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어서 아침 식사를 마쳐요. 그리고 나서 곧 떠나요.」
 「아직 날이 락지 않았는데. 어쩐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
  그때 마치 가슴 속에서 울어나는 듯한 소리로 다시 사자가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목구멍을 그르렁거리면서 점점 커지는 진동이 공기를 뒤흔드는 것 같어니, 한숨 비슷한 무거운 신음소리로 바꿔지는 것이었다.
 「바로 가까이 와 있는 것 같군요.」
 「저놈의 소린 정말 지긋지긋하게 듣기 싫군.」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그래 인상적이야. 몸서리칠 정도로 인상적이지.」
  윌슨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돌아왔다. 손에는 총신이 짧고 흉하게 보이는 커더란 505구경(口經)의 깁스 총을 들고 있었다.
 「자, 가 볼까. 엽총 운반인이 당신의 스프링피일드 총과 대형 총을 갖고 가요. 차에는 준비가 다 되어 있어요. 실탄 갖고 계시죠?」
하고 그는 매코머에게 말하였다.
 「물론이죠.」
 「전 준비가 다 되었어요.」
  매코머부인이 말하였다.
 「저놈의 고함소리를 당장 멍추게 해야지.」
  윌슨은 자신만만 하였다.
 「자, 당신은 앞에 타고, 부인께선 저와 함께 뒤에 타도록 해요.」

  그들은 차에 올라타고 잿빛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무성한 나무 숲을 지나 상류로 향하였다.
  매코머는 총의 개 버리판을 열고, 금속 케이스에 탄환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쇠마개를 닫아 안전장치를 하였다. 그는 자기 손이 떨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다른 탄약통이 더 들어 있나 하고 만져 보고, 또 손가락으로 웃저고리 앞에 있는 혁대에 걸린 탄약통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문짝이 없는 상자 모양의 자동차 뒷자리에는 윌슨이 아내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둘 다 흥분하여 웃다가, 윌슨이 몸을 앞으로 숙여 속삭였다.
 「보시오. 새들이 모여들고 있지요? 그놈이 잡아먹으려던 짐승을 버리고 간 모양이군요.」
  매코머는 독수리 한 마리가 냇물 맞은 편 제방 부근의 나무숲 위를 월을 그리면서 빙빙 돌다가 수직으로 쏜살같이 내려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혹시 그놈이 물마시러 이근처에 올는지도 몰라요.」
 윌슨은 여전히 속삭이듯이 말하였다.
 「놈이 자기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감시를 잘 하십시오.」
 일행은 높다란 제방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이 근처의 개울은 자갈 투성이의 밑바닥까지 깊숙히 파여 있었다. 그들은 나무숲 사이를 이리저리 비키면서 차를 몰았다. 매코머가 건너편 둑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윌슨이 그의 팔을 잡았다. 차가 멈췄다.
 「저기 있군요.」
  그는 속삭이듯이 말하였다.
 「바른 편에 있어요. 빨리 내려서 쏴요. 상당히 큰 놈이군요.」
  매코머는 그제서야 사자를 보았다. 사자는 옆구리를 거의 다 드러내 놓고 커다란 머리를 치켜들고 그들을 향해 서 있었다. 이리로 향해 불어오는 아침의 산들바람이 사자의 거므스름한 갈기를 들쳐 세우고 있었으며, 잿빛 아침 햇살을 받아 육중한 두 어깨와 미끈한 선을 그린 커더란 동체가 높직한 제방 위에 검은 영상처럼 보였다.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하고 매코머는 총을 들면서 물었다.
