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 집안의 沒落」

Poe, Edgar Allan

 

  그러나 그의 공상이 산란해질 때면 이러한 견해는 좀더 대담해져서, 경우에 따라선는 무기물의 영역에까지 뻗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확신이나 또는 그가 믿고 있는 열렬한 신앙을 전부 말할 수 없다. 그 신념은(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이 집의 희색 돌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감각을 지니고 있던 증거는 주춧돌의 배열양식에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다.――즉 돌의 배열순서, 돌을 덮고 있는 수많은 곰팡이, 돌담 근처에 서있는 썩은 나무들의 배열된 순서, 그리고 특히 이순서가 오랫동안 뒤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과, 그 모습이 고요한 연못 수면에 비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감각이 있다는――는 수면과 벽 근처에 있는 대기가 저절로 점점 그리고 확실히 굳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이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또 말하기를 몇 백년에 걸쳐서 그의 집안의 운명을 좌우하고, 또 지금의 자기자신을 만든 것은 그 잠잠하지만 강력하고 무서운 힘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견해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나는 더 이야기하지 앟기로 하겠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이 환자의 정신 생활의 대부분을 지배해 온 책들은 물론 이런 환상적인 생활에 꼭 알맞는 것들 뿐이었다. 우리는 그렛세의<벨베르와 샤트러스>, 마키아벨리의<벨피이고>, 웨덴브르그의<천국과 지옥>, 홀베르히의<니콜라스·클림의 지하여행>, 로버트플러드와 장·탕다지네와 드·라·샹블의<手相學>, 티익의 <푸른 하늘에의 여행>, 그리고 캄파넬라의<태양의 도시>와 같은 책들을 탐독하였다. 에이데릭·드·지론느라는 토미니카파의 승려가 쓴 <종교심리법>이란 작은 팔절판 책도 애독서의 하나였다.  그리고 폼포니우스 멜라의 저작 중에 있는 고대 아프리카의 반인반양(半人半羊)의 사탄 신과 지이팡 신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셔는 몇 시간 동안이나 열심히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즐겨 탐독하는 책은 4절 고딕체의 아주 진귀한 책――<마이엔스 교회 성가대의 철야(徹夜)>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 속에 씌여 있는 광폭한 의식과 그것이 우울병 환자에게 미치기 쉬운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차에 어느날 밤, 그가 갑자기 누이동생 마델린양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나한테 하고 그 시체를 묻을 때까지  이 건물 속에 있는 움안에 두 주일쯤 가장(假葬)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데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내가 함부로 간섭할 것이 못되었다. 그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그의 말에 의하면) 죽은 누이동생의 병이 보통 병이 아니라 의사들이 병에 대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또 선산이 먼곳에 있고 황폐한 것을 고려한 때문이라고 하였다. 나도 이집에 처음 온 날 계단에서 만난 그녀의 불길한 얼굴을 회상하고, 그렇게 하여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조금도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지 않았으므로 이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

  나는 어셔의 간청으로 이 임시매장의 준비를 도와 주었다. 우리는 시체를 관에 넣고 단 둘이서 관을 메고 가장할 장소로 갔다. 관을 넣어 둘 움은(오래 그대로 닫아 두었기 때문이 우리가 손에 든 횃불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껌뻑거려 주위를 잘 볼 수 없었다) 작고 축축하며 광선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곳은 내가 자는 방의 바로 아래쯤 되는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 마루의 일부와, 우리가 그곳을 갈 때 지나가는 낭하는 모두 구리판이 깔려 있었다. 분명히 옛날 봉건시대에는 땅속 움이란 가장 흉악한 목적에 사용되었으며, 나중에는 화약이나 그밖에 폭발되기 쉬운 물건들을 감춰 두는데 사용한 것 같았다. 커다란 철문도 역시 구리로 되어 있었는데, 너무나 육중하였으므로 돌저귀가 돌 때마다 이상스럽게 갈리는 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곳에 있는 선반 위에 슬픈 짐짝을 올려놓고 나서, 아직 못을 박지 않은 관 뚜껑을 살짝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빠를 닮은 것이 내 주의를 끌었다. 그러자 그가 내 마음을 짐작했던지, 그는 죽은 여자와 쌍둥이었으며 두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눈꼽만한 우애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서워서 오랫동안 죽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달 수도 없었다. 꽃다운 청춘시절에 이처럼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병은 모든 간질병의 증상과 마찬가지로 가슴에서 얼굴에 걸쳐 아직도 흐미한 붉은 점이 남아 있었으며, 입술 위에는, 죽은 사람으로서 볼 때에는 무섭고 끔찍한 미소가 떠돌고 있었다. 우리는 뚜껑을 맞추어 못을 밖고 쇠문을 꼭 닫은 후에 토굴과 별로 다름이 없는 음침한 위층방으로 돌아왔다.

