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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보스는 모성 본능을 지녀야 한다
"참존 가족 여러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지금부터 명상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모두 하시던 일을 중단하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방송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생각다 못한 나는 매일 아침 10분씩 명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명상의 시간은 내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 되었다. 그런 식으로나마 사원들과 마음을 나누어애 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딱딱한 업무 이야기보다는 살냄새 나는 이야기로 하루를 연다면 회사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 즉시 마이크를 사원들에게로 돌렸다. 그 후 명상의 시간은 전 사원이 돌아가며 동료에게들려주싶은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명상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그날 진행을 맡았던 시원과 내가 50분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개인 면담으로 이어졌다. 사장과의 면담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것은 없었다. 사원들이 시시콜콜한 개인사에서부터 회사일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고민들을 털어놓으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들어 주는 것이 조작이었다. 하지만 사원들은 누군가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 듯 했다. 때로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런 개인 면담을 통해 사원들과 나 사이에 깊은 이해와 신뢰가 쎃여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원들과 함께 웃고 울어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에는 본사에서 서울 영업을 직영했던 터라 본사에도 미용 사원이 상당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미용사원 중 하나가 면담 자리에서 가슴이 뜨끔해지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호되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따금씩 조회 시간에 픽픽 쓰러지는 미용
사원이 있어도 비혈이겠거니 생각했지 그런 속사정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알았어요. 내가 약속할게요. 오늘 저녁에 오면 맛있는 저녁식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기대 해도
좋아요. 그럼 저녁에 봅시다." 그날부터 나는 우리집사람과 간부 사원 부인들의 도움을 얻어 미용 사원과 영업사원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정성껏 차린 저녁식사는 종일 영업을 다니느라 지친 사원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사원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흐뭇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엣 어른들 말씀이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발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일이 없다'더니 내 마음이 꼭 그랬다. 그후 우리는 식당을 짓고 조리사를 채용하여 전 사원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록 허름한 간이식당이었지만 더 이상 사원들이 배를 곯으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했다. 우리는 지금도 청담동 본사와 원주공장에 구내 식당을 두고 사원들은 물론 우리회사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물자가 흔한 시절에 밥 한끼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밥 한끼라는 물질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주는 마음'이다.
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는 일보다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는 그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인생 전체가 받는 일의 연속인 까닭이다. 이렇듯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서 처음으로 주는 일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사상에는 조건이 따른다. 내가 주는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나는 주었는데 상대가 안 주면 한순간에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사람들이 진정 주는 즐거움을 배우게 되는 것은 부모가 되면서부터다. 자식에겐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이 부모, 특히 어머니의 마음이다. 한 집단을 이그는 리더는 이런 어머니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신입 사원을 맞을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야 말로 나에게는 두 명의 '조강지처'가 있다. 바로 내 아내와 우리 공장장이다. 공장장은 85년 회사가 한참 어려울 때 메이저급 화장품회사의 생산과장 자리를 버리고 우리 회사로 와주었던 고마운 친구이다. "사장님, 이 회사 오래 하실 겁니까?" 나는 이 친구가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앞을 내다불 줄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모험이었음이 틀립없다. 사실
직장 동료와 친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자이 본사로 나를
찾아왔다. 물론 그대는 내 형편도 어려웠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야 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 들록 마감일날 사고가 생겼다. 이친구가 피지 못할 사정이 생겨 등록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나는
이튿날 새벽같이 담당교수에게 전화를 넣었다.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을 사정한 끝에 간신히 공장장을 대학원 등록시킬 수 있엇다. 공부도 때가 있는 법인데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일을 계기로 공장장과 나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은 말항 것도 없다.
공장장은 뒷날 숱한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내 곁에 남아 주었다. 내가 그를 조강지처로 여기듯 공장장 역시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었던
까닭이다.
