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윌슨은 금방 돌아왔다.
 「당신의 대형총을 갖고 왔어요. 받으시죠. 인제 놈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것 같아요. 자 그럼 가 볼까요?」
  매코머가 대형총을 박아 들자 윌슨이 말을 이었다.
 「내 뒤로 5야드 쯤 오른편으로 떨어져 따라오시오. 내 말대로만 하시오.」
  이어서 그는 스와힐리 말로 울상이 된 두 사람의 토인 운반이에게 뭐라고 말하였다.
 「그럼, 갑시다.」
 「물 한 모금 마셨으면 하는데!」
  매코머가 말하였다. 윌슨은 혁대에 물병을 차고 있는 나이가 지긋한 토인에게 뭐라고 뭐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토인은 불병마개를 빼고 매코머에게 넘겨 주었다. 매코머는 꽤 무거울 것으로 예상하고 불병을 받고 보니, 펠트 카버가 생각하기 보다 털이 많아 손에 닿는 감촉이 매우 브드러웠다. 그는 물병에 입술을 갖다 대었지만, 시선은 가장자리가 평평하게 된 나무들이 배경이 되어 있는 전면의 우거진 숲속을 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이리로 불어와 그 숲속이 가볍게 물결쳤다. 그는 엽총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숲속을 35야드쯤 들어간 곳에 그 커다란 사자는 납작하게 업드려 있었다. 놈은 두 귀를 뒤로 젖히고, 길고 검은 토실토실한 꼬리만 아래 위로 조금씩 흔들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놈은 이 은신처까지 겨우 와서 기진맥진하여 쓰러지고 만 것이다.
  총에 맞아 북처럼 불룩 솟은 배가 무척 아팠으며, 폐를 뚫고 지나간 상처 때문에 기운이 다 빠졌던 것이다. 그 폐의 상처로 하여 숨을 쉴 적마다 입에서 거품 같은 붉으레한 피가 나오곤 하였다. 양쪽 배는 피 투성이가 되어 몹시 쑤시고, 황갈색 가죽을 뚫은 총탄 구멍에는 파리떼가 꼬여들었다. 놈은 그 황색 커다란 눈을 증오에 불타 가늘게 뜨고 앞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숨을 쉴적마다 느끼는 아픔으로 하여 간신히 깜빡거릴 분이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은 햇볕에 익은 연한 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든 것――곧 아픔과 메시꺼움과 증오와 그밖에 남아 있는 힘의 전부가 오직 돌격이라는 한 점에 집중되어 있었다. 놈은 전력을 다하여 사람이 숲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덤벼들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꼬리를 빳빳이 아래 위로 흔들어대었다. 사자는 사람들이 숲속 한 끝에 나타나자, 기침을 하는 것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돌진해 왔다.

 나이가 지긋한 엽총 운반인 콩고니는 사자의 핏자죽을 살피면서 앞장서고, 윌슨은 큰 총을 겨누고 풀이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나 하고 눈을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다른 운반인은 귀를 기울이며 앞을 살피고, 매코머는 총을 겨누어 들고 윌슨의 뒤를 따랐다. 그리하여 일행이 숲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매코모는, 피가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듯이 울부짖으며 쏜살같이  숲속을 돌진해 오는 사자를 보았다. 앗! 그러자 그는 미치광이처럼 도망치고 있었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개을쪽을 향해 넓은 숲속을 미친 듯이 달리는 것이었다.
 윌슨이 큰 총을 파 팡! 하고 쏘아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다시 파 팡!하는 총 소리가 울려왔다. 뒤돌아보니 사자가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대가리가 절반쯤 박살이 된 것 같은 처참한 꼴로 우거진 숲속에 서있는 윌슨을 향해 기어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얼굴이 붉은 사나이는 보기 흉한 소총의 걸쇠를 조종하여 조심스럽게 과녁을 맞쳤다. 그러자 다시 팡! 하는 총소리와 함께 총구멍에서 불을 뿜더니 기어오던 사자의 묵직한 눈런 몸둥이가 금새 뻣뻣헤지면서 찢어진 커다란 대가리가 앞으로 푹 수그러졌다. 매코머는 사자가 죽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도망친 공지에 총탄 잰 소총을 손에 들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 사람의 백인과 두 사람의 흑인이 멸시하는 눈초리로 그를 뒤돌아보고 있었다. 매코머는 윌슨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기의 커다란 몸덩이 전체가 노골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윌슨은 가까이 다가온 그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사진이라도 한 장 씩으렵니까?」
 「뭘요.」
  일행은 자동차가 있는 데까지 가는 동안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윌슨이 침묵을 깨뜨렸다.