 「75야드(약70미터)쯤 되겠지요. 차에서 내려서 쏘시오.」
 「여기서 그냥 쏴선 안되나요?」
 「차에서 쏴선 안되지요.」
  윌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내리시오. 놈은 줄곧 그대로 서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매코머는 앞 자리에 달려 있는 출구에서 밖으로 나가서 스탭을 밟고 땅에 뛰어내렸다. 사자는 아직 그대로 거대하고도 냉랭한 눈초리로 버티고 서서, 그 눈에는 다만 그림자처럼 보일 뿐인 큼직한 물소와 같은 물체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람의 냄새는 사자 쪽으로 풍기지 않았으므로 사자는 다만 이쪽의 물체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커다란 대가리를 좌우로 서서히 흔들어대었다. 사자가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물을 마시러 뚝 아래로 가려는 자기 앞을 무엇이가 가리고 있으므로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사람 같은 것이 그 물체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사자는 그 묵직한 머리를 돌려 나무 숲으로 도망쳐 갔다. 순간 꽝!하고 날카로운 총소리가 나자, 사자는 30-06의 220 그레인 장총의 탄환이 옆구리를 뚫는 것을 느꼈다. 총알은 뜨겁게지지는 듯한 구토증을 일으키면서 창자를 뚫고 나간 것이다.

 사자는 커다란 배때기를 꿈틀거리며서 네 발을 무거운 듯이 질질 끌며, 숲속을 빠져 울창한 풀덤불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자 다시 공기를 뚫는 듯 쾅 하고 또 다른 총탄이 터지고이어서 또 한방이 터졌다. 사자는 그 총탄에 아랫배의 늑골을 맞아 입에서 갑자기 뜨거운 피와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사자는 울창한 숲속으로 힘껏 뛰어갔다. 사자는 웅크리고 앉아서 몸을 숨겼다가 그 놀라운 소리를 내는 물건을 끌어낸 다음에, 그 물건을 다루고 있는 인간에게 와락 듬벼들어 해 치우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매코머는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때, 사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기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을 뿐이다. 그리고 차에서 몇 발짝을 걸어 나가려고 하였을 때,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넙적다리가 빳빳해 오면서도 근육은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는 총을 들어 사자의 대가리와 어깨 사이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힘껏 당겼으나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는 안전장치를 해 둔채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총을 내려 안전장치를 풀고 얼어붙은 듯한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사자는 그의 그림자가 자동차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보고 몸을 확 돌려 재빨리 뛰기 시작하였다.

  매코머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정통으로 들어맞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사자는 마구 뛰고 있었다. 그는 또 한 방 쏘았다. 일행의 눈에는 뒤는 사자의 너머로 청탄이 팡하고 먼지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좀더 얕게 겨누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쏘았다. 명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사자는 있는 힘을 다하여, 그가 손잡이를 앞으로 내밀기도 전에 숲속으로 뛰어가 숨어 버렸다.
 매코머는 배알이 뒤틀리는 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며 장승처럼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아직도 스프링필드 총을 겨누고 있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내와 윌슨은 곁에 서 있었다. 엽총을 운반하는 두 사람의 토인들도 사투리로 뭐라고 지껄이며 옆에 서 있었다.
 「맞았어.」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두 번이나 맞았어.」
 「그런데 약간 앞 쪽이 맞은 것 같군요.」
하고 윌슨이 불만스러운 듯이 말하였다. 엽총을 운반하는 토인들도 매우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잠자코 있었다.
 「어쩌면 죽었을 지도 모르지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그러나 찾아보러 가기 전에 얼마 동안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하군요.」
 「그건 왜요?」
 「그 놈을 쫓아가기 전에 실컷 곯려 주자는 거지요.」
 「아, 그래요?」
 「아주 근사한 사자더군요.」
  윌슨은 명랑하게 말하였다.
 「그러나 고약한 곳에 들어밖혔으니 어떻게 한담?」
 「왜 고약하다는 거요?」
 「그 놈하고 마주칠 때까지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하긴 그렇군요.」
 「그럼 가 볼까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부인께서는 차에 그냥 남아 계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우리는 핏자죽을 따라 가야 하니까요.」
 「당신은 그냥 남아 있어요.」
  매코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입안이 말라붙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왜요?」
 「윌슨씨가 그러라고 이르지 않아.」
 「우리만 잠간 가 보고 오겠어요.」
 윌슨이 말하였다.
