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金 딱정이」
Poe, Edgar Allan
「이게 죄다 황금 딱정이한테서 나온 거로구나. 저 예쁜 황금 딱정이! 황금 땅정이! 그런 걸 갖고 욕설만 퍼부었구나! 이 놈아! 이 검둥이 녀석아! 넌 부끄럽지 않니! 어디 대답좀 해 보아라!」
나는 드디어 주인과 종을 보고 이러고만 있을 게 나이라 그 보불을 운반해야지 않겠느냐고, 그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밤은 점점 깊어갔으므로 새벽이 되기 전에 모든 것을 집안에 보관하도록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어덯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의논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처럼 세사람의 생각이 각각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우리는 결국 궤짝에 들어 있는 보물을 3분의 2쯤 꺼내어 그무게를 덜었다. 그랬더니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궤짝을 구덩이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꺼낸 물건들을 가시덤불 속에 넣고 개를 파수로 세우고, 돌아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면 안되며, 또 입을 벌여 짖어도 안된다고, 쥬피터가 단단히 다짐을 하였다.
우리는 궤짝을 갖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무사히 도착은 하였으나 이미 때는 새로 한 시경이고 극도로 피곤했었다. 그토록 피곤한 몸으로 다시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두 시까지 쉬었다. 그리하여 네 시 조금 전에 그 구덩이에 도착하였다. 나머지 횡재들을 세사람이 되도록 고루 나누어 가지고, 구덩이는 그대로 둔채 다시 집을 향해 떠났다. 집에 도착하여 다시 보따리를 부렸다. 흐미한 새벽 햇살이 동쪽 나뭇가지 위에 비쳐 오고 있었다.
우리는 아주 녹아 떨어졌다. 그러나 강한 흥분은 우리를 좀처럼 잠들지 못하게 하였다. 서너너덧 시간 얕은 잠을 자고 나서, 미리 약속이나 해 두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보물을 살펴보았다.
궤짝 속에는 보물이 가득 들어 있엇다. 그것을 일일이 살펴보는 데 온 종일과 그날 밤을 거의 다 보내었다. 무슨 질서라든가 배열 같은 것은 전연 없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쌓여 있었다. 그것을 면밀하게 가려놓고 보니, 우리의 보물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화폐만 하더라도 당시의 시세대로 장확히 계산해 보았더니 45만딸라 이상이었다. 은화는 한 잎도 없고 모두가 옛날 금화뿐이었다. 스페인 돈, 프랑스 돈, 독일 돈, 영국의 기니 돈이 몇 잎 그리고 모조 화폐들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견본으로도 본 일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밖에 큼직하고 무거운 화폐도 여러개 있었지만, 표면이 너무 달아 글자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 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한편 보석들의 가격은 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다이어본드가 백 열 개나 되었는데, 작은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몇몇은 매우 크고 훌륭하였다. 눈부시게 찬란한 루비(紅玉)가 80개, 에메랄드가 110개, 모두가 매우 아름다웠다. 사파이어가 스물하나, 오오팔이 하나,――이러한 보석들은 본래 박혀 있던 틀에서 멀리 떨어져 궤짝안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틀들은 다른 금속들 속에서 주워내어 보았더니, 망치로 두들겼는지 찌그러져 있었다. 아마도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것들 이외에 많은 순금으로 된 장식물들이 있었다. 육중한 반지와 귀고리들이 200개 가까이 되고 호화로운 금줄들이 내가 알기에는 30개 정도 있었다. 그리고 크고 묵직한 순금 십자가 83개, 값진 금향로가 다섯 개, 터무늬없이 큰 펀치볼 한 개는 포도 잎사귀와 주신(酒神)들의 모양을 그린 화화로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정밀하게 세공을 가한 군도(軍刀)의 손잡이가 두 개――그빆에도 이루 기억할 수 없는 잡동사니 물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보물들의 무게는 350파운드를 넘었다. 이 속에 198개의 금시계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 금시계 중에서 셋은 그 하나의 값만 해도 500딸라의 가치가 있었다. 그것은 퍽 오랜 물건들이라 시계로서는 가치가 없었다. 내부장치들은 어느정도 부식작용을 하고 있엇지만 보석을 풍족하게 사용하였으며 딱지는 모두가 값진 것들이었다. 그날밤에 귀짝속에 들어 있는 물건의 값을 모두 150만딸라로 계산하였다.그러나 나중에 반지 보석 등속을 처분해 보았더니(두어 개는우리가 쓰기 위해 남겨놓고)우리는 그 보물들을 너무 헐값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조사도 다 끝나고 열광적이던 한 때의 흥분도 어지간히 가라않게 되자, 세상에서도 기이한 이 수수께끼에 대한 내막을 알고 싶어 호기심에 죽을 지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르그랑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전후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자네 생각나지.」
하고 그는 서두를 떼었다.
