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人 製造法

O.HENRY     

 

   뭐니뭐니 하여도 래글즈는 시인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방랑객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철학자요, 예술가요, 여행가요, 박물학자요, 그리고 탐험가임을 통틀어 부르는 하나의 대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시를 즐기며 살아온 사람이다. 만일 그가 시를썼다면 그의 방랑은 훌륭한 풍자시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어쨋든 나는 그가 시인이라는 것을 우선 말해 두고자 한다. 래글즈가 그의 전문지식을 종이에 표현하였다면 그것은 도시에 대한 소테트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도시를 연구하였다. 마치 여자들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대하여 궁리해 보는 것처럼, 또 아이들이 부서진 인형의 아교와 톱밥을 연구하는 것처럼, 그리고 흡사 사나운 짐승에 대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동물을 가두어 놓은 우리속을 잘 살펴보는 것처럼, 그가 생각하고 있는 도시는, 단지 벽돌과 희를 반죽하여서 올린 건물 속에 일정한 수의 인간이 살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도시는 각자 독특한 연혼을 지니고 있는 어떤 생물체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독특한 본질과 성격과 감정을 지닌 개성이 뚜렷한 생명체인 것이다. 래글즈는 시적인 정열을 갖고 동서남북으로 각각 2천 마일씩이나, 그 안에 있는 도시들을 가슴에 안은 채 방랑생활을 하였다. 그는 먼지나는 길을 걸어가거나, 화물차에 흔들리며 전속력을 내어 달리거나, 시간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한 도시의 정수(精髓)를 찾아내어 그 은밀한 고백을 들은 다음에는 다른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났던 것이다. 그러나 변덕장이 래글즈는 아마도 그의 비평적인 상상력을 흡수 할만한 능력이 있는 도시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옛 시인들에게서, 도시가 여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 시인 래글즈에게는 그러 하였다. 그는 자기가 청혼한 각 도시를 상징할 수 있으며, 또한 대표할 수 있는 구체적이 면서도 분명한 이미지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돌아다년던 것이다.

   시카고는 어쩐지 옷깃을 장식하고 패출리 향수 냄새를 풍기는 파아팅턴부인을 연상케 하였다. 그녀는 커다란 아름다운 목소리로 앞날의 약속을 노래하여 그의 휴식을 훼방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래글즈는, 소름끼치는 정감과 더불어 감자 사라다와 생선 냄새 속에서 이상(理想)이 꿈결처럼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곤 하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시카고는 말하자면 이러한 영향을 그에게 주었다. 나의 표현이 약간 모호하고 정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래글즈의 탓이다. 그는 잡지 같은데 자기의 감정을 표현한 시를 몇 편 발표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핏츠버그는 오델로의 연극이 인상적이었다. 그것도 독스타데 음유시인(吟遊詩人)들이 정저장에서 러시아 말로 연출하는 것 말이다. 핏츠버그는 마음이 너그러운 귀족부인과 같았다. 귀족이긴 하지만 순박하고 인정이 많은 여자――다시 말하면 부끄럽을 잘 타고, 얼굴에 곧잘 홍조를 띄며 비단 옷을 걸친 채 염소 가죽 슬리퍼를 신고 접시를 닥는 그러한 여자 말이다. 그녀는 래글즈로 하여금 활활 불길이 타오르는 화로 앞에 앉아서 자기가 갖고 온 돼지 뒷다리와 볶은 감자를 안주로 해서 샴페인을 마시게 하는 것이었다.

   뉴올리언즈는 다만 발코니에서 그를 내려다볼 따름이었다. 그는 명상을 하는 듯한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보았을 뿐이며, 그녀가 부채질을 하고 있음을 느낄 따름이었다. 그는 오직 한번 그녀와 마주앉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새벽녘이었다. 그녀는 물 한 통을 들고 거리의 붉은 벽돌을 씻고 있었다.  한번 씻고 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래글즈의 구두에 얼음처럼 찬물을 끼얹어 주었다. 저리 가거라!

   보스톤은 유난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시인 래글즈앞에 나타났다. 그는 마치 싸늘한 차라도 마신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스톤시는 그에게 아무튼 굉장한 정신적인 노력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의 이마를 싸늘한 흰 헝겁으로 동여맨 것처럼.
   결국 그는 생계를 위해 눈(雪)을 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헝갚은 젖어서 동여맨 매듭이 조여들어 풀어 버릴  수 없게 되었다.

   독자들은 모호하여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생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은 비난하기를 좀 그치고 감사할 생각도 해보라. 왜야하면 이것들은 모두가 시인의 환상이므로 그대들은 시 속에서 이러한 도시에 간 것으로 상상하라!

   어느날 래글즈는 대도시인 뉴욕의 중심지 맨해턴에 이르렀다. 그녀는 어느 도시보다도 비대하였다. 래글즈는 많은 음계(音階)가운데 그녀가 차지한 음을 알고 싶었다. 그녀를 감상하고 가치를 따지고 분류를 하고, 해명을 하여 레텔을 붙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각 그 남모를 특성을 털어놓은 다른 도시들과 정리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여기서 그에 대한 설명을 보류하고, 다만 그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하자.

