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과 종달새형

  오늘날 우리나라 삼성 현대 등 기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우뚝 서게 된 데에는 그 이면에 올빼미형과 종달새형 사람들의 숨은 공로가 깃들어 있음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한때 TV연속극「영웅시대」는 지난날 이들 기업들이 곤경속에서 부딪혀 싸워나가는 과정을 재현시킨 현대사극이었다.

  그러기에 당시를 함께 걸어온 50대 이상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며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당시 대통령의 업적을 과대평가한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조기 종연이 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기업체들의 핵심 멤버들은 오로지 소속 기업체를 육성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일반 종업원의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앞당긴 6시에 모여 그날의 기획회의를 열었다. 뿐만아니라, 밤에는 일반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간부들은 10시, 11시까지 퇴근하지 않고, 심지어 밖에 나가 식사하는 시간까지 아까워 배달을 시켜 먹으면서 내일의 효율적인 준비에 온 정열을 쏟았었다.

  올뻬미형 인간이니, 종달새형 인간이니 하는 말이 이때부터 생겼다.
  요즘 일부 젊은 세대들 가운데는 지난날 선배들이 겪은 곤경 따위에는 눈을 감아 버린채, 오늘날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한국 기업의 성공이 마치 하루 아침에 얻어진 성과처럼 착각하고, 근로자를 편에만 서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니 지난잘의 역사를 지켜본 증인들로서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올빼미형 인간과 종달새형 인간. 이는 비정상적 생활을 하는 기형적 생활인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사회발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한 기수였다.

  올빼미형 인간과 종달새형 인간이 어찌 기업체에만 존재하는 것이랴. 학생들 사회에도, 밑바닥 서민사회에도 있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 가운데는 시계 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는 순간까지 책과 씨름을 하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는, 다시 4시, 5시가 되면 눈을 뜨고 씨름을 계속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며, 남들이 코를 골고 있는 새벽 4시, 5시에 장사 준비차 집을 나서는 서민들도 허다히 있다. 이들이 모두 올빼미요, 종달새 인간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의 일생 가운데도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의 생활이 있었다. 5~60때까지만 하여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그 일을 마쳐놓고서야 이불 속으로 드는 버릇이 있었느니 올빼미형이었다. 그러나 70대에 접어 들면서는 그러한 무리가 통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닫고는 종달새형으로 바뀌었다. 저녁 식사 숟가락만 놓았다 하면 우박 같이 퍼붓는 잠을 감내하기 어려워 9시 뉴스도 보는 둥 마는 둥, 꿈나라로 가 버리게 된다. 그리고 새벽 5시에는 거의 어김없이 눈이 뜨이니, 그때부터 책이나 신문을 보거나, 글씨기에도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지난날 선고께서 생존시  "애야, 내가 요즘 새벽 서너시만 되면 잠이 깨어 그 후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하시면서 한서(漢書)를 뒤적이거나 불경을 외시던 일이 회상된다. (20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