「내가 자네에게 황금딱정이의 약도를 그려 보이던 날 밤 일 말이야.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이 꼭 해골 같다고 자네가 우기길래 내가 심술을 내던 일이 생각날테지. 나는 자네가 그런 말을 할 때 농담으로 알았네. 그러나 그 후로 나는 그 벌레 등위에 기묘한 흑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자네의 말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그림의 실력을 비웃을 때는 나도 절말 화가 났었네. 세상 사람들은 나더러 훌륭한 화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자네가 내게 그 양피지 조각을 돌려줄 때 나는 화가 난 김에 그것을 구겨서 난로에 던지려고 했었네.」
「그 종이쪽지 말인가?」
하고 나는 물었다.
「그건 종이가 아니네. 언뜻 보면 꼭 종이처럼 보이지. 나두 처음에는 종인 줄 알았네. 그러나 막상 그위에 그림을 그려 보니까 그것이 얇은 야피지임을 알게 되었네. 자네도 기억할 테지만 그것은 무척 더러웠네. 내가 그 양피지 조각을 구겨서 버리려고 할 때, 내 시선은 자네가 보던 그 그림 위에 덜어졌네.
내가 딱정이를 그린 그 자리에 해골바가지의 그림을 발견하였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아마도 자네도 쉽사리 상상할 수 있을 테지. 나는 하두 놀라서 한순간 정신이 어떨떨했네.
윤곽은 두 개의 그림이 서로 비슷한데도 있지만, 세부에 이르러는 내 그림이 그 그림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네. 나는 곧 촛불을 켜들고 방 한 구석에 가서 다시 그 양피지를 자세히 살펴 보았네. 뒤집어 보았더니 거기 바로 내가 그린 그대로의 그림이 있었네. 맨 처음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 두 그림의 윤곽이 실로 신기하리만큼 비슷한데 대한 놀라움이었네. 양피지 뒷면 바로 내 그림 아래 나도 모르게 해골이 그려 있었다는 사실과 또 그 두 그림이 윤관뿐만 아니라 크기도 매우 비슷하다는 우연의 일치에 대하여 나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지금에 말이지만 이 기묘한 일치가 한동한 나를 완전히 바보처럼 만들었네.
흔히 우연의 일치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이러하네. 즉 우리의 전신은 연관을, 다시 말해서 인과관계를 세우려고 애를 쓰지만, 그것이 잘 안되기 때문에 일종의 일시적인 마비상태에 빠지고 마네. 그러나 이런 혼미상태에서 깨어나자, 내게는 우연의 일치보다도 더 한층 나를 놀라게 하는 어떤 신념을 차츰 분명히 갖게 되었네. 여기서 나는 황금딱정이의 약도를 그린 때에 양피지 뒷면에는 전혀 아무 그림도 그려 있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상기하였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께끗한데를 찾으려고 겉과 뒤를 다 살펴 보았으므로 나는 이 점을 확신할 수 있었네. 그때 만일 해골리 그기 그려 있었다면, 내가 그것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나. 이것은 참 수수께기 같은 일인데, 나는 그것을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벌써 내 머릿속에 가장 깊숙이 들어 있는 비밀상자 속에는 반딧불 같은 흐미한 진리의 빛――어젯밤에 우리가 모험을 무릅쓴 결과 그토록 엄청난 입증을 하게 된 진리의 개념이 비치기 시작했네. 나는 곧 일어나서 그 양피지를 잘 간수하고 그 이상 생각해 보는 일은 자네들이 네 방에서 물러갈 때까지 그만두기로 했네.
