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爵과 결혼식 손님

O.HENRY     

 

 앤디 도노반씨가 어느날 저녁에 2가에 있는 자기 하숙으로 저녁 먹으러 갔을 때였다. 스코트부인이 새로 하숙에 든 콘웨이라는 젊은 여자를 소개해 주었다. 몸집이 작달막한 여자로 겸손해 보였다. 그녀는 무늬가 없는 거무틱틱한 갈색 옷을 걸치고 달갑지 않은 얼굴로 식사에멘 열중하였다. 그녀는 약간 망설이다가 도노반씨를 힐끔 쳐다보더니 조용히 자기 이름을 대고는 다시 양고기 접시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도노반씨는 점잖게 미소를 띄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사회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그리고 정치적으로나 출세하는데 금방 효과를 나타내는 그러한 미소였다. 그러나 그는 곧 이 거무틱틱한 갈색 옷의 주인공에 대한 생각은 잊어 버렸다.

   그 후 두주일이지나 도노반씨가 현관 옆의 구름다리 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등뒤 머리 위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사락사락 나기에 그ㅡㄴ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 고개를 돌렸다느니 보다 고개가 제바람에 돌아가 있었다.
  그때 콘웨이양이 문을 막 나서고 있었다. 그녀는 얄팍한 새까만 비단 옷을 걸치고 있었다. 모자도 검은 색깔이었다. 그 모자에 나부기고 있는 흑단(黑檀)베일이 거미줄처럼 하늘거렸다. 그녀는 맨 윗구름다리에서 역시 검은 명주 장갑을 손에 끼었다. 그녀의 옷매무새는 흰 점이나 그밖의 다른 색깔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름이 흐르듯이 반들거리는 금발 머리는 목덜미 아래로 곱게 땋아 축 늘어졌다. 얼굴은 별로 예쁘지 않고 수수한 편이었으나, 길건너 높이 솟은 집들을 애절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커다란 잿빛 눈으로 하여 그녀의 얼굴은 한결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숙녀 여러분, 우리 여기서 좀 생각해 봅시다.――좋아하는 검은 중국 비단으로 온통 몸을 싼 그대의 매무새 말이오. 전신을 검은 옷으로 뒤덮고 슬픈 얼굴로 멀리 바라볼 때 베일 밑에서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물론 그대는  금발머리를 하고 있을테지)은 얼마나 멋지겠오. 그리고 가사, 그대들의 청춘이 인생의 첫출발을 뜀뛰기 식으로 재주넘으려다가 거꾸러졌다고치더라도 공원 같은 곳을 산책하는 것은 그대들에게 매우 이로운 일이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이때 우연히 밖에 나와 있다고 생각해도 좋소. 아무튼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매옥시키는 거요. 그런데 내가 상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하고 익살스러운일인가!

   도노반씨는 머릿속에 문득 콘웨이양을 자세히 그려 보았다. 그는 아직도 8분 동안은 넉넉히 태울 수 있는 1인치 남짓한 담배를 집어던지고는 코가 낮은 에나멜 가죽으로 된 구두에 갑자기 몸의 줌신을 내 밭겼다.
  「콘웨이양! 무척 맑고 아름다운 밥입니다.」
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의 이와 같은 자신에 넘치는 말투를 혹시 기상대에서 들었다면, 네모진 흰 깃발을 마스트에 달아매었을지 모른다.
  「그런 걸 즐길 마음의 여유가 제게는 없어요. 도노반씨!」
하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도노반씨는 좋은 날씨가 은근히 저주스러웠다. 남의 속도 모르는 날씨로군! 콘웨이양의 기분에 맞도록 우박이 쏟아지든지 바람이 불어닥치든지, 아니면 눈이라도 퍼부어야 할 것이다.

