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방

O.HENRY

 

   아래 서쪽에 있는 붉은 벽돌집 일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나 이삿짐이 드나들고 있었다. 집 없는 그들에게는 똔한 무수한 집들이 있어, 셋방에서 셋방으로 옮겨 앉았다. 사는 곳이 변하면 마음도 변하였다. 째즈로 <그리운 집>의 노래를 부르며 세간도 귀신도 함께 상자속에 넣어서 떠돌아다니는 살림살이라, 그들에겐 모자에 그린 꽃이 벽의 담장이요, 화분에 심은 무화과가 정원의 고무나무 행세를 하는 것이었다.

   이 일대의 집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었으니, 응당 이야깃거리도 많을 법하다. 그렇다고 무슨 희귀한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이처럼 많은 손님들이 스쳐간 곳에 한두 귀신도 남아 있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날 저물녘에,  이 쓸쓸한 벽돌집 마을에 웬 젊은 남자가 무거운 발길을 끌며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돌아다녔다. 그는 열두 번째 집에 가서 초라한 가방을 문앞 계단에 올려놓고 모자테와 이마의 먼지를 닦았다. 벨소리가 빈 골방에 흐미하게 울려왔다.
   열두 번째로 벨을 울린 이집에서는 문깐에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속을 다 파먹은 빈 호도 알에서 기어나온 살찐 굼벵이가, 이제 그의 빈 골방에 먹이를 잡아 넣으려는 듯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청년은 셋방이 없느냐고 물었다.
  「들어오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흡사 털난 묵구멍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청년은 그녀의 뒤를 따라 여러 계단 올라갔다. 복도에는 어디선가 햇빛이 비치고 있었으나 여전히 어둠캄캄하였다. 조용히 밟고 올라간 계단에 깔아놓은 융단은, 만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것은 볕이 들지 않아 냄새가 나는 공기에 썩어 들어가 군데 군데 이끼와 땅옷(地衣)이 무성하여, 발길이 닿으면 마치 산 물건처럼 끈적거리는 것이었다. 계단의 구비마다 옆의 벽에는 파여 들어간 자리가 있었다. 아마도 언젠가 화분을 놓았던 자린가보다. 그렇다면 그 화분의 꽃나무들은 냄새나는 썩은 공기로 하여 시들어 버렸을 것이다. 혹은 신도들이 초상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마귀들이 그것을 어둠 속으로 끌고 내려가 사람이 사는 어느 방구석에 갖다 놓았을 것이다.
   「이 방이에요.」
  「방이야 좋지요. 이렇게 비는 일이 쉽지 않아요. 지난 여름에는 점잖은 사람들이 들어 있었지요. 사람을 조금도 귀찮게 굴지 않고, 세도 또박 또박 잘 냈어요. 수도는 저 복도 끝에 있구요. 극단에서 일보는 스프롤즈와 무우니가 석 달 동안 살았지요. 브레타 스프롤즈양이라고――아마 댁에서도 이름을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무대에서 사용하는 이름이지요. 혼인증명서를 액자에 넣어서 저 화장대 위에 언제나 결어놓고 있었어요. 가스가 나오는 데는 여기에요. 그리고 이건 옷장이구요. 보세요 큼직하지요? 방은 누가 보아도 탐을 내요. 이렇게 비는 일이 좀처럼 없어요.」
  「극단 사람들이 많이 세들어 삽니까?」
하고 청년은 물었다.
  「꽤 들락날락하지요. 세들어 있는 사람들은 극단에 많이 관계해요. 이곳은 극단 사람들의 마을이니가요. 배우들은 오래 눌러 있지 않더군요. 그야 나도 한몫 보지요. 그럼요, 꽤 들락날락해요.」

