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없다

성공은 없다
오직 성공으로 가는 길만이 있을 뿐이다

두 번의 실패와 두 번의 성공, 그 빛과 어둠의 과정속엔 45세라는 너무 늦은 나이의 출발이 있었다. 피부약 조제전문을 내걸고 한찬 주가를 올리던 '잘나가는 약사'에서 경찰에 쫓기며 퀘퀘한 골방을 전전하던 '갈 곳 없는 도망자' 신세로 추락했을 때 나는 또다른 출발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때 내 손에 쥐어져 있던 건 8억 3천만원의 벌금과 임대료조차 버거웠던 허름한 공장, 그리고 고작 10명의 사원뿐이었다. 하지만 아네겐 큰 꿈을 끌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로부터 16년 후, 오늘의 참존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1984년 참존화장품을 설립한 이래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5년 만인 88년에는 300퍼센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9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후생성의 화장품 판매허가를 획득, 일본 시장에 국산화장품을 상륙시키는 개가를 올렸고 94~95년에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에 국산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기내 면세품으로 올랐다. 96년에는 한국 생활 용품 시험연구원에서 부여하는 품질보증 Q마크를 업계에서 최초로 흭득했다. 작년에는 5백억 매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참존의 성공 이야기만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인생 스토리를 옛이야기만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인생 스토리를 옛이야기 들려주듯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45세의 나이에 세운 참존이 어떻게 여느 회사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궈왔는지 솔질하게 말하고 싶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난 16년 동안 나의 인생을, 또 우리의 기업을 남들과는 100퍼센트 다르게 운영했기에 오늘 이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청개구리 경영방식'이었다. 다른 업체들이 생조화장품 등으로 품목을 늘려갈 때 기초화장품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경쟁사들이 광고에 매달릴 때 생플 홍보에만 나섰다. 업계 관행인 어음거래 대진 철저한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삼았으며 경영주가 직원들의 연봉을 조정하는 대신 직원들만으로 구성된 임금조정위원회를 통해 경영주의 연봉까지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따라하기식의 경영'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는 '차별화 경영'을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고집스럽게 찾아나갔고, 그것이 기업만이 아니라 인생까지도 성공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해 주었던 원동력이었다.

내가 차별화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었던 것은 '성골을 나누어주는 회사'였다. 나는 기업이라는 집을 받쳐주는 4개의 주춧돌을 바로 고객과 사원, 주주,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공 역시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창업 당시 '부유한 대한민국'에서 따온 '부한화장품'을 회사명으로 삼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한화장품은 지난 93년 참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그 근본 정신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영 방침 때문에 나를 청개구리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참존의 경영 방침이야말로 가장 원칙에 가까운 것이라고 믿는다. 틀린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다만 애꾸들이 사는 세상에선 두 눈이 멀쩡한 사람이 장애인 취급을 당하듯 원칙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는 나 같은 사람리 청개구리로 여겨지는 것뿐이다.

이 날가 근본부터 바뀌지 않는 한 나는 계속해서 '황소보다 고집 센 청개구리'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나를 능가하는 청개구리들이 더 많이 생겨나 하루빨리 이 별명을 버릴 수 있길 바란다.
내 이야기가 "튀지마! 남들 하는대로 해!"하고 강요하는 세상에 의해 상처받고 주눅든 청개구리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아. 당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해"라는 따뜻하고 힘찬 격려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책을 낼 생각이 없었다. 그간 볓 번의 권유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출판사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도 그랬다. 참존은 이미 성공한 것이아니라 앞으로 더욱 성공해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오직 성골으로 가는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 또 그 속에서 흔들리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이때가 참존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기회라고 마음먹었다.

지난 15년이 우리참존의 제1기에 해당한다면 앞으로의 15년은 또 한번의 도약을 향한 제2기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번쯤 삶의 지도를 그려봐야 하지 않을가 싶었다. 특히 정직한 경영으로 어떻게 돈과 행복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고객과 사원, 그리고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생활함으로써 어떻게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찬찬히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오늘의 나와 참존이 있가까지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또 참존도 없었다. 그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는 성공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우리의 성공이 그들에게 되돌려져야 한다고 믿는다. 왜야하면 사랑과 성공은 그렇게 나눌수록 커지는 까닭이다.

끝으로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몬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다음계속>

2000년 11월

김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