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나

   CAMUS ALBERT(알베르 까뮈)

   화가 질베에르 요나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자기의 별이었다. 그는 남의 종교에 대하여 존경과 일종의 감탄까지도 느꼈지만……그의 믿음도 힘을 갖고 있었다. 그의 믿음이란 이렇다할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많은 소득을 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10여 명의 비평가들이 그가 25세 전후에 재능을 발견하였다는 명예를 서로 다루게 되었을 때에도,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의 이와 같은 태연스러운 태도를 가리켜 사람들은 거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한편 믿는 데가 있기 때문에 그처럼 겸손하다는 훌륭한 설명도 성립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나는 그것은 자기의 공로라기 보다는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화상(畵商)이 그에게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떤 월급제를 제의해왔을 때에는 그도 좀 놀라게 되었다. 이때 중학시절부터 요나의 그러한 별을 사랑해 오던 건축가 라토오는 그런 월급으로는 궁한 생활을 면지 못할 것이며, 화상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그에게 충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뭐 그 정도면 괜찮아.」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
  라토오는 자기가 계획하는 모든 일을 자신이 수완껏 성공하는 사나이었으므로 친구를 꾸짖었다.
 「뭐 그만하면 괜찮다고? 인간이란 값싸게 굴어서는 안돼.」
  그러나 요나는 무가내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자기 별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라하여 그는 그림에 전력을 기울이게 됨으로써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보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운수가 좋았어!」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는 행운이란 계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도 그 행운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양친에 대하여 애정이 깃든 고마운 마음을 언제나 지니고 있었다. 첫째로 양친은 그를 키원서 그에게 몽상에 잠길 여가를 주었다. 둘째로 두 분은 간통을 이유로 헤어졌기 때문이다. 간통이란 부친이 주장한 구실로, 그것이 특수한 간통임을 부친은 밝히지 않았다. 부친은 자기 아내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아내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성녀로, 나쁜 속셈은 전혀 없이 오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몸을 바쳤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지조를 주인의 자격으로서 지배하려고 하였다.
 「가난뱅이들 때문에 내가 당신에게 배반을 당하는 것은 이젠 지긋지긋해.」
하고 그의 아버지 오셀로는 말하였던 것이다.

  요나에게는 그러한 오해가 이렇게 작용하였다. 그의 양친은, 부모의 이혼으로 말미암아 그 자식들이 변태적인 살인광이 되는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하여 읽기도 하고 또 알기도 하였으므로, 그런 불미스러운 진화의 싻이 자라지 못하도록, 알(卵)채로 단종해 버리기 위해 서로 다투어 아들의 응석을 받아 주었다. 그들에게는 어린 자식의 마음에 받을 충격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을수록 걱정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야 말로 가장 깊은 상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요나가 조금이라도 자기자신이나 자기가 보낸 하루를 만족스럽게 여기면, 그의 양친은 불안하여 미칠 지경에 이르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요나를 갑절이나 더 보살피고 한편 어린 요나의 욕구는 그럴수록 더욱 불만스럽기 하였다.

  이러한 그의 불행이, 친구 라토오를 헌신적인 형제처럼 생각하게 하였다. 라토오의 양친은 요나의 불행을 가엾게 생각하여 이 아들의 중학교 친구를 자주 집으로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의 동정어린 언사는, 스포오츠를 좋아하는 씩씩한 아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아도 이미 그 대범한 태도를 감탄하고 있던 친구를 자기의 보호 아래 두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게 하였다. 그들은 감탄과 친절이 알맞게 융합되어 하나의 아름다운 우정을 이루었다. 요나는 그 우정을 다른 모든 우정과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받아 주었기 때문에 라토오는 더욱 좋게 생각하였다.

