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코머의 짧고 幸福한 生涯
HEMINGWAY, ERNEST
「물소라면 나도 멋있게 해 치울 수 있었을 텐데. 다음에는 한 번 물소 사냥을 해 볼까?」
「소원이라면 내일이라도 가죠.」
하고 윌슨이 대답하였다. 이건 또 무슨 터무늬 없는 소리인가. 그렇다. 양키란 정말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족속이로군. 나는 다시 매코머의 편이 되지 않았는가. 다만 오늘 아침의 일을 잊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잊을 수는 없다. 그들이 이곳에 사냥을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지만, 오늘 아침 그 일은 꼴불견이었다.
「아, 부인깨서 오시는군.」
사실 그녀는 기운을 회복하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기 텐트에서 이리로 걸어왔다. 온전히 달걀 모양의 얼굴을 한 그녀는 너무나 둘글고 반반하여 백치(白痴)처럼 보일 정도였다. 천만에 백치일리가 없지, 하고 윌슨은 생각하였다. 백치라니, 말도 안된다.
「붉은 미남자 얼굴을 하신 윌슨씨 미안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기분이 좀 가라앉았어요?」
「음, 많이 나아졌어.」
남편이 대꾸하였다.
「저도 오늘 일은 깨끗이 잊어버렸어요.」
하고 그녀는 말하고 나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사자를 잡는 프랜시스의 솜씨 따위가 무슨 그리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게 어디 그분의 본업인가요? 그건 윌슨씨의 본업이어요. 윌슨씨는 사냥의 명수 아녜요? 당신은 무슨 짐승이든지 놓지는 예가 없지요?」
「암요. 모조리 잡아내지요. 무슨 짐승이든지 가리지 않습니다.」
그는 이런 여자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가장 무정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여자이다. 이런 여자들은 자기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남자를 골라서 남편으로 삼는 것일까? 그녀가 결혼하였을 때의 나이로서는 그런 점까지 알 수는 없었을 텐데,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자기가 미국 여자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게 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이 여자는 상당히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에 물소사냥을 가려고 합니다.」
윌슨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저도 갈 테에요.」
「안 됩니다.」
「갈 테야요. 프랜시스, 괜찮죠?」
「당신은 캠프에 남아 있구려.」
「싫어요. 오늘과 같은 구경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요.」
윌슨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그녀가 아까 눈물이 글썽하여 밖으로 나갔을 때, 매우 얌전하고 아름다운 여자로 보였으며, 이해력이 많고 쎈스가 빠르며, 남편과 자기 일 때문에 기분이 언짢고,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분 쯤 후에 다시 돌아와서는, 저 미국 여성다운 냉정한 태도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정말 다루기 어려운 여자이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구경을 시켜 주지.」
하고 매코머는 말하였다.
「아닙니다. 부인께서는 오지 마십시요.」
「윌슨이 참견하였다.」
「당신은 날 오해하고 있나 보군요.」
하고 그녀가 말하였다.
「당신의 멋진 솜씨를 보고 싶은 거예요. 오늘 아침 당신의 솜씨는 참 근사했어요. 짐승의 대가리를 낚아채는 게 멋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말예요…….」
「점심을 가져왔습니다.」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부인께서는 매우 명랑하시군요.」
「명랑한 게 나빠요? 전 우울해지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건 아녜요.」
「그야 물론이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별로 지루하지는 않았지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그는 시냇물 속에 딩굴고 있는 자갈과 나무가 무성한 저편 높다란 둑을 바라보니, 아침에 일어난 일이 다시 생각났다.
「그럼요. 무척 재미있었어요.」
하고 그녀가 말하였다.
「내일도 그럴 거예요. 제가 내일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당신은 전혀 모르실 거예요.」
「지금 급사가 갖고 온 것은 큰 사슴 고기입니다.」
「큰 사슴이라니, 저 산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송아지 같은 동물 말이죠?」
「글쎄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맛이 근사해.」
매코머가 말하였다.
「프랜시스, 당신이 잡은 거예요?」
「암.」
「그 짐승은 별로 위험하지 않지요?」
「위에서 덤벼들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지요.」
윌슨이 말하였다.
