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관광
이번에 '효도'라는관형사가 붙은 관광을 하게 되었다. 관광지는 일본의 북해도. 일정은 4일간이었다. 첫날 10시에 인천공항을 출발, 12시 45분ㅇ 북해도 삿포로의 치토세 공항에 도착, 버스로 시라오이로 이동, 홋가이도 원주민의 문화를 전승보존해 놓은 아이누민속촌을 방문하여, 전통춤과 민속박물관 등을 관람하였다. 그들은 우리처럼 일본 명치유신 때 침탈당해 영토를 빼앗긴 설움을 안고 있는 민족이나 지금은 거의 멸종에 가까운 상태였다.
이어서 우리는 하루 1만톤이 용출되는 유황천, 유화수, 심염천, 명방천 등 11종류의 다양한 온천을 자랑하는 노보리벳츠로 이동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지옥을 연산시키는 지옥게곡 화산을 관람하고, 눈병에 특효가 있다는 약사여래상 앞의 온천 증발수의 증시를 쐬기도 했다. 제2일에는 로프웨이를 탑승하고 올라가 유명한 노보리벳츠 곰 목장을 방문, 곰박물관에서 아기곰의 재롱쇼를 구경하였는데, 곰이 순자공부도 하고, 농구공으로 슛골인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무로랑으로 가서, '지구끝'이라 불리는 지큐미사키를 관광하고, 다음엔 북해도 최대 규모의 혼수인 도야호로 이동, 50분간 유람선을 타고, 섬 안에 있는 도야호 박물관도 구경하였는데, 근처에 있는 1943년 이후부터 화산활동을 계속하며 성장이 진행중인 기생활화산-쇼화신산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산은 일본 쇼화 임금때, 지진으로 땅이 솟아올라 산이 하나 새로 태어났다고 하여 '쇼화신산'이라 명명되었다. 육지가 분출하여 산을 이루고, 반다로 땅이 가라암ㅈ아 호수가 된 현장을 목격하니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3일째는 우리나라의 경주 보문단지 호수의 10배나되는 도야호를 돌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저망한 후, 일본 10대 약수 중 하나인 후키다시 공원에 있는 장수약수를 심음하며 그지없는 상쾌한 맛을 느꼈고,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삿포로 맥주공장을 안내받아 견학하여 시음도 하였다. 이볼이 홋가이도를 점령하면서 주민들에게 직장을 선사하기 위해 미국 기술자를 초빙하여 창설한 이 맥주공장은 일본의 오대 맥주공장으로 육성되었는데, 맥주의 역사를 한눈에 본 것이 인상에 남는다.
제4일째는 죠잔케이라는 계곡을 따라 양쪽에 전개되는 수려한 산의 경치를 관상하였다. 우리나라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케 하는 꼬불길이었다. 9월 하순임에도 벌써 나무엔 절반의 단풍이 영글어 절경을 우어 가고 있었다. 짐작컨대, 우리의 설악산보다 10일가량은 빨리 찾아온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 단풍은 홍단풍이 주류인데 비해 이곳 단풍은 은행단풍과 같은 황색이 주류였다.
비행장으로 가는 귀로에 항구도시 오타루에 들려 그곳의 운하와 유럽풍의 기타이치 가라스 마을과, 절묘한 음색이 울려 퍼지는 오르골 전시장을 관람하였다, 오타루는 영화촬영장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조성보의 뮤직 비디오 '러버레터'활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더 하였다.
홋가이도는 곳곳에 온천이 있어 매일 밤 이곳 특유의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휴양지로 적합하였다. 이번에 나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동반하였기에 끝까지 동행을 해낼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걷는 데가 적었으며, 그날의 피로를 온천욕으로 풀수 있었던 것이 종주를 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이렇게 지나간 4일간의 효도관광 여행은 저물어가는 나의 인생항로에 있어 의미 있는 한 토막이었다. 끝으로 효도관광에 대한 소감 몇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사실 이번 여행은 아들이 제 어미의 칠 순을 맞아 우리내외에게 해외관광을 한번 다녀오라는 간곡한 권유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처음엔 굳이 그럴 것 없다고 사양하였는데, 제 누나들가지 가세시켜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결국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초 북유럼 쪽을 제의받았으나. 아내가 두 번에 걸친 다리 골절상으로 인공뼈를 심어 놓은 상태인지라, 많이 걷지를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보행 거리가 적은 홋가이도 쪽을 택하게 되었다.
효도관광의 구성을 보니 대체로 나이가 60대에서 70대에 걸쳐 있고, 일행중엔 고교 동기모임인 4쌍의 부부도 있었는데, 여행비는 대부분 자식들이 부담한 모양이었다. 효는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며, 보답하려고 하는 인간의 순수한 의리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미풍이 아닌가? 그런데, 요즘 우리 고유의 자랑스러운 효정신이 서구의 기계 문명의 영향으로 '부모 섬기기'는 점차 소홀하게 취급되고, 거꾸로 '자식 사랑'을 더 중시 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감으로써 사회의 윤리 질서가 무너지고 있으니 아타까운 일이 아닌가?
나는 이번 효도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처음 아들이 해외여행을 제의해 왔을 때에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사양했지만, 거듭된 권유를 받아들인 것은 결과적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의 경제적 부감경감도 중요하지만, 효도할 기회를 주는 일은 부모로서 교육상 행야 할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풍인 효행정신이 잠차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효도관광과 같은 여행사의 기획행사는 비록 상혼이 깃들어 있겠으나 돈벌이를 위한 상행위로만 평가할 것이아니라, 자라나는세대에게 효도 정신을 일깨워 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려할 만한 가치도 있다는 생각을 부정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