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양이

Poe, Edgar Allan

 

  내가 앞으로 써 나가려는 끔찍하고도 매우 신변적인 이야기에 대하여는 세상 사람들이 믿어 주리라고 예상하지도 않고 또 바라지도 않는다. 그것은 내 정신상태를 스스로 의심할 만한 사건이므로 그것을 예상한다면 나야말로 미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미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일이면 죽는다. 죽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 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다 풀어 버릴  생각이다. 나의 직접적인 목적은 가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솔직하게 또 간결하게 긴 설명은 빼 버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건들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공포와 고민을 안겨 주고 나를 파멸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까닭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건은 나에게는 공포감을 주었을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보다는 오히려 기이하게 생각될 것이다. 앞으로 어쩌면 어떤 지혜를 지닌 자――가 있어 나의 환상을 하나의 다반사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온순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으로 유명하였다. 어떻게 마음이 연약하였던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 정도였다. 나는 특별히 동물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부모는 내가 원하는대로 여러 가지 애완동물들을 사다 주었다.  나는 이러한 짐승들을 데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이 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가 내 평생에 둘도 없는 즐거운 한때였다. 이러한 성미는 내가 나이와 함께 자라, 내가 장년이 되었을 때에는 중요한 오락의 원천이 되었다. 충실하고 영리한 개에 대하여 애정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러한데서 생기는 만족감이 어떤 성질의 것이며, 또 얼마나 강한가를 구태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물에 대한 비이기적이며 희생적인 사랑 속에에는 인간의 보잘 것 없는 신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 사람의 마음을 직접 크게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나는 일찍 결혼하였다. 다행이 아내의 성질도 내 성질과 비슷하였다. 내가 짐승을 좋아하는 것을 보자 아내도 기회 있을 적마다 귀여운 짐승을 사들였다. 그리하여 새와 붕어, 개, 토끼, 원숭이, 그리고 고양이 등을 기르게 되었다.
   이 고양이는 굉장히 덩치가 크고, 아름답고, 온 몸이 새까맣고 놀랄만큼 영리하였다. 이야기 끝에 영리하다는 말이 나오면 아내는 상당히 미신에 젖어 있었으므로 옛 사람들은 검정 고양이를 변장한 마녀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언제나 이 고양이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갑자기 머릿속에 선뜻 떠올라서 하는 말이다.

   그 고양이 이름은 플루토(pluto)였다. 이 플루토는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노리개 친구였다. 이 고양이는 내가 맡아서 길렀다. 그랬더니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한길까지 다라오지 못하게 하느라고 여간 애먹지 않았다.
   우리들의 우정은 이렇게 몇 해를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의 기질과 성격은 저 악마와 같은 수리작용――고백하기가 부끄러운 일이지만――으로 극도로 악화되어 버렸다. 나는 나날이 더 침울하고 성급하게 되어 갔으며, 또 남의 감정을 무시하는 일이 더욱 심해졌다.
나는 아내에게 함부로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였다. 내가 기르는 동물들에게도 물론 이러한 나의 성질의 변화가 미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학대까지 하였다. 그러나 플루토에 대해서 만은 학대를 주저할 만한 애정을 아직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나 원숭이, 개 등이 우연히 또는 정이 들어 내 앞에 다가올 때에는 서슴치 않고 학대하였다. 나의 병(알콜 중독자처럼 무서운 병이 또 어디 있겠는가)은 날로 심해가서 마침내 플루토까지도 나의 불쾌한 기분의 영향을 몸소 맛보게 되었다. 하긴 풀루토도 이제는 꽤 늙어서 좀 신경질이었다.