  이럭저럭 슬픈 며칠이 지나자 어셔의 병세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평소의 태도는 사라지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도 등한시하거나 아주 잊어 버렸다. 그는 괜히 비틀거리면서 이방 저방으로 돌아다녔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파리해지고 눈에는 썩은 생선처럼 아무런 윤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목쉰 소리도 인제는 들을 수 없고, 극도의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가 특징의  하나로 되어 버렸다. 끊임없이 시달리는 그의 마음은 어떤 참을 수 없는 비밀과 싸우면서 이 비밀을 누설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를 얻으려고 초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때로는 미친사람의 이상한 환상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때도 있었다. 그는 무엇에 깊이 열중하거나 혹은 들리지 않는 음악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기라도 하는 듯이 몇 시간을 계속해서 명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나에게 공포심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나한테까지 그 기분이 감염되었다. 나는 그의 환상적이고도 인상적인 미신이 무서운 감화력을 가지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한테 스며들어 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이러한 감정의 압박을 무엇보다도 크게 느낀 것은 마델린양을 매장하고 난지 7, 8일째 되던 날 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나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나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신경과민증을 이성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내가 느낀 것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대부분이 안방에 놓인 침울한 가구, 점점 심해가는 바람 때문에 벽위에서 건들거리며 침대의 장식물 언저리에서 바스락바스락 이상스러운 소리를 내는 검고 퇴색한 벽모전(壁毛氈)의 고약한 영향 때문이라고 구태여 믿어보려고 까지 하였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허사였다. 어찌할 수 없는 공포가 온몸에 점차로 퍼져서 나중에는 공포의 악마가 내 심장을 꽉 눌렀다. 나는 숨을 헐떡이고 몸을 비꼬며 이 공포를 물리치려고 벼개 위에서 머리를 들었다. 몸을 일으켜 방안의 어둠 속을 뚫어져라고 바라보며――나의 본능이 이렇게 시켰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폭풍우가 그친 뒤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막연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커다란 공포감에 사로잡혀 급히 옷을 주워입고(새벽까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으므로)방안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이 처참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이렇게 하여 방안을 몇 번인가 도는 동안에 별안간 옆 게단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것이 어셔의 발길 소리임을 곧 알아차렸다. 그는 가볍게 문을 노크하고 나서 한손에 남포등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송장처럼 창백했지만 눈에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기쁨의 빛이 떠돌고 전신의 거동은 분명히 히스테리의 발작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그의 태도에 놀랐다. 그러나 내가 오랫동안 참아온 고독보다는 나을 것 같았으므로, 나는 그 가 찾아오는 것이, 차라리 무슨 구원이나 되는 것처럼 반가이 맞아들였다.

  「자네 그걸 못 봤나?」
   그는 한동안 잠자코 주위를 살펴보더니 별안간 이렇게 말하였다.
  「그럼, 자네 그걸 못 봤군 그래. 잠간 기다리게, 보여 줌세.」
   그는 조심스럽게 등불을 가려놓은 다음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불어닥치는 폭폭은 우리 두 사람을 날려보낼 듯하였다. 이렇듯 사나운 밤이었지만 한편 아름다운 이상한 밤이기도 하였다.

  회오리바람은 분명히 이집 주위에 그 맹위를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 기세는 시시각각으로 맹열하게 변하고, 지붕 위의 소탑을 누를 듯이 야트막하게 덮은 구름도 사방에서 서로 부딪치며 몰려들어 멀리 사라지지도 않고,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재빨리 소용돌이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겁게 떠도는 구름도 아름다운 밤 경치를 보지 못하게 막지는 못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달이나 별이 떠도는 것도 아니고, 또 번개가 번쩍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눈앞에 우리를 에워싼 삼라만상은 물론, 이렇게 격동하는 수증기의 커다란 밑바닥까지가 이집 주위를 에워싸고 떠도는 희미한 가스같은 증기에서 발산하는 부자연스러운 관선에 비쳐 번쩍이는 것이었다.