  「홋기 친척 중에서 무슨 불행이 생긴 건 아니지요――큰 불행을 당한 건 아니겠지요?」
하고 도노반시는 용기를 내어서 말하였다.
  「돌아가신 분은……」하고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친척이 아녜요! 그렇지만 제가 당한 술픔을 선생한테까지 옮겨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 도노반씨!」
  「원, 폐를 끼치다니요?」
하고 도노반씨는 언성을 높였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콘웨이양, 알려주세요. 전 진심으로 당신을 동정합니다.」
  콘 웨이양은 가볍게 눈웃음을 쳤다. 그런데 어쩐지 그 눈웃음은 평소의 표정보다 더욱 슬퍼 보였다.   <웃어라, 그러면 세상은 그대와 함께 우으리라. 울라, 그러면 그 울음은 그대에게 울음을 가져오리라> 그는 어떤 사람의 문장을 인용하였다.
  「저는 이말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어요. 도노반씨, 저는 이 고장엔 친구도 없고 안면이 있는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친절히 대해 주셔서 퍽 고맙게 생각해요.」
   그는 식사 도중에 후추가루 병을 그녀에게 두어 번 건네어 준 일이 있었다.
  「뉴욕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암 어려운 일이고 말고요.」
하고 도노반씨는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약간 고풍스러운 이도시가 빡빡하지 않아 정이 드는 날이면 반드시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요. 콘웨이양, 잠시 공원에라도 산책하시죠. 그러면 마음이 좀 가시지 않겠어요? 혹시 저러도 동행하는 것을 허용하신다면…….」
  「고마와요. 가슴이 울적한 저같은 사람과 동반해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그들은 상가에 있는 공원 문을 들어섰다. 전에는 특권층만 산책하던 곳으로, 울타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두 남녀는 잠시 거닐다가 비어 있는 벤취를 찾아갔다.
   같은 슬픔이라도 젊은 사람과 나이가 지긋한 사람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즉 젊은 사람의 슬픔을 남이 나눠 가지면 그만큼 줄어든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의 슬프은 아무리 남에게 나누어 주어도 그대로 있는 법이다.
 「저한테는 약혼자가 있었어요.」
  콘웨이양은 한 시간쯤 지나서 속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올 봄에 결혼할 작정이었어요. 제가 선생님을 흥분시키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그렇게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그분은 백작이에요. 이탈리아에 땅과 성(城)을 갖고 있어요. 이름은 페르난도·마지니라고 불러요. 저는 그에게서 고귀한 기품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저의 아버지께서는 우리 결혼을 반대했어요. 그래 우리는 함께 집을 뛰쳐나왔어요. 그래 아버지는 우리를 데려갔어요. 저는 아버지와 페르난도 사이에 격투라도 벌어지지 않나 했어요. 아버지는 프킵시라는 곳에서 마차 대부업을 하고 계셔요. 그런데 결국 아버님 편에서 수그러져서 결혼을 하락해주시고 올봄에 식을 올려도 좋다고 했어요. 페르난도는 작위와 재산에 대한 증거서류를 아버님한테 보여그리고 나서, 우리를 위해 성관(城館)을 수리하러 이탈리아로 떠났어요. 그이가 저한테 경혼식에 입을 옷 값으로 몇 천달라를 주려고 하자 아버님께서는 그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아버님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분이거든요. 심지어 약혼반지 선물까지도 그이한테 받지 못하게 했어요. 사흘전에 이탈리아에서 온 편지를 프킵시에서 다시 이곳으로 보내왔는데, 그이가 곤돌라(배)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거야요. 그래서 제가 상복을 입고 있는 거예요. 도노반씨 제 마음은 그이와 함께 영원히 그의 무덤 속에 매장되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친구가 없어요. 그렇지만 아무에게도 도저히 흥미를 느낄 수 없어요. 제가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야 되겠어요. 그리고 선생님을 좋아하여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친구들을 멀리하게 해서도 안되고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하숙으로 돌아가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숙녀 여러분, 당신들이 단도직임으로 사랑을 호소하는 젊은 남성의 마음을 자극하고 싶으면 그에게 자기 마음은 어떤 다른 남성의 무덤 속에 가 있노라고 말하시오. 젊은 남성이란 무덤을 곧잘 들쳐내는 도둑놈의 심보를 갖고 있으니까요. 어느 과부한테라도 물어보시오. 검은 중국 비단 옷을 몸에 걸치고 울고 있는 천사들의 꺼져가는 관능 회복시키려면 무슨 일이고 일어나야 하는 법이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죽어 버린 남성들은 어느모로 보나 가장 가엾은 조재라오.