  어느날 밤에 내가 평소에 자주 드나들던 술집에서 잔뜩 취해 돌아오자 어쩐지 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래 나는 고양이를 붙잡았다. 고양이는 내 나폭한 행동에 깜짝 놀라 잇빨로 내 손등에 가벼운 상처를 내었다. 그러자 나는 별안간 악마와 같은 분노에 사로잡혀 버렸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도망치는 것을 붙잡을 심산이었던 모양인데, 찐술이 빚어내는 악마보다도 더 사나운 사심이 내 전 신경에 찌르르 퍼졌다. 나는 조끼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그 불쌍한 짐승의 목을 움켜잡고 냉정하게도 한쪽 눈을 도려내었다. 나는 저주스러운 폭행을 기록하는 이 순간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온 몸이 화끈거리며 몸서리가 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제정신이 들자, 나는 내가 저지른 죄악에 대하여 공포와 참회가 반반씩 뒤섞인 감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은 미약하고 일시적인 감정에 불과하여 내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것은 못되었다. 나는 여전히 술독에 잠기어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그리하여 그 행동에 대한 모든 기억을 술로 파묻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고양이는 서서히 회봉되어 갔다. 도려낸 눈망울은 끔찍하게 보였지만, 인제는 별로 고통을 받는 것 같지 않았다. 고양이는 전이나 마찬가지로 집안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그러나 내가 가까이 가면 아니나 다를가 질겁을 하고 줄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전에는 그토록 나를 따르던 동물이, 인제는 분명히 나를 싫어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비애를 느낄만큼 본심이 남아 있었으나, 이 감정마져 얼마 안가서 분노로 바뀌고, 드디어는 나로 하여금 겉잡을 수 없는 마지막 파멸의 구렁텅이에 쓸어넣으려는 것처럼 짖궂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러한 감정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철학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지닌 원시적인 충동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다시 말하면 인간성을 좌우하는 불가분의 기분적인 능력 또는 감정의 하나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은 악하고 어리석은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그런한 일을 행하게 되는 경우를 몇 백번이고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의 가장 건전한 판단을 무시하고 율법이 오직 율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위반하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있지 않는가? 이러한 짖궂은 감정이 나를 마지막 파멸로 이끌어가게 되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 고양이에게 범한 악행을 계속하여 결국은 고양이를 구이게까지 나를 선동한 것은, 자학에 대하여 영혼이 갖고 있는 무한한 동경――즉 자기자신의 성질에 폭력을 가하고 악을 위해 행하려는 갈망이었다.

   어느날 나는 고양이의 목에 올가미를 씌워 모뭇가지에 달아매었다. 나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에서는 말할 수 없는 회한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찌하여 고양이의 목을 매어달았던가. 그것은 고양이가 나를 과거에 몹시 따랐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으며, 고양이가 나에게 분노를 일으킬 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죄악을 범하는데, 그 죄악은 나의 불멸한 영혼을 고난 속에 빠뜨려(만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면)자비하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으로도 건질 수 없는 심연 속에 빠진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 밖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나는 이 잔인무도한 행동을 저지른 날 밤에, 불이야! 하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내 침대의 커어튼에 불이 붙고 있었으며 집 전체가 온통 불에 휩슬려 있었다. 아내와 식모와 나는 가가스로 불길에서 몸을 피하였다. 모든 것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나의 재산은 불길에 깡그리 날라가 버리고, 나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나는 이 재앙과 그 훙악한 행동 사이의 어던 인과관계를 찾아보려고 할 만큼 마음이 약한 사나이는 아니다. 나는 단지 사건의 연속을 상세히 기럭할 뿐이다. 따라서 그 어느 조그마한 일일지라도 흐리멍텅하게 내 버려 두고 싶지 않다.

   화재가 일어난 다음날 나는 현장에 가보았다. 벽은 한쪽만 남아 있고 몽땅 내려앉아 있었다. 남아 있는 벽이란, 집 한복판쯤 되는 그다지 두텁지 않은 칸막은 방의 벽으로 바로 내침대의 머리 쪽이 놓여 있던 장소였다. 이부분의 벽토(壁土)는 불에 상당히 저항하였는데 그것은 아마 최근에 새로 발랐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사람들이 이벽 주위에 모여서 그 한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상한걸!」
  「참 신기하군 그래!」

  그밖에 이와 비슷한 다른 말들이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그리하여 가까이 가 보니 흰 벽에 얇다랗게 무슨 조각이라도 그린 것처럼 꽤 큰 고양이의 상이 나타나 있었다. 그 상의 모습이 놀라우리만큼 정확하였다. 고양이의 목에는 올가미가 걸려 있었다.
   나는 처음에 이 유령을 보았을 때――나는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놀라움과 두려움이 극도에 달하였다. 그러나 도리켜 생각해 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집에 접해 있는 정원에 고양이 목을 매단 것을 나는 생각해 내었다. 불이야! 하는 소리에 사람들이 정원 안에 가득 모여들었는데, 아마도 그중의 한 사람이 올가미를 끊고 괭이를 열린 창문을 통하여 내 침실로 던졌던 모양이다. 아마도 나를 깨우기 위해 그랬던가보다. 다른 벽들이 무너지면서 나의 잔인무도한 행동에 희생이 된 이 고양이는 새로 칠한 벽에 틀어박혔을 것이다. 회가 불에 다면서 동물의 시체에서 일어나는 암모니아와 혼합되어 내가 지금 본 바와 같은 화상을 이루어 놓았을 것이다.

