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나
CAMUS ALBERT(알베르 까뮈)
그 아파트는 천장이 무척 높은데다가 방들이 비좁아서, 문과 창만으로 거의 전부 유리에 싸여 있는 이상한 평행육면체처럼 보였다. 따라서 가구들은 기댈 곳이 없고, 사람들은 강렬한 햇빛을 받아 수직형으로 된 어항속의 잠수인형들처럼 떠돌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창들은 모두 안 마당으로, 그러니까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같은 스타일의 다른 창들을 향하고 있어, 그 뒤에 있는 둘째 안뜰로 향한 또 다른 창들의 높직한 모습이 보였다.
<이건 경대방이로군!>하고 요나는 말하면서 좋아하였다.
그는 라토오ㅢ 충고에 따라서 부부의 방은 작은 방 하나로 정하고, 또 하나의 작은 방은 벌서 뱃속에 들어 있는 어린애의 방으로 작정해 두었다. 큰 방은 낮에는 요나의 아틀리에로 사용되고 밤과 식사때에는 기족들의 공용이 되었다. 그리고 요나나 루이즈가 서 있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면 부엌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라토오는 가구를 어러 모로 교모하게 놓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바퀴가 달린 문, 서랍식의 선반, 접는 탁자 등속을 풍부히 하여 가구의 빈약함을 보충하였다. 그리하여 이 독특한 아파트의 요술상자 같은 인상은 더욱더 짙어졌다.
그러나 방들이 그립과 아이들로 가득차게 되자, 그들은 샤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하였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요나는 큰 방에서 일을 하고, 루이즈는 부부방에서 뜨개질을 하며, 두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떠들어대거나 하면서 온 어파트 안을 과히 부자요스럽지 않게 굴러다녔다. 갓난아니는 요나가 그림을 병풍처럼 쌓아 올려서 마련한 아트리에의 한 구석에서 기르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면 어린애가 우는 소리에 곧 응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요나가 귀찮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루이즈가 먼저 달려가 아이를 돌보기 때문이었다. 어린애가 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걸어서 아트리에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요나는 아내의 그러한 조심성에 감동되어 자기는 병로 신경이 예민하지 않으므로 발소리가 나더라도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하였다. 아내는 어린애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요나는 그러한 어머니로서의 애정이 크게 탄복하여 미쳐 거기까지 생각지 못한 자기자신을 껄껄 웃어 넘겼다. 그 때문에 그는 아내가 조심스럽게 자기 방에 들어오는 것이 이히려 태연스럽게 들어오는 것보다 더 방해가 된다는 말을 감히 입밖에 내지 못하였다. 첫째로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렸으며, 둘째로는 일종의 무언극이 벌어져 두 팔을 커다할게 벌리고 상반신을 뒤로 약간 젖힌채 발을 앞으로 높이 쳐들고 아내가 옆을 지나갈 때면, 으례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아내의 그러한 방법은 그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아트리에에 가득 쌓여 있는 어느 캔버스의 하나를 걷어찰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린애를 깨우게 되고 어린애는 자기의 불만을 수단것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수단이 또한 상당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뱃짱의 능력에 감탄하며 아들을 달래기 위해 급히 달려가면 곧 아내가 뛰어와서 아이를 앗아가곤 하였다. 그러면 요나는 캔버스를 세워 놓고 붓을 손에 든 채 끈기있게 울어젖히는 아들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마음이 흐뭇하여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어린애가 이렇게 우는 것은 요나가 성공을 거두어 많은 친구가 생긴 때문이기도 하였다. 친구들은 자주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고, 별안간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는 여러 모로 중리한 끝에 전화를 아트리에에 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자주 벨이 울려 어린애는 번번이 잠에서 깨어나, 벨소리와 뒤섞여 울음소리가 터지는 것이었다. 간혹 루이즈가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때면,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뛰어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요나가 한 손에 어린애를 안고, 또 다른 손으로 점심식사를 초대하는 수화기와 함께 붓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화술이 서투른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점심식사에 초대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였지만, 그는 되도록 낮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밤에 외출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였다. 흔히 친구들은 유감스럽게도 점심 밖에는, 그리고 바로 그날의 점심 밖에는 틈을 낼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 점심을 그는 친애하는 요나에게 꼭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좋을대로 해>하고 요나는 능낙하고 수화기를 놓은 다음에, <친절한 친구야>하며 어린애를 아내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그는 일을 계속하지만 잠시 후에는 다시 점심식사 때문에 일이 중단되는 것이었다. 