  「죄송합니다.」
   도노반씨는 점잖게 말하였다.
  「아직은 하숙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곳의 친구가 한사람도 없다는 말은 아예 입밖에 내지 말아 주시오. 콘웨이양, 미안하지만 나를 친구로 믿어 주실 수 없을까요?」
  「여기 제 목걸이 속에 그 분의 사진이 들어 있어요.」
   콘웨이양은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나서 말하였다.
  「그분의 사진은 아무에게도 보인일이 없어요. 그렇지만 선생님 한테는 보여 드리지요. 제가 선생님은 참된 친구가 되어 주시리라고 믿으니까요.」

  도노반씨는 그녀가 자기에게 내민 로케트 속의 사진을 한참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마지니 백작의 얼굴은 매우 흥미있었다. 온유하고 이성적이고 명랑할 뿐더러 미남같기도 하였다. 요컨대 친구들 사이에서 충분히 지도자가 될 만한 늠름하고 쾌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 방에 걸린 사진틀에 큰 사진이 들어 있어요.」
하고 콘웨이양은 말을 이었다.
  「하숙에 가면 보여 드리죠. 이 사진들이 페르난도를 다시 회상케 하는 자료의 전부예요. 그렇지만 그분은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실 거예요. 정말예요.」

  도노반씨는 묘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즉 콘웨이양의 마음속에서, 불행한 백작의 이미지를 지워 버리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그런 결심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그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큰 짐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동정을 하면서 즐거운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그가 하려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일을 멋지게 해치웠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두 접시를 사이에 놓고 반 시간쯤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우고 있었다.
  그러나 콘웨이양의 잿빛 둥근 눈에는 아직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날밤에 하숙집 홀에서 서로 헤어지기 전에 그녀는 2층에 올라가 희 명주 보자기로 단정하게 싼 사진틀 하나를 갖고 내려왔다. 도노반씨는 좀 당황한 눈초리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이가 이탈라이로 떠나시는 날 밤에 이 사진을 제한테 주셨어요」
하고 콘웨이양이 말하였다.
「로케트의 것은 이 사진을 축호한 거예요.」
「신수가 좋은 분이군요.」
하고 도노반씨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였다.
「콘웨이양, 어떻습니까? 오는 공일날 오후에 코니우원지로 모시고 가고 싶은데 응해 주시렵니까?」

