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變 전轉

O.HENRY

 

   치안 판사(治安判事) 베나쟈·위덥은 엘더스템의 파이프를 입에 물고 사무실 들창가에 앉아 있었다. 눈앞을 반쯤 가로막을 캄버란드의 연봉(連峰)이 오후의 안개 속에 검으스름하게 높이 솟아 있었다. 얼룩진 앎탉이 괜히 꾀꾀거리면서 거리를 으시대며 걸어가고 아래 길목에서 수레바퀴 소리가 삐걱삐걱 들려 왔었다. 이어서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면서 랜시·빌브와 그 아내가 탄 우차(牛車)가 다가와 사무실 현관 앞에 멎더니, 두 사람이 내렸다.

   랜시는 구릿빛 피부와 누런 머리칼을 가진 키가 후리후리한, 빼빼 마른 사나이로, 태산처럼 의젓한 거동이 갑옷을 두른 듯 몸에 배어 있었다.
   부인은 뼈가 앙상하니 드러나 보이는 사라사의 옷을 몸에 걸치고, 전신에 콧담배 가루 투성이가 되어 수심에 잠겨 있는 듯이 보였다.
   치안 판사는 구두에 발을 쳐박고 위엄스럽게 두 사람을 데리고 뚜벅뚜벅 걸어갔었다.
   여인은 소나무 가지 사이를 바람이 스쳐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어, 우리는 이혼을 하려구 그래요.」
   그녀는 랜시를 힐끗 바라보았다. 용건을 설명하는 데 미흡한 점이라든가, 불투명한 점, 또는 어떤 핑계나 불공평한 면이 없나, 혹은 자기만이 옳다고 우기지나 않나 해서 남편이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네, 이혼하렵니다.」하고 랜시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되풀이하여 말했다. 우리는 인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피차에 사랑만 있다면야 산간 벽지에 가서 살아도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여편네가 방구석에서 삵쾡이처럼 언제 바가지만 긁어대구 올빼미모양 잔뜩 찌푸리고만 있다면, 남편된 사람으로서 같이 살 맛 나겠습니까?
   그러자 아내는 별로 화내는 기색도 없이 말대꾸하엿다.
  「그런데 남편이란 작자는 어떻구요. 워낙 얼치기 말썽꾸러기인데다가 거지 같은 건달패들이나 밀주업 놈팽이들과 얼려서 쏘다니지를 않나, 라이·위스키나 옥수수 부란디 따위를 등에 질머지고 집에 기어들지를 않나, 언젠가는 아글세 말라 빠진 똥개를 여러마리 몰고 와서는 나더러 한다는 소리가 집에서 기르자는 거예요. 저는 인제 진저리가 나요.」

    이번에는 랜시가 입을 열 차례였다.
  「이 여편네는 말도 못해요. 툭하면 남비 뚜껑을 집어 팽개치지요, 이곳 캄버란드에서 첫째 가는 사냥개에게 끓는 물을 끼얹지를 않나, 남편에게 음식 한번 제대로 만들어 준 적이 있나 그 주제에 남편이 하는 일에는 꼬치꼬치 말참견을 하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지경이니, 이래서야 어디 견딜 수 있어야지요.」
  「남편은 세무서원과도 싸우기가 일쑤구요, 아무튼 사람마다 고약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니 어디 잠인들 잘 오겠어요?」
   치안 판사는 위엄있게 일에 착수하였다. 우선 청원자에게 하나밖에 없는 의자와 나무 걸상을 내놓고 테이블 위에서 법령집을 펴 놓은 다음에 색인을 세밀히 조사하였다. 이윽고 그는 안경을 닦고 잉크스탠드를 옮겨 놓더니 입을 여는 것이었다.
  「이 법정의 권한으로는, 이혼 문제에 대해서 가부간 무어라고 말할 수 없오. 그러나 민법과 헌법, 그리고 나의 황금율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한느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7~12)에 의하건대, 판사가 남녀의 결혼이 성립되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혼도 시킬 수 있어야 하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매우 언짢은 일이오. 당 법정에서는 두 사람에게 이혼의 판결을 내리고, 대심원의 결정으로 그 판결의 유효함을 선언하오.」
   랜시 빌브로는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담배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 속에서 5딸라의 지전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고 말하였다.
  「이것은 곰 껍질과 여우 두마라를 파 돈입네다. 우리의 총재산이랍니다.」
  「이 법정에서 징수하는 이혼 수수료는 5딸라요.」
   판사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홈스팡의 조끼 호주머니에 그 지폐를 슬쩍 밀어 넣었다. 이어서 그는 몸을 흔들면서 골돌히 생각에 잠기더니 대판용지 반절에 이혼 판결문을 기록하고, 다른 종이에 사본을 만들었다. 랜시·빌브로와 아내는 판사가 자기들에게 자유를 줄 이혼증서를 읽어 내려가는 것을 귀답아 듣고 있었다.