「아이, 좋아!」
「닥치지 못해!」
매코머가 쏘아붙였다. 그는 커다란 사슴 고기 스테이크를 베어, 그 고기 조작에 꽂은 포크를 뒤집어 그 위에 매시드 포테이토와 고기 국물을 친 당근을 얹어 놓으려고 하였다.
「당신의 말투가 하도 점잖아서 닥칠래요.」
「오늘 저녁에는 잡아온 사자를 위해 샴페인이나 들도록 할까요?」
하고 윌슨이 말하였다.
「잦에는 너무 더워서…….」
「참, 그 사자 말예요.」
하고 그녀가 반색을 하고 말하였다.
「전 그 사자 생각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마음 속으로 남편을 놀리고 있구나 하고 윌슨은 생각하였다. 그렇지 읂않으면 이렇게 해서 구경거리를 만들 심산인가?
남편이 겁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내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여자란 대체로 잔인하지만 이 여자는 특히 그렇다. 이런 야자들은 물론 남편을 쥐고 마구 흔든다. 그러자니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런 여자들은 물론 남편을 쥐고 마구 흔든다. 그러자니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런 여자들의 횡포를 많이 보아 오지 않았는가!
「그 사슴 고기를 더 드시죠.」
그는 그녀에게 공손하게 말하였다.
매코머와 윌슨은 그날 오후에 늦으막해서 토인 운전수와 두 사람의 엽총 운반인을 데리고 자동차로 사냥을 나섰다. 매코머 부인은 캠프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내일 아침에 일찍 함께 가겠다고 말하였다.
윌슨은 멀어져가는 자동차 위에서 그녀가 커다란 나무 아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장미빛이 어린 카아키색 옷차림을 하고, 앞 이마에서 뒤로 검은 머리칼을 젖혀 목덜미 아래 늘어뜨리고 있어, 아름답다기보다는 귀엽게 보였다. 그에게는 그녀의 생기발랄한 얼굴은 영국에 있을 때와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녀는 풀이 우거진 대지를 뚫고 멀리 사라지는 자동차에 손을 흔들어대었다. 차는 숲속을 돌아 과일나무가 무성한 언덕을 향해 달렸다.
그들은 과일나무 숲속에서 한 떼의 사슴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자동차에서 내려서 높다란 뿔을 가진 늙은 사슴 뒤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매코머는 200야드쯤 떨어진 거리에서 숫사슴을 대뜸 쏘아 맞추었다. 사슴의 무리는 후닥닥하고 서로 등을 마구 뛰어 넘으면서 중도망을 쳤다. 네 다리로 껑충껑충 뛰어가는 모습은, 마치 꿈결에 보는 것만 같아 도저히 현실에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솜씨가 훌륭합니다.」
하고 윌슨이 탄복하였다.
「과녁으로서는 작았는데도 멋지게 했어요.」
「머리를 겨눠서 어떨까 했지요.」
「놀랍습니다. 그렇게만 쏘아 맞추면 걱정 없겠군요.」
「내일 물소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잘 될 테지요. 물소는 아침에 일찌감치 물 먹으러 오니까요. 운수가 좋으면 넓은 벌판에서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난 사자 사냥에서 실패했으니까, 분풀이를 해야겠으요.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다시 아내가 보면 상당히 불쾌할 테니 말입니다.」
아내가 보건 말건 그런 짓을 하거나, 또는 하고 나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더욱 불쾌할 텐데, 하고 윌슨은 생각하였으나 이렇게 말하였다.
「난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누구나 처음 사자를 만나면 당황하니까요. 또 그건 벌써 다 지나간 일이구요.」
그러나 매코머는 그날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위스키 소오다를 마시면서도, 모기장을 친 침대에 누워서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 일을 잊어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그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뿐더러 앞으로 시작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기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부분은 씻어 버릴 수 없으리만큼 부각(浮刻)되어 창피한 생각을 억제할 수 없었다. 아니 창피한 이상으로 전신에 싸늘하고 고적한 두려움마저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한 때는 자신만만하던 장소에 두려움이 마치 싸늘하고 미끄러운 공동(孔洞)처럼 남아 있어 그를 언짢은 기분으로 휩싸 버렸다. 그러니까 그일은 아직도 그와 함께 엄연한 현실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의 발당은 그 전날 밤에 그가 잠에서 깨어나 강의 상류에서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우렁찬 울음소리였으나, 나중에 기침을 하는 것 같은 신음소리로 들리더니, 바로 텐트밖에 사자가 와 있는 듯 싶었다. 밤중애 잠에서 깬 그는 그 소리를 듣고 더럭 겁이 났다. 잠든 아내의 부드러운 숨결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기의 두려움을 고백할 상대도 없고, 그 두려움을 같이 나눌 사람도 없이 혼자서 누워 있었다.
