房

SARTRE, JEAN PAUL

   다르베다 부인은 토이기 과자를 집었다. 그녀는 과자에 얇다란게 덮인 설탕가루가 날아갈까봐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입술을 대었다.
  <장미꽃 송이처럼 만들었네.>그녀는 유리알 같은 과자를 낼름 입에 물었다. 입안이 싹기라도 한 것처첨, 냄새로 가득찼다. <병이 들면 왜 이렇게 예민해질까. 이상한 일이군.>
  그녀는 회교 사원과 아첨을 잘하는 동양사람이 생각났다. (신혼여행을 알제로 갔었다.) 그녀의 창백한 입술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쩐지 토이기 과자도 자기에게 아첨을 하는 것 갔았다.

  그녀는 조심하느라고 하였으나, 책상 위에 흰 설탕가루가 엷게 덮였으므로, 손바닥으로 몇 번이나 닦아 내었다. 손이 갈 적마다 매끄러운 종이 위에서 설탕가루가 사르르 구르며 미끄러져다. <아르카숑에 갔을 때 모랫벌에서 책을 읽던 일이 생각나는군.>
 

   다르베라부인은 1907년 여름을 바닷가에서 보내었다. 그때 그녀는 초록빛 리봉이 달린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집프나 고레트 이베르의 소설을 들고 방파제 옆에 가서 읽었던 것이다. 그때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모래가 빗발치듯 날라와서 책
끝을 잡고 흔들어야만하였는데, 지금이 바로 그와 비슷하였다. 다만 모래는 바삭 말라 있었는데, 설탕가루는 손끝에서 야간 끈적러리는 것이 좀 다를 뿐이었다. 그녀는 검푸른 바다 위에 허리띠처럼 펼쳐진 진주빛 하늘을 상기하였다.<에브는 아직 낳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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