   청년은 일주일 분의 방세를 미리내고 곧 들겠다고 말하였다. 돈을 셀 때, 부인은 세수수건과 물까지도 다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은 부인이 물러가려고 할 때, 언제나 자기 혀끝에 감돌고 있던 말을 문의하였다.
  「혹시 세든 사람 가운데 배쉬너……에로이즈 배쉬너라는 젊은 여자가 없습니까? 극단에서 노래를 부를 거예요. 꽤 잘 생겼지요. 호리호리한 중키에 불그스레한 금발머리를 하고 왼편 눈썹 가까이 점이 있어요.」
  「글쎄요. 그런 이름은 통 생각이 나지 않는데요. 아무튼 극단 사람들은 셋방만큼이나 이름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또 방도 자주 옮기지요. 그러니 이름이 생각날 리 있어요?」
   다섯달 동안을 두고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번번이 모른다는 것이었다. 낮에는 지배인, 사원, 학교, 악단 등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밤에는 극장에 가서 배우에게서부터 악대에 이르기까지 찾아다녔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토록 기리운 사람을 오히려 만날까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녀가 집을 나간 후로, 사방 물에 둘러싸인 이큰 도시의 어느 한 구석에 그녀가 숨어 있을 터이지만, 마치 모래알이 언제나 옮겨가는 커다란 여울처럼 오늘 있던 사람도 내일이면 흙물에 묻혀 버리기가 일쑤였다.

  새 손님을 맞이하는 이 셋방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은, 병들고 지친 매춘부의 너털웃음 같은 성질의 것이었다. 낡은 가구에서 반사되는 흐미한 빛하며, 수를 놓은 헌 천을 씌운 쏘파, 두 개의 의자, 창문 사이에 걸린 가느다란 싸구려 거울, 금박을 칠한 사진틀 한두 개, 그리고 방구석에 놓여 있는 놋쇠 침대 등등, 이러한 것들이 그런 싸구려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방은 의자에 죽은 듯이 기대앉은 손니에게, 마치 바벨탑 속의 어떤 방들처럼 영문 모를 소리로 전에 세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때묻은 마룻바닥에는 여러 가지 색깔로 짠 융단이, 마치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한 네모진 열대지방의 섬처럼 깔려 있고, 화려한 도배지를 바른 벽에는 집없는 사람들의 꽁무늬를 쫓아 다니는 그림――신교도의 사랑, 천번째의 싸움, 결혼식의 성찬, 샘가의 여신 따위가 붙어 있었다. 마치 발레단에 다니는 여자의 허리띠처럼 방자스럽게 비스듬히 친 커어튼이 단정한 벽난로의 윤곽을 가려서 무색하게 맏르어 버리고, 그 위에는 이 방에 세를 들었던 뜨내기들이 바람결에 휩쓸려 새 항구를 찾아갈 때에 버린 물건들――초라한 꽃병 한두 개와, 여자 베우 사진, 약병, 트럼프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런 조그마한 유물들로 하여 이 방을 거쳐간 사람들이 마치 암호를 하나하나 풀어 가듯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었다. 즉 화장대 앞에 양탄자가 닳은 자리는 미인들이 떼를 지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벽에 맘은 작은 손 자국은, 이방에 갇힌 아이들이 광명한 천지를 찾아 해매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포탄이 터지는 그림처럼된 자국은, 우리 그릇이나 병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을 그냥 접어서 던저 버린 것임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거울 위에는 옆으로 <마리>라고 쇠붙이로 그어서 갈겨 쓴 것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이방에 들렸던 어떤 사람들이 울화통이 터진 김에 이 방의 냉혹한 푸대접을 참지 못해 방에 대하여 앙갚음을 한 듯 싶다. 가구들은 모두가 살이 떨어지고 멍이 들어 있었으며, 스프링이 들축날축한 쏘파는 염병을 앓다 죽은 무서운 괴물처럼 보였다. 벽난로의 대리석은 보다 더 억센 어떤 폭력으로 말미암이 살점이 큼지막하게 떨어져 있었다. 마룻바닥의 널빤지 한 장 한 장도 각각 색다른 고통을 당하여 독특한 울음과 신음의 흔적을 갖고 있었다. 이 모든 만행과 상처는 이방을 한때나마 자기 집이라고 부른 사람들의 소행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부질없이 남아 있는 가정에 대한 본능의 표시인지도 모르며, 혹은 세를 들었던 사람들의 방안 마귀에 대한 분풀이의 표시인지도 모른다.

