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CHEKHOV  ANTON  PAVLOVICH

1

  우클레예보 마을은 계곡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신작로나 정거장에서 바라보면, 다만 종각(鍾閣)이나 염색공장의 굴뚝만 눈에 뜨일 뿐이었다. 혹시 한길을 지나가는 나그네가 어떤 마을 이냐고 묻게 되면 번번히<목사님이 장례 때에 생선알을 먹던 마을입지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공장주 코스츄코프의 장례 때 늙은 목사가 굵직굵직한 생선알을 맛있게 먹은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사람들은 목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도 하고 옷자락을 잡아당기기도 하였으나, 목사는 하도 맛이 좋아 정신없이 생선알을 먹었던 것이다. 그는 접시에 담은 생선알을 다 먹어치우고, 통에 든 4파운드의 생선알까지도 깨끗이 처치하였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나고, 그 목사도 세상을 떠난지 오래지만, 생선알 이야기만은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벌써 10년 전에 일어난 이 하찮은 일  이외에는 마우런 기억도 남길 수 없을 만큼 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비참하였다. 그리고 그만큼 백성들은 단순하였다. 아무튼 사람들은 이 마을에 대하여는 달리 이야기할 건덕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 마을에는 언제나 열병이 돌고 있었다. 여름에도 땅이 질퍽질퍽하였으며, 특히 늙은 버드나무가 그늘을 이루어 응달진 울타리 근처는 진흙이  마를 사이가 없었다. 그리고 공장에서는 언제나 쓰레기 냄새와 무명을 염색할 때에 쓰는 시큼한 초산 냄새가 풍겨오곤 하였다. 

  세 개의 무명공장과 피혁공장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모두가 조그마한 공장들로서 직공들의 수를 다 합쳐도 삼백 명을 넘지 못하였다. 피혁공장에서는 특히 악취가 심하게 풍겨나오고, 목장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으며, 가축들은 시베리아페스트에 걸려 신음하였다. 현청(縣廳)에서는 공장문을 닫으라고 지시하였으나, 경찰관과 공의(公醫)가 공장주로부터 매달 10루우불씩 받고 눈을 감아 주었으므로,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마을 전체를 통하여 석조건물의 함석지붕을 씌운 것은 두 채 밖에 없었다. 그 중의 하나는 면사무소이고, 또하나는 예피판에서 온 그리고리이·페트로비치·츠이브킨이라는 상인의 2층집으로 교회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리이는 식료품 가게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외관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보드카 술이며, 가죽, 피혁, 빵, 심지어 도야지의 매매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는 무엇이 든지 닥치는 대로 장사를 하였다. 예컨대 외국에서 수입하는 여자 모자에 꽂는 까치털을 주문하여 두 개에 30카페이카씩 붙여서 팔기도 하고, 산림을 사서 나무를 벌채하여 팔기도 하며, 돈놀이도 하였다. 아무튼 장사속에 빠른 영감이었다.

  이 영감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맏아들 아니심은 경찰서 수사계에 근무하여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많고, 둘째 아들 스체판은 가게에서 아버지 일을 거들고 있었지만, 몸이 약하고 귀까지 먹어서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 아크시니아는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밤이 이슥해서야 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아름답고, 몸매가 날씬하며, 명절에는 언제나 모자를 쓰고 양산을 받고 외출하였다. 그러나 평소에는 치마자락을 접어올리고 열쇠 뭉치를 짤랑거리며, 헛간에서 움으로, 움에서 가게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럴 적마다 츠이부킨영감은 눈을 빙글빙글 굴리면서 흐뭇한 얼굴로 며느리를 바라보며, <저애가 여자의 아름다움을 전혀 모르는 귀머거리 둘째 아들의 처가 아니라, 맏아들의 처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영감은 가정생활에 대하여 남달리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자기가정을 무엇보다도 사랑하였으며, 특히 형사로 있는 맏아들과 둘째 며느리를 사랑하였다.