  내가 지금 상세히 설명한 이 놀라운 사실에 대하여 나의 양심은 용납하지 않지만, 나의 이성에 의하여 이처럼 쉽게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내 공상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겨 놓았다. 그후 나는 여러 날 동안 고양이 환상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후회 비슷한(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지만)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고양이가 없어진 것을 애석히 생각하고 요새 날마다 뻔질나게 드나드는 선술집에서 나는 어느 정도 모양이 비슷하여 대신이 될 만한 다른 고양이가 없을까 하여 두리번거리게까지 되었다.

  어느날 밤, 누추한 이 술집에서 얼근히 취해 앉아 있노라니, 그 방안의 중요한 가구를 이루고 있는, 찐술과 럼술을 담은 큰 술통 위에 시꺼먼 것이 쭈그리고 있는 모슴이 눈에 띄었다. 나는 아가부터 그 술통 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좀더 빨리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는지 나로서는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가까이 가서 만져보았다. 그것은 커다란 검정고양이었다. 플루토만큼이나 몸집이 크고, 한 군데만 빼 놓고는 모양도 플루토와 꼭 같았다.  플루토는 몸의 어느 한 부분에도 흰 털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 고양이는 희미하나마 거의 가슴 전체에 흰 점이 박혀 있었다.  손으로 만지자 공양이는 곧 일어나 거르릉 소리를 내며 내 손에 몸을 부벼대는 폼이 내가 아른체를 하여 매우 반가운 모양이었다. 이거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고양이었다. 나는 곧 주인에게 고양이를 팔라고 하였다. 그러나 주인은 자기 고양이가 아니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며, 전에 본 일조차 없으므로 자기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윽고 집에 돌아오려고 하자 고양이는 나를 쫓아올 눈치였다. 나는 그냥 내 버려 두었다. 길을 걸어오면서도 때때로 몸을 굽혀 고양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는 곧 길이 들어, 아내도 귀여워하였다.
   그런데 나는 얼마 안가서 이 고양이에 대하여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 웬일인지 고양이가 나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나를 불쾌하게 하고 성가시게 하였다. 그런데 이 불쾌감과 성가심은 이윽고 차츰 증오감으로 변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고양이를 멀리하였다. 다만 전에 내가 저지른 잔인한 행동에 대한 수치감과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고양이를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점점 말할 수 없는 증오감을 느끼게 되고, 마치 전염병 환자의 입김을 피하듯이 고양이를 피하여 달아나게 되었다.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다음날 아침에 이 고양이도 프루토와 마찬가지로 한족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분명히 이 고양이에 대한 증오감을 북돋아 준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나 전에도 말했지만 남달리 인정이 많은 아내는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한층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것이었다. 또 이러한 성격이야말로 전에 있던 나의 특징인 동시에 소박하고 순결한 즐거움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고양이를 미워할수록 고양이 편에서는 나를 더욱 따르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독자에게 납득시키기가 어려울 만큼 성가시게 내 뒤를 쫓아 다였다. 내가 어디가 앉던지, 으레 쫓아와서 내 의자 앞에 앉거나 무릎 위에 뛰어올라, 그 진저리나는 몸뚱아리를 부벼대는 것이었다. 내가 일어나서 걸어가려고 하면 어느새 가라이 사이로 기어 들어와 나를 곤두박질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길로 뾰족한 발톱으로 내 옷을 긁어 잡아당기며 가슴위로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단숨에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꾹 참았다. 전에 내가 저지른 법죄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새로운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솔직히 말해서 그 짐승이 무서웠던 것이다.

  이 두려움은 반드시 육체적인 위해(危害)에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고백하기가 좀 부끄러울 지경이지만――아닌게아니라 이 중죄수의 감방에서도 고백하기가 좀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고양이가 나에게 일으킨 두려움은 터무늬 없는 망상에서 더욱 격화되는 것이었다. 나는 앞에서 이 낯선 고양이의 가슴팍에 박혀 있는 흰 점들이, 전에 내가 죽인 괭이와 다른 우일한 표적이라는 말을 하였지만, 아내는 때때로 그 표적이 이상하다고 하여 하여 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이 반점은 크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일정한 형체가 없었다는 것을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점점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아주 뚜렷한 윤곽을 나타내게 되어, 나의 이성은 한동안 그것이 공상의 소치라고 부정하려고 애써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는 어떤 물체의 현상을 나타내어, 나는 그 물체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쳤다.  나는 그 형상 때문에 이 고양이를 더욱 미워하고 두려워한 나머지 한번 결단을 내렸더라면 이 괴물을 아주 처치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보기만 해도 흉칙스럽기 짝이 없는 교수대의 화상으로 나타나 있었던 있었던 것이다. 아 공포와 죄악, 고민과 죽음의 비참하고도 무서운 형구의 화상이었다.

