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틸라도의 술통

Poe, Edgar Allan

 

  포오튜나토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하여도 꾹 참아 왔지만, 이번에 다시 모욕을 하려고 할 때 나는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내 성질을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내가 무슨 협박을 하였으리라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원수를 갚아야겠다.――이것이 나의 결심이었다. 그러나 이 결심 가운데는 모험을 하려느 생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벌을 주어도 나는 안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악을 처벌한 사람이 도리어 보복을 받는대서야 말이 되는가. 그것은 악을 벌준 것이 못된다.  또한 악을 저지른 사람이 보복을 받는다는 것을 실례로 느끼지 않고서는 역시 악을 벌한 것이되지 못한다.
   나는 언행에 있어서 포유튜나토에게 내 호의를 의심할 여지가 없게 하였다.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앞에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내 웃음이 그를 사로잡기 위한 것임을 알리가 없었다.

  이 포오튜나토라는 사나이는 남의 존경을 받고, 또 남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였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술맛을 보면 그 술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뻐기느 버릇이었다. 이탈리아 사람치고 정말 감정을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들의 열성은 때와 기회에 따라서 영국이나 오지리의 박만장자들을 속이는데 사용되곤 하였다. 포오투너토도 그림이나 보석에 대해서는 어느 사람들처럼 협잡꾼이었지만, 술 감정에 있어서는 착실하였다. 이 점에 있어서는 나와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탈리아 술을 식별하는데 자신이 있었으므로 되도록 그것을 많이 사들였다.

 카니발(謝肉祭)이 한창 떠들썩하던 어느날 저녁에 나는 포오튜나토를 만났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셨으므로 매우 쾌활한 어조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광대처럼 몸에 꼭 맞는 얼룩진 옷을 입고 머리에는 방울이 달린 뽀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는 그를 만난 것이 반가워 그의 손을 붙잡고 놓을 줄 몰랐다.
  「포오튜나토, 잘 만났네. 오늘은 퍽 근사하군 그래. 그런데 나는 오늘 아몬틸라도주(酒)라고 해서 큰 통으로 하나 샀는데 어쩐지 좀 의심스럽단 말이야.」
   나는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었다.
  「뭐? 아몬틸라도주 한 통이라구? 안될 말일쎄. 지금 카니발이 한창인데!」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자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술값을 치러 버렸으니 큰 실수를 했나보군. 자네를 찾을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좋은 흥정을 놓지기도 억울해서 그렇게 했지.」
  「아몬틸라도주!」
  「어쩐지 그게 의심스럽단 말이야.」
  「아몬틸라도주!」
  「감정을 잘 해야겠어.」
  「아몬틸라도주!」
  「자네는 바쁠 테니까 나는 루케시한테 찾아가겠네. 감정을 부탁하면 그 사람밖에 없어. 그 사람은 알 수 있을 걸세.」
  「그자는 쉐리주와 아몬틸라도주의 구별도 못하는 위인인데……」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감정이 자네만 못지 않다고 하던데……」
  「그럼 가세!」
  「어디로 갔단 말이야?」
  「자네 집 광 속으로 가잔 말이야.」
  「아니야. 그렇게 폐를 끼칠 수야 있나. 아무래도 바쁜 것 같은데, 무리하게 부탁하고 싶지는 않네. 루케시는……」
  「아니냐, 별일 없네. 자 가세.」
  「안될 말이야. 일이 없대서가 아니라, 자네 매우 추워 보이네 그려. 광속은 그러지 않아도 축축하고 초석(硝石)이 온통 덮여 있는데.」
  「관계없어, 가세. 추우면 어떤가. 아몬틸라도주라! 아무래도 자네 속은 걸세. 루케시는 쉐리주어와 아몬틸라도주의 분간도 못하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검은 비단으로 마스크를 하고 외투를 몸에 꼭끼게 입고서 그와 함께 우리집으로 향하였다. 집에는 하인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명절 놀이를 하러 집을 비우고 나간 것이다. 나는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집을 비우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해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당부하면 내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들도 곧장 외출할 것이 뻔히 들여다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촛대에서 횃불을 두 개 집얻ㄹ어 한 개는 포오투나토에게주고, 몇 개의 방을 지나 광으로 가는 복도에 그를 안내하였다. 나는 뒤를 따라오는 그에게 조심하라고 부탁하고 긴 층계를 내려갔다. 우리는 드디어 광바닥에 내려와 몽트레솔 집안의 지하묘지의 축축한 방바닥에 나란히 섰다.
  포오튜나토의 발길은 비틀거리고 그의 모자에 매달린 방울은 달랑달랑 흔들렸다.
「큰 술통은 어디 있나?」
하고 그가 물었다.
「좀더 가야 해. 그런데 저벽에 번쩍이는 흰 거머줄을 보게.」
  그는 내게로 돌아서서, 술이 취해 눈물이 서린 두 눈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초석인가?」
하고 그는 물었다.
「그래 초석이야. 그런데 자네 언제부터 그렇게 기침을 하게 되었나?」
「으흥, 흥, 흥……흥, 흥, 흥……흥, 흥, 흥……흥……」
  포오튜나토는 가엾게도 오랫동안 대답을 못하였다.
「괜찬아.」