  아크시니아는 귀머거리인 이집 둘째 아들에게 시집 온 후로 놀라우리만치 장사에 수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누구에게는 외상을 줘도 무방하고, 누구에게는 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환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열쇠 꾸러미를 맡고 있었는데, 자기 남편까지도 민ㄷ지 않았다. 수판을 튀기며 게산을 맞춰보는가 하면, 농부들이 흔히 하듯이, 말의 이(齒)를 검사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녀의 웃음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언동을 취하든 영감은 언제나 단지 웃음을 먹음고 이렇게 중렁거리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 참 우리 며느리 신통하지……」

  영감은 오랫동안 홀아비로 지내왔으나, 며느리를 맞고 일년이 지나자, 자기도 마누라가 없이는 못 견디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클레예보에서 40뵤르스트(1보를스트는 1,067키로―쯤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와르바라·니콜라예브나라는 처녀가 물망에 올랐다. 꽤 나이가 들어 보였으나, 혈통이 좋고 용모가 아름답고 온순한 처녀였다. 그녀가 2층에 거처하게 되자, 마치 창문에 유리를 새로 낀 것처럼 모든 물건이 환해지는 것이었다.

  성상(聖像)앞에는 등불이켜지고 테이블에는 눈같이 흰 카바가 씌워지고, 창문과 정원 앞에는 빨간 꽃봉오리가 달린 여러 가지 화초가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 떼에는 식구들의 한 멤버에서 각각 떠먹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 앞에 접시가 하나씩 배달되었다.  와르바라·니콜라예브나는 언제나 기분이 좋아 부드러운 눈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집안의 모든 식구들도 항상 싱글벙걸 웃는 듯이 보였다.  거지나 순례자들도 곧잘 안뜰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창문 아래서는 이 우클레예보 마을 아낙네들의 애처로운 노랫소리며, 술주정 때문에 공장에서 쫓겨난 사나이들의 허약하고 메마른 기침소리가 들려오곤 하였다.  와르바라는 그들에게 돈이며, 빵이며 헌 옷가지들을 곧잘 나눠 주었으며, 차츰 집안 일에 익숙해지자, 그녀는 그들에게 가계에 있는 물건까지 가져다 주은 것이었다. 하루는 귀머거리 스체판이 새어머니가 차 4온스를 집어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무척 놀랐다.

  「어머니가 말예요. 가게에서 차를 4온스나 몰래 집어냈어요.」
하고 그는 아버지한테 일러바쳤다.
  「이걸 어느 장부에 기입할까요?」
  영감은 아무말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2층 마누라 방으로 올라갔다.
  「와르바루슈카 무엇이든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게에서 마음대로 가져와요.  사양치 말고 갖다 써요.」
하고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튿날 귀머거리는 안뜰을 뒤어가면서 새어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어머니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세요!」

