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랑을 진 어머니
<어버이날에>

  나의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중은 아니셨다. 그럼에도 한때 바랑을 짊어지고 탁발(托鉢)을 하러 나니셨다.
  어머니께서는 당시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서 가문의 대를 이을 손자를 얻지 못해 그것이 일구월심 소망이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매달려 손자를 보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것도 부족하여 어느날 당신의 불심이 모자람을 깨달았음인지, 바랑을 짊어지고 목탁을 치며 중이 되어 이 동네 저 동네를 돌면서 300 집을 방문, 탁발을 하여 모은 곡식을 절에 갖다 바치면서 부처님께 간절히 치성(致誠)을 드렸다.

 부처님은 결코 무심치 않아 어머님께서 고희를 넘긴 해에 기념 선물이라도 주시듯 손자 하나를 안겨 주셨으니, 어머니의 흡족하심은 어찌 가 표현하랴. 어머님의 아들인 나는 그동안 부모님께서 그처럼 갈망하시던 당신의 손자 하나를 안겨 드리지 못하는 불효 때문에 항상 죄스러운 생각으로 살았는데, 이젠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희열과 안도가 겹쳐지는 심정이었다.

 돌이켜보면 40년 전의 일. 너늘 어버이날을 맞아 그때 바랑을 지고 부끄러움도 던져 버린 채, 집집마다 동냥을 하시던 어머니의 지극 정성이 회상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딸 셋 다음에 뒤늦게 얻은 나의 아들은 어머니의 정성어린 기도 덕분으로 건져 올림 소생이라 나는 믿고 있다. 그때 어머니는 결코 자기 손자보기만에 집착되어 그리 하신 것이 아니라, '내 아들에게 자식을 점지해 주십사'하는 간절한 소망을 빌리 위해 부처님께 그렇게 매달린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눈물이 난다.

  어머님! 그처럼 애타게 기다리셨던 어머님의 손사가 이제 30대 후반의 의젓한 의사가 되어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증손녀, 증손자도 태어나 잘 자라고 있으니 지하에서나마 기뻐해 주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