그는 캔버스를 치우고 특제의 식탁을 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야 했다. 그는 식사를 하면서도 제작 중인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애들이 음식을 씹어서 삼키는 속도가 좀 느리다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식사시간은 언제나 길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문에서, 잘 소화시키려면 천천히 씹어먹어야 한다는 기사를 읽은 후부터는, 식사를 할 때마다 유유히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때문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오기도 하였다. 라토오는 으례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 찾아왔다. 그는 낮에는 자기 사무실에 있으면서, 화가는 낮에 햇빛 아래서 일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나의 새 친구들은 거의가 화가 아니면 비평가들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전에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으며, 다른 친구들은 앞으로 그리려는 참이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지금까지 그린 그림이나 앞으로 그릴 그림을 연구하고 있었다. 모두들 두말할 나위가 없이 예술을 매우 존중하였으며, 작품제작과, 예술가에게 절대로 필요한 명상을 그토록 훼방하는 현대사회의 조직을 개탄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러날을 두고 오후가 되면 번번이 찾아와서 그러한 개탄을 하면서, 요나에게는 일을 계속하라고 하였다. 즉 자기들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자기들은 속물이 아니어서 예술가에게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으므로, 자기들에게는 조금도 개의치 말고 자유롭게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요나는 자기네 앞에서 일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줄 아는 친구들을 갖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였으나,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 들려 주는 이야기에 웃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와같이 천연스러운 태도가 그의 친구들을 더욱 하물없이 지내게 하였다.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화기가 감돌아, 때로는 식사시간을 잊어 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기억이 좋았다. 아이들은 곧잘 뛰어와서 좌중에 섞여 큰 소리로 졸라대기도 하고, 손님들의 이 무릎 저무릎에 뛰어다니며 품에 안기기도 하였다. 이윽고 안마당을 덮은 네모난 하늘에서 햇빛이 기울어지면, 요나는 붓을 놓는 것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친구들에게 있는 찬으로 식사를 권하고 밤 늦도록 예술에 대한 이야기, 특히 그 자리에 있지 않은 무능한 화가들, 표절가가 아니면 사리사욕에 급급한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요나는 이른 아침에 햇빛을 이용하기 위해 즐겨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조반도 자연히 늦어질 것이고, 몸도 더 피로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의 예술에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예술에 있어서는 없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건 자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야. 이건 별의 덕분이지.」
하고 그는 말하였다.
친구들 외에도 제자들이 가금 찾아왔다. 요나는 이제 한 파(派)를 이루고 있었다. 이 사실에 그는 처음에는 저으기 놀랐다. 앞으로 모든 것을 배워나가야 할 자기한테서 남들이 배울 만한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예술가로서 어둠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그가 어떻게 남에게 참된 길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제자란 반드시 무엇을 자기에게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그 보다는 오히려 스승을 가르치는 정신적인 기쁨을 누리기 위해 제자가 되기도 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기 영광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의 제자들은 그가 그린 그림을 그에게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작품 속에서, 자기자신으로서도 좀 놀라운 많은 의도를 발견하는 동시에, 자기로서는 표현하려고 생각하지 않은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예술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제자들로 말미암아 갑자기 자기의 재질이 풍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때때로 그때까지 미처 말지 못한 풍부한 예술적인 표현을 바라보고, 좀 우쭐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긴 그래.>하고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저 후면에 보이는 저 얼굴만 눈에 뜨이거든. 간접적인 인물화라는 말이 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러한 효과를 훌륭하게 표현한 것이 사실이야.
