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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두들겨라, 그래야 강해진다
나는 지난 98년 3월 3일, 조세의 날 기념식에서 다시없는 감격의 순간을 맛보았다. 우리 회사가 16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한푼도 포탈하지 않고 성실하게 납부하여 서울 지방국세청장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날 하루 며예 새무서장직을 맡은 나는 삼성세무서 직원 3백여 명이 모인자리에서 10여 년 전 내가 했던 약속에 대해 들려주었다. 1979년 무허가제약 혐의로 매스컴을 탔던 나는 1985년 다시 한번 메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합법화된 다단계 판매에 판매에 손을 때기 때문이다. 그해 무허가제약 혐의에 대한 상고심이 끝나 형이 확정되면서 나는 한 달에 천만 원씩 벌금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데이나이트 맛사지크림이 알려지면서 회사 형편도 조금씩 펴기 시작했지만 산더미 같은 빚이며 벌금을 갚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그때 다단계 판매회사에서 우리제품을 팔아주겠다며 접근을 해왔다. 납품만 하면 판매는 알아서 해주겠다니
나로선 손해볼 것 없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 쪽에서 내 얼굴을 보더니 색다른 제안을 해왔다. 거듭해서 권하는 데야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이 장사에 뛰어들어 이익을 봤으면 봤지 손해볼 일은 없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알다시피 다단계 만매의 특징은 끊임없는 자기증식에 있다. 내가 몇 사람을 끌여들여 하부 조직을 만들면 그들이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하부 조직을 만들어 가는 식이다. 이때 판매원으로 포섭되는 사람은 대부분 다단계 판매회사로부터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이다. 판매원으로 포섭된 소비자가 직접 본사에에서 상품을 구입해 다른 소비자에게 팔기도 하고 판매원으로 포섭하기도 하면서 조직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크든 작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판매수당뿐만아니라 판매원의 입회비까지 받아 챙기게된다. 조직이 크면 클 수록 리더가 챙기는 돈의 액수가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더 많은 판매원을 자기 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잘만 이용하면 제품 판매에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조직이 갑작스럽게 성장을 멈첬을 때는 나중에 들어온 하부 조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다단계 판매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고 나도 조금은 허리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언론에서 다단계 판매의 폐해를 보도한 것이 사전의 발단이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다단계 판매를 그절시키라는 대통령령이 떨어졌고, 이어 재품 생산처인 우리회사부터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나는 그로부터 6개월동안 매일같이 서울 지방국세청으로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몸고생, 마음고생이 어찌나 심했던지 어느 날인가는 자고 일어나보니 흰자위에 실핏줄이 모두 터져 토끼눈이 되어 있기도 했다. 나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다단계 판매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약사들이 나 때문에 굴비 두름 엮듯 줄줄이 걸려들어 세무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내 처지를 동정한 전국의 약사들이 우리제품을 외상으로 들여놓은 것이 약국마다 2백만 원어치도 되고 3백만원어치도 되고, 5백만원어치도 되었다. 그저 물건이 팔리면 돈주고 아니면 반품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매입 내역 따위를 신고했을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우리장부에는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게 문제였다. 그 점을 의심스럽게 여긴 국세청에서 장부에 몰라 있는 약국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모진놈 걑에 있다가 벼락 맞는 식으로 아닌 밤중에 호두깨 같은 일을 당한 약사들은 원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신의와 신용으로 쌓아올린 인간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내 밑에 있는 다단계 판매월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판매가 중단되자 판매원들이 벌떼처럼 물려와 판매수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원래 판매수당은 3개월에 한번씩 나가는 것이지만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지금 당장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판매원들에게 사무실 임대 보증금으로 1억여원을 빌려주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판매수당에서 그 돈을 제하고 내주는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임대보증금은 사무실 전세가 빠진 다음에 돌려주겠다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도 밑에 있는 판매원들로부터 나못지 않게 독촉당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6개월 간의 세무조소가 끝나고 1억 4천 8백만원의 추징금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나는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었던 필동 집을 은행에 저당잡히고 돈을 빌려 추징금을 완불했다. 그리고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국세청 직원들을 불러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는 데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삼성세무서 직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왔다. 나는 박수소리가 잦아들이가를 기다려 한마디를 덧 붙였다. 그러자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박수가 터져나왔다. 다단계 판매 사건으로 1억4천8백만 원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내가 배운 것은 성공하는 기업은 절대적으로 투명해야 한다는 진리였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은 에아무리 덩치가 큰 대기업이라도 모래 위에 성처럼 쉽게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을 증명해준 사건이 바로 지난 98년 외환위였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수많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탈없이 외환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수 없는 담금질을 통해 강철이 탄생하듯 호된 시련을 통해 투명경영을 배웠기 때문이다.
>>게임의 부자가 되어라 옛날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신나게 즐기던 놀이 중에 '다스께'라는 것이 있다. 다스께는 일본말로 '구해준다'는 뜻인데, 술래에게 잡혀 줄줄이 손을 잡고 갇혀 있는 친구들이 "다스께데구레"하고 외치면. 나는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하는 곳에 숨어 있다가 슈퍼맨처럼 나타나 그들을 풀어주는 놀이었다. 그 순간의 희열이란... 도저히 무엇하고도 비교할 수 없었다. 나는 종종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그때의 다쓰께 놀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16년 전의 참존만 생각한다면 아무도 오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참존은 정말 멋지게도 5백억 매출이란 위업을 당당히 이뤄냈다. 사업이 위기를 즐기는 게임이라면 우리는 그 게임에서 기분 좋게 승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선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성공하겠다는 목적은 있지만 그 성공만을 위해 정신없이 매달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마음을 비우지 않고 무조건 성공에만 매달린다면 사업에 실패했을 때 다시 새롭게 일어설 힘을 잃기 때문이다. <다음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