변치 않는 사람을 얻는 것만큼 공장장이 오른팔이라면 왼팔은 당연히 상무를 맡고 있는 친구다. 회사가 커지면서 내부 관리를 전담할 만한 인재를 영입할 때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커지자 나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어진 까닭이었다. 셈이 빠르고, 행정에 대해서도 잘알아서 관리를 총괄해줄 유능한 인재가 필요했다. 그때 내게로 와준 사람이 바로 지금의 상무이다. 우리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내 셋째동생의 동기동창생인 그가 서강대 경영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객지에서는 고향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고향 후배가 예쁘지 않을 턱이 없었다. 큰 도움은 못줘도 마음으로나마 그를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졸업을 맞아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 오시게 되었다. 나는 그를 불러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구경을 시켜드리라며 내 차를 내 주었다. 그리고도 몇 가지 그와 나를 이어주었던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모두 그 친구에겐 상당한 마음의 빚이 되었던 모양이다. 호남정유에서 20여
년을 일한 끝에 93년 드디어 부산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면서 그 친구가 내 동생에게 남긴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하자 동생이 마침 그때의 약속을 기억해냈다. 부산에 내려갔던 동생은 낙담한 얼굴로 돌아왔다.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했다. 내 욕심을 채우자고 전도 유망한 친구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도 더는 거절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지난 94년 초 그는 호남정유 측에서 만류하는 것도 뿌리치고 우리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 친구가 오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곪아 있던 회사도 조금씩 정상을 되찾아갔다. 사실 젊은 시절에 호기롭게 던졌던 말을 끝까지 책임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상무는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내게로 와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 일에 대해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경영자는 지장(智將)보다는 한편 피보약국 시절부터 햇수로 25년째 내차를 몰고 있는 성차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내가 79년 무허가제약협으로 입건되었을 때 나를 고척동 교도소까지 실어다준 것을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떠나 있게 되었다. 당시 내 현편으로는 그를 내 곁에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네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내게 충분히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 후 건설회사에 취직하여 사우디에 나가 있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은 86년 무렵이었다. 귀국 인사차 우리 집에 들렀던 그는 내가 화장품회사를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더니 대뜸 내 밑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 "거건 안될 말이야." 나는 손사레부터 쳤다. "우리 회사는 월급도 형펀없고, 사실 언제 문 닫을지도 모르는 형편이야. 그런데 어떻게 자네더러 우리회사로 오라고 하겠는가." "괜찮습니다. 저는 사장님이 반드시 성공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우선 그를 영업부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데다 경력도 없는 그가 힘든 영업을 배겨낼 리가 없었다. 보다 못한 나는 당시 내차를 몰던 젊은 친구를 설득해 영업부로 보내고 그에게 다시 내차를 몰게 했다. 그는 정년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도 내 차를 몰고 있다. 물론 나는 그가 스스로 나가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추호도 내 보낼 생각이 없다. 그것만이 내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해준 그에게 보답할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고마운 인연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내가 유독 세 친구를 꼽은 것은 내게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최대 덕목이 무엇인지를 가려쳐 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만나면서 나는 '경영자는 지장보다 덕장이 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비가 관우와 장비를 수하로 거느리게 된 것도, 제갈공명을 군사로 모시된 것도 따지고 보면 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맹스러운 장수를 움직이는 것은 지혜로운 장수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장수도 덕이 있는 장수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덕장을 이기는 장수가 또 하나있다. 바로 하늘이 내린 복을 받은 福將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나는 항상 덕장이고자 했지만 사실은 하늘로부터 인복을 넘치게 받은 복장이었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배움의 부자가 되어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려고 할 때였다. 아바지가 조용히 나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는
것이었다. 매사에 빈틈없이 정확하고 논리적이었던 아버지는 평소에도 기록하는걸 좋아하셨는데, 심지어는 나를 비롯해
동생들한테 들어간 학비 내역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기록해 놓으실 정도였다. 그런 아버지였으니 나로서도 최대한 명확하게 답변해드려야
했다. 그런데 사장한테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두 사람 가운데 꼭 한사람을 골라 일을 맡기고 가야 된다면, 과연
누구에게 맡기겠습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 분야만 알고 있는 저에게 맡기겠습니까, 아니면 대학을 나와 전체를 볼줄 아는 저한테
맡기겠습니까? 나의 대답을 들은 아버지는 두발 않고 허락해주셨다. <다음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