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세
몇 해를 벼르던 끝에 이루어진, 대양주 쪽의 여행, 그러기에 이번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주최 뉴질랜드 문학기행은 꽉 짜인 일정 만큼이나 알찬 보람을 안고 동아올 수 있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었느냐고 한다면, 우선 대표적인 것 몇 가지-.
첫째 뉴질랜드에서의 로토루아루 유황온천, 마오리와 와까레와까레의 민속촌, 아그로돔 농장과 양털깎기 쇼장, 밀포드 사운드, 피요르드 해안의 절경, 마운틴 쿡 국립공원지대의 만년설 등이 인상적이고, 호주로 가서 블루마운틴, 헤어데일의 호주 야생 희귀동물원, 시드니 수족관, 세계 미항 시드니의 유람선 타기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연린 문학 세미나에 참석, 그곳 수필문학회(회장:이효정) 시상식과 문학 강연회에 동참함으로써 그곳 문인들을 만나 진심어린 환대를 받았고, 이튿날에도 시드니 올림픽공원에서 친선 체육행사 끝에 문우들이 손수 만들어 온 바비규를 곁들인 회식에서 교포 문인들의 인정을 흠뻑 맛보고 왔다.
소득으로서는 지구상 적도 바로 밑에 위치한 호주과 뉴질랜드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관광할 수 있었고, 시드니 문우들과 문학행사를 함께하고, 친교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더욱이 이만 간 친구를 이국땅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덤으로 얻어진 보람이었다. 글 쓸 소재가 궁하면 여행을 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기행으로 수필 몇편을 쓸 소재를 얻었으니 큰 소득이었다. 여기서는 그중 뉴질랜드의 관광 소감을 적어본다.
이 세상에서 방귀세를 받는 곳이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날아가는 방귀 잡고 시비하는 내 아들놈'이라고 하였는데, 세금까지 내라고 한다면 한수더 뜬 놈들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런데 방귀세를 받는 나라가 있으니 그곳은 뉴질랜드이다. 단, 그것은 사람에 대한 방귀세가 아니고, 양이 뀌는 방귀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종의 목적세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공기를 가진 환경국임을 자랑하는 나라이기에 말고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그런 수단까지 강구하게 된 것이다.
인구 4백만 면에 양은 7천만 마라나 되니 양이 부려 18배나 더 많다. 그러니 사람 뀌는 방귀는 별게 아니고, 양이 뀌는 방귀는 공기 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방귀세를 받아 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에 쓰겠다는 발상이었던 모양이다. 국가 수입면에서 보더라도, 사람 수에 대해서보다 양의 마리수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지랜드가 이처럼 오염 없는 청정 환경국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은, 화산의 폭발로 동식물의 멸종상태에서 신생 육지가 탄생됨에 따라 완전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계획도시, 계획국가의 설계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경상남도 도청 소재지를 창원으로 옮기기로 하여 허허벌판인 창원시를 계획도시로 조성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시범도시라 하여 각국에서 견학을 온 일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후 분당, 일산, 해운대 등, 신시가지가 곳곳에 조성되었는데, 이것은 부분적인 시가지 조성에 불과하지만, 뉴질랜드는 우리 남한의 2.7배 면적이나 되는 광활한 하나의 국가이니, 규모면에서 엄청나게 크고, 또 그만큼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였다고 생각된다.
우선 1회용품을 금지할 정도로 오염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마실 물을 찾으면 화장실 물을 가리킬 정도로 아무물이나 마실 수 있다. 또 이곳 관광지에는 물건을 파는 장사꾼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돈을 벌고 싶은 머리가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잡상인이 들끓는 인상 나쁜 환경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밭농사는 짓는데 논농사는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지저분함과 공기 오염 방지를 위해서이니 이만하면 1등 환경국의 이름에 손색이 없지 않은가?
흙을 보기 힘들고, 온 국토가 초록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관언이 나닐 정도로 가는 곳마다 초원이 펼쳐 있고, 거기에 방목하는 하얀 양들이 무더기로 떼를 지어 '움직이는 솜털'처럼 꿈틀거리고 있는데, 중간에 경계 울타리를 만들어 이를 못넘게 하고 있다. 농맏도 없어 비가와도 양떼들 스스로 알아서 대피하고, 새끼치는 농사도 자율적으로 해 나간다. 양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6천명이나 된다고 하니, 뉴질랜드의 양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씬 부자이다. '양의 왕국'이란 밀이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다. 주산업이 목축업이고 양털(毛)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박대하므로, 굴뚝에 연기나고 오염 뿜어내는 공장산업 따위는 아예 발을 붙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에 수교를 한 나라로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었다고 한다. 초원이 많은데도 가까이 가보니, 잡초를 거의 볼 수 없다. 하도 신기하여 물어 보았더니, 나라를 만들때부터 아예 수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저한 계획도시이므로, 농산물은 물론 모든 동식물을 수입할 때 꼭 필요한 것만 골라 하였으며, 지금도 동식물 수입은 엄격한 검역을 거친다 한다. 따라서 뱀이나 호랑이, 사자 등은 아직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초원의 풀은 5~6년 만에 한번씩 갈아 없어 버리고, 대신 잔디 씨앗을 뿌려서 조성하는, 자라는 속도다 우리보다 5~6배 빠르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농, 수산부장관을 거쳐야 장차 크게 출세할 수 잇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축산업과 환경보존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밀포드사운드와 만년설, 빙하지대 등을 돌아보니, 중국의 장가계나 일본의 후지산 등에서 보는 경치와는 다른 비경을 보는 듯 웅장하다.
뉴질랜드는 '청정한 환경 보존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방귀세까지 받을 정도로 온갖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총예산의 40프로를 복지예산으로 할애하고 있다. 이처럼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낙원'이란 이름이 길이 유지되겠다는 믿음을 안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