자네가 떠나가고 쥬피터도 깊이 잠이 들자 나는 좀더 조직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였네. 나는 우선 그 양피지를 손에 넣게 된 경위부터 생각해 보았네. 우리가 황금딱정이를 발견 한 곳은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1마일끔 떨어진 섬의 해변이며 만조선(滿潮線)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네. 내가 그 벌레를 잡으려고 하자 손을 깨물기에 그만 놓아 버렸네. 그런데 평소에 조심성이 많은 쥬피터는 자기 앞에 날아온 벌레를 붙잡기 전에 우선 그 놈을 깜싸쥘 만한 나무 잎사귀와 같은 것을 찾아 보았네. 그때 마침 우리는 그 양피를 발견하였네. 나는 그때 그것이 종이 조각인 줄만 알았네. 모래 속에 반쯤 묻혀서 한쪽 귀만 삐죽이 나와 있었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발견한 장소의 부근에서 배의 부스러기를 발견하였네. 아마도 배에 달려 있는 보오트로 짐작되었네. 배로 만들었던 재목 같은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 부스러기들은 꽤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쥬피터가 그 양피지를 주워가지고 딱덩이를 꼭 싸서 나한테 주었네. 그 후 우리는 곧장 집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G중위를 만났네. 그에게 벌레를 보여 주었더니 초소로 갖고 갈테니 빌려달라고 조르지 않겠나. 내가 흥낙하지 그는 곧 딱정이를 자기조끼 주머니속에 집어넣고, 벌레를 쌌던 양피지는 그대로 두고 갔으므로, 그가 벌레를 살펴보는 동안에, 그 양피지는 여전히 내 손안에 있었던 걸세. 아마도 그는 혹시 내가 중간에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해서 그 귀중한 표본을 한시바삐 자기 소유로 만들 심산이었던가보아. 자네도 알다싶이 G중위는 생물학에 대한 거라면 상당한 열성가가 아닌가. 그리고 나는 무심결에 그 양피지를 내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던 모양이야.
자네도 기억하고 있을 테지만 내가 딱정이의 약도를 그리려고 종이를 찾으러 테이블에 가 보았더니, 어느때 두던 곳에 종이는 한 장도 없었네. 그래 서랍을 뒤져 보았으나 거기에도 한 장도 없었네. 할 수 없이 낡은 편지 조각이라도 있나 해서 호주머니를 뒤졌더니, 양피지가 손에 잡히지 않겠나. 내가 이처럼 양피지를 손에 넣게 된 경로를 자세히 설명하게 되는 것은 그때의 사정이 유난히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세.
자네는 물론 나를 공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 테지. 그렇지만 나는 이미 일종의 연관을 지어 놓았네. 다시 말하면, 커다란 사슬에 두 고리를 붙들어매 놓았단 말이야. 바닷가에는 보오트가 놓여 있고, 그 보오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해골을 그린 양피지가―― 종이가 아니라――있었네. 아마 자네는 서슴치 않고 어떻게 해서 그런 연관이 생기느냐고 물을테지. 나는 이렇게 대답하네.――해골은 본래 유명한 해적들의 상징이며, 그들이 싸울 때에는 으레 해골바가지를 그린 기폭이 게양되게 마련이네.
나는 이미 그 조각이 종이가 아니라 양피였다는 사실을 자네한테 말하였네. 양피지는 매우 질긴 걸세. 거의 영원히 보존되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양피지에 기록하는 경우란 거의 없네. 양피지난 단지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기 위해서라면 보통 종이처럼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네. 나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 양피지에 그린 해골 속에 필경 어떤 뜻――무슨 연관성――이 깃들어 있다는 실마리를 잡게 되었네. 그리고 나는 그 양피지의 모양도 세밀히 관찰하였네. 우연히 한 귀퉁이가 파손되기는 했지만 본래 모양이 네모 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네. 그것은 오래 보관해 두어야 할 중대한 사실을 기록하는 메모로서 마땅히 사용했어야 할 그런 종류의 양피지였네.」
「여보게, 그렇지만」
하고 나는 중간에서 그의 말을 가로막았네.
「자네는 그 양피지 위에 딱정이를 그릴때 해골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그 보오드와 해골사이에 어떤 관관성이 있는 것으로 단정할 수 있나? 자네 말대로 하면 해골은 자네가 그 딱정이의 약도를 그린 연후에(누가 어떻게 그렸느지도 모르지만) 겨렸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나.」
「그렇지, 그렇지. 모든 비밀은 바로 그점에 달려 있네. 그러나 여기까지 오면 그 비밀을 풀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네. 내가 취한 방법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결과 밖에는 도달할 수 없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추리를 했네.