 「굉장한 놈이군요. 이 사람들이 가죽을 벗길 때까지 우리는 이 그늘에서 기다립시다.」

 매코머의 아내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그도 역시 아내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뒷자리에 앉고 윌슨이 앞자리에 앉았다. 그는 외면을 하고 슬그머니 아내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는 뿌리쳐 버렸다. 개울 저편에서 엽총을 운반하는 사나이들이 사자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끝까지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동안에, 그의 아내는 윌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윌슨이 뒤돌아보자 그녀는 몸을 굽혀 그의 입에 키쓰를 하였다.
 「아니 이거 웬 일이세요!」
  윌슨은 어리둥절하여 햇볕에 탄 얼굴을 더욱 붉혔다.
 「미스터 로버트 윌슨! 붉은 얼굴을 한 미남자 양반!」
  그녀는 이렇게 아양을 떨고 나서, 다시 매코머의 곁에 앉아 개울 맞은편 사자를 바라보았다. 흑인들이 가죽을 벗기고 거꾸로 쳐든 흰 힘줄이 드러난 앞다리와 허옇게 부풀어 오른 배가 보였다. 이윽고 토인들이 축축한 무거운 가죽을 둘둘 말아서 차에 싣고 함께 올라탔다. 차를 몰고 캠프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이 사자에 대한 이야기다. 매코머는 사자가 돌진해 오기 전에 무엇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리고 사자가 총구의 속도 2톤이라는 505총의 무지무지한 강타를 받고 돌진해 오는 동안에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 또한 두 번째의 요란스러운 총소리와 동시에 허리가 엉망이 되었어도 사자가 자기를 파괴하고 만 이 폭음을 내며 불을 토하는 물체를 향해 기어올 때, 무엇이 사자를 그렇게 전케 하였는지, 그런 것을 먀코머는 전연 알지 못하였다. 윌슨은 그런 것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굉장한 놈이로군!」
  이라는 말로 표현하였을 뿐이다. 매코머는 여러 가지 사물에 대하여 윌슨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아내가 자기에게 완전히 실망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의 아내는 전에도 남편에게 실망을 느낀 일이 가끔 있었지만, 번번이 곧 잊어 버리곤 하였다.매코머는 굉장한 부자였으며 장차 더욱 큰 부자가 될 터이므로 아내가 이제는 자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것만이 그가 잘 알고 있는 몇 가지 일 중의 하나였다. 그가 알고 있는 일이란, 이것과 그밖에 오토바이와――이것이 첫 번째였다.――자동차와 오리 사냥과 숭어나 연어 또는 바다의 커다란 물고기를 낚시로 잡는 일과, 책에 쓰여 있는 섹스에 관하여――그는 많은 책에서 섹스의 지식은 얻고 있었다. 여러 가지 구기(球技)와 개에 대하여, 말에 관해서는 약간의 돈벌이――그밖에 그의 세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그리고 아내는 자기를 버리지 않으리라는 것 등등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전에 굉장한 미인이었으며, 지금 아프리카에서 보아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본국에서는 자기를 차 버리고 더 잘 살 수 있을 정도의 미인은 아니였다. 두 내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만일 그가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좀 더 능숙했던들, 아마 그녀는 남편이 다른 아름다운 여자를 손에 넣지 않을까 하고, 몹시 앙탈을 부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됨됨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전연 없었다. 그리고 남편은 언제나 너그러웠다. 그런데 그 너그러움에 그 흉칙한 점난 없었더라면, 그의 성격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체로 보아 그들 두 내외는 비교적 행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끔 두 사람 중에서 어느 한 편이 헤어지리라는 소문이 떠돌긴 하였지만, 불화가 겉에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교란을 담당하고 있는 어떤 기자가 쓴 것처럼, 그들은 암흑지대인 아프리카에서 수렵생활을 함으로써 뭇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어 있었으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그들의 낭만에 모험의 정취 이상의 것을 첨가해 왔던 것이다.

 그곳은 마아틴 존슨(아프리카 맹수 탐험 영화로 유명해진 영화 제작가)부처(夫妻)가 여러 스크린에서 사자, 물소, 코끼리 등을 쫓아다니고, 한편 박물관의 표본을 수집하는 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질 때까지는 소위<아프리카의 암흑지대>라고 알려진 지방이었다. 사교란 기자의 주장에 의하면 그들 내외는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서로 헤어질 뻔한 위기에 처해 있었으며, 이번에도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도하였는데, 이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화해를 하는 것이었다. 그들 내외는 각자 굳게 결합된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이혼을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또한 그녀가 남편을 차 버리기에는 너무나 그가 부자였다.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때는 새벽 세 시경이었다. 매코머는 사자에 대한 생각을 집어치우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는 깨곤 하였지만, 대가리가 피투성이가 된 사자가 그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악목에 깜짝 놀라 잠을 깨고 말았다. 그는 자기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텐트 안 저쪽 침대에 아내가 없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자 그는 두 시간 동안이나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나서 아내는 텐트에 돌아와, 모기장을 들고 신이 나는 얼굴로 침대 속에 기어들어왔다.