  그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이들이 스코트부인을 위시하여 그밖에 하숙인들에게 자기네 약혼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콘웨이양은 여전히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약혼을 알린 지 한 주일 후에 상가에 있는 공원의 한 벤취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나부끼는 나뭇잎이 달빛 속에 희미하게 비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노반씨는 종일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날 밤에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덤덤하였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의문을 더 참아 넘길 수가 없었다.
  「여보, 웬일이에요? 오늘 밤에 그토록 뚱하고 계시니 말예요.」
  「아무것도 아니오.」
  「다 알고 있어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당신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무슨 곡절이 있지요?」
  「뭐 대수로운 일이 아니래두 그래.」
  「그러세요? 전 알고 싶어요. 당신 분명히 딴 계집을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좋아요. 그 여자가 좋으면 만나러 가세요. 왜 안가시는 거예요? 이팔을 치우세요.」
  「그럼 말하지오.」
하고 도노반씨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거요. 당신<아이크 살리반>에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오? 모두들 <빅마이크 살리반>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전 들어 보지 못했어요.」
하고 콘웨이양은 말하였다.
  「그분이 당신을 이처럼 우울하게 반드셨나요? 그러시다면 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분이 어떤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뉴욕에서 으뜸가는 거물이지요.」
하고 도노반씨는 자못 미안한 듯이 말하였다.
  「그분은 민주당의 햄메니와 같이, 정치계에서나 그 밖의 다른데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오. 키는 한 마일이나 되고 체통의 폭은 이스트강만큼이나 넓다고 할만큼 유력한 인물이라오. 만일 그에 대하여 반항하는 사람은 1,2초 안팎에 백만명으로 헤아리는 사람들로부터 멱살을 잡일 것이오. 그분이 잠시나마 고국에 돌아가게 되면 그곳의 임금들은 마치 토끼처럼 쩔쩔맨다오. 그 마이크가 바로 내친구란 말이오. 권세로 말하면 나는 미미한 존재이지만, 그는 하찮은 사람에게도 친절히 대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도 거물을 대하듯 하지요. 오늘 바우어리에서 그분을 만났어요.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해 주었는지 알아요. 내게 찾아와 악수를 해 주었단 말이오. 그리고 나서 그분은 말하였오. <도노반씨, 나는 당신에 대한 일을 지켜보고 있오. 당신은 이웃에 대하여 좋은 일 많이 해왔오. 나는 당신이 부럽소. 뭘 좀 드시지?>하고 말하지 않겠오. 그분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는 하이볼을 한잔 마셨지요. 내가 두주일 후에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은 청접장을 보내 주면 잊지 않고 있다가 결혼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그분은 자기가 말한 것을 언제나 지키는 사람이오. 콘웨이, 당신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지 모르지만, 내 손 하나를 잘라버리는 하이 있더라도 결혼식에 그분을 꼭 참석시키고 싶소. 내평생을 통해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 올테니까. 그분이 결혼식에 참석해 주기만 하면 으례 그 부부는 일생을 행복하게 살아간다지 뭐요. 그런데 오늘밤에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빅마이크 때문이오.」
  「그러시다면 왜 그분을 청하시지 않아요? 그분이 그렇게 훌륭하시다면서……」
하고 콘웨이는 가볍게 항의하였다.
  「청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요.」
하고 도노반은 유감스러운 듯이 말하였다.
  「그분이 참석해서는 안되는 까닭이 있지요……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당신에게 말할 수 없으니 더는 붇지 말아요.」
  「그럼 좋아요!」
하고 콘웨이는 말하였다.
  「그건 물론 정치에 관한 문제겠지요.……그러나 당신이 저한테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거예요.」
  「콘웨이!」
이윽고 도노반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마지니 백작을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생각하오?」
   그는 한동안 대답을 기다렸으나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갑자기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면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그의 팔을 꽉 붙잡고 검은 중국 비단옷을 적시도록 흐느껴 울었다.
  「나 봐,  나 봐, 나보라니까!」
  그는 자기의 걱정을 젖혀 놓고 그녀를 달래었다.
  「그런데 왜 그래.」
  「도노반!」
하고 그녀는 울면서 말하였다.
  「저는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러니 이일을 어쩌면 좋아요. 이제 당신은 저와 결혼을 하지 않을테고 또 사랑해 주지도 않으실 테지요. 그렇지만 저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노반! 백작에 대한 이야기는 터무늬없는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다른 여자들은 저마다 애인이 있어 그이야기를 신나게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애인이 더욱 훌륭하게 되나보죠. 그래 저는 디피점에 가서 저 사진을 사다가 저의 로케트 목걸이용으로 조그많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백작에 대한 얘기며 그가 죽었다는 얘기들을 꾸미서 들려주고는 검은 상복을 입었지요. 그런데 이런 거짓말쟁이를 누가 사랑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저를 버리실 테지요. 도노반씨, 저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에요. 저는 당신밖에 사랑한 사람이 없어요――당신이 저의 전부예요.」
  그런데 그녀는 뿌리침을 받기는커녕 도노반의 팔이 자기를 더 바싹 끌어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명랑하게 웃음을 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노반씨, 저를……용서해 주시겠어요?」
  「암, 용서하구 말구.」
하고 도노반은 말하였다.
  「이제 백작 이야기는 그만뒤요. 콘웨이, 당신 입으로 모든 걸 밝혀 주었오. 나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당신이 말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오. 나의 아까씨!」
   콘웨이양은 자기가 용서를 받은 줄 확인하자 눈웃음을 띄며
  「도노반씨!」
하고 말하였다.
  「백작에 대한 이야기를 다 곧이들었어요?」
  「곧이듣지는 않았지……」
   도노반은 담배갑을 더듬으며 말하였다. 
  「당신의 로케트 목걸이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은 바로 빅 마이크 살리반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