<아무리 담대한 사람도 사자에게 세 번은 놀란다.――발자국을 보았을 때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사자와 마주쳤을 때>라는 소마리인(아프리카 동부의 토인)의 속담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아침해가 뜨기 전, 식당 텐트에서 등불을 켜놓고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사자가 또 울부짖었다. 프랜시스는 사자가 바로 캠프 근처에 와 있는 줄만 생각하였다.
「늙은 놈의 울음 소리군.」
하고 윌슨은 볶은 연어와 커피를 먹다 말고 말하였다.
「저놈의 기침 소리를 좀 들어 보시오.」
「바로 가까이 와 있어요?」
「상류로 1마일쯤 떨어진 곳일 겁니다.」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보로 갑시다.」
「울부짖는 소리가 이처럼 멀리 들립니까? 마치 캠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군요.」
「상당히 멀리 들리지요. 신기한 일입니다. 쓸 만한 놈이면 좋을 텐데. 급사들의 말을 들으면 이 근처에는 꽤 큰 놈들이 있다고 해요.」
「어딜 쏘아야 쓰러뜨릴 수 있습니까?」
매코머가 물었다.
「글쎄요. 어깨가 좋을 거요. 될 수만 있으면 목덜미가 좋구요. 뼈다귀를 쏘아 때려눕혀야 하니까요.」
「겨냥이 잘 되면 좋을 텐데.」
「당신은 솜씨가 있으니까 염려 없어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잘 겨눠야 해요. 제1탄이 중요하지요.」
「사정 거리는 어느 정도로 잡으면 좋을까요?」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할 수 없어요. 사자에 따라서 다르니까요. 정확을 기하기 위해서는 아주 가까이 접근해 올 때까지 가다렸다가 쏘아야 해요.」
「100야드 이내로 할까요?」
윌슨은 째빨리 그를 쳐다보고 말하였다.
「그렇죠. 100야드 정도면 괜찮아요. 좀더 가까이 접근시키면 더욱 좋구요. 그 이상 떨어진 곳에서 쏘지 마세요. 100야드가 적당합니다. 그만한 거리면 어디나 쏘아 맞출수 있으니까요. 아, 부인께서 오시는군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녀는 인사를 하였다.
「저 사자사냥을 떠나시는 거예요?」
「댁에서 식사가 끝나는대로 꼳 떠나려고 합니다. 기분은 좀 어떠세요?」
「아주 그만이에요. 신이 나는군요.」
「준비가 다 되었나 잠간 보고 오겠습니다.」
윌슨은 밖으로 나갔다. 그때 사자가 다시 울부짖었다.
「꽤 시끄럽게 구네!」
월슨은 건성으로 화를 내었다.
「이놈 당장 끽 소리도 못하게 할 테다!」
「아니, 당신 웬 일이세요?」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녜요, 어쩐지 좀 이상하군요.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글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말 좀 해 봐요.」그녀는 남편을 쳐다보았다.
「기분이 언짢아요?」
「저 망할 놈의 울음 소리 때문이야. 밤새 으르렁대지 뭐야.」
「왜 절 깨우시지 그랬어요. 전 그 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저놈을 난 어떻게 해서든지 때려눕혀야 해.」
남편은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럼, 당신이 여기까지 온 건 그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야 그 때문이었지. 하지만 좀 떨리는 걸. 그 놈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니, 자꾸만 신경이 날카로와지는군 그래.」
「그럼 윌슨씨의 말대로, 그 놈을 쏘아 때려눕히면 되지 않아요.」
「말이야 하기 쉽지.」
「당신 설마 무서워하는 건 아니죠?」
「물론이지. 다만 밥새 울부짖는 소릴 듣고 나니 신경이 얼떨떨해 지는군 그래.」
「당신은 그 놈을 보기 좋게 잡아 버릴 거예요. 틀림 없어요. 그 광경을 좀 보고 싶어요.」
「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