 「부인께서는 그대로 남아 계시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잘 보일 겁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윌슨은 스와힐리 말로 운전수에게 뭐라고 하였다. 운전수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험한 뚝을 내려와 개울을 건너고, 자갈 위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삥 돌기도 하면서, 맞은편 둑에 뻗어나온 나무 뿌리에 매달려 올라가서 개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매코머가 처음으로 사자를 쏘았을 때 총탄에 얻어맞고 달아나던 지점을 발견하였다. 엽총을 운반하는 자들이 풀줄기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더니, 짧악한 풀에 시커먼 피가 묻어 있었고, 그 핏줄기는 개울 기슭의 나무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매코머가 물었다.
 「이제는 별 수 없어요.」
  윌슨이 대답하였다.
 「둑이 너무 험하여 차를 몰고 들어갈 수도 없어요. 그 놈을 좀 더 골탕을 먹인 후에 둘이서 안에 들어가 찾아 봅시다.」
 「풀에 불을 지르면 되지 않을까요?」
 「풀이 아직 너무 싱싱해서요.」
 「모리꾼들을 집어넣을 수는 없을까요?」
  윌슨은 매코머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물론 할 수 있지요.」
하고 윌슨은 말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해요. 사자는 부상을 입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 사자라면 몰아낼 수 있지요. 소리만 들어도 도망을 치니까요. 그러나 부상을 당한 놈은 이리로 공격해 오는 법입니다. 놈과 마주치기 전에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지요. 놈은 토끼 한마라도 숨어 있지 못할 곳에 찰싹 업드려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런 곳에 모리꾼들을 몰아넣는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누군가 단단히 욕을 보게 되지요.」
 「그럼 엽총 운반인들은 어떨가요?」
 「그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가게 됩니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니까요. 그 때문에 고용되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들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도 그 안엔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요.」
  그는 미처 생각도 하기 전에 그만 이 말이 입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난들 들어가고 싶은 줄 아세요?」
  윌슨은 매우 명랑하게 말하였다.
 「그러나 그 길밖에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이윽고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든지 매코머를 힐끗 쳐다보았다. 매코머는 몸을 달달 떨면서 금새 죽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윌슨은 이렇게 말하였다.
 「물론 들어가실 필요가 없어요. 그 때문에 내가 고용되어 있으니까요. 내 고용료가 비싼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럼 당신이 혼자 들어가겠다는 말입니까? 차라리 사자를 그개로 내 버려 두는 게 어때요?」
  윌슨은 그때까지 사자에 대한 일과, 그 밖의 자기의 당면한 일에만 마음이 쏠려 있었으므로, 매코머에 대하여는 좀 겁이 많은 사람이로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나, 이말을 듣자 마치 호텔에서 남의 방문을 잘못 열고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리구요?」
 「그대로 내 버려 둬도 무방하지 않아요?」
 「그럼 총알이 맞지 않은 것으로 치자는 것이군요?」
 「아니지요. 다만 그냥 내 버려 두자는 거요.」
 「그건 안될 말입니다.」
 「왜요?」
 「놈은 지금 분명히 고통을 받고 있어요. 또 누가 놈하고 마주칠지도 모르지 않아요.」
 「하긴 그렇겠군요.」
 「그러나 당신은 잠자코 있어도 돼요.」
 「나도 들어가고 싶기는 하지만, 어쩐지 좀 떨리는군요.」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내가 앞장서지요. 콩고니를 시켜서 발자국을 따라가게 하고 당신은 내 뒤에 비켜서서 따라오시오. 놈이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오면 그땐 일이 다된 겁니다. 놈이 나타나기만 하면 둘이서 쏘아버립시다. 조금도 걱정 마시오. 내가 보호할 테니까요. 그헐긴 하지만 실은 당신이 오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 내가 해 치우는 동안에 부인하구나 함께 계시죠.」
 「아닙니다. 나도 가야겠어요.」
 「그럼 좋습니다. 다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만 두시라는 겁니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니까요.」
 「가랍니다.」
  그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부인하테 가서 좀더 기다리라고 이르고 오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뭘요.」
 「그럼 내가 가서 얘기하고 올까요?」
 「부탁합니다.」
  그는 겨드랑에 땀을 흘리면서 입안이 바싹 마르고 뱃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는 자기에게 윌슨더러 혼자 자서 해 치우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는 자기가 여태까지 취한 태도를 반성하려고도 하지 않고, 또 윌슨을 아내에게 보낸 일로 하여 그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