 「어디 갔다 오는거야?」
하고 남편이 어둠 속에서 물었다.
 「아니, 주무시고 있지 않았어요?」
 「어디 갔다 오는거야?」
 「잠깐 바깥 공기를 쐬고 왔어요.」
 「거짓말 말아. 무슨 짓을 하고 오는지 알게 뭐야.」
 「내 입에서 어떤 대답을 바라는 거예요?」
 「어디 갔다 왔느냐 말이야?」
 「바깥 공기를 씌러 갔다가 왔다지 않아요.」
 「흥, 또 핑계를 대는군. 개쌍년 같으니.」
 「흥, 그래요. 당신은 겁쟁이구요.」
 「좋아, 그래 어떻다는 거야?」
 「몰라요. 인제 그런 얘기는 그만둬요. 졸려서 죽을 지경이니까.」
 「그래 내가 뭐든지 잠자코 받아들일 남편인 줄 아나?」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예요?」
 「어림도 없어.」
 「제발 이야기는 그만둬요. 졸려서 죽겠어요.」
 「그런 짓은 하지 않기로 되어 있지 않았어? 나한테 약속한 건 누구야?」
 「그렇지만 일단 저지른 일은 할 수 없지 않아요.」
  그녀는 아양을 떨며 말하였다.
 「참 잘하는군. 너 이번 여행에서는 그 따위 짓은 하지 않겠다고 나한테 단단히 약속하지 않았어?」
 「약속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럴 심산이었어요. 그러나 어제 일로 해서 여행은 엉망이 되었어요. 이제 새삼스럽게 그런 얘기를 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래 너는 자기에게 유리하기만 하면 언제나 거침없이 약속을 어긴단 말이지?」
 「제발 이야기는 이제 그만 둬요. 졸려서 죽을 지경이예요.」
 「안돼,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
 「그럼 혼자서 떠드세요. 전 자야겠어요.」
 그녀는 곧 잠들어 버렸다.

 이른 아침을 먹을 때,  세 사람은 함게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매코머는 지금까지 싫어하는 사람을 많이 대해 왔으나, 윌슨 처럼 싫은 사나이는 없었다. 매코머는 지금까지 싫어하는 사람을 많이 대해 왔으나, 윌슨처럼 싫은 사나이는 없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윌슨은 파이프에 담배를 쑤셔넣어면서 목쉰 소리로 말하였다.
 「네. 당신도 잘 주무셨어요?」
 「잘 잤습니다. 아주 푹 곯아 덜어졌어요.」
  <이 놈!>하고 매코머는 속으로 뇌까렸다. <뻔뻔스러운 놈 같으니!>
  <그러고보니 그녀가 텐트에 돌아갔을 때 이 녀석의 잠을 깨운 모양이군>하고 윌슨은 무표정하고도 냉랭한 눈초리로 두 부부를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그런데 왜 자기를 여편네 곁에 꼭 붙잡아메 두지 못하는 거야? 이 녀석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석고로 만든 성자로 아나? 남편이라면 적어도 여편네 하나쯤은 붙잡아 둘 줄 알아야지. 이것은 네 잘못이 아니냐?>
 「우리가 물소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하고 그녀는 앵두 접시를 밀어놓으면서 물었다.
 「글쎄요.」
  윌슨은 그녀에게 미소를 던지며 말을 이었다.
 「캠프에 남아 계시지 않으렵니까?」
 「절대로 남아 있지 않기로 했어요.」
 「부인에게 캠프에 남아 계시도록 잘 말씀드리면 어떻겠어요?」
하고 그는 매코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어때요?」
  냉랭한 목소리였다.
 「명령이라니요, 그런 말은 취소하세요.」
하고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며 자못 즐거운 듯이 말하였다.
 「아니 프랜시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떠날 준비는 다 됐어요?」
하고 매코머가 물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습니다. 부인께서도 함께 가시기를 원하십니까?」
  윌슨이 말하였다.
 「제가 원하든 말든 무슨 차이가 있어요?」
  윌슨은 될대로 되라고 생각하였다. 모든 일은 될대로 되라지. 그러면 결국은 그렇게 되고말지 않는가. 그렇지,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거야.
 「아니 별로.」
하고 윌슨은 말하였다.
 「설마 당신은 이 여자와 함께 캠프에 남아 있고 내가 혼자 가서 물소를 잡아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테지?」
하고 매코머가 물었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