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세

  벼르던 끝에 이루어진 뉴질랜드 문학기행이기에 알찬 보람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방귀세를 받는 곳이 있다고 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날아가는 방귀 잡고 시비하는 내 아들놈'이라고 하였는데, 세금까지 내라고 한다면 한수더 뜬 놈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런데 방귀세를 받는 나라가 뉴질랜드이다. 단, 사람에 대한 방귀세가 아니고, 양이 뀌는 방귀에 부과하는 일종의 목적세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도 자랑하는 청정 환경국가이기에 맑고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 수단까지 강구한다.

  인구 4백만 명에 양은 7천만 마리나 되니 양이 부려 18배나 더 많다. 그러니 사람 뀌는 방귀는 별게 아니고, 양이 뀌는 방귀는 공기 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방귀세를 받아 오염 방지 대책 강구에 쓰겠다는 발상이다. 국가 수입면에서 보더라도, 사람에 대해서보다 양의 마리수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지랜드가 이처럼 오염 없는 청정 환경국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발상을 한 것은, 화산의 폭발로 동식물의 멸종상태에서 신생 육지가 탄생됨에 따라 완전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계획도시, 계획국가의 설계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경상남도 도청 소재지를 창원으로 옮기기로 하여 허허벌판인 창원시를 계획도시로 조성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시범도시라 하여 각국에서 견학이 쇄도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 후 분당, 일산, 해운대 등, 신시가지가 곳곳에 조성되었는데, 이것은 부분적인 시가지 조성에 불과하다. 뉴질랜드는 우리 남한의 2.7배 면적이나 되는 광활한 국가이니, 규모 면에서 엄청나게 크고, 또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였다.

  1회용품을 금지할 정도로 오염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마실 물을 찾으면 화장실 물을 가리킬 정도로 아무 물이나 마실 수 있다. 또 이곳 관광지에는 물건 파는 장사꾼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돈벌이 머리가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잡상인이 들끓는 인상 나쁜 환경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밭농사는 짓는데 논농사는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지저분함과 공기 오염 방지를 위해서이다. 이만하면 1등 환경국에 손색이 없지 않은가.

  흙을 보기 힘들고, 온 국토가 초록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관언이 아닐 정도로 가는 곳마다 초원이 펼쳐 있다. 방목하는 하얀 양들이 무더기로 떼를 지어 움직이는 솜털처럼 꿈틀거리고 있는데, 중간 중간에 경계 울타리를 만들어 이를 못넘게 하고 있다. 농막도 없어 비가와도 양떼들 알아서 대피하고, 새끼치기도 자율적으로 해 나간다. 양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6천평이나 된다고 하니, 뉴질랜드의 양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씬 부자이다. '양의 왕국'이란 말이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다. 주산업이 목축업이고 양털(毛)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막대하므로, 굴뚝에 연기나고 오염 뿜어내는 공장산업 따위는 아예 발을 붙일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에 수교를 했는데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었단다.  뉴질랜드에서는 농, 수산부장관을 거쳐야 크게 출세할 수 있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그만큼 축산업과 환경보존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뉴질랜드는 '청정한 환경 보존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방귀세까지 받을 정도로 온갖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총예산의 40퍼센트를 복지예산으로 할애하고 있다 하니, 이처럼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낙원'이란 이름이 길이 유지되겠다는 믿음을 안고 돌아왔다. (2005. 11.『수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