그러나 그는 곧 그런 거북한 대작의 솜시를 그의 별의 덕분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빛나고 있는 것은 별뿐이야. 나는 루이즈와 어린애들 곁에 살고 있을 따름이지.>
그런데 제자들에게는 또 다른 공로가 있었다. 그들은 요나에게, 자신에 대하여 더욱 엄격하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요나를, 특히 그의 양심과 제작역량을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에 어떠한 결함도 그에게 용납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어려운 제작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을 계속하기 전에 사탕이나 쪼코릿 조각을 깨물어 목는 오랜 습관을 잃어 버렸다. 자기 혼자라면 몰래 그 버릇을 지속하였을 터이지만, 옆에는 거의 언제나 제자들과 친구들이 모여 있어 그의 정신적인 진보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그들 앞에서 초코릿을 씹는다는 것으 어색한 일이며, 또 그런 사소한 괴벽으로 말마암아, 그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중단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은 요나에게 자기의 예술관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제자에게 한동안 고심하다가, 때때로 겨우 변개같은 순간적인 광명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럴 때면 현실이 새로운 비 속에 전개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미학에 대하여 애매한 관념밖에 갖고 있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와 반대로 각자 모순되기는 하였지만 명백한 관념은 갖고 있었다. 그 점에 대하여 그들은 매우 진지하였다. 그는 예술가의 겸손한 벗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자들이 그들의 관념에 어긋나는 어떤 그림으 앞에 놓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을 볼 적마다, 그는 자기 예술에 대하여 좀더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이로운 일이었다.
또한 제자들은 자기자신의 작품에 대한 요나의 의견을 물어옴으로써 그를 이롭게 하였다. 거의 날마다 손을 대기 시작한 그림을 가져다가 보여 주는 사람이 찾아오곤 하였다. 그들은 으레 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자기 그림을 요나와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 사이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그는 그 그림들에 대하여 무슨 의견을 말해야만 하였다. 그때까지 그는 자기에게 작품을 판단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을 언제나 몰래 부끄럽게 생각해 왔었다. 그는 자기가 열광적인 감동을 느끼던 몇몇 작품과 분명히 서툴게 보이는 그림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재미 있기는 하였지만 아무래도 무방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많은 비평의 안목(眼目)을 길러야만 하였다.
제자들은 이도시의 모든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다소의 재능은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을 때에는, 그들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뉘앙스를 생각해내어야 했으므로, 그의 비평도 자연히 복잡하게 되었다. 그는 그러한 의무로 하여 풍부한 어휘와 뚜렸한 예술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타고난 친절한 성품은 그러한 노력으로 말마암아 거칠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제자들이 자기의 비평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그들에게 비평같은 것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단지 격려를, 긔고 될 수 있으면 칭찬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그 칭찬도 여러가지라야만 하였다.
요나는 언제나 자기가 친절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교모하게 친절을 부리게 되었다.