  그느 어느날 아침에 나룻배에서 내려 방랑객으로서 지친 기분으로, 시가지 도심지에 접어 들었다. 그의 의복은<본색이 드러나지 않는 자>로 행세를 하게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어느 나라도, 씨족도, 당파도, 협회도, 가문도 또는 크리켓트협회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그의 옷은 키가 다른 여러 사람들로부터 한 조각씩 모은 천으로 되어 있었다. 같은 것이 있다면 품 정도였다. 그러나 그 옷은 그에게 잘 어울렸다.  대륙을 횡단한 열차에 슈트케이스와 멜빵과 명주 수건과 그리고 진주 단추까지 끼어서 부쳐오는 맞춤 양복과 다름 없었다. 그는 돈은 없어도――시인에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은하수의 별무리 가운데서 새로운 별을 찾아내는 천문학자의 정열로, 또는 자기 만년필에서 갑지가 잉크가 흘러넘치는 듯한 기분으로 이 대도시를 헤매였다.

  그는 오후 늦게 말 못할 두려움에 쌓인채 혼잡과 아우성에서 벗어났다. 그는 실망하였다. 또 그는 어리둥절하였다. 이를테면 실패한 셈이다. 그리하여 겁이 났다. 다른 도시들은 이를테면 초보의 독본을 읽는 겨이었다. 그리하여 금방 본심을 알아 낼 수 있는 시골 처녀와 같았다. 혹은 현상문제를 푸는 격이었다. 또 식욕을 북독아주기 위해 굴을 삼키는 격이었다. 그렇지만 말이다. 리본이나 살 수 있는 봉급을 쇼윈도 밖에서 호주머니 속에 든 땀에 젖은 손가락으로 매만지는 사나이의 눈에 뜨이는 네 카라트짜리 다이어몬드처럼 차고 눈부시고 깨긋하고 결코 손에 넣을 수는 없는 것이 여기 있는 것이다.

  그는 다른 도시들이 자기를 맞아준 태도를 잘알고 있었다. 거기에는 소박한 친절을 찾아볼 수 있었다.  형편대로 도와주는 인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악의 없는 욕지거리며, 법석대는 호기심, 또한 간단히 믿어 버리거나 무관심한 것이 바로 그 태도였다.

  그런데 맨해턴이 있는 이 도시는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뉴욕이란 고장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물처럼 그를 자나쳐 거리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낳았다. 말을 건네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차라리 거므틱틱한 핏츠버그의 손이 자기 어깨를 두드려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위협을 느끼기는 하지만 시카고가 다정스러운 말을 그에게 속삭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어수룩하다고 생색을 잘 내는 보스톤 사람들의 눈길도 아쉬웠다. 사람을 별안간 잘 걷어차기는 하지만 별로 악의를 찾아볼 수 없는 루우스빌이나 샌트루이즈의 장화끝이 오히려 그리웠다.

   래글즈는 부로드웨이에서 시골뜨기 젊은이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다른 많은 도시에 청혼을 하였지만 언제나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고장에서 생전 처음으로 무시를 당하고 수치를 맛보게 되었다. 그는 호화롭고 변화무쌍하며 얼음처럼 차디찬 이도시를 어떤 공식에 맟누려고 하였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시인이었지만 생생한 비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무엇에 비교가 되지 않는 닦일대로 닦인 빈틈없는 도시였다. 손쉽게 그리고 때로는 멸시하면서 다루던 다른 도시와는 달라서, 이 뉴욕에서는 그 모습과 구조를 알 수 있는 손잡이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건물들은 총 쏠 구멍이 나 있는 끝없는 성벽과 같았다. 시민들은 훌륭하게 보였지만, 한편 어딘가 모르게 불길하고 멋대로 옷을 걸치고 다니는, 핏기없는 유령처럼 보였다.

  래글즈의 마음을 가장 무섭게하고 그의 시적 상상력을 훼방하는 것은 시민들 속에 에고이즘이 구석구석 가득차 있는 것이었다. 마치 강물에 장남감이 숨겨 있는 것처럼, 모든 시민들이 거만하기 짝이 없는 괴물로 보였다. 따라서 그들에겐 인간미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돌덩이에 와니스 칠을 한 우상이라고나 할까. 자기자신을 숭배하고 동료들이 숭배해 줄 것까지 원하다가 그것도 곧 잊어 버리고 마는 우상들――잔인성으로 하여 얼어붙어 무감각하게 똑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우상들 말이다. 그들은 기적적으로 움직이게 된 조각품처럼 제멋대로 바삐 서둘고 있었다. 영혼이나 감정 같은 것은 싸늘한 대리석 속에 쳐박혀 있을 따름이었다.

