姦婦

「요 나」

CAMUS ALBERT(알베르 까뮈)

새로운 생활방식은 요나에게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는 자기에게 보내온 많은 편지에 답장을 쓰기 위해 가끔 혼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예의바른 사람이라 답장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편지들은 요나의 예술에 대한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발신인 자신에 관한 것으로,――이것이 훨씬 더 많았다.―― 그 내용은 화가로서의 소질에 격려를 바라거나, 어떤 권고 또는 금전적인 원조를 요구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자주 나타남에 따라, 참을 수 없는 부정의 규탄에 참가하라는 간청을 받게 되었다. 그는 답장에서 예술에 관한 글을 스고, 감사장을 보내고, 충고를 하고, 조그마한 원조를 보내 주기 위해 넥타이를 사는 것을 단념하고, 끝으로 가담해 달라는 정의의 대열에 서명을 하였다.
「인제 정치를 하는거야?」
하고 라토오는 말하였다.
「그런 건 문학가들이나 양미운 계집애들에게 맡겨 뒤.」
하긴 그는 당파성이 개재되어 있지 않은 항의에만 서명하였다. 그런데 무슨 항의나 모두가 그런 자주성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는 여러 주일을 두고 잊어 버리기도 하고, 또 새로 오기도 한 편지가 가득 차 있는 주머니를 늘어뜨리고 다녔다. 그는 제일 긴급한 편지에만 답장을 써 보내었다. 그것으 주로 모르는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였다. 그리고 여가가 있을 때에 답장을 해 주어도 무장한 편지들, 즉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들에 대하여는 좀더 조용한 시간에 답장을 쓰도록 남겨 두었다. 그는 그처럼 의무가 많아지고 보니, 한가하게 산책할 수도 없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면서 무슨 죄라도 짓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작품을 제작하고 있을 때에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일할 시간도 변변히 작자 못하였다.

아내는 아이들의 시중을 드느라고 더욱 바삐 돌아갔다. 그리고 요나도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맡아서 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요나는 마음이 울적하였다. 그는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아내가 하는 일은 귀찮은 것 뿐이었다. 특히 아내가 볼일이 있어 외출하여 집을 비우면, 그것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화!>하고 큰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요나는 그리던 그림에서 손을 떼고 급히 달려가서 또 하나의 새로운 초대를 받아자기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스회사에서 왔어요!>어린애가 열어 준 문깐에서 회사원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네 나갑니다!> 요나가 전화나 문깐에서 돌아오느라면 친구나 제자가, 때로는 둘이 동시에 작은 방으로 그를 찾아와서, 전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모두들 복도에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모두들 복도에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이야기를 나우기도 하고, 멀리서 요나의 증언을 청하는가 하면 좁은 방으로 잠깐 들어오기도 하였다.
「이방에 들어와야 당신의 얼굴이라도 좀 보게 되는구려.」
하고 그들은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자기가 만나 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주리라는 생각에서 몹시 서운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흔히 그도 만나보고 싶은 친구들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그들의 청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좋지 않은 평을 듣기도 하였다.
「그 친구 성공을 하더니 교만해졌어. 아무도 만나 주지 않거든.」
하고 사람들은 불평을 하였다.
「그 친구는 자기자신밖에 좋아하지 않아.」
하고 사람들은 말하기도 하였다.

그는 자기 예술을 사랑하고, 아내며 아이들, 라토오, 그 밖의 몇몇 사람들을 사랑하며, 또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인생은 짧고 시간은 빠르며, 그의 정력에는 한도가 있었다. 세계와 인간을 그리는 동시에 인간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 처지를 남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 애료를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는 것이었다.
「행복하지 뭐요! 그것이 명성의 대가라는 거요.」

편지는 쌓이고, 제자들은 여유를 주지 않으며, 인제는 사교계의 인사들까지 찾아왔다. 영국 왕실에 대한 이야기나, 식도락에 도취할 사교계의 인사들이 그림에 관심을 갖는 것을 그는 대견스럽게 생각하였다. 사교계의 인사들이라야 주로 상류계급의 부인들이었다. 그녀들은 그림을 사지는 않았으나, 자기네를 대신하여 그림을 사 주리라는 기대를 갖고 남자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였으나, 그 기대는 번번이 어그러졌다. 그 대신 그녀들은 루이즈를 거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찻잔은 그녀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 부엌에서 넓은 방에 이르는 복도를 지나 좁은 아트리에게 이르는 것이었다. 거기서 요나는 방에 가득한 몇몇 친구들과 방문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림을 그리다가 화필을 내려놓고, 어떤 매혹적인 여자가 그를 위해 특별히 따라 놓은 차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를 마시고, 어떤 제자가 그의 캔버스 위에 올려놓은 초를 잡은 그림을 바라보고, 친구들과 함께 웃고 나서, 전날밤에 슨 편지 뭉치를 부쳐달라고 부탁하고, 다리 사이에 와서 넘어진 둘째 놈을 일으켜 주고, 사진을 찍도록 포즈를 취하고, 그러더가 <요나, 전화요!>하고 부르면, 찻잔을 손에 든채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복도를 차지 하고 있는 손님들을 헤치고 전화 받으러 뛰어갔다가 돌아와서, 그림 한쪽에 색칠을 하다 말고, 매혹적인 그 여자에게 초상화를 그려 주겠노라고 대답하고, 다시 자기 캠버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지만,
「요나, 서명을 하게!」
「뭔가, 배달부야?」
「아니야. 카슈미으르의 도형수야.」
「아, 그래.」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그는 문깐으로 달려가 인류의 벗인 젊은이를 맞아들여, 그의 항의를 듣고, 정치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를 궁금히 생각하다가, 예술가의 특원으로서 당연히 그에게 생기게 마련인 의무에 대한 실책과 동시에 궁금증을 가라앉혀 주는 말을 듣고 나서 서명을 하고는, 이름도 외울 수 없는 최근에 우승한 권투선수라든가, 어느 가장위대한 외국 극작가와 만나러 다시 나가야만 했다.