  그는 겨우 이렇게 말하였다.
「자 그만 돌아가세.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이야. 제네는 돈도 있고 남에게서 존경과 사랑을 받아 지난날의 나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네. 자네는 없어선 안될 존재가 아닌가. 난 아무래도 무방하지만 말이야. 동라가세. 자네가 앓아서 눕게 되면 난 책임을 못 지네. 루케시도 있고 하니까……」
하고 나는 말하였다.
「뭐 그까짓 기침을 염려할 건 없어. 기침이 나를 죽이진 못할테니까. 난 기침으로는 죽지않네.」
「그야 그럴테지. 그러나 쓸데없는 말을 해서 자네를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니야. 아무튼 조심은 해야하네. 이 메독주(酒)나 한 잔 하세. 습기의 피해를 덜 받을테니까.」
  나는 그 술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나를 곁눈질해 보면서 술을 입에 대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한테 다정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머리의 방울이 달랑거렸다.
「여기서 잠든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그는 이렇게 말하고 술을 쭉 들이켰다.
「나는 자네의 장수를 위해.」
하며 나는 그의 말에 응대하였다. 그는 다시 내 팔을 붙잡았다. 우리는 앞으로 걸어갔다.
「광이 꽤 넓군……」
 그는 말하였다.
「몰트레솔 집안은 식구들이 많았네.」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자네 집안 문장(紋章)이 뭐랬지?」
「하늘색 바탕에, 큰 사람의 발을 금빛으로 그렸지. 그 발이 기어오르려는 뱀을 밟아 누르고, 그 뱀이발 뒤꿈치를 물고 있는 거야.」
「그리고 표어는?」
「<나를 해치는 자에게 보복하라>는 거야.」
「거 재미있는 표어군 그래.」

  그의 두 눈은 술기운으로 뻔적거리고 방울은 연신 달랑거렸다. 나도 메독주로 하여 거나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군데군데 커다란 술통이 놓여 있고, 사람의 해골이 벽처럼 쌓인 사이를 지나서 아몬틸라도 술통을 찾아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시 발을 멈추고, 대담하게 포오튜나토의  팔을 붙잡았다.
「초석이야. 보게, 수가 무척많지. 우리가 지금 광 밑바닥까지 와서 그러지 해골들이 온통 습기로 번드르르하군 그래. 자, 늦기 전에 돌아가세. 자네 기침은……」
「괜찮아 그냥 가세. 메독주나 한 잔 더 마시고……」

   나는 뜨·그라브의 마개를 따서 그에게 권하였다. 그는 단번에 쭉 들이켰다. 그의 눈은 무서운 빛을 띄고 빙긋이 웃으며 까닭모를 몸짓을 하고 병을 내던졌다.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괴상한 동작을 한 번 더해 보였다.
  「자네 모르겠나?」
하고 그는 말 하였다.
  「모르겠는데…….」
  「그럼 자네는 조합에 안들었군 그래.」
  「뭐?」
  「자네는 공제조합에 들지 않았나 보군.」
  「천만에, 난 조합원이야.」
하고 나는 말하였다.
  「자네가? 거짓말 말게. 정말 고합원이란 말이야?」
  「암.」
  「그 증거는?」
하고 그는 물었다.
  「이거야.」
   나는 외투자락 아래서 인두를 꺼내면서 말하였다.
  「쓸데없는 소리 말게.」
   그는 몇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지만 그까진게 뭐 대순가. 어서 아몬틸라도주가 있는 데로 가 보세.」
  「그렇게 하세」

   나는 인두를 외투 속에 감추고 다시 그의 발을 끼면서 말하였다. 그는 내 팔에 무겁게 매달렸다. 우리는 아몬틸라 포도주를 찾아서 걸어갔다. 천장이 자지막한 복도를 거쳐서 내려가고 걷고, 또 내려가서 드디어 깊은 움속에 이르렀다. 공기가 탁하여 횃불이 껌벅거렸다.
   이 토굴 맨 뒤쪽에 또 토굴이 하나 있었다. 벽에는 파리의 지하묘지 모양으로 해골이 천장까지 잔뜩 쌓여 있었다. 토굴 속의 벽은 이와 같이 해골이 정돈되어 장식돼 있었지만 한쪽 벽에는 땅위에 난잡하게 흩어지고, 어느 한 곳에는 수북히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해골을 헤치고 들어가니, 담벼락 속에 깊이 4피이트, 넓이 3피이트, 높이 6, 7피이트 정도 되는 또 하나의 구멍이 나타났다. 이것은 그 속을 특별히 사용하기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토굴의 지붕을 받쳐 놓은커다란 두 개의 기둥 사이에 저절로 생긴 것으로 뒤에는 딱딱한 화강암으로 된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포오튜나토는 희미한 횃불을 받쳐 들고 그속을 들어가 보려고 하였지만 불빛이 흐려서 잘보이지 않았다.
 「들어가 보게. 그 안에 안모틸라도주가 있네. 루케시라면……」
하고 나는 말하였다.
 「그녀석은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그래.」
  포오튜나토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비실비실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뒤를 따랐다. 그는 곧장 움푹 파인 구멍의 벽에 이르렀지만 앞에 바위로 가로막혀 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여 멈춰섰다. 그때 나는 재빨리 달려 들어가 그를 바위에 잡아매었다. 그 바위에는 옆으로 2피이트 간격으로 U자 형의 철못이 두 개 박혀 있고, 한족은 쇠사슬이, 또다른 쪽에 잠을쇠가 달려 있었다. 나는 그의 허리에 쇠사슬을 감고 바싹 졸라매는데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어이가 없어 저항도 못하였다. 나는 열쇠를 빼가지고 재빨리 밖으로 나와 버렸다.