  「안돼, 자넨 이런 것을 봐선 못써……」
하고 나는 부드러우나 강력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며, 그를 창가에서 의자 앞으로 끄러왔다.
  「자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러한 광경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증기현상에 지나지 않네. 아니면 연못의 썩은 독기가 발산하는 것일지도 몰라. 어서 창문을 닫게. 바람이 차서 자네 몸에 해로울 테니까. 여기 자네가 좋아하는 소설이 있네. 내가 읽어 줄테니가 들어 보게. 그리고 이 무서운 밤을 우리 함께 보내기로 하세.」

   내가 손에 든 책은 러스로트·컨닝경이 쓴 <어지러운 회합>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책을 어셔가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농담이었다. 왜야하면 사실 이책의 미숙하고도 피상상적인 이야기 속에는 내 친구가 지닌 고상한 정신적인 상상력에 대하여 흥미있는 대목이라고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그 책뿐이고, 또 어쩌면 지금 이 우울병환자의 마음을 산라케 한 흥분을, 이책 속에 있는 우스운 이야기를 읽으므로써 가라앉힐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좀 색다른 것도 때로는 정신이상자의 마음을 가라앉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한귀절 한귀절에 빼놓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적어도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만일 내가 그의 긴장되고 생기있는 태도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내 계획이 훌륭히 성공하였다고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주인공 에델레드가 은자를 만나려고 그의 집에 찾아가, 공손히 그의 뜻을 전하였으나 받아주지 않았으므로 드디어 폭력으로 그집에 친입하려는 유명한 대목에 이르렀다. 아마 독자들도 기억하고 있을 줄 알지만 그것은 다음과 같다.

   <……이리하여 용감한 에델레드는 술기운으로 완고하고도 짖궂은 은자와 이상 더 담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을 깨닫고, 때마침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폭풍우로 변할 기세를 보인지라, 별안간 창을 빼들고 문 판장을 몇 번 갈겼더니 금새 장갑을 긴 손이 들어갈만큼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 손을 넣고 닥치는 대로 잡아채었더니 문짝이 깨어지고 벗겨지고 산산 조각이 되어 바짝 마른 판장이 깨지는 소리가 하늘에 진동하였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나는 깜짝놀라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흥분된 공상 때문이라고 추측은 하였지만) 이집 맨 구석으로부터 분명치 않았지만, 런스로트경이 이렇게 자세히 묘사한 대로 그 찢어발기는 듯한 음향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물런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창문들이 덜컥거리는 소리며, 또는 여전히 계속해서 불어오는 소란한 폭풍 소리에는 분명히 내 주의를 끌고 내 마음을 산란케 할 만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용사 에델레르가 문안에 들어가 보니 흉악한 은자는 간 데 없었다. 그는 그만 버럭 화가 치밀면서도 한편 놀랐다. 은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비눌이 번쩍거리는 커다란 용이 불길같은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쭈구리고 앉아 은마루를 깐 황금 궁전 앞을 지키고 있었다. 벽에 걸린 번쩍이는 방패에는 이렇게 새겨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자는 승리자이니라.

   이 용을 죽이는 자는 방패를 가질지어다.

  이것을 본 에델레르는 창을 들고 용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용은 그앞에서 독기를 내 뿜으며 귀를 찌를 듯한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렀다. 에델레드는 그무서운 소리를 피하기 위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런 소리는 일지기 한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또 다시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왜냐하면, 바로 그때(어디에서 들려왔는지 알 수 없으나)먼 데서 들리는 것 같은 나지막한하면서도, 거칠고 길게 끄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무슨 물건이 부딧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작자가 쓴 용의 괴상한 부르짖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꼭 같은 것이었다.