극작가는 그와 5분 동안 대면을 하고, 프랑스 말을 몰라 분명히 말할 수 없는 것을 감격한 눈초리로 표시하였다. 요나는 진정한 호의를 보이며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는 타개할 길 없는 상태는 다행히 위대한 화가에게 소개를 받고 싶어 하는 최근에 나타난 마술표교자의 침임으로 해결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요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매우 기쁘다고 말하고 나서,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편지 뭉치를 더듬은 후에, 다시 붓을 잡고 제작을 계속하려고 하지만, 마침 선사로 가져온 한 상의 쎄터어에 대한 인사를 운선해야 하며, 개를 그들 부부방에 갖다 넣어두고 가시 돌아와서, 선물을 갖고 온 여인의 점심초대를 응낙하고, 아내의 고함소리를 듣고, 다시 나가 쎄터어들이 집안에서 살도록 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그 개들을 샤워실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개들은 하도 극성스럽게 울기 때문에 나중에는 귀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요나에게 가끔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아내의 시선이 슬프게 눈에 띄었다. 그럭저럭하여 허루가 지나가면, 방문객들은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큰 방에서 꾸물거리기도 하면서, 루이즈가 아이들을 재우는 것을 바라보고 감동하는 것이었다. 머자를 쓰고 말숙하게 차린 어떤 여인이 루이즈를 친절하게 거들면서, 이제부터 넓은 집으로 돌아갈 것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 집에서 보내는 생활은 2중으로 되어, 요나의 집보다는 친근미와 아늑한 맛이 적다는 것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라토오는 루이즈에게 부엌 천장에 매어달기에 편리한 빨래걸이를 가져왔다. 아파트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요나는 좁은 방안에서 화가들에게 둘려싸여 개와 개를 선사한 여자를 그리고 있었으며, ㅇ 관경을 또 어떤 화가가 그리고 있엇다. 루이즈가 하는 말에 의하면, 그 화가는 국가의 명령을 따라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작하는 예술가>가 되겠대요.」
라토오는 방 한구석에서 그림 기리기에 열둥하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라토오와 초면인 어느 화가 한 사람이 그를 향해 말하였다.
「요나 선생은 안색이 그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라토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세요?」하고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저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에요. 저 선생은 인제 토보하고 있군요.」
「벌써요?」하고 라토오가 반문하였다.
「그럼요. 선공한 때문이지요. 성공은 견디느 재주가 없습니다. 인제 저분도 마지막입니다.」「퇴보하는 겁니까, 끝장아 난 겁니까?」
「퇴보하는 예술가는 마지막이지요. 보십시오. 이제 저분에게는 그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그려져서 벽에나 걸릴 테지요.」

   밤이 깊었다. 루이즈와 라토오와 요나는 서있고, 다른 두 사람은 침대 한쪽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잠들고 개들은 시골로 보내었다. 루이즈가 많은 식기들을 씻고, 요나와 라토오는 그것을 훔쳤다. 고단하였으나 기분은 좋았다.
「식모를 한 사람 두시죠.」
  라토오는 높다랗게 쌓인 접시를 바라보고 말하였다. 그러나 루이즈는 서글픈 얼굴을 하고 대답하였다.
「방이 있어야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자넨 만족하고 있나?」이윽고 라토오가 친구에게 물었다.
  요나는 웃어 보였으니 피로한 얼굴이었다.
「그야 만족하고 있지. 모두들 내게 친절히 대해 주니까.」
「그렇다고만 볼 수 없네.」하고 라토오가 말하였다.
「조심하게. 모두들 반드시 친절한 게 아니야.」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가?」
「자네의 화가 친구들을 두고 하는 말이네.」
「나도 알고 있어.」하고 요나가 말하였다.
「예술가들은 그런 거라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자도 자신이 없거든. 그래 이를테면 증거를 찾기 위해 남을 비난도 하지. 그래야만 자위(自慰)를 느끼거든. 그들은 고독한 걸쎄.」
  라토오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정말이야.」하고 요나는 말을 이었다.
「난 그들을 알고 있네. 그리고 그들을 아끼네.」
「그럼 자네 자신은 어때?」라토오가 말하였다.
「그래 자넨 자신이 있는가? 자넨 아무도 나쁘게 애끼한 적이 없지 않나.」
  요나는 웃어 보였다.
「나도 흔히 남의 결점에 대하여 생각해 보네. 다만 쉬 잊어 버릴 뿐이야.」
  그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자신이 없어. 그렇지만 자신을 갖게 될 거야. 나 그걸 굳게 믿고 있네.」