내가 황금딱정이를 그릴 때, 분명히 양피지 위에 해골의 그림은 없었네. 나는 그림을 다 그리고 그것을 자네에게 넘겨 주었네. 자네가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한테 돌려줄 때까지 나는 ㅏ네를 주시하고 있었네. 그러므로 자네가 그 해골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네. 또 그 해골을 그릴 사람은 방안에 아무도 없었네. 그렇다면 그것은 인간의 손에 의해 그려진 것은 아닐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째든 그려져 있었네.
내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문제의 시기를 전후해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분명히 생각해내려고 애썼네. 날씨가 쌀쌀하여(매우 드문 일이지만 참 다행한 우연이었어)난로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네. 나는 운동을 하여 몸이 후끈거리어 테이블 가가이 앉고 자네는 의자를 난로 앞에 바싹 당겨놓고 앉아 있었네. 내가 양피지를 자네 손에 넘겨주고, 자네가 그것을 받아 들여다보려고 할 때, 마침 뉴파운드랜드 종(種)인 울프가 방에 들어와 자네 어깨 위에 뛰어 얼랐네. 자네는 왼손으로 그 개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꾸만 개를 물리치려고 하지 않았나. 그러는 동안에 양피지를 쥐고 있던 바른 손이 저절로 무릎사이로 내려와 난로불로 접근하게 되었지 뭔가. 나는 쟝피지에 불이 붙으면 어저나 해서 자네에게 주의를 시키려고 하였지만 자네는 마침 손을 끌어당겨 그림을 보기 시작했네. 이 모든 일들을 생각해 볼 때, 나는 그 양피지 위에 해골의 그림이 나타나게 한 것은불기운이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네.
옛날부터 특수한 화학양품으로 종이나 양피지에 글씨를 써 두면 불에 쪼일 때에만 그 글씨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걸세. 여기는 불순한 산화 코발트를 왕수(王水)애 담갔다가 4배의 물에 푼 것을 흔히 사용하네. 여기서 초록생ㄱ이 나타나네. 그리고 초산 나토륨정에 녹인 코발트의 찌꺼기는 붉은 색을 나타내네. 그런데 이러한 빛깔들은 글씨를 쓴 종이나 양피지가 식으면, 시간적인 차이는 있지만 다 없어져 버리네. 그러나 열을 가하면 다시 나타나게 마련이라네.
나는 해골을 세밀히 조사해 보았네. 그 변두리――즉 양피지 가장자리에 가가운 부분은 다른데보다 한결 선명히 보였네. 그 변두리――즉 양피지 가장자리에 가까운 부분은 다른데보다 한결 선명히 보였네. 여기서 나는 불길의 작용이 불완전했거나 혹은 고르지 못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네. 여기서 나는 불길의 작용이 불완전했거나 혹은 고르지 못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네. 나는 곧 양피지의 작부분을 뜨거운 불에 곧 쪼여 보았네. 처음에는 흐미하던 선ㄷㄹ이 좀더 뚜렷이 보일 뿐이었으나, 꾸준히 실험을 계속 하는 동안에, 해골을 그린 곳의 대각선 구석에 무슨 형체가 나타나지 않겠나. 나는 처음에 그것을 염소라고 생각했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것은 염소 새끼를 그릴 작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네.」
「하, 하, 하!」
하고 나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는 물론 자네를 웃을 권리가 없네. 150만 딸라라는 돈을 웃음꺼리로 삼기에는 너무나 액수가 많으니까. 그러나 자네가 추리한 세 번 째의 연결은 성립되지 않을 것 같네. 해적과 염소 사이에 무슨 특별한 관련이 있단 말인가. 자네가 아다시피 해적과 염소와는 인연이 멀지 않나? 염소는 농가롸 밀접한 관계가 있네.」
「그러나 그 그림이 염소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
「하긴 그래. 그러나 염소나 염소 새기나 50보 100보지 뭔가.」
「50보 100보이긴 하지만 같지는 않네.」
하고 르그랑은 말하였다.