   설사 오막살이라도 자기 집이고 보면 거두기도 하고 장식도 하며 아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년은 의자에 기대 앉아 이러한 생각들이 줄을 지어 마음속을 지나가는 것을 방임해 두었다. 그러자 전에 세들었던 사람들의 음성과 체취가 방안에 감돌기 시작하였다.  어느 방에서는 참다 못해 터뜨린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도 어 방에서는 귀담아 듣지도 않는 욕설을 혼자 퍼풋는 소리, 윷놀리를 하는 소리, 자장가를 부르는 소리, 하염없이 흐느껴 우는 소리, 그리고 저 위에서는 밴죠를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어디선가 문을 쾅하고 닫는 소리, 고가철도를 쿵쾅거리며 지나가는 소리, 뒤 울타리에서 고양이가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숨쉴 적마다 코를 찌르는 집안의 악취는 냄새라기 보다는 축축하니 썩은 맛을 풍겼다. 그것은 토굴 속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리노리움이 풍기는 냄새와 썩은 나무의 고약한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냄내였다.
   청년은 여전히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별안간 목서초의 강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 하였다. 그 강한 향취가 바람에 불려 밀려오는 기운은 흡사 사람이 다가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쳥년은 큰 소리오 말하였다.
  「뭐요?」
   그는 마치 자기를 부르기나 한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돌아보았다. 그 강한 향기는 그를 에워쌌다. 그는 마치 향기를 잡기라도 하려는 듯이 두 팔을 내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감각이 혼돈되고 혼란을 일으켰다. 향기가 사람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는가? 그것은 아마도 소리였을 것이다. 그럼 그를 만져 주고 안아 준 것이 소리였던가?
  「그녀는 이 방에서 살았었구나!」
   그는 무슨 흔적이든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그녀가 갖고 있던 것, 그녀가 만지던 것이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를 에워싼 이 목서초 향기, 그녀가 좋아하여 몸에 배어 들었던 이향수 냄새는 어디서 호는 것일까?

   방은 대강 정리되어 있었다. 얇다란 화장대 보자기 위에는 머리핀이 대여섯 개 흩어져 있었다. 머리핀은 여성을 따라다니는 물건이지만, 특색이 없어 그 입자는 여성일 뿐, 어떤 심정으로 마지던 것인지, 언제 빼 놓은 것인지 전혀 집작이 가지 않았다. 누구의 것인지는 더욱 알 수 없었으므로 그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화장대 서랍을 뒤져 버았더니 버리고 간 허름한 손수건이 있었다. 냄새를 맡아 보았더니, 싱싱한 해리오트로프의 향기가 풍겨왔다. 그는 손수건을 마룻바닥에 던져 버렸다. 다른 서랍을 열었다. 떨어진 단추 부스러기들과 극장 푸로, 전당표 쪽지, 당아옥 두 개, 해몽책 한권이 나오고, 나중 서랍에서는 검정 사텐 댕기도 여성들의 흔해빠진 침울한 치장이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냄새를 따라다니는 사냥개 모양 방을 가로질러 벽을 스쳐가면서 엎디어 깔개가 부풀어 오른 데마다 살펴보고, 벽난로 위와 탁자 보자기, 낡은 캐비넷 등을 뒤져보면서, 조금이라도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옆에서, 근처에서, 속에서, 위에서, 그에게 풍겨오며, 속삭이는 냄새는 그의 둔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그래!>하고 대답하며 휙 돌아서서 두리번거리니 허공이었다. 그리하여 목서초 향기 속에는 형체도, 색채도, 사랑하는 사람도, 그 사람의 팔구비도 보이지 않았다. <아, 하나님! 그 향기가 어디서 풍기나이까? 언제부터 소리가 있어 이처럼 부르고 있나이까?>――그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뇌까리면서 찾아 헤매었다.