  라토오는 루이즈의 견해를 물었다. 그녀는 피로를 몰아내고 남편의 말이 옳다고 하였다.
  손님들의 견해는 아무래도 무방하고 오직 요나의 일만이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어린애가 요나의 방해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린애는 자라고 있었다. 소파를 사야 할 텐데 또 자리를 꽤 차지할 것이다. 더 넓은 아파트를 수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 하나? 요나는 부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이상적일 수는 없었다. 침대가 너무 컸다. 그러나 방은 종일 비어 있었다. 루이즈는 라토오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설마 침대에 까지 와서 누울 사람은 없겠지.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이번에는 루이즈가 라토오에게 물었다.
   라토오는 요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요나는 맞은편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윽고 별 없는 하늘을 쳐다버더니 창문 커어튼을 내렸다. 그는 이어서 라토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그의 곁에 와서 잠자코 앉았다.

   루이즈는 고단한 얼굴을 하고 샤워를 맞고 오겠노라고 하였다. 두 친구가 남게 되자 요나는 라토오의 어깨가 자기 어깨에 와서 닿는 것을 느꼈다. 그는 라토오를 쳐다보지 않고 말하였다. 「난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좋아. 일생을 두고 밤낮 그림난 그리고 싶네. 그건 얼마나 큰 행운이겠나.」
「그야 행운이구 말구.」
  라토오는 그를 정답게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다. 요나는 명랑하고 튼튼한 아이들을 보고 행복하였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가 네 시면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요나는 토요일 오후나 목요일에는 그래도 그들을 볼 수가 있엇으며, 방학 동안에는 하루 종일 볼 수가 있었다. 아직 양점히 놀만큼 자라지는 못하였으나, 무척 씩씩하여 싸움과 웃음으로 아파트를 소란하게 하였다. 그럴때면 달래기도 하고, 욱박지르도 하고, 때로는 때리는 시늉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속옷을 깨끗이 빨아 주어야 하고 단추도 달아 주어야 하였다. 아내는 손이 모자랐다. 그렇다고 식모를 둘 방도 없고, 그들의 단란한 살림에 남이 끼어들게 할 수도 없어서, 요나는 아내의 언니 로오즈더러 도와 달라고 하라고 권고하였다.
「참 그렇군.」하고 아내는 말하였다.
「언니라면 거북하지 않을 거예요. 언제든지 가라고 할 수도 있구요.」
  요나는 그 해결방법을 좋게 생각하였다. 아내의 일을 덜어 줄 수도 있고, 피로한 아내보기가 괴롭던 자기 마음도 편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오즈는 흔히 딸가지 돕게 하려고 데리고 왔으므로 일손을 더욱 덜 수 있었다. 두 모녀는 다 마음씨가 매우 착하였다. 그들의 성실한 성격에는 아름다운 봉사정신이 넘쳐 있었다. 그들은 요나의 일을 힘껏 도왔으며, 자기 시간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고독한 생활을 하면서 권태를 느끼 오던 그들은, 루이즈네 집에서 아늑한 기쁨을 찾을 수 있었으므로, 그런 지저분한 일도 힘들지 않았다. 미리 예상한 대로, 두사람의 친척들은 조금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첫날부터 자기 집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큰 방을 공통으로 사용하여 식당도 되고, 빨래를 너는 방도 되며, 어린애가 노는 방도 되었다. 막내가 자는 작은 방에는 화목들과 군대용 침대를 넣어 두고, 딸이 없을 때에는 로오즈가 그 침대에서 가끔 자기도 하였다.

요나는 부부방을 차지하여 침대와 창문 사이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방을 치운 다음에 그 방도 청소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안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일단 청소가 끝나면 그 후로는 집안 사람들은 속옷 같은 것을 가질러 오는 외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집안의 옷장이 그 방에 놓여 있었다.
방문객들은 수효가 좀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습성이 들어 루이즈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요나와 괜히 얘기하기 위해 서슴치 않고, 부부의 침대에 드러눕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도 아버지에게 안기려 왔다.
「아빠 그림 보여 줘!」「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