   <랜시·빌브로와 그 아내 아리엘라·빌브로는 오늘 본관(本官)앞에 출두하여, 심신이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여하한 일이 있든지 서로 사랑하거나 존경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므로, 주(州)의 질서와 존엄에 따라 이혼의 요구에 응함을 본 증명서로 공고함. 이것을 어기지 않을진대 신의 축복이 있을지어다.
                             테네시 주 피이드란드군(郡) 치안 판사 베나쟈·위덥>

   판사가 이 증서 한 통을 랜시에게 넘겨 주려고 할 때, 아리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와 이를 가로 막았다. 두 사나이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들 두 남성은 여인에게 예기치 않은 일이 나타난 것을 알아 차라게 되었다.
  「판사님, 그 증서를 그이에게 넘기지 마세요. 아직은 끝장이 나지 않았어요. 제가 받을 건 받아야 할게 아네요. 위자료 말씀예요. 여펜네에게 위자료 한 푼 주지 않고 이혼하도록 허락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저는 호그백크 산 중에서 살고 있는 애드 오라버니한테가야 하는데 적어도 구두 한 켤레와 그밖에 담배랑 워랑 좀 사야겠어요. 그러므로 랜시와 이혼하되 위자료를 받도록 해 주세요」
   랜시·빌브로는 어이가 없어서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위자료에 대하여는 아무 말도 없엇던 것이다. 하긴 여자란 언제나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곧잘 제기하는 것이다.
   베나쟈·위덥 판사는 이 문제에 대하여 자기의 재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판례집에는 위자료에 대한 대한 것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긴 여인은 신발이 없었다. 호그백크산으로 가자면 길은 험하다. 딱한 일이다.
  「아리엘라·빌브로!」하고 판사는 관료적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법정에 제기한 이 사건에 대하여 위자료를 얼마나 지불하는 것이 정닥하다고 생각하는가?」
  「구두도 사고 그밖에 이것 저것 사려면 5딸라는 있어야겠어요.」하고 그녀는 대답하였다.
   5딸라라면 부당한 액수라고 볼 수 없지. 랜시·빌브로 법정은 이혼 판결을 내리기 전에 5딸라를 원고에게 지불할 것을 명령하오.
  「저 한테는 인제 한 푼도 없어요. 판사님에게 다 바쳤으니까요.」
   랜시는 침울한 얼굴로 말하였다.
  「이에 불응하면 당신은 법정 모욕죄에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판사는 안경 너머로 피고를 노려 보면서 단호히 말하였다.
   남편은 탄원하였다.
  「내일까지 기다려 주신다면, 여기저기서 돈을 주선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위자료를 지불할 생각은 꿈에도 못해 봤어요.」
  「이 사건은」하고 베나쟈·위덥 판사는 말하였다.
  「내일 두 사람이 함께 출두하여, 법정의 명령에 순종할 때까지 연기하오. 이혼 판결서는 그 결과를 보아서 교부하기로 하겠오.」
   판사는 문어구에 걸터 앉아 구두 끈을 풀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자이아 아저씨 댁에 가서 묵도록 해야지> 랜시는 이렇게 마음에 결정하였다. 그는 수레 한쪽으로 올라가고, 아리엘라는 반대 쪽으로 올라갔다. 그가 고비를 흔들자 조그마한 붉은 황소는 시키는대로 삥 돌아 방향을 잡았다. 수레는 두 바퀴에서 일어나는 먼지속에 서서히 사라졌다.
   치안 판사 베나쟈·위덥은 엘더스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그는 저녁 때가 가까워 질 무렵에 주간신문을 집어들고 황혼이 짙어 글자가 희미하게 보일 때까지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수지양초에 불을 붙여 놓고, 달이 떠올라 저녁식사 시간을 알릴 때까지 계속해서 신무을 읽고 있었다.
   그는 산비탈에 두 집이 연닿은 통나무 오두막집에 살고 있었다. 옆집에는 껍질이 벗겨진 포푸라가 서 있었다. 그가 저녁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월계수 숲이 그늘진 으슥한 개울을 건너갈 때였다. 웬 검은 그림자가 월계수 사이에서 뛰쳐나와 그의 가슴에 권총을 들여대는 것이었다. 상대편은 모자를 깊숙히 내려써서 얼굴을 거의 가리고 있었다.
   그 검은 그립자는 외쳤다.
  「잔소리 말고 돈 내놔! 난 워낙 성미가 급해서, 이 방아쇠 위에서 손가락이 근질거린단 말야.」
  「난 5……5딸라밖에 자진게 없오.」
   판사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조끼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었다.
  「그걸 돌돌 말아서 이 총대 끝머리에 밀어 넣어!」
   상대방은 사뭇 명령조였다.
   돈은 바삭바삭한 새 지폐였다. 그는 부들부들 덜리는 손가락으로 서툴게 돌돌 말아서 졸구멍에 쑤셔 넣었다. 그것은 그리 손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별로 어려울 것도 없었다.
  「됐어, 썩 꺼져 버려!」
   강도가 외쳤다.
   판사는 물론 어물어물할 리가 없었다.

