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과 장가계

  몇 년 전 중국의 명승지 계림(桂林)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수필문학사 문학기행에서 장가계를 관람할 수 있었다. 두 곳 다 중국의 남쪽지방에 자리하고 있으나 거리는 멀다. 산수의 경관이 수려하다는 점이 공통성이 있으나, 각기 특색이 있어 비교 관찰해 볼 만한 곳이었다.

  첫째, 개발 시기의 면에서 계림은 진시황이 이땅에 경치가 빼어나다고 2,000년 전부터 개발을 해온 곳이나 장가계는 예부터 자연 경관은 갖추고 있었지만, 1980년대에 처음 국가 정책적으로 소개함으로써 관광지로 부상하게 되었다.

  둘째로, 산세의 생김새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계림의 산은 민둥민둥하고 순하게 생긴 데 비하여 강자계의 산은 송곳 같이 쭈뼛쭈뼛하게 생겼다. 계림의 산은 우리나라 마이산의 봉우리들을 무수히 이어 놓은 것 같다고 하면, 장가계의 산은 금강산의 만물상을 확대시켜 연결해 놓은 것 같다. 

   또 두 산은 남녀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특이한 면을 지니고 있다. 장가계는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할 만큼 꼿꼿하고 씩씩한 자세를 연출하고 있으며, 계림의 산은 다소곳하고, 민두룸하고, 부드러운 부잣지 맏며리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계림은 강을 따라 아름다운 산수화 같은 경치를 감상하며, 눈에 담아 가기에 좋은 관광이라고 하여 '눈 관광'이란 별명을 붙었다. 그리고 장가계는 개발이 뒤져 관광객들에게 늦게 선을 보인데다가, 산봉오리들이 기괴하고 규모가 웅장함에 따라 각 봉우리가 얼굴을 내밀 때마다 관광객들이 '와아! 와아!'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므로 '와아 와아 관광'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눈 관광'과 '와아 와아 관광' 이란 별명은 두곳의 특징을 적절하게 멋있게 붙였다고 칭찬을 해 주고 싶었다.

   계림 관광 코스의 핵심은 도보로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리 강'에 띄운 유람선에 몸을 담고 약 두시간을 북에서 남으로 강물 따라 함께 흐르면서,  좌우에 전개된 형형색색의 산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장가계는 전용버스를 세 번이나 바꾸어 타면서 기봉(奇峰)들이 즐비하게 서서 저마다의 독특한 자태를 뽑니고 있는 경관을 즐기는 것이었다. 송곳처럼 뽀족한 것도 았고, 시루떡 같이 차곡차곡 바위들을 얹어 놓은 것 같은 것도 있다. 석창(石槍)이나 석검(石劍)을 세워 놓은 것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도시의 고층 건물을 연상케 하는 산의 빌딩이 운집되어 있는 곳도 있어 필설로 형용키 어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계립과 장가계는 중국 경관을 대표하는 명산임이 틀림없다. ( 2004. 11.『수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