「자네가 <깃드> (이 발음이 영어의 염소 새끼라는 밤을과 매우 비슷하다)선장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곧 이 동물의 그림을 일종의 동음이의(同音異意)를 가진 말재롱이 아니면 상형문자로 된 서명으로 보았네. 왜냐하면 양피지에서 차지하는 그 위치가 그것을 암시해 주었기 때문이네. 이와 맞은편 구석에 있는 해골도 마찬가지로 곡 스탬프나 도장 같은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네. 그러나 그밖의 것이――즉 내가 상상한 증서의 본문이――전후관계로 보아서 반드시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는데 전혀 없다는 것이 이상하였네.」
「자네는 스탬프와 서명 중간에 어떤 글을 발견할 것을 예상했단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네. 나는 실상 어떤 엄청난 행운이 눈앞에 나타나 있는 듯한 예감에 이끌려 갔던 걸세. 나도 그 까닭은 잘 모르겠네. 그것은 결국 어떤 신념이라기 보다는 단지 하나의 욕망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벌레가 순금으로 되어 있다고 떠들어대는 쥬피터의 어리삭은 말이 내 상상에 커다란 효과를 일으겼다는 사실을 자네는 이해할 수 있겠나? 그리고 그 후에 연달아 나타난 우연한 사건들과 일치가 매우 놀라운 것이었네. 이러한 사건들이 어지하여 하필 1년 중에서 오직 하루, 불이 필요할 정도로 추운 그날에 발생하였는지 우연한 일 치고는 무척 신기한 일이었네. 그리고 만일 불이 없었던들, 또 그때 개가 들어와서 방해하지 않앗던들 나는 그런 해골의 그림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런 보물을 손에 넣지는 못했을 걸세. 자네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겠나?」
「어서 말해 보게. 궁금헤서 못 견딜 지경이네.」
「그럼 이야기하지. 그런데 킷드와 그 동료들이 대서양 어느 바닷가에 보물을 묻어 두었다는 뜬 소문들은 자네도 들었을 걸세. 이런 소문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네. 게다가 그런 소문이 그토록 오래 계속되어 왔다는 것은, 감춰 둔 그 보물이 아직도 땅속에 그냥 묻혀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추측하였네. 만일 킷드가 약탈한 물건들을 임시 묻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파내갔다면, 그 소문은 지금과 같이 언제나 같은 형태로 우리 귀에 들어 오지는 않을 걸세. 조금만 주의하면 세상에 떠도는 그 말들이 모두가 금을 찾아다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뿐이지, 실제로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네. 만일 그 해적이 보물을 다시 찾아내었다면 일은 일단 거기서 끝나고 말았을 걸세.
내가 추측하기에는 어떤 사고(思考)――예컨대 감춰 둔 장소를 표시하는 메모를 잃어 버렸다고 치세――로 말미암아 그는 보물을 찾아낼 방도가 없어진 것 같네. 이 사실이 부하들에게 알려졌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보물이 감춰 졌다는 것을 그들이 알리가 없네. 그래서 그들은 그 보물을 찾아내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원체 아무런 단서도 없이 무턱대고 하는 노릇이라 허사가 되고 만 걸세.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듣는 바와 같은 소문이 일어나 널리 세상에 퍼진 것이 아니겠나. 자네는 전에 대서양 해변에서 무슨 큰 보물이 발굴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나?」 「없네.」
「그러나 킷드가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네. 그러므로 지구는 아직도 그 보물을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네. 그러므로 드토록 기이한 경로를 거쳐 발견된 그 양피지가, 보물을 감춰 둔 장소에 대한 그 잃어 버린 기록과 무슨 관계가 있으리라는 거의 확실한 희망을 내가 품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자네는 별로 놀라지 않을 테지.」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불을 좀 더 뜨겁게 해 가지고 양피지를 다시 한번 쬐어보았네. 그러나 더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네. 나는 겉에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뜨거운물로 깨끗이 씩고나서 해골을 밑으로 가도록 주석 프라이팬에 놓고, 그것을 숯불 화덕 위에 얹었네. 몇 분지나 프라이팬이 완전히 달은 후에 양피지를 집어 보았더니 이런 희한한 일이 어디 있겠나. 군게군게 숫자 모양을 한 점들이 줄을 지어 나타나지 않겠나. 그래 그것을 프라이팬에 놓고 다시 1분쯤 굽고 나서 집어 보았더니, 전부 나타났네. 이제 보면 곧 알 걸세.」
르그랑은 다시 양피지에 열을 가하여 나더러 보라고 넘겨주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들이 서투른 솜씨로 해골과 염소 사이에 붉은 빛깔로 씌어 있었다
53±±⊥305))6*;4826±.);806*;48⊥8∥60))85*;:±*8⊥
83(88)5*⊥;46(;88*96*?;8)*±(;485);5*⊥2:*±(;49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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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528806*81(:9;48;(88;4(±?34;48)4±;161;:188;±?;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