솜씨로군요. 이제 세 마리를 다 때려눕혔군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매코머는 기쁨에 도취된 듯 싶었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