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 한다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 건널목에서 한 사람은 좌측통해을, 한사람은 우측통행을 하다가 부딪쳐 다투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엔 인도까지 나와서 다투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개입을 하였다. "건널목에서는 우측통행이 맞는 겁니다." 하고 우측통행을 하라는 표시가 돼 있는 길바닥 화살표를 가리켜 주었더니, 머리를 긁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무슨 일을 잘못 알고 있다가 실수하는 일이 있다. 우리의 교통규칙은 '차는 우측통행', '사람은 좌측통행'이다.  그러나 건널목에서는 사람도 우측통행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사람이 좌측통행을 할 경우, 우측통행으로 달려오는 차가 신호와 동시에 재빨리 멈추지 못해 사고가 나기 쉽다.

  이와 유사한 일로,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를 때에도 흔히 시비가 벌어진다. 올라갈 사람은 위의 단추를, 내려갈 사람은 아래 단추를 누르면 되는 것인데, 자기가 엘리베이터에게 명령하는 입장에서, 올라오라고 '오름'표시단추를 누르고, 내려오라고 '내림'표시 단추를 누름으로써 혼선을 빚는 수가 있다.

  속담에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무슨 일을 하려면 학식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며, 옳게 알아야 큰소리 칠 수 있고, 모르면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로도 통한다. 건널목 통행규칙을 알지 못했던 사람은 결국 기가 죽어 사과까지 했다.

 요즘 와서 갑자기 젊은 세대들이 기세가 등등해진 반면, 노인 세대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심지어 깔보임까지 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른을 존경하는 풍토도 사라져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그중 한 원인을 컴퓨터의 출현에서 찾고 싶다. 컴퓨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어른들이 모든 면에서 많이 알고 있었기에 젊은이들은 어른들을 존경하였다. 그런데 컴퓨터가 나오면서 큰 혁명을 일으켰다.

  젊은 세대들은 어린아이 적부터 컴퓨터를 배워서 이것이 생활화되어 있는데, 어른들은 이를 외면하였으니 여기에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사이에 갭이 생겨 젊은 세대가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무궁무진한 인터넷 세계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데, 노년 세대는 여기에 완전 까막눈이 되어 버렸으니, 옛날과는 달리 오히려 젊은 세대가 어른 세대보다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어른들이 기를 못펴게 된 것이다.

  존경심이란, 상대가 나이 많다고 무조건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존경할 만한 요소를 지녔기에 존경하는 것이다. 옛날엔 어른이 유식하여 배울 점이 많았기에 존경을 받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커퓨터까지를 알고 있음으로써 오히려 우월감을 갖게 된 것이다. 컴퓨터 세상이 되면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지식 무장'을 갖춤으로써 어른을 능가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어른 공경심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알아야 면장한다'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부득이 어른들도 늦었지만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 간혹 글쓰는 이들이 모이면, 인터넷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문우들의 대화 가운데 내가 이해 못하는 말들이 오고 간다. 답답하다는 생각에 이어 오기가 발동한다. 그래서 컴퓨터를 배워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드디어 나도 인터넷 세상에 발을 밀어 넣어 보았다.

 우선 당면 목표는 워드를 배워 내 작품을 직접 워드로 작성해 메일로 원고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두세달 열중해 배운 덕으로 요즘은 느리지만 워드도 치고 메일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젊은이들의 깔보임에서 벗어나는 듯도 하다. '알아야 면장 한다'는 말을 체험으로 실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2004.12『수필문학』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