세월은 흘러 갔다. 이제 그는 캠버스의 둘레에 늘어놓은 의자에 앉아 있는 친구들과 제자들에게 에워싸여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흔히 이웃 사람들까지 맞은편 들창가에 나타나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토론을 하고, 자기 견해를 말하고, 가져온 그림을 보아 주고, 나내가 지나갈 때 웃음을 지어 보이고, 아이들을 달래고, 전화에 상냥수럽게 응답을 하면서도 화필을 들고 그림에 손질을 하는 것이었다. 어느 의미에서는 생활이 충만하여 그 시간이 남김없이 사용되었으므로, 권태를 갖지 않게 된 자기의 운명에 대하여 감사해 마지 않았다. 화폭에 그림을 채우려면 많은 손이 가야 하므로, 일에 몰두하노라면 권태 자연히 잊을 수 있는 것이어서, 실상 좋은 점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의 제작은 친구들의 교제가 빈번함에 따라서 속도가 느리게 되었다. 그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드문 시간에도 서둘러 일을 하려면 너무나 피로하였다. 그러한 경우에는 우정의 즐거움과 권태의 효과를 교묘히 화해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자기 심정을 토로하였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방이 좁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아내는 콘 아이들에게 넓은 방을 주어서 병풍으로 침를 가리게 하고, 갖난애는 작은 방에 옮기면 전화의 벨소리에 잠이 깨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갖난애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므로, 요나가 작은 방을 아틀이에로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넓은 방은 응접실로 사용할 수도 있어 요나는 자기가 고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아 줄 터이므로 왔다갔다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든가, 그림을 그리든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큰 아이들을 재워야 하기 때문에 저녁의 모임을 단축시킬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거 참 좋은 생각이로군.」
하고 요나는 잠시 후에 말하였다.
「그리고 당신의 친구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함께 지내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질 거예요.」
하고 아내는 말하였다.
요나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슬픈 그림자가 스쳐갔다. 그는 가슴이 뭉클하여 아내를 껴안고 애정을 듬뿍 암아 키쓰를 해 주었다. 아내도 자기를 떠 맡겼다. 그리하여 그들은 잠시동안 신혼 당초처럼 행복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포응을 풀었다. 방이 남편에게 너무 좁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줄자를 찾았다. 그들 내외는 요나의 화폭들과, 그보다 더 많은 제자들의 화폭이 놓여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작은 방보다 별로 넓지 않은 공간에서 일해 왓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나는 곧 이사를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요나의 명성은 일을 적게 할 수록 높아만 갔다. 그는 전람회 때마다 큰 기대를 갖게 하고, 미리부터 격찬을 받게 되었다. 그의 아틀리에에 자주 드나들던 두 사람의 손님도 한몫 끼어 몇몇 비평가들은 그들의 비평이 격찬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소극적으로 붓을 돌리는 일도 있기는 하였지만, 제자들의 분개가 그런 사소한 불행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제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의 초기의 작품들이 뛰어나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탐구는 실로 하나의 혁명을 분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기의 초기의 작품에 대하여 칭참을 들을 적마다 좀 불쾌한 생각이 드는 자기자신을 나무래고 진심으로 감사의 듯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만 라토오만이 투덜거렸다.
「괴상한 놈들이야.……놈들이 좋아하는 것은 ㅗㅇ상처럼 꼼짝 않고 있는 자넬세. 그 놈들의 말을 듣다가는 제명에 죽지 못할 걸세!」
그러나 요나는 제자들을 두둔하였다.
「자넨 아직 몰라. 내가 하는 것은 뭐든지 좋아하니까.」
하고 그는 라토오에게 말하였다.
「아무렵. 내가 좋아하는 건 자네의 예술이지. 자네의 그림들이 아니야.」
작품은 여전히 평이 좋았다. 어느 전람회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은후에, 어느화상(畵商)은 봉급을 자진하여 올리겠다고 하였다.
요나는 황송하다고 말하며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원 별말씀을 하십니다. 돈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하고 화상은 말하였다. 그토록 상냥스러운 마음씨는 화가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요나가 자선사럽을 위하여 그림 한 장을 내 놓으려고 그에게 양해를 구하자, 화상은 그것이 이가 남는 자선사업이냐고 물었다. 요나는 그 내막을 잘 알 수 없었다. 화상은 그림의 판매에 대하여는 그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기로 되어 있는 계약조건을 그대로 준수하자고 하였다.
「계약은 어디까지나 계약이니까요.」
하고 화상은 말하였다.
그들이 계약에는 자선사업과 같은 것은 전혀 예상되어 있지 않았다.
「좋도록 하시지요.」
하고 요나는 말하였다.「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