  나는 지금 보통 사람들이 당하는 참상의 법위를 초월하는 참에 빠져 버렸다. 한 마리의 짐승이 내가 그 동족의 하나를 없신여겨 죽였다고 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본따 창조된 인간인 나에게 이와같이 참을 수 없는 두통거리를 안겨 주다니! 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에게는 안식의 기쁨이란 티끌만치도 없었다. 낮이면 고양이는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밤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악몽에 시달려 시간마다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나면, 그 고양이의 뜨거운 입김이 내 얼굴에 와 닫고, 도저히 면할 수 없는 악몽의 화신(化身)처럼 그 육중한 몸뚱아리가 나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통의 압박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 속에 그나마 남아 있던 약간의 선량한 성질마저 굴복하고 말았다. 흉악한 생각들――가장 고약하고 악독한 생각들이 나의 유일한 마음의 벗이 되었다. 평소에 무뚝뚝하던 나의 기질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미워하게 되었다. 나는 시시로 돌발하는 걷잡기 어려운 본노의 폭발에 맹목적으로 내몸을 맡기게 되었는데, 아뭇소리 없이 그 괴로움을 달게 받는 사람은 바로 내 아내였다. 우리는 가난한 탓으로 불에 타고 남은 옛집 지하실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내가 무슨 일로 지하실로 내려갔는데 아내도 따라왔다.  그리고 고양이가 내 뒤를 따라오다가 하마트면 층계에서 나를 거꾸러뜨릴 뻔 하였다.  나는 그만 화가 치밀었다. 나는 격분한 나머지 여태까지 나를 억누르고 잇던 어린애와 같은 공포심을 잊어 버리고 도끼를 들어 고양이를 내리치려고 하였다. 그냥 내려쳤더라면 물론 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애가 손을 들어 막는 바람에 내려치려던 것이 멈춰지고 말았다. 그러자 나는 이 뜻하지 않은 훼방에 자극을 받아 악마도 못당할 격분에 쌍혀 아내의 손에서 내 팔을 뿌리치고 도끼를 아내의 마리통에 내려박았다. 아내는 끽 소리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푹 쓸어져 죽었다.

  이처럼 무서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나는 곧 신중하게 이 시체를 감출 방법을 생각하였다. 낮이든 밥이든 간에 이웃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게 시체를 밖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은 뻔한 것이므로 여러 가지 계획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번은 시체를 토막내어 불에 살라 버릴 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다음에는 지하실 밑바닥에 무덤을 파고 그 속에 묻어 버릴 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또는 마당 우물에 던져 버릴 가, 혹은 상품처럼 포장하여 상자에 넣어서 인부를 시켜 집에서 지고 나가게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드디어 그 어느것보다도 낫다고 생각되는 계획이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다. 중세기의 승려들이 사람을 죽여서 흔히 벽속에 묻고 벽지로 발라 버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나도 시체를 벽과 벽 사이에 매장하기로 작정하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하실이 적합하였다. 벽의 구조는 아무렇게나 쌓아올린데다가, 흙칠도 변변히 하지 않고 최근에 회로 슬쩍 한번 발라 버린 것이 습기 때문에 아직 굳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한쪽 벽이 불쑥 나온데가 있는데, 본래는 지상연통이나 벽난로를 묻어서 다른 부분과 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만, 지금은 메꿔 버려 다른 벽들과 같이 보였다. 나는 이 부분의 벽돌을 들춰내고 시체를 쳐넣고 본래대로 벽을 발라 버리는 것은 쉽사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계획에는 빈틈이 없었다. 지레를 사용하여 벽돌을 쉽게 헐어낼 수 있었다. 그 후에 시체를 살짝 안쪽 벽에 세우고 벽돌을 본래대로 다시 쌓았다. 그리고 나서 콜탈과 모래와 털들을 사다가 조심스럽게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벽돌과 벽돌 사이를 골고루 발랐다. 일이 끝나자 나는 인제는 됐다고 안심하였다. 벽은 조금도 손을 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은 모조리 치워 버렸다. 나는 제법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만하면 수고한 보람이 있어.>

