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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찾아오게 만들어라 >> 집념의 부자가 되어라
지난 99년 5월쯤 참존 일본지사에서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다카미네 유미라는 스물아홉 살 난 일본인 웹마스터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참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카미네 유미는 피부 트러블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가 참촌 뉴 콘트롤크림으로 효과를 본 고객이었다. 그는 그 놀라운 경험을 혼자서 간직하기가 아까워서 홈페이지에 경험담을 올려놓고 비슨한 고민을 가진 네티즌이 나타마면 참존의 일본지사에서 샘플을 얻어 나누어 주곤 했단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나이 든 일본 여성들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경험했던 탓에 한국산 제품이라면 무조건 무시하고 보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전후 세대들은 그런 편견이 없다. 품질이 좋으면 한국산이든 중국산이든 상관없이 구입해 쓴다. 더구나 네티즌들에게 국경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다카미네 유미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일본 여성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린다는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스물아홉 살밖에 안 된 일본 여성이 유리보다 먼저, 그것도 혼자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다카미네 유미의 홈페이지는 일본의 젊은 여성 테티즌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뉴 콘트롤크림에 '뉴콘'이라는 애칭을 붙이는가 하면 뉴 콘트롤크림으로 마사지를 하면 피부 노폐물이 보글보글 더오르는 현상에 빗대 '뽀로뽀로필승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화장품 정보교환 사이트에서 최고의 화장품을 가리는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다. 네티즌들에게 자신이 써본 화장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제품 이름을 써네게 해서 정해진 숫자를 넘어서면 별을 하나씩 달아주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그 이벤트에서 별 일곱 개를 받아 최고의 화장품으로 뽑힌 제품이 바로 우리 뉴 콘트롤크림이었다. 사실 뉴 콘트롤크림이 이렇게 유면세를 타게된 데에는 다카미네 유미의 공이 크다. 하지만 해외 시장, 특히 일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가 쏟아왔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먹혀든 샘플 전략 기업이 성공해나가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비전이다. 뚜렷한
비전이 없는 기업은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나 다를 바 없다. 기업 활동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만 저략과 전술도 제대로
빛을 발한다. 참존 제품의 미국 시장 진출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1987년 시키고에서 온 교포가 데이나이트 맛사지크림 5백만어치를 구입해간 것이 그 계기였다. 그는 고국의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외제 화장품을 사왔다가 되려 데이나이트 맛사지크림을 소개받아 써보고 홀딱 반해 버렸다고 한다. 외제 화장품을 두루 써본 교포가 흡족해할 정도면 미국 시장에 진출해도 승산이 없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선 그 교포가 살고 있는 시카고를 기점으로 삼아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생각만큼 녹록치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시였다. "제품이 좋은줄은 알겠는데 매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아무도 안산다. 그 말만 좀 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제작한 제품인 것처럼 위장이라도 해서 팔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메으드 인 코리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승부해서 한국 제품에 대한 편견을 뿌리뽑겠다는 투지가 샘 솟았다. 우리가 선택한 정공법은 다름 아닌 샘플 전략이었다. 품질에는 국경이 없다. 제아무리 미국 사람이라도 일단
샘플을 써보면 우리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틀리지 않았다. 우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도 어언 13년. 이제 우리는 로스엔젤레스와 뉴욕 두 곳에 총판을 두고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일본 후지산 정상에 오른 청개구리 우리가 미국에 이어 공략 대상으로 삼은 곳은 이웃나라 일본이었다. 그때 우리는 "일본 후지산 정상에 오른 청개구리"라는 이색적인 광고 문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가깝지만 너무 먼 나라였다. 일본 시장의 문턱은 미국시장보다 훨씬 더 높았다. 우선 우리제품을 일본으로 들여갈 길부터가 막연했다. 일본인 수입업자가 우리 제품을 수입하겠다고 나서주기만 하면 문제는 수월해질 터였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우리가 직접 일본 후생성에서 판매허가를 따내고 현지법인을 세워 우리제품을 수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즈음 지인이 일본에 레브론이라는 제품을 들여와 성공시킨 팀의 일원이라며 일본인 사토를 소개해왔다. 우리계획을 들은 사토는 후생성 판매허가를 얻어내는 일부터 현지법인을 세워 경영하는 일까지 모두 자기가 도 맡겠노라고 큰소리를 쳤다. 나는 아무래도 일본인을 현지 사장으로 내세우는 편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에 사토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그러나 일본 시장 개척은 1992년 4월 후생성 판매 허가를 따내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만 거듭했다. 후생성 관리들에게 로비를 한다. 일본인 직원을 고용한다 하면서 벌써부터 초기 투자분 10만 달러를 모두 날려 버린 사토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끊임없이 돈을 요구해왔다. 해마다 막대한 금액이 일본 현지법인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더 이상 사토에게 일본시장을 개척을 맡겨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낌새를 챈 사토는 레브론 팀의 리더였던 나가가키 사장을 만나보라고 제안을 해왔다. 어떻게든 책임회피를 해보려는 수작인 줄은 알지만 일단 나가가키는 나를 보자마자 한 것 거드름을 피우면서 외제 화장품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인지도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일본 여성들은 프랑스제 화장품이라면 아주 사족을 못씁니다. 메이드 인 프랑스가 붙어 있으면 1만
