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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학(천도교)의 본질
창도 당시 동학은 시천주(侍天主) 신앙을 중심으로 모든 서민이 내 몸에 한울님을 모시는 한울님의 마음을 회복함으로써 군자가 되고 나아가 보국안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비교적 추상적인 신앙이었으나, 2대 교주 최시형에 가서는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한다'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실천적 가르침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산천초목에 한울님이 내재한다고 보는 범천론(凡天論론) 사상을 내포하게 됩니다. A. 신앙의 대상
모든 종교는 신앙대상이 있습니다. 천도교의 신앙대상은 ‘한울님’입니다. 이 이름은 우리 민족이 아득한 옛날부터 ‘신(神)’을 부르던 이름입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이 한울님이 저 높고 먼 곳에, 하늘나라 옥좌(玉座)에 절대자로 군림하면서 자연의 질서나 인간의 길흉화복을 다스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지(人智)가 아직 깨이지 못하여 ‘한울님’의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갖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한울님은 천지만물을 낳아 놓고 만물 속에 모셔져 있으면서, 모든 일을 간섭하고 명령하시며 이치 기운으로도 작용하고, 말씀과 정신으로도 작용하거나 나타나는 대(大)생명입니다.
따라서 ‘시천주’가 되며 ‘인내천’이 되는 것입니다. 천도교는 모든 만물(무생물까지)이 한울님을 ‘안’에 모시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독실히 수도 생활을 함으로써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러 군자가 되고 지상신선이 되는 종교입니다.
B.천도교의 경전
천도교의 경전에는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직접 집필하신 ‘동경대전’과 한글 가사체로 된 ‘용담유사’ 그리고 2세교조 해월 최시형 신사께서 설법하신 말씀을 모아 엮은 ‘해월신사법설’과 의암성사의 저작, 설법을 모아 엮은 ‘의암성사법설’이 있습니다.
C.지기일원론과 시천주 신앙 동학이 동학이 되고, 천도교가 종교로서의 의미를 갖는 그 중심축대는 21자의 주문 속에 나타난 수운의 생생한 체험적 신앙고백에 있습니다. "지기금지원위강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는 천도교가 종교철학이 아니고 엄연히 한울님께 기도하고, 한울님을 모시고 영생의 생명을 살려는 신앙 공동체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천도교의 신관의 첫째 특징은 무엇보다도 신앙의 대상이 되는 '궁극적 실재'는 단순한 천, 천명, 이법, 도, 법이 아니고 '한울님' 곧 天主라고 고백하고 체험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인의 종교 심성 속에 흐르던 인격적 한울님 신앙이 지표를 뚫고 다시 솟구쳐 나온 것입니다. '시천주'의 해설에서 수운은 '모신다'는 의미 해설을 "내유신령(內有神靈) 외유기화(外有氣化) 일세지인(一世之人) 각지불이(各知不移)"라고 했다. 이 해설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한울님을 모신다'는 상태에서 인간과 한울님의 '주체객체'의 대좌구조라는 분립상태이거나 법적 관계이거나 인과율적 역학 관계가 아니라 인간의 몸 안에서, 몸을 생물학적 분자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신령한 생명체로 형성하면서 불가분리적으로 현존하는'내재적 초월자, 초월적 내재자'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한울님을 모신다고 하지만 실상 내 생명 안에서 보면 한울님이 이미 신령한 생명 기운으로 내 생명을 충만 시키고 있으며, 내 생명 겉에서 보면 내 생명을 창발적으로 유기체적인 생기 있는 몸으로 조성하는 지기(至氣)의 조화 과정인 것입니다. 한울님을 머리의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몸 전체 곧 생명 전체로서 모셔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 생명의 근원자인 한울님을 자기의 몸 밖으로 옮겨 놓을 수 없는 자, 곧 자기존재의 지반임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시는 한울님은 단순한 '하늘'이 아니고 '한울님'이기에 부모님을 모시듯이 존경하고 경외하고 경배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한 생명의 주인 것입니다.
천도교의 신관의 둘째 특징은 지기일원론적 범재신관이라는 점입니다.
D. 내세관
천도교의 내세관은 한마디로 장생불사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도교는 현실주의이기 때문에 내세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실은 천도교야말로 분명한 내세관을 제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근본에서 죽고 사는 것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본래의 나는 생사일여(生死一如) 장생불사(長生不死) 불생불멸(不生不滅)인 것입니다. 유형한 육신만 보니까 죽는다 산다 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 비애를 느낀다고 본다. 의암 성사의 법설에는 '여필천위천자(汝 必天爲天者)'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형한 한울님이 유형화된 것이 인간이란 말씀입니다.
