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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급히 먹은 떡은 체한다 >> 기다림의 부자가 되어라
사업을 하지면 강력한 추진력도 중요 하지만, 그와 아울러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배워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을 모르면 늘 불안초조해지고
그러다보면 자칫 시야가 좁아져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 버리기 쉽다.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 오하려 힘이 빠져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국산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원래 탑뉴스는 남성용으로 만들어졌다. 여성들만의 정용품으로 여겨지던 영양크림과 에센스를 남성화장품화하기 위해 개발해낸 제품이다. 그래서 이름을 붙일 때도 좀더 남성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고, 그렇게 해서 붙여진 것이 바로 '탑뉴스'다. 하지만 곧이어 여성용 화장품도 같이 개발했다. 이제품은 "탑뉴스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옵니다"라는 광고가 말해주듯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기내 면세품으로 탑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 측에서 먼저 알고 탑제를 요구해온 제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새 제품을 개발하면 금방 시장으로 출시하지 않고 그 전에 충분히 샘플 시험 기간을 두고 있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여유를 갖고 개선해나간다. 대량의 샘플을 제작하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써보게 하면서 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험 기간은 제품에 따라 다른데 어떤 제품은 몇 년씩 뜸을 들이기도 한다. 탑뉴스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1994년 어느날이었다. 아시아나 항공사에서 의외의 전화를 걸어 깜짝 놀랄 만한 요구를 해왔다. 당시 탑뉴스는 출시조차 하지 않은 제품이었다. 91년도에 만들어 놓았지만 시장에서 요구가 생겨날 때까지 출시를 미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아시아나 항공사에서 탑뉴스란 제품을 어떤 경로로 알아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때 퍼뜩 머릿속을 스쳐간 것이 원주공장에서 열리는 세미나였다. 그즈음 우리는 세미나에 초대된 고객들에게 탑뉴스 제품을 샘플로 만들어 나눠주고 있었다. 그 샘플을 받아갔던 고객중에 아시아나 항공사에서 상당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의 부인이 끼어 있었던 모양이다. 사정이야 어찌 됐던 간에 아무튼 우리로선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나는 당장 비서실장을 아시아나 항공사로 보냈다. 그러나 비서실장은 바로 아시아나 항공사로 가지 않고 우선 대한항공사부터 들어 이 사실을 귀띔해주었다.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제가 지금 탑뉴스라는 제품을 가지고 아시아나 항공사에 가는 길입니다. 아시아나에서 이 제품을 탑재하겠다고 해서 말입니다. 그나저나 대한항공에서도 우리제품을 서두르셔야겠습니다. 고객들이 아시아나에는 참존 제품이 실려 있는데, 대한항공에는 왜 없느냐고 하면 큰일 아닙니까." 대한항공은 시답지 않은 소리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급 외제 화장품도 탑재를 해달라고 줄을 서 있는 판인데 고객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국산화장품을 왜 싣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존 제품을 탑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던 대한항공의 호언장담은 반년도 안돼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94년 7월 처음으로 탑뉴스를 아시아나 항공 기내 면세품으로 탑재시켰을 때만 해도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항공 운항 사업은 공간을 파는 장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제아무리 잘만든 제품이라 해도 두 달만 안팔리면 무조건 비향기에서 내려야 한다. 안팔리는 제품을 싣고 다녀봤자 쓸데없이 공간만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탑재 20일째 바로 재주문이 들어왔다. 탑뉴스 제품 샘플을 써본 고객들이 시중에서는 구할길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비행기에서 발견하고 있는 대로 사가는 바람에 금새 동이 나 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한고객이 한꺼번에 10세트를 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오기도 했다. 제품을 만들어 놓고 몇 년씩 뜸을 들이며 소비자를 애태운 보람이 있었다.
탑뉴스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연말이 되자 이번에는 대한항공 측에서 제품을 가지고 오라고 연락을 해 왔다. 참존 화장품을 실을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장담을 했었지만 고객들이 원하는데야 어쩔도리가 없엇던 것이다. 게다가 아시아나 항공에 탑재된 탑뉴스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소문까지 들려오자 은근히 긴장이 되엇던 모양이었다. 결국 95년 1월 1일 부터는 대한항공에서도 우리 제품을 탑재하게 되었다. 현재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콤비세트이다. 크림엣센스 시이토케어와 알바트로스 크림을 묶은 콤비세트는 탑뉴스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98년 외환위기가 닥쳐오자 우리 제품은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항공사에서 비싼 외제 화장품 대신 품질은 좋고 가격은 저렴한 우리제품을 기내 화장실 비치품으로 채택했다. 남성용 화장품인 스카이맨은 프랑스 제품인 재규어를 밀어내고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화장실에 들어갔으며, 여성 전용화장실에도 참존 제품들이 놓이게 되었다. 우리 제품이 달러 유출 방지에도 단단히 한몫을 했던 것이다. 두 제품이 기내 비치품으로 선정되자 우리의 주가는 하믈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라는 특수 상황이 우리에게 다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주기는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런 일에는 줄도 백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품질 하나로 승부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그 점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는 더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해 우리는 탑뉴스 한 종목만으로 대리점을 모집하여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만 팔리던 탑뉴스가 지상으로 내려와 다시 히트를 친 셈이다. 이어 99년에는 다시 두가지 종류의 에센스를 묶은 탑뉴스 촉촉팽팽세트와 탑뉴스제품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탑뉴스 플러스를 아시아나 항공에 기내 면세품으로 납품하게 되었다. 이제 참존은 기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대만, 타이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지에서도 당당히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단 채 팔려나가고 있다. 어느덧 우리도
세계 유수의 화장품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세계 속의 참촌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