엔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지요. 그에 비해 메이드 인 저팬은 8천엔, 메이드인 타이완은 8백엔 대라야 구입을 합니다." 오야마라는 회사에서 3백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가 고스란히 반품했지요. 그런데 참존은 3천 엔이 아니라 1만엔 짜리 제품도 있더군요. 도대체 뭘 알고 오신 겁니까, 모르고 오신 겁니까? 김사장, 당신은 정말 돈키호테요.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르느군요. 가격을 그렇게 붙여 놓고 제품이 팔기를 바라는 겁니까?"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고 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나는 통역을 맡은 김옥남 고문에게 말했다. 나는 초기에 광고비가 없어서 샘플을 나눠주는 방법으로 우리 제품을 알렸습니다. 샘플을 써본 소비자들이 하나둘 본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지요. 나는 일본 여성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쓸 작정입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일본여성들이 먼저 우리제품을 찾을 날이 있을 겁니다. 당신 부인도 결코 예외는 아니지요. 기대하시오. 나가가키 사장, 일본 시장의 두터운 벽을 넘는 것은 당신이 말하는 판매 전략이나 전술이 아니라 품질이라는 것을 보여줄 테니 말이오." 하지만 나가가키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친절로 일본 여성들을 굴복시킨 세미나 전략 사토가 물러난 뒤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 사장을 파견해 체제를 정비하게 했지만 참존 저팬은 별반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현상 유지를 하는 데만도 월 3백만 엔에 이르는 돈이 들어 갔다. 몇해 전 참존을 주식 시장에 상장하려 했을 때도 참존 저패이 걸립돌이 되었다. 다른 부문은 흑자의 연속인데 참존 저팬만 적자의 구덩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역들은 하루빨리 참존저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야단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정도 적자로 우리회사 망하지 않습니다. 옛말이 이르기를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고 하지 않던가요. 가다가 되돌아온다는 것은 내 사전에 없습니다." 물론 고집만으로 쓰러져가는 참존 저팬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없었다. 생각다 못한 나는 98년부터 직접 일본 전역을 돌면서 재일본 대한부인회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시 시작했다. 대한부인회 회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자 일본여성들을 끌어 들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나는 일본 여성들이 10명만 모인 자리라도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세미나를 열었다. 일본 여성들은 그런 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친절이라면 우리 일본을 따라올 국민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당신은 우리보다 한 수 위네요. 설마 우리들 몇 명을 위해서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서비스를 해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네 회사 같은 곳은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세미나 저략이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할 무렵, 나타난 사람이 바로 다미네 유미였다. 그 후 다카미네 유미의 활동은 세미나 저략과 함께 참존을 일본에 알려나가는 쌍두마차가 되었다. 지난 99년 11월 서울 본사를 방문한 다카미네 유미는 일본 전역에 대한 통신판매 독점권을 요구해왔다. 우리는 기꺼이 그의 요구를 잗아들였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내고 실천에 옮긴 그녀의 노고에 대해 정당한 개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비록 외국인이라 해도 말이다. 다카미네 유미는 귀국하자마자 사이버 쇼핑몰을 열고 야후제팬과 링크하여 활발한 통신판매 활동을 펼쳐나갔다. 이어 오사카에 있는 '러브 앤 피플'이라는 유통 화사에서도 우리 제품을 취급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오랜 노력이 마침내 결싱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을 넘어 세계를 향해 뛴다 최근 들어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서울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일본보다 물가가 싸서 적은 돈으로 다양한 문화 및 미용 채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에 발 맞추어 일본 여성지에서도 서울의 명소나 유명 상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사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제품이 바로 우리의 뉴콘트롤크림이다. 월 70만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일본의 패션 미용 잡지<비비(VIVI)>는 2000년 6월호 특별 부록 '서울에 가자'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쇼핑 품목으로 뉴 콘트롤크림을 적극 추천했다. 일본 미시족들이 즐겨보는 잡지<마인(MINE)>도 "지금 서울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은 이것"이라며 뉴 콘트롤크림을 소개한 바있다. "써본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다고 하는 참존 뉴 콘트롤크림, 바르면 잠시 후에 피부의 노폐물이 떠올라요"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이면서. 한편 일본의 대표적인 신세대 잡지<캉캉(CANCAN)>역시 2000년 2월호에 "해외 여행 가면 꼭 사다줘"라는 제목으로 세계 각국의 유명화장품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명품으로 뉴 콘트롤크림을 꼽았다.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 우리제품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설사 부탁한다 해도 한국 제품을, 그것도 중소기업 제품을 쉽사리 소개해줄 잡지사들이 아니다. 화장품에 대해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여성들까지 만족시킨 품질과 일본여성들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제품에 대한 무성한 입소문. 그것이야말로 일본 유명 여성잡지들이 앞다투어 우리 제품을 소개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우리의 폭포는 일본을 넘어 전세계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전세계 소비자들의 입에서 '참존이 있어 세계 여성이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바람이다. 그것은 더불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도 될 것이다.
집념의 부자가 되어라 일본 여성 다카미네 유미가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와, 러브 앤 피플이라는 유통회사를 통해 우리제품이 일본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참존은 한국 속에서 참존만이 아니라 일본 소비자들까지 사로잡는 세계 속의 참존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밑마탕엔 우리 제품에 대한 인기도와 아울러 우리 한국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깔려 있었다. 매번 일본에 갈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사실 우라나라 여성들이 일본 여성들보다 예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가?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많은 일본 여성들도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에 부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쪽으로 기본 컨셉을 잡고 제품을 알려나갔다. 한국 여성들은 왜 예쁜 걸까? 혹시 한국여성들이 바르는 화장품이 좋은 건 아닐까? 그런 부러움의 심리를 파고들었던 것이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이었다. <다음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