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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 記
쟝·폴·싸르트르는 1805년 6월 21일, 프랑스 파리의 한 중산계급의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때 해군 기술장교였던 아버지를 잃은 그는, 독일어 사숙(獨日語 私塾)을 경영하는 외할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병약했으나 어려서부터 독서에 열중하여, 옛 이야기 따위를 손수 지어 보일 만큼 작문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를 끔찍히 사랑하고, 그의 정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외조부는, 차알즈·슈바이처로, 독일어의 직접 교수범을 창안한 사람이며, 그의 모친은, 아프리카에서 구료사업(救療事業)에 몸을 바쳐 노오벨상을 탄 알버트·슈바이처와 사촌간이다. 그가 열한 살 때 그의 모친은 한 조선소장(造船所長)과 재혼하여, 그를 따라 라로셀에 가서 수년간을 보냈다. 그 후 그는 1924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교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철학 교수 자격을 획득할 때까지 그곳에서 철학 공부를 했다. 그는 게서 보오보아르, 무늬에, 레옴, 아롱 등 많은 수재들과 사귀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니장과는 더욱 친교가 두터웠다. 1940년에 죽은 니장과 함께 싸르트르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동료 중에 시몬느·드·보오보아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와는 소위 계약결혼 형식으로 동거, 지끔까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1931년에에는 르·아브르 공등학교(뒤에 <嘔吐>의 무대를 이룬)의 철학 교수로 부임했고, 이어 1945년에 그 직을 그만둘 때까지 리욘, 파스테르, 공도르세 등 고등학교를 전전하면서 철학을 강연했다. 그 무렵에 그는 철학사상을 꽁트 형식으로 쓰려고 <진실의 전설>(31)을 완성했으나, 이것은 친구 니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판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작품이 미숙하고 헛된 觀念性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그 후 그는 <偶然性에 관한 辯駁書>를 썼으며, 이것이 후에 <嘔吐>로서 結晶을 보았다. 독일에 유학중이던 아롱이 귀국, 싸르트르와 같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식탁 위에 있던 칵테일을 가리키며, 아롱이,「자네가 現實學者가 되려고 생각한다면, 칵테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되지 않으면 안되네.」라는 말을 했을 때, 이 말을 듣고 싸르트르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었다고 보오보아르는 회상록에서 술회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싸르트르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의 意表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년간 베를린에 유학, 후서얼과 하이덱거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30 안팍에 본격적인 哲學論文인 <自我의 超越>(34), <상상력(想像력)>(36)을 펴냈다. 1938년에는 그의 문학과 철학세계의 指標가 된 장편 <嘔吐>가 간행되고, 이것으로 일약 그의 문명이 높아져 원고 청탁이 쇄도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단편집 <壁>이 나왔다. 이어 2차대전이 발발하자 군에 소집되어 氣象兵으로 출전했다가 독일군에 포로가 되었다. 이대 수용소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위해 쓴 聖史劇<바리오나>(40)가 긔 최초의 희곡이다. 그후 그는 민간인을 가장하여 수용소를 탈출하고, 이어 종전될 때까지 꾸준히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저항운동을 벌이고자 지이드와 말로 등, 지식인들을 찾아다녔으나 협조를 얻지 못해 識者들의 냉대를 뼈아프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파리가 점령중에도 <파리 떼>를 상연하고, 방대한 철학논문<存在와 無>(43)를 간행했다. 이 <존재와 무>는 존재하는 一切의 것을 善으로 보는 기독교적인 存在論을 否定한『反神學大生』이라 불리는 획기적인 著書이다. 점령군의 정항을 은근히 寓意的으로 표현한 <파리 떼>는 관객 동원이 안되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무대 연습의 마지막 날 알제리엣 돌아온 까뮈와 알게되어,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10년간 지속됐다. 44년에는 <출구 없는 방>이 初然되고, 45년에「現代」誌를 창간, 文筆家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여, 46년에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희곡 <무덤 없는 죽은 자>, <공손한 창녀>, 48년에 평론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나리오 <더렵혀진 손> 등이 잇달아 발표되어 실존주의라는 철학용어와 함께 그의 이름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또 1948년에 혁명민주연합이라는 주도적 정당을 스스로 조직해 사회와 정치에 비판을 가했으나, 좌파와 우파로부터 동시에 신랄한 공격을 받고 1년만에 해체하였다. 