   요나는 별로 애쓰지도 않고 무난히 학업을 마치고 나서 부친의 출판사에 들어거 일자리를 얻는 행운을 갖게 되었으며, 게다가 화가로서의 천직까지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출판사 사장인 요나의 아버지는 문화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이유로하여, 출판사업이 어느 때보다도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책을 보지 않을수록, 책을 많이 사 두거든. 이건 역사가 입증하고 있어.」
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리하여 회사에 들어오는 원고는 별로 읽어 보지도 않고, 오직 저자의 명성과 내용이 시대적인 흥미에 부합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출판도 결정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시대적인 흥미를 가진 주제란 sex이므로, 이 출판사에서는 그 방면의 책을 점눈적으로 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주로 특수한 장정과 묘한 광고에 의존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요나는 원고를 심사하는 일을 맡았는데, 자연히 여가가 많이 생겨 이를 소비할 방법을 궁리해야만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그는 뜻밖에도 지칠줄 모르는 정열을 쏟아 하루하루를 그림을 그리는데 보내었다. 그는 여전히 별로 애쓰지 않아도 솜씨가 뛰어났다. 다른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제 나이에 결혼도 하지 못할 뻔하였다. 그림이 그를 송두리채 삼켜 버렸던 것이다. 그는 일상생활에 관련되는 사람들이나 여러 가지 치닥거리에 대하여는 상냥스러운 미소로서 처리해 나가면서 그런 일로 하여 속을 썩이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라토오가 오토바이 뒤에 그를 태우고 너무 빨리 달리다가 사고를 내었다. 요나는 오른 손에 붕대를 감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중에 사랑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도 그는 그 위험속에서 자기의 별의 효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고가 아니었던들 그는 루이즈 풀랭을 거들떠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였다.
  그런데 라토의 말에 의하면, 루이즈는 별로 거들떠볼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은 키가 작고 몸집이 딱 바라져 있으면서도, 그는 키가 날씬한 여자가 아니면 좋아하지 않았다.  「그 개미 같은 여자에게 볼 만한 데가 어디 있어? 난 도무지 모르겠네.」
  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 루이즈는 키가 작달막하고 살결과 머리털, 눈 할 것 없이 모두가 검은 편이었지만, 몸맵시가 있고, 얼굴도 예쁘장하였다. 몸집이 크고 건장한 요나는 그 개미 아가씨가 남달리 부지런하였으므로 더욱 마음이 끌렸다. 루이즈의 특징은 활동적인데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성품은 게으른 요나와 잘 어울려, 그를 이롭게 해 주는 것이었다. 루이즈는 처음에, 요나가 출판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문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녀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고, 불과 몇 주일 동안에 무슨 문제에 대해서나 제법 그럴듯하게 떠벌이게 되었다. 요나는 탄복하였다. 그는 루이즈가 가르쳐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또 현대의 여러 가지 새로운 소식도 그녀의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독서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였다.
 「아무개는 악하다거나, 또는 추잡하다는 말은 인제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대신 스스로 악하기를 원한다거나, 추잡하기를 원한다고 말해야 할 거예요.」
하고 루이즈는 잘라서 말하는 것이었다. 무릇 뉘앙스란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일찍이 라토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류를 비판하기에 이를 우려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루이즈는, 그 진리는 통속잡지가 모두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 두지.」
하고 요나는 말하였다. 그는 그런 참혹한 발견을 금새 잊어 버리고, 자기의 별만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루이즈는 요나가 그림 밖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문학을 집어치우고 조형미숭의 연구에 몰두하여 요나를 끌고 박물관이나 전람회 같은 데를 부지런히 구경하러 다녔다. 요나는 그의 동시대인들의 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마음에 꺼렸다. 그만큼 그는 단순한 예술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예술에 관련되는 모든 분야에 대한 동향을 잘 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였다. 루이즈는 하룻밤만 자고 나면 작품을 본 화가의 이름까지도 잊어 버렸지만, 자기가 문학에 열중하던 때부터 품게 된 하나의 확신, 즉 인간이란 결코 아무것도 잊어 버리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그럴듯한 일이었다. 별은 분명히 요나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기억에 대한 신념과 망각의 편의를 아울러,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루이즈가 아낌없이 요나에게 헌신하였기 때문에, 그의 일상생활은 아름답게 빛나게 되었다. 이 고마운 천사는 요나로 하여금 구두며, 옷, 속옷 등속을 사러 다니는 수고를 덜게 해 줬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보통사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짭은 인생의 나날을 더욱 짧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녀는 시간을 잡아먹는 여러 가지 일들을, 사회보험의 까다로운 인쇄물에서부터 세금징수에 대한 규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도맡아 주었다.
 「그렇긴 하지만.」하고 라토오는 말하였다.
 「치과에는 자네 대신에 못가지 않나.」
  그녀는 물론 대신 갈 순 없었지만, 전화를 걸어서 가장 적당한 시간에 약속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동차의 청소며, 여름 휴가의 호텔 예약, 심지어 석탄을 장만하는 일까지 돌보았다. 요나가 해 주려고 하는 선물을 자기가 고르고 꽃을 보내며, 그리고도 어느날 저녁에는 요나가 없는 동안에 요나의 집에 들려서 침대에 이부자리를 손질하여,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녀는 이와 꼭 같은 정열로 그의 침대 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시장과 시간약속을 하여, 요나의 재능이 인정되기 전에 그를 시장에게 데리고 나왔으며, 신혼여행은 모든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도록 구몄다. 주택난이 매우 심한 때였으나, 미리 방이 셋 있는 아파트를 얻어 두었다가, 여행에서 돌아와 신접살림을 구몄다. 그리고 그의 연속적으로 아들과 달을 뽑아내었다. 그것은 아이를 셋까지만 낳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그 계획은 요나가 출판사를 그만두고 그림에 전념하게 되기 알마 전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루이즈는 자식을 낳게되자, 어린애에게만 헌신하게 되었다. 남편을 도우려고 하기는 하였으나 시간이 모자랐다. 그리하여 남편을 소흘히 하게 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과단성 있는 성격은 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지.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할 수 밖에.」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이것은 요나도 동감이었다. 그와 동시대의 모든 예술인과 마찬가지로, 그도 직업인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직업인은 좀 푸대접을 받아 구두도 자기가 몸소 사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요나는 이것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하였다. 물론 상점을 찾아다니느라고 애를 써야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오히려 기쁘게 생각하였다. 물론 상점을 찾아다니느라고 애를 써야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부부생활의 행복에 많은 진가를 부여하는 고독한 시간을 얻는 것으로 보상되었다.