   이튿날 그 조그마한 붉은 황소가 수례를 끌고 사무실 현관 앞에 멎었다. 판사 베나쟈·위덤은 이미 구두를 신고 그들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보는 앞에서 랜시·빌브로는 아내에게 5딸라의 지폐를 넘겨 주었다. 판사는 그 지폐를 보자 눈이 반짝 빛났다. 그 지폐는 돌돌 말아 총구멍에 쑤셔넣은 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몹시 구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판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겨진 지폐는 그 밖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에게 각각 이혼 판결문을 넘겨 주었다. 그들 두 사람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그 증서를 받아 천천히 접으며서 어색한 듯 말 없이 서 있었다. 여자는 서글프고 창피스러운 듯한 눈초리로 랜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우차를 몰고 집에 가죠? 선반의 양철 상자 속에 빵이 들어 있어요. 베이콘은 개가 먹을까봐 냄비 속에 넣어 두었구요. 오늘 밤 시계 태엽 감는 거 잊지 말아요.」
    랜시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에드 오라버니 댁엘 가려우?」
  「밤엔 그리로 가려고 해요. 오라버니들이 날 뭐 달갑게 맞아줄 리 없지만 달리 갈데가 있어야죠. 그리로 갈 수밖에 없어요. 역시 난 떠나는 게 나을 테니까요. <안년!>하고 작별 인사라도 드릴까요? 랜시, 그걸 원하세요?」
   랜시는 마치 순교자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난 여태 작별 인사 한마디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짐승 같은 인간도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오, 당신이 빨리 떠나고 싶어서, 내가 그렇게 말해 주길바란다면 별문제란 말이요.」
   아리엘라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5딸라 지폐와 이혼 판결문을 차곡차곡호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베나쟈·위덥은 지폐가 시야에서 자라지는 것을 안경을 통하여 섭섭한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랜시, 오늘 저녁엔 옛오막사리 집에서 좀 적적할 걸.」
   그는 이 말 한마디로, 생각 여하에 따라서 인생을 동정하는 대중의 편도 될 수 있고, 돈 많은 소수자의 편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랜시·빌브로는 햇볕을 받아 파아랗게 솟아난 캄버란드의 산들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 아리엘라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말을 이었다.
  「쓸쓸할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골을 내며 헤어지고 싶어하는 사람을 집에 붙잡아 둘수야 없지 않아요.」
  「헤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따로 있지요.」
   아리엘라가 나무걸상을 향하여 중얼거렸다.
  「게다가, 당신과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어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구?」
  「그래요, 내가 언제 그런 생각 하고 있다구 했어요? 난 인제 에드 오라버니 댁엘 가 봐야겠어요.」
  「그까짓 낡아빠진 시계 대엽 누가 감아 줘!」
  「어서, 함께 수렐 타구 가서, 내가 감아 주길 바라나 보군요.」
   산(山)사람의 얼굴은 무표정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는 큼직한 손을 내밀고 햇볕에 그슬린 아리엘라의 가냘픈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는 그 손을 멍하니 바라보자, 곧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앞으로는 그놈의 사냥개들의 치닥거리에 당신을 고생시키지 않을 테야. 내가 보잘 것 없는 싱거운 위인이었나 보우. 시계는 역시 당신이 감아 줘야지 아리엘라!」
   그녀는 속삭였다.
  「내 마음은 벌써 저 오막살이 집엘 가 있는 걸요, 랜시, 인제부터는 나 화내지 않을래. 어서 가요.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닿아야죠.」