그 후 알제리아 해방 전선에 적극 가담하는 등, 세계적인 분쟁이 있을 때마다 지성인의 선봉이 되어 투쟁했다. 5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인도차이나 전쟁이 악화되고 한국동란이 발발했는데, 이때부터 그는 점차 공산주의에 기울어, 52년 7월부터「現大」誌에 <공산주의와 평화>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후하여 까뮈, 메를로·퐁티, 아롱, 에티엥블 등의 친구들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났다. 특히 까뮈의 <반항적 인간>을 둘러싼 두 사람이 보인 應酬는, 戰後를 대표한 이 두 작가의 본질적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현실참여와 舊友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문학활동을 계속하여, 51년에는<악마와 신>, 54년에는 <狂氣와 天才>, 55년에는 <네크라소프>, 59년에는 <알토나의 幽閉者들> 등의 戱曲, 60년에는 <존재와 무>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논문 <변증법적 이성비판>의 제1권, <실천적 총체의 이론>을 간행했다. 1964년에는 자전적 에세이 <말>로써 노오벨상 수상자로 지명을 받았으나 수상을 거부, 세인을 놀라게 했다. 흔히들 그의 문학 내지 실존철학은 관념의 유희, 혹은 생에 대한 체험적 밀도가 결어되어있는 정신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철학, 문학, 生體驗이 가진 圖式의 본의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밀도를 가지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그의 문학은 뀌뮈나 말로, 혹은 생떽쥐베리의 문학과 상이점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며, 2차대전후의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 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철학자로 군림해 왔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문학과 철학의 사상적 바탕을 實存主義에 관해 그 槪要를 더듬어 보기로 하자. 싸르트르 哲學은<存在는 本質에 선행한다>와 <코기토(Cogito)>, 즉 <무엇에 대한 의식(conscience de quelque chose)>과 神이 없는 人間의 自由>의 세 명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그의 思想의 基調를 이루고 있다. 人間은 그 근원에 있어서 의식에 의해서만 실존하게 된다. 의식이 없단면 인간은 나무나 돌처럼 하나의 存在에 불과하다. 의식 없이 <나>는 있을 수 없다. 의식은 곧 나를 定立시켜 주는 근거이며, 他者와의 關係를 가능케 하는 基本因子이다. 모든 존재는 타자와 아무른 연관이 없이 自足的으로 存在할 수 있다. 하지만 實存的 人間은 언제나 의식을 통한 무엇과의 관계하에서만 存立이 가능하지 스스로 充足하게 존재할 수는 도저히 없다. 이렇게 볼 때 싸르트르의 <코기도>가 내포하는 의식은, 데카르트적 존재 근거의 한계를 넘어서 늘<무엇에 대한 의식>으로서 他者로 향하는 志向性을 갖는다. 그러므로 意識이란 순순하게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점에 있어서 의식은 항상<無>에 불과하다. 따라서 意識은 언제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갖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意識 主體의 기본 樣態는 어떠한가? 그가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라고 말할 때는, 이미 神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어떤 절대가 <인간의 본성>을 包胎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다. 만일 神이 존재한다면, 人間은 신의 의사와 구상에 따라 인간이위한 속성이나 본질을 선철적으로 타고났을 것이다. 그러나 神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인간은 본질을 부여받지 않고서 애초부터<내던져진> 혹은 < 버려진>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애초부터 버려진 우리들은, 그러므로 어떠한 先驗的 가치나, 절대적인 의미나, 존재의 이유가 없이 實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인가이 본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絶海의 孤島에 내던져진 인간에겐 旣成 倫理나 가치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아무 존재 이유가 없는 <生의 無償性>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 無償性에 대한 <嘔吐>의 감성을 안고, 인간은 불안과 소외감을 뚫고 부단히 자기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창조의 遍歷이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창조는 자기 책임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神의 干與가 없고 선험적인 가치가 없는 한 <인간은 자유롭고, 바로 자유 그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안전한 자유 속에서 자기를 형성하고 <인간의 본질>을 창조 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決斷과 選擇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意識 主體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완전한 無償性에 불과했던 인생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며,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자유에 處刑된 인간>으로부터 <狀況 속에 얽매인 인간>이 된다. 즉 자신을 위해 행하는 선택은 타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하나의 狀況과 사회에 대해서도 인간관계를 맺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자유의 지속에서 행한 선택은 전적으로 자기에게 책임이 있으며, 도한 그 선택이 타자에게도 연향이 미치기 때문에, 인간은 타자에 대한 책임까지도 짊어져야 한다. 이점에 있어서 <自我>와 <他者>로서의 人間 一般은 서로가 <相互 主觀性>을 띠게 되며, <자기 구속―참여>의 문제가 하나의 윤리로서 開陳되는 것이다. 요컨대 그러한 자유 선택에 책임을 지고 어떤 상황에 <投企(Projet)>됨으로써, 意識 主體인 자아의 實存은 본질을 형성하고, 새로운 윤리를 실현하면서 이유 없는 인생을 이유 있는 것으로 역어가게 된다. 싸르트르가 <實存主義는 휴머니즘이다>라고 말한 그 이면에는 어러한 所以가 깔려 있는 것이다.
□ 收錄作品의 槪要 <壁>――싸르트르의 短篇文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작품으로, 素材는 스페인 내란이다. 1936년, 스페인에서는 프랑코의 승리로 끝났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時代的인 배경 아래, 인간 관계의 문제가 독특한 방식으로 提示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壁>은 實存哲學으로 말하면 限界狀況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인간이 도달한 막다른 경지이다. 싸르트르는 인간이 그러한 경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가를 다루고 있으며, 主人公의 마지막 절망적인 쓴웃음은, 인생을 허망하고 모순되어 있다고 보는 그의 실존주의의 입장을 代辯하고 있다. <허물 없는 사이>――인간 실존의 한 커다란 사실인 섹스의 문제를 赤裸裸하게 묘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실존주의문학 자체가 매우 에로틱하다는 오해도 산적이 있지만, 지존주의는 우선 이러한 물질세계의 혐오(嫌惡)에서 출발하여 불안한 마음의 세계에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女主人公 류류가 애인을 버리고 性的 불구자인 남편의 <純粹>한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가 있을까? <에로스트라트>――이 작품도 싸르트르의 실존주의 사상을 형상화한 하나의 實驗的 小說이며, 작자의 말에 의하면 범죄에 의한 인간적 조건의 거부가 그 주제라고 한다. 주인공의, 오직 거부와 범죄의 연쇠반응 속에 자기자신을 매어 두려는 몸부림에서 작자의 의도(意圖)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房>――1938년작으로, 여기서도 부르조아적인 사고나 생활태도에 대해 싸르트르流의 증오(憎惡)와 조소(嘲笑)를 던지고 있다. 여주인공 에브는 부모들의 그런 사고방식에 거역하여, 애써, 미친 남편의 세계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데서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쓰르트르에 의하면, 이 비극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희망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지도자의 유년시절>――이 작품에서는 무한히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열리한 인간이, 그 가능성을 거의 짓밟고 속물이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다만 『남의 눈에 뜨이는 自己』――자기 눈에 뜨이는 자기가 아니라――를 위해 상류층의 일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여기서 일종의 자기기만(自己欺瞞)을 발견한다. 지이드를 비롯하여 많은 비평가들이 이 작품을 매우 높이 평가하였음을 附記해 둔다. 끝으로 말미에 붙인 <作家는 왜 글을 쓰는가?>는 싸르트르의 <文學論>에서 뽑은 것이다. 문학에 대한 그의 기본 입장도 아울러 밝혔으므로,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함께 수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