 이 두 번째의 이상한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을 때, 나는 저으기 놀라며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지만, 어셔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꾹 침으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소리를 어셔가 들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그의 행동에 어던 변화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나와 마주앉았던 그가 차차 의자를 돌려 방분 쪽을 향해 앉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얼굴을 한쪽밖에 볼 수 없었다. 또 그가 무어라고 중얼거리는지 입술이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보이기는 하였지만 알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을 가슴에 푹 파묻기라도 하려는 듯이 수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잠자는 것이 아님은 그의 옆 얼굴을 보았을 때,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자고 있지 않은 증거였다. 그는 좌우로 조용히 그리고 한결같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눈여겨 보고 나서, 런스로경의 책을 계속해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이제 용의 사나운 격노에서 몸을 피한 용사 에델레드는 그 방패를 생각하고 그 위에 새겨져 있는 주문(呪文)을 풀려고 생각하고 용의 시체를 한편으로 치우고 나서, 은으로 깐 성안 마루를 지나 방패가 걸린 벽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가 가가이 가기 전에 무서운 소리를 내며 은마루 위 그의 발 밑에 떨어졌다.……>
  이 구절이 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정말 방패가 은마루 위에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속성의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크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어셔의 태도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가 앉아 있는 의자로 달려갔다. 그는 앞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돌과 같이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얹었을 때,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에 병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있는 것도 모르는 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재빨리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허리를 굽히고 바싹 기대어 그의 말의 무서운 뜻을 놓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저 소리 안들려? 아냐, 들려. 아까부터 들렸어. 오랫동안 오랫동안 몇 번, 몇 시간 며칠 동안을 두고 들어 왔었지. 하지만 말은 안했어. 아,  나를 불쌍히 여겨 주게. 나는 얼마나 불쌍한 인간인가.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우리는 내 누이동생을 산채로 매장했어. 내 신경이 예민하다는 것을 자네한테도 이야기했었지. 이제야 말이지만 내 누이동생이 텅 빈 관속에서 약간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그래 나는 들었던 거야. 며칠, 며칠 전의 일이야. 그래도 나는 차마 말을 못했어, 그런데 오늘밤 에델레드가 하, 하, 하, 은둔자의 집 문판대기를 부수는 소리, 그리고 큰 용이 죽을 때의 외마디 소리, 방패의 물리는 소리! 아니 그보다도 누이동생의 관이 터지는 소리, 또는 지하로의 철문 돌저귀 삐걱거리는 소리, 토굴 속의 동판 깐 마루에서 그애가 울부짖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걸세. 아,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그 애가 곧 이리로 오지나 않을까? 내 조급한 행동을 책하어 달려 오지나 않을까? 층계를 올라오는 그애의 발길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말이야! 그애 심장이 무겁고도 무섭게 고동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말이야! 응, 이 미친놈아!」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벌떡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놈아! 그애가 지금 바로 문밖에 서 있어!」
  이말의 초인간적인 기세는 무슨 마법이라도 숨어 있었는지 그가 가리킨 커다란 벽에 붙은 판대기가 별안간 무거운 흑전(黑氈)의 한 모퉁이를 조용히 뒤로 열어졎혔다. 그것은 사나운 폭풍의 짓이겠지만――그 때 문밖에는 시의(屍衣)를 몸에 걸친 키가 호리호리한 마델린이 서 있었다. 흰옷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고, 메마른 몸의 군데군데에는 몹시 고민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무지방에서 부들부들 떨며 몸을 비틀거리더니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방안에 있는 오빠에게로 몸을 던지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격렬한 최후의 고민속에서 시체가 되어 오빠와 함께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이리하여 어셔는 그가 일찍이 얘기하고 있던 바와 같이 공포의 희생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 방에서, 그리고 이 집에서 질겁을 하여 도망을 쳤다. 내가 오랫동안 언덕길을 달릭 있을 때에도 사나운 비바람은 여전히 불어닥치고 있었다. 갑자기 한줄기의 이상한 빛이 비쳐왔다. 가는 그 빛이 어디서 나오나 하여 뒤를 돌아다보았다. 내 등 뒤에는 다만 쓸쓸한 한 채의 큰 집과 그 그림자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저 피가 흐르는 듯한 달빛이었다. 그 달빛은 내가 앞서 발한 보일까 말까한 벽이 갈라진 틈으로 밝게 비치고 있었다. 내가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이 갈라진 틈새가 점점 넓어져, 회오리바람이 한번 획 불어오더니, 갑자기 둥근 달의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커다란 벽이 무너져 박살이 나는 것을 보고 나는 머리가 아찔하였다. 그러자 무수한 파도소리 같은 긴 소란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내 발밑에 있는 길고 어두운 연못은 어셔집의 파편들을 말없이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