  두 사람이 남이 곁에 있는 것도 잊어 버리고 문간으로 발길을 옮기자, 베나쟈·위덥 판사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나는 테네시 주의 이름으로 당신네들이 법률과 법령을 무시하는 것을 금하오. 이 법정은 사랑이 지극한 두 사람의 심령에서, 오해와 반목의 구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환영하는 바이지만, 법정의 의무는 주의 도덕과 청렴을 유지하는 것이오. 당신네는 벌써 부부 사이가 아니며, 정식 판결에 의해 이혼한 것이므로, 법정은 혼인 관계의 특전와 이에 따르는 권리를 상실한 것임을 선고하는 바이오.」
   아리엘라는 랜시의 팔을 잡았다. 판사의 말은, 두 사람이 인생의 교훈을 깨닫자 마자, 아내가 남편을 잃어야 한다는 뜻일까?
  판사는 말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법정은, 이혼의 판결에서 비롯된 자격 상실을 취소할 용의가 있오. 법정에는 남녀의 결혼식을 행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오. 즉 법정은 사태를 수습하고, 소송 당사자들이 우 너하는 바 명예롭고 고귀한 부부관계로 복귀시킬 수 있는 것이오. 이 경우에 의식을 거행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는 5딸라면 되오.」

    아리엘라는 판사의 말 가운데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손을 곧 호주머니로 가져갔다. 지폐는 사뿐히 내려앉은 비둘기처럼 가볍게 파사의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랜시의 손을 잡고 다시 결합되는 주례사에 귀를 기울이면서 누런 뺨을 눈물로 적시었다.
   랜시는 그녀를 부축하여 수레에 태우고, 그 옆에 올라 앉았다. 조그마한 붉은 황소는 다시 한번 방향을 돌렸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산으로 향해 떠났다.
   치안 판사 베나쟈·위덥은 문간에 걸터 앉아 구두를 신었다. 그는 다시 지폐를 집아서 조끼 호주머니에 넣고 또 다시 엘더스템 파이프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얼룩진 암탉은 다시 한 번 괜히 꾀꾀거리면서 네 거리를 으시대며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