   틈바구니와 구석구석을 모조리 뒤졌더니, 병마개며 담배꽁초 따위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번은 깔개가 접힌 데서 반쯤 피우다가 버린 담배 꽁초가 나왔다. 그는 화가 치밀어 욕설을 퍼부으면서 구두발로 밟아 버렸다. 그는 방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눈에 뜨이는 것이라고는 단지 뜨내기 셋방살이꾼들의 초라한 흔적들 뿐, 그가 찾는 여자만,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은 전혀 찾아볼 길이 없었다.
   그는 집 주인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은 방을 나와 불빛 새어나오는 어떤 문앞에 멈춰서서 노크하였다. 주인 마나님이 나타 났다. 청년은 흥분을 억제하며 물었다.
  「주인 아주머니, 제가 들어 있는 방에, 전에 누가 살고 있었어요?」
  「스프롤즈와 무우니라니까요. 아가 말씀한 바와 같이 브렛타 스프롤즈는 극단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원이름은 무우니예요. 이 집엔 점잖은 분들만 들고 있어요. 그분도 혼인증서를 액자에 넣어 못에 걸어두고 있었어요.」
  「스프롤즈양은 어떻게 생긴 여잔데요?」
  「검은 머리에 키가 작달막하고 약간 짓줒게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지난 주일 목요일에 이사갔어요.」
   「그분들이 살기 전에는요?」
   「독신 남잔데 화물차의 일을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전에는 크로우더부인이 자식 둘 데리고 넉 달 동안 살구요. 그 전에는 아마 독일영감이었나보요. 아들들이 세는 지불해 주었어요. 여섯 달 동안인가 살았지요. 벌서 1년 전 일이예요. 그 전 일은 통 생각이 나지 않는 군요.」

   청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방안은 무덤과 같았다. 생기를 북돋아 주던 목서초 향기는 사라져 버리고 곰팡내 나는 가구에서 퀴퀴한 해묵은 악취가 풍겨왔다.
 그는 그녀를 찾으려는 희망을 잃게 되자 신념도 동시에 사라졌다. 그는 피식피식 타오르는  누런 가스불에 마주 앉았다.
 이윽고 침대에 가서 시트를 갈기갈기 찢어 창과 문틈을 단단히 막고, 전등을 끈 다음에 가스를 더 틀어놓고 침대 위에 드러누었다. 마음이 후련하였다.

    그날 밤은 매클 아주머니가 맥주를 가지러 갈 차례였다. 그녀는 먁주를 들고 와서 토굴 같은 방안에 파아디 아주머니와  마주앉았다. 이 방은 주부들이 모이는 곳으로, 그녀들은 굼벙이처럼 끈질기게 살아갔다.
  「오늘 3층 뒷방을 세 놓았어요. 웬 청년이 들기로 했어요. 자려고 올라간지가 두 시간쯤 돼요.」
   파아디 아주머니가 거품에 덮인 맥주잔을 사이에 놓고 말하였다.
  「그래요? 그런 방에 세를 들이다니……솜씨가 대단하구료. 그 애기 했나요?」
   매클 아주머니가 탄복하며 목쉰 소리로 뭐라고 수근거렸다. 
  「세를 들이려고 비어 둔 방인데……그 사람에겐 말하지 않았어요.」
하고 그녀는 목구멍에 털이 난듯한 소리로 대답하였다.
 「암요, 방은 세를 놓아야지요. 그래야 살아갈게 아녀요. 아무튼 장사니 그렇게 해야죠. 전에 든 사람이 그 침대에서 자살을 한 줄 알면 누가 세를 들겠어요?」
 「다 먹고 살아가자니 별 수 없지요.」
하고 파아디 아주머니가 말하였다.
 「그럼요. 내가 댁의 그 3층 뒷방을 치운 것이 일주일 전 일이에요. 가스로 자살하기에는 아까운 색시였죠……얼굴도 예쁘장 하구.」
 「얼굴이 아까와요.」
하고 파아디 아주머니가 동의하면서 이렇게 흠을 잡았다.
 「그렇지만 원편 눈썹에 난 점이 흠이었어요. 자, 한 잔 더 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