  다음에 할 일은 이와 같은 불행을 저지르게 만든 그 고양이를 찾는 일이었다. 나는 그놈을 죽여 버리려고 결심하였던 것이다. 그때 고양이를 만나기만 했더라면 그놈의 운명은 두말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엉큼한 동물은 내가 전에 격분하는 통에 놀래어 내 기분이 가라앉기 전에는 앞에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그 미운 고양이가 없어지자 나는 커다란 통쾌감을 느꼈다. 이것은 이루 설명할 수도 없고 독자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날밤에는 고양이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고양이가 내집에 들어온 후로 처음 고요히 깊은잠에 들 수 있었다. 그날밤에는 살인죄의 무거운 짐이 내 영혼을 내려누르고 있었지만, 나는 푹 잘 수 있었다. 이튿날도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그토록 괴롭하던 그 고양이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괴물은 내가 무서워 아주 내집을 떠나 버렸구나! 다시는 그놈의 꼴을 보지 않을테지! 나는 행복의 절정에 이르렀다. 내가 저지른 그 무서운 죄악감도 내 마음을 별로 괴롭히지 않았다. 몇 차례 당국의 문초를 받았지만 척척 받아넘길 수 있었다. 가택수색도 당하였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는 장래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닷새째 되는 날에 뜻밖에도 결찰관이 떼를 지어 달려와서 다시 엄중하게 가택수색을 하였다. 나는 시체를 숨긴 곳은 절대로 탄로가 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여 안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경관들은 수색을 하다가 나더러 동행할 것을 명령하였다. 집안을 구석궛 낱낱이 조사하였다. 드디어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지하실로 내려갔다. 나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심장은 천진스럽고 잠을 자는 사람의 그것처럼 태평스러웠다. 나는 팔짱을 끼고 유유히 활보하였다. 경찰대는 완전히 의심이 풀려 그만 떠나려고 하였다. 나는 하도 기뻐서 그만 참을 수가 없었다. 자랑삼아 한마디라도 하여 나의 무죄를 그들에게 한층 더 확인시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여러분!」
    경관들이 이계단을 올라갈 때 나는 참다 못하여 입을 열었다.
  「저는 여러분들의 의심이 풀린 것을 무엇보다도 기버합니다. 여러분들의 건강을 비는 동시에 앞으로 좀 더 예절을 존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집은――구조가 썩 잘 되어 있어요(이때 나는 무슨 말이든지 태연스럽게 하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서,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나도 몰랐다.)――참 잘 지은 집이지요. 이 벽돌은 말이지요――아 왜 벌써들 돌아가십니까――이 벽돌들은 아주 견고하게 쌓여 있어요.」
   나는 여기서 일단 말을 멈추고 다만 미친놈의 호기를 부릴 양으로 사랑하는 아내의 시체가 묻혀 묻혀 있는 장소의 벽돌을 단장으로 마음껏 두들겼다.
  「하나님이여, 저를 지켜 주시사 악마의 주둥이에서 건져 주시옵소서!」
   단장으로 두들기는 소리의 반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무덤 속에서 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어린애의 울음소리와 같은 목메인 짤막한 소리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고 높은 연속적인 비명으로 변하였다.――그것은 지옥에 떨어진 수난자의통곡과 그것을 보고 기뻐하는 마귀들의 함성이 한데 겹쳐서 지옥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고함소리로 공포와 승리가 반반씩 섞인 비명이었다.

    이때 내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정신이 아찔하여 맞은편 벽에 쓰러졌다. 그러자 계단 위로 올라가던 경관들은 깜짝 놀라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더니 다음 순간 5, 6명의 굳센 팔들이 달려들어 벽을 헐기 시작하였다. 벽은 한거번에 무너졌다. 벌써 많이 썩고 피에 엉킨 시체가 여러 사람들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붉은 입을 크게 벌리고 불길이 감도는 한쪽 눈을 부릅뜬 무서운 짐승이 앉아있었다. 나에게 살인죄를 법하게 하고 방금 비명을 내여 나를 교형리(絞刑吏)에게 끌려가게 한 것은 모두가 이 짐승이었다. 나는 이 괴물도 시체와 함께 벽속에 산매장을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