  그러나 생활 환경이 가정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그들의 중위에서 시간과 공간이 같은 보조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출생, 요나의 새로운 직업, 더 큰 아파트를 구할 수 없는 적은 봉급―― 이러한 것들이 두 사람의 활동에 좁은 장소밖에 제공해 주지 못하였다. 그들의 방은 옛거리의 18세기 낡은 호텔 2층에 있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었다. 새로운 분야의 탐구는 옛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데서 오는 결과였다. 요나도 그런 신념을 갖고 있었으므로, 거기에서 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의 아파트는 상당히 낡았었다. 그러나 몇 군데 현대적으로 수리를 하여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주로 건물의 면적은 적지만 손님들에게 많은 공기량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높직하고 커다란 창문이 달려 있는 방들은, 그 넓이로 보면 분명히 연회나 무슨 화화스러운 모임에 쓰이도록 계획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시의 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의 수입을 늘이기 위해 할 수 없이 대부분의 주인들은 그 넓은 방들에 칸막이를 하여 방 수효를 늘여서,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비싼 값으로 세를 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여전히<충분한 공기량>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 점을 전연 부인할 수는 없었다. 집 주인들이 방을 가로 칸막이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던들, 현대에 이르러 특히 결혼을 많이 하고, 번식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 몸 담을 곳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그들은 필요한 희생을 아기지 않았을 것이다. 넉넉한 공기의 용적은 언제나 이로운 것은 아니었다. 겨울에 방안을 덥히기가 어려워 집주인들은 연료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여름에는 유리의 면적이 넓어서 햇빛이 많이 쏜아졌다. 덧문이 없었던 것이다. 주인들은 덧문을 다는 것을 등한히 하였다. 창이 높은데다가 목수의 품삯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두툼한 커어튼이면 덧문과 같은 역학을 할 수 있으며 커어튼은 세들어 사는 사람의 부답이므로 값에 대하여도 신경을 쓴 필요가 없었다. 결국 집 주인들은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선심을 쓰면서 자기네 상점에서 가져온 커어튼을 적당한 가격으로 제공하였다. 집을 세 놓는 자들의 이러한 박애주의는, 일종의 취미에 지나지 않았다. 이 새로운 군주들은 평소에 포목이나 비로드를 파는 장사를 해 왔던 것이다.

   요나는 아파트의 이점(利點)에 감탄한 나머지 불편한 점은 군소리 없이 받아들였다. 초과된 연료데에 대하여는 그는<좋도록 하오.>하고 주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커어튼에 대하여는 침실만 달고 다른 창들은 그냥 두어도 괜찮다는 아내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우리들에게는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하고 마음이 깨끗한 그녀는 말하였던 것이다.
요나는 제일 큰 방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천장이 하도 높아서 거기에 조명장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었다. 그리고 오르내리지 않고서도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는 그보다 훨씬 작은 방들이 좁은 복도를 통하여 나란히 연결되어 있었다. 아파트의 한쪽에는 화장실과 샤워실로 되어 있는 구석방에 부엌이 달려 있었다. 그 방은 채로 기계장치를 하여 고마운 물을 받는 조건이라면 샤워실이라고 할 만도 하였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