따라서 죽는다는 것은 다시 무형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형식의 변화요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암은 법설 성령출세설에서 우주는 영의 표현이며 적극적 표현은 유형이요 소극적 표현은 무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한한 영(靈)의 바다에서 무수히 출몰하는 것이 삼라만상이요 인간일 것입니다. 태평양 바다에 무수한 물결이 일어났다가 가라앉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물결은 무수히 생기고 없어지지만 바다 자체는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E. 후천개벽사상
후천개벽은 인류 문화의 일대 새로운 혁신 창건을 의미하는 사상이다. 종래 선천(先天)시대의 일체의 문화가 무너짐에 따라, 앞으로 후천(後天)시대에 실로 천지개벽에 비유할 만한 새로운 위대한 인문 개벽이 있음으로써 지상천국을 이루리라는 것입니다.
이 후천개벽에 있어서 천도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에게 부하(負荷)되는 사명은 이상과 목적을 구현하려는 현실 운동에서 다음 3대 개벽을 실천적 과제로 구체화됩니다.
a. 정신개벽(精神開闢)
이는 일체의 낡은 관념을 청산하고 개성(個性)의 정신적인 새로운 혁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낡은 관습을 해탈하고 편견된 모든 생각과 악덕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자기 위치를 찾아서 만리만사를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는 끊임없는 수양과, 나아가 올바른 생활태도, 성실한 행동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수운은 천도를 창도하는 처음에 먼저 영부(靈符)를 그려내어 육신적 건강의 회복을 기하도록 하면서 한편 주문을 지어 이를 염념불망케 하여 정신적 질병을 퇴치게 하고 수심정기 숙기예양으로 새롭고 참다운 자아(自我)의 자각에 부단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강조하였으니 이것이 곧 정신개벽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b. 민족개벽(民族開闢)
민족개벽은 민족의 완전해방을 의미하는 한편 민족적(혹 다른 집단을 의미할 수도 있다)인 새로운 자각과 그의 정신적 새 혁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민족 집단이 낡은 생활의 악습(惡習)을 벗어나 보다 나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부단한 창조적 신생활 운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며 병든 민족의 경우 이를테면 사대사상(事大思想)에서 민족혼을 상실하거나 그밖에 민족적 타락의 경우 새로운 민족정기 발양으로 혁신순화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민족 집단 내에 '정신 개벽'을 완성하는 동덕(同德)이 수로써 다수에 이르도록 하면서 대중 집단 계몽에서, 한편 전반적 생활양식의 새로운 문화창조와 제도상 개조로 실현될 것입니다.
c. 사회개벽(社會開闢)
사회개벽은 개성(個性)의 정신 개벽과 함께 집단적 민족개벽이 있고 그리고 세계개벽으로서의 일반 사회개벽을 말하게 되는데 사회개벽은 인류의 항구한 평화와 생활의 기화(氣化) 즉 생활이 상호부조로써, 이를테면 민족간 국가간의 침략 정복 갈등 등의 모든 행동을 지양하고 이상사회에 도달할 것을 목적한 말이다. 한편 그것은 낡은 사회제도, 일반의 근본적 개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상 삼대개벽(三大開闢) 실현의 과정은 개성적, 집단적, 세계적 순차로 실현되는 계단성격(階段性格)을 띠겠지만 보다 삼자간의 연쇄성 있는 운동에서 더욱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F. 주문(呪文)
주문은 한울님이 수운에게 심법(心法)을 전할 때에 제일 먼저 전하신 글입니다.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글입니다.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이 21자의 주문을 수운이 친히 해설하기를
지(至)라는 것은 지극한 것이요, 기(氣)라는 것은 허령이 창창(蒼蒼)하여 일에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고 모든 일에 명령하지 아니함이 없으나, 그러나 모양이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듯하나 보기는 어려우니, 이것은 또한 혼원한 한 기운이니라.
금지(今至)라는 것은 도에 들어 처음으로 지기에 접함 안다는 것이요.
원위(願爲)라는 것은 청하여 비는 뜻이요. 대강(大降)이라는 것은 기화(氣化)를 원하는 것이니라. 시(侍)라는 것은 내유신령하고 외유기와하여일세지인이 각지불이자야요. 주(主)라는 것은 존칭해서 부모와 더불어 섬긴다는 것이요. 조화(造化)라는 것은 무위이화요. 정(定)이라는 것은 그 덕에 합하고 그마음을 정한다는 것이요. 영세(永世)라는 것은 사람의 평생이요. 불망(不忘)이라는 것은 생각을 보존한다는 뜻이요. 만사(萬事)라는 것은 수가 많은 것이요. 지(知)라는 것은 그 도를 알아서 그 지혜를 받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 덕을 밝고 밝게하여 늘 생각하며 잊지 아니하면 지극히 지기에 화하여 지극한 성인에 이르느니라." 고 하였습니다.
이 주문은 지식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것은 본래가 불가능한 일이요, 외워서 그 맛을 음미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문을 계속 외우는데서 주문의 무량한 공덕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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