  래글즈는 차츰 어떤 타입의 인간들을 의식하게 되었다. 한 타입은 눈같이 희고 짧은 턱수염을 갖고 주름살이 없는 혈색이 좋은 얼굴에, 돌처럼 모가 나는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시의 부귀와 영화, 그리고 차디찬 무관심을 대표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른 한 타입은 키가 후리후리하고 얼굴이 아름다우며 강철로 만든 조각처럼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여신처럼 조용하며 옛날의 공주와 같은 화려한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빙하에 반사되는 햇빛처럼 싸늘하였다. 또한 타입은 허수아비로 된 도시의 한 부산물로서 곧잘 큰 소리를 치는가 하면, 엄숙하고 협박하는 듯이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 자들이었다. 그의 턱은 추수를 마친 밀밭처럼 넓직해 보이고 살결은 세례를 받은 소년처럼 희었으며, 손마디는 권투선수의 그것처럼 굵었다. 이 친구들은 담배선전 간판에 기대어 멸시에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시인이란 언제나 감각이 예리한 동물이다. 래글즈는 종잡을 수 없는 한 도시의 황량한 품에서 곧 위축되고 말았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싸늘한 도시의 아이러니칼하고, 수수께끼 같고, 부자연스럽고 차디찬 얼굴에 기가 껵여 당황하였던 것이다. 도대체 이도시는 심장을 갖고 있는가. 마치 살얼음판을 밟고 자나가는 것 같은 매정스러운 이도시에 비하면 차라리 뒷문에서 이마를 찌푸리고 퍼붓는 아낙네들의 욕설이나, 세금 없는 시골 음식점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종업원들의 투정이나, 또 시골 순경들의 악의 없는 호통이 낫지 않은가. 그리고 다른 도시――비록 속되고 시끄럽고 조잡하기는 하지만――에서 발길에 차이거나 잡혀들어 가거나 혹은 우연히 얻어걸린 행운을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래글즈는 용기를 내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그의 존재에 대하여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이 맨해턴이 있는 도시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무정하기 짝이 없고 연혼을 갖고 있지 않으며, 시민들은 줄과 스프링으로 움직이는 마네킹에 불과하다고. 그 거친  허허벌판에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다.

  그는 길을 건너갔다. 그때였다. 별안간 폭풍이 닥치는 듯 싶더니, 아우성 소리와 함께 충돌할 때 일어나는 쾅 소리가 나자, 그는 있던 자리에서 대여섯 간이나 나가 떨어졌다. 그가 마치 불꽃 로케트의 방향을 잡는 것처럼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을 때, 이 도시는 꽝하고 한 대 맞은 격이 되었다. 그는 눈을 떳다. 어떤 향기가 코에 들어왔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봄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향기 같았다. 이어서 땅에 떨어져 내리는 꽃잎 같은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이마를 짚고 있었으며, 그의 머리 위에는 옛날의 공주와 같은 옷차람을 한 여인이 허리를 굽혀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푸른 눈은 인간다운 동정심으로 하여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또한 그의 머리 밑에는 비단과 털로 된 옷이 받쳐져 있었다. 그리고 뉴욕시의 부귀와 영화의 상징인 늙은 신사가 그의 모자를 집어 들고 서 있었다. 그 차들은  분수 없이 몬다고 격한 어조로 일장의 비난 영설을 했기 때문에 얼굴이 유난히 붉어 있었다. 옆에 있는 카페에서 두툼한 턱과 어린아이 같은 살갗을 한 사람이 잔에 포도주를 가득 부어 가지고 달려 왔다. 술을 보니 무슨 좋은 수라도 있을 것 같았다.

   「이걸 마시오!」
   그는 술잔을 래글즈의 입술에 갖다 대고 말하였다.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이었다. 순경들이 으시대며 둘러싼 사람 들 속에 들어와 이 남아 돌아가는 사마리아인들을 물러가게 하였다. 검은 쇼올을 두른 한 노파가 장뇌(樟腦)를 거져오라고 외쳤다. 신문배달을 하는 어떤 소년이 흙탕물이 흥건한 한길 위에 누워 있는 래글즈의 팔밑에 신문을 한 장끼워 놓았다. 그리고 어떤 쾌활한 청년이 수첩을 꺼내 들고 그의 이름을 불었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자 고급차가 군중들 사이로 뚫고 들어왔다. 침착한 외과의사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환자를 돌보았다.

   「영감! 좀 어떠세요!」
    의사는 허리를 굽혀 익숙하게 손을 놀리며 물었다. 비단을 감은 공주님이 향수를 담뿍 뿌린 거미줄 같은 장갑으로 래글즈의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 내었다.
   「저 말씀예요?」
    래글즈는 천사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괜찮습니다.」
    그는 드디어 새 도시의 정체를 찾아낸 것이다.
    그는 사흘 후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의 병실로 옯겨가게 되었다. 이병실에 옮긴지 한시간쯤 지나 격투가 벌어졌다. 래글즈가 친구 환자를 때려눞혔던 것이다. 추럭에 충돌하여 부상을 입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환자였다.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
하고 수습 간호원이 따졌다.
  「저녀석이 내 도시를 모욕하지 뭐예요.」
래글즈가 대답하였다.
  「내 도시라뇨?」
하고 간호부가 물었다.
  「뉴욕 말이오.」
래글즈가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