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타고 태국 세상 보기
여기는 태국 수도 방콕의 남쪽에 위치한 해변 도시 후아힌이다. 나의 팔 순을 기념하기 위하여 여행을 다녀오라는 아들의 권유로, 이른바 효도관광차 여행길에 올라 이곳에 오게 되었다.
3월 9일, 김해공항 출발. 방콕 1박, 다음날 자동차 3시간 반을 달려 리조트가 있는 이곳 휴양 도시에 도착하여 3일 동안 머물게 되었다.
동행한 나내는 뼈를 이식한 상태이기에 많이 걸을 수가 없는지라, 처음부터 이번 여행은 볼거리 구경 목적이 아닌, 휴양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바닷가 조용한 지조트를 택하였던 것이다. 이곳 리조트는 작년 10월에 개장했는데, 한국 젊은이들이 신혼여행지로 즐겨 찾는 발리 휴양지를 모델로 하여 관광객을 끌기 위해 중국인 자본가가 중심이 되어 리조트를 크게 조성하였다고 한다.
타이밍을 잘 못 맞추어 개장후 곧 남아시아의 지진사태를 맞아 개점휴업 상태로 파리를 날리고 있는 처지라 우리 부부가 그야말로 조용한 곳에서 휴양을 즐기기에는 더욱 좋았다. 셋째 날에 코끼리 천국에서 코끼리를 타 보게 되었다. 조종기사가 앞에 타고, 나아 아내는 위에 나란히 앉은방석에 올라탔다. 약간 불안했으나 코끼리는 말처럼 날뛰는 동물이 아니고 터벅터벅 발을 옮겨 주므로 이내 불안감이 가셔졌다. 코스는 약20분거리. 중간에 수중을 통과해 건너간는 것이 기특하였다. 코끼리를 탄 기분은 마치 반석위에 앉은 듯 편한하고 태국 세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듯하였다. 코끼리 타기는 생후 처음인지라, 아들에게 보람을 주기위해 기념사진도 찍어 왔다.
가이드에 의하면, 태국에서는 코끼리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며 신성시되는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 코끼리 한 마리의 값이 한국돈으로 300만원에서 비싼 것은 1억원 이상 가는 것도 있다고 한다. 코끼리학교가 있어 여기에 입학(?)을 시켜 훈련을 받게 하는데, 그 한 방법으로 코끼리를 철판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틀어서 춤을 추도록 훈령을 시킨다고 한다. 그때 한가지 재미 있는 것은 철판을 불로 뜨겁게 달구어 놓고 그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때린다고 한다. 그러면 느림보 코끼리이지만, 부지런히 발을 들어 올려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를 원용한 훈령방법이라 하겠다.
이들이 코끼리할교을 졸업할 적에는 세분류, 즉 머리 좋고 힘도 센 것은 1등급, 머리는 안 좋지만 힘이 센 것은 2등급, 머리도 나쁘고 힘도 안 센 것은 3등급으로 각각 판정하여 적소에 배치가 된다. 1등급은 코끼리 쇼장이나 코기리 텔레킹장(타는 곳)으로, 2등급은 벌목장 또는 짐 나르는 곳으로, 3등급은 가만히 서서 구경만 시키면 되는 동물원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마치, 사람이다나는 학교에서 졸업 시에 수학능력에 따라 취직처나 진학학교가 정해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코끼리 훈련소는 학교로 승격시켜 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코끼리가 태국에서는 대우를 받는 동물인데, 특히 출생시에 흰 코끼리로 태어나면 이는 관습상 왕의 소유가 되어 귀족 코끼리로서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팔자 좋은 사람을 보고 "야이, 흰색 코끼리 같은 놈아"란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코끼리 왕국이라 할만도 하다.
이처럼 코끼리가 대접을 받는 것은 다분히 태국의 왕이 백성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이기는 하나, 불교 신자가 90퍼센트 이상 되는 국가에서 왕은 불교 수호의 대표자로서 거의 신격화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태국의 돈에는 지금의 국왕인 라마9세의 사진이 찍혀 있는데, 태국 국민들은 지폐에 담긴 국왕 사진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룰 정도라고 하니,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국왕을 천왕으로 신격화시켰던 일이 연상이 된다. 또한 태국을 돌아보면, 거리 요소마다에 존경심을 고조하기 위해 국왕의 대형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왕이 국가와 함께 절대 숭배의 대상인지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금기사항으로 지켜지고 있단다.
태국에서의 인상적인 몇 가지만 적어본다. 태국 국민들은 잘 웃는다. 태국을 두고 '미소의 나라'라 하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그 말은 태국 국민성의 일단을 표현한 말로,그 만큼 낙천성을 지니고 살아가며, 마약이 성행하면서도 자살자는 거의 없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칼로 자해하는 경우는 드물고,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한국사람이 자살한다는 말을 듣고는"왜 죽느냐? 살면 될 것인데..."할 정도로 태평스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 태국은 동양의 베니스라 할 정도로 물이 많으며,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이다. 방콕 시내에 있는 55층의 보석상회 건물을 안내받고 놀란 적이 있고, 뱀이 많은 나라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길거리의 전봇대가 모두 둥글지 않고 네모기둥으로 제작되어 있었는데, 이는 뱀이 4각주를 감고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태국은 예부터 일부타처제 풍습이었는데, 지금도 일부 부유층은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다. 이와 관련된 유머가 재미있었다. 태국에는 세계에서 '남성 성기 절단 비율 최고'라는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는 질투심에 찬 여인들이 분한 감정을 참지 못해 남자의 성기를 칼로 잘라 버리는 일이 자구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의 반작용으로 태국이 세계에서 봉합수술 기술이 가장 발달하였다고 하니, 이는 '성기 절단 비율 최고의 나라'에 안겨 준 합당한 선사품이라 하겠다.
태국은 불교 국가이므로 곳곳에 절이 많아 방콕 시내에만도 3천개개나 있으며, 정안에 학교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태국인들의 소년 시절에는 거의 의무적으로 일시적인 스님이 되어 3개월 정도 슬려생활을 거쳐야 한다고 하니, 이는 성인식의 한 절차로 볼만도 한다.
나는 불교 나라에 온 기념으로 태국 사찰 하나를 자세히 보고 싶어 가이드에게 요청하여 예정에 없었던 방콕의 보문보은사를 구경하게 되었다. 이절은 40년 전 보쨍스님이라는 도승이 계셨는데 70세로 열반하실적에 앉은 자세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생존시의 사진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우리나라 성철스님을 보는 듯하였다. 법복을 입은 두 분이 풍기는 모습은 물론, 얼굴 인상조차 어찌 그리 닮았는지? 도인의 세계는 그만큼 통하는 데가 있는지, 신비감마저 들었다.
태국은 국민 60퍼센트가 관광으로 먹고 살 정도로 관광수입이 짭짤하다. 그만큼 한번도 외국 침략을 받지 않은 역사에서 얻은 찬란한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환경, 그위에 값싼 물가 등등이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하을 하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귀국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