  「손을 벽에 대어 보게. 초석이 닿을 테니가. 몹시 축축하지.  또 한번 돌아가자고 재촉해볼까. 안된다고? 그럼 할 수 없지, 여기 그냥 두고 갈 수밖에. 그러나 나는 떠나기 전에 자네에게 자세히 주의를 주어야겠네……」
  「아몬틸라도주!」
   그는 아직도 놀라움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다.
  「자, 아몬틸라도주일세!」
하고 나는 말하였다.

  나는 산더미 같이 쌓인 해골 사이를 이리저리 절어다니며 뼈다귀를 헤치고 건축용 돌맹이와 회를 골라내었다. 나는 이러한 재료로 인두를 써서 분주히 토굴 입구를 틀어막기 시작하였다.
   맨 첫째 줄의 돌을 대충 쌓아올렸을 때 포오튜나토는 술에서 많이 깬 것 같았다. 토굴 저쪽에서 야트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벌써 주정뱅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후 한동안 갑갑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둘째 줄, 셋째 줄, 넷째 줄의 돌을 쌓아 올렸다. 그때 쇠사슬을 몹시 흔드는 소리가 쩔렁쩔렁 들려왔다. 이 소란한 소리는 볓 분 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그 소리를 좀더 흡족하게 듣기 위해 일손을 쉬고 해골 위에 걸터않았다. 이윽고 그 소리가 멎었다. 그러자 나는 다시 인두를 들고 거침없이 다섯째 줄, 여섯째줄, 일곱째 줄의 돌을 쌓아 나갔다. 그리하여 담은 거의 사슴팍까지 높이 쌓아졌다. 나는 횃불을 돌벽 위에 올려놓고 투굴 속의 사람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결박당한 사람의 목구멍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뒤로 떠다밀리는 것 같아 한동안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나는 칼을 뽑아 움속을 이리저리 쿡쿡 찔러 보았다. 이윽고 나는 이만하면 됐고나 하는 생각에서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튼튼히 쌓아올린 석축을 흔들어보자 꼼짝도 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마음이 든든하여 담벼락 쪽으로 갔다. 그리고 죽는 소리를 하는 그의 비명에 응해 주었다. 나는 호령을 하며 그에 못지 않은 큰 소리로 그를 억눌러 버렸다. 내가 이렇게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질렀더니 그는 잠잠해졌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그리하여 내 일도 대충 끝나게 되었다. 나는 여덟째 줄, 아홉째 줄 열째 줄 석축을 끝내고 마지막 열한째 줄도 반쯤 끝마쳤다. 다음에는 돌 하나만 올려 놓고 희만 싹 바르면 그만이었다. 나는 무거운 돌을 간신히 쳐들어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때 토쿨속에서 얕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만 머리끝이 오싹하였다. 이어서 수슬픈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고결한 포오튜나토의 목소리 같지 않았다.
「하, 하, 하……히, 히, 히……참 훌륭한 농담이군 그래……멋진 농담이야. 집에 가서 실컨 웃어보지 히, 히, 히, 술을 마시면서……히, 히, 히!」
「아몬틸라도 술 마이지!」
하고 나는 큰 소리로 말하였다.
「히, 히, 히! 그래 아몬틸라도 술 말이야! 그런데 너무 늦지 않았나? 집에서 아내와 애들이 기다리고 있을 걸! 자 그만 돌아가세.」
「그래 그만 돌아가세!」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몽트레솔, 제발 비내!」
「제발 그렇게 하세!」
 나는 이렇게 대꾸하여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견디다 못해 큰 소리로 그를 불러 보았다.
「포오튜나토!」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나는 다시 불러보았다.
「포오튜나토!」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는 돌담 틈으로 횃불을 쳐바가 안으로 떨어뜨렸다. 방울이 달랑 거릴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움속송의 습기로 하여 가슴이 답답해 왔다. 나는 일을 마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돌을 제자리에 틀어막고 회로 싹발라 버렸다. 그리고 새 석축밖에 다시 해골을 산데미같이 쌓아올렸다. 반세기 동안 이것을 허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편히 잠들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