 와르바라가 불쌍한 사람들을 그처럼 도와주는 것은 마치 성상 앞에 켜진 등불이나 붉은 꽃처럼 어딘가 순결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육제(謝肉祭)때 사흘 동안 계속되는 교회의 축제일에는, 옆에서 도저히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풍기는 소금에 저린 고기를 농부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주정뱅이들 한테서는 낫이며, 모자며, 혹은 여자 머플러 같은 것을 담보로 잡아두는 것이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워드카에 취하여 녹초가 된 공장 직공들이 진흙 속에서 딩굴고 있을 때나 그밖에 죄가 마치 공중에 낀 안개처럼 자욱하게 느껴졌을 때에도, 소금에 절인 악취를 풍기는 고기며, 워드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마음이 유순하고 옷매무새가 깨끗한 여자가 이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와르바라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이 괴롭고 암담한 날에도 마치 기계의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츠이부킨네 집은 젯날이 되면 언제나 분주하였다. 아크시니아는 새벽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깐에서 숨을 헐떡이며 세수를 하였다. 부엌에서는 사모봐르가 불안스러운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작달막한 키에 용모가 단정한 그리고리이 페트로프 영감은 길다란 검정 코오트를 입고 무명바지에 윤이 나는 긴 장화를 받처 신고는, 마치 유명한 가극 속에 나오는 시아버지처럼 그 작은 장화의 뒤꿈치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방안을 거닐고 있었다. 가게문은 열려있었다. 동녘 하늘이 훤히 밝아오고, 사륜마차가 현관 앞에 닿자, 영감은 커다란 모자를 귀밑까지 내려쓰고 젊은이처럼 째빨리 마차 위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거동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그를 쉰 여섯 난 영감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머느리가 그를 바래다 주었다. 이처럼 말쑥하고 멋진 코오트를 걸치고 300루우불이하는 커다란 검정말이 끄는 사륜마차에 탓을 때에, 자기에게 불평을 말하거나 청을 드리러 오는 농부들을 더욱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는 농부들을 증오하고 멸시하였다.  그는 혹시 농부가 문옆에서 기다라고 있으면 화를 버럭 내면서 외치는 것이었다.
 「뭣하러 거기 서 있는 거야? 저리 가지 못해!」
  혹시 거지가 서 있으면, 그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하나님에게 구걸을 하렴!」

  그는 밖으로 일보러 나갈 때면 의례 마차를 타고 다녔다. 영감의 마누라는 검정 옷에 역시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망을 치우기도 하고 무엌일을 돌보기도 하였다. 아크시니야는 가게를 보고 있었다. 안뜰에서는 병들이 부딪치는 소리하며, 짤랑짤랑 돈 만지는 소리, 크게 외치는 소리, 그녀에게서 핀잔을 당하여 손님들이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으로 가게에서는 워드카를 팔기 시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머거리도 흔히 가게에 앉아 있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민둥머리에 두 손을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넣고 농가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거리를 쏘다니기도 하였다.  이들 한 가족은 하루에 여섯 번씩이나 차를 마시고, 또 네끼 식사를 하러 식탁에 마주 앉았다.  밤에는 매상고를 장부에 정리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이 마을에 있는 세 군데 무명공장과 공장주인 흐르이민 형제, 그리고 코스츄코프의 집 사이에는 전화가 가설되어 있었다.  면사무소에도 전화가 있었지만, 정화통 속에 빈대와 딱정벌레가 번식하여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면장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이라, 서류에는 날마다 대(大)문자로 스고 있었는데, 전화가 통하지 않으면,
  「지금은 전화가 통치 않아 일하기 여간 곤란하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흐르이민 형제 사이에는 언제나 재판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집안끼리 싸움을 하고는 작은 흐르이민이 때때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화해할 때까지 한달이고 두달이고 공장문을 닫아야 했다.  집안싸움이 일어날 적마다, 여러 가지 화제와 소문을 남겼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 재판소동에 적지 않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 명절이 되면, 코스츄코프와 작은 흐르이민이 흔히 경쟁까지도 하였다. 서로 이 마을을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때로는 송아지를 죽이는 경쟁가지도 하였다. 그리고 화려한 옷차람을 한 아크시니아는 풀먹인 스카아트를 바삭거리면서 가게근처의 한길을 왔다갔다하였다. 그러면 작은 흐르이민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가듯이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이 무렵에 츠이부킨 영감은 새로 사온 말을 자랑하기 위해 와르바라와 함께 마차를 타고 집을 나가곤 하였다.
  날이 저물어 경쟁이 끝니고 사람들이 잠자리로 들어갈 부렵이면, 작은 호르이민의 안뜰에서는 아름다운 손풍금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달이 밝은 밤 같은 때에는 그 멜로디가 마을 사람들의 가슴을 살레이게 하였다. 그리하여 이마을도 노상 초라한 골짜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