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莊

Maupassant   

   알프스 산맥의 높은 지대에는, 작은 목조 여관들이 흰 눈에 덮인 봉우리들을 깎아 놓은 바위 투성이의 헐벗은 협곡의 빙산(氷山)아래에 많이 세워지고 있는데, 이 여관들과 마찬가지로, 슈바렌바하의 산장(山壯)은 제미의 통로를 따라 오가는 손님들에게 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산장은 1년에 6개월 동안 쟝·오제의 가족이 살면서 개업을 하고 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골짜기를 메우고, 로에쉬 마을로 내려가기 어렵게 되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딸과 세아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가고, 집은 늙은 안내인 가스파르 아리와 젊은 아내인 울리히 쿤시와 그리고 삼이라는 산개(山犬)가 지키도록 하였다.

 두 사람의 남자와 개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란 오직 반짝이는 봉우리에 에워싸인 바름호른의 넓고 흰 경사(傾斜)뿐인 눈으로 덮인 감옥 속에서 봄이 돌아올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이었다. 눈은 주위에 쌓여서 작은 산장을 에워싸고, 날로 짓누르면서 지붕 위에 쌓이고 창을 넘고 문을 막아 버리면, 그들은 자연히 갇히고 막히고, 파묻히게 마련이었다.
  겨울이 가까워짐에 따라서, 내려가는 길이 험하게 되므로, 오제 일가(一家)는 로에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세 마리 노새는 옷가지와 짐을 싣고 세 아들에게 이끌려 먼저 떠났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 잔느·오제와 딸 루이즈가 네 번째 노새를 타고 이제 막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두 사람의 산직이를 데리고 뛰를 따르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의 산직이는 그 가족들을 내림길의 봉우리까지 배웅해 주어야 했었다.

   일행은 먼저 조그마한 호수를 끼고 돌았다. 산장 앞에까지 뻗은 커다란 바위구멍의 밑바닥이 이제 얼어붙었다. 다음에는 이들 일행은 홋이불을 펴놓은 것 같은 깨끗한 골짜기를 지나갔다. 양편으로는 눈에 뒤덮인 봉우리들이 높이 치솟아 있었다.
  태양은 이 반짝이는 벌판 위에 쨍쨍 내려쪼이고, 싸늘하고 눈부신 불꽃으로 온통 비치고 있었다. 이 끝없는 산속에는 생물이라고는 하나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이 무한한 고독을 뒤 흔드는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며, 이 깊은 고요를 뒤흔드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키가 늘씬하고 다라가 긴 스위스의 젊은 안내인 우리히·쿤시는 두 여인을 태우고 가는 노새를 쫒아가기 위해, 아버지 오제와 가스파르· 아리를 점점 뒤에 남겨놓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녀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글픈 눈으로 그를 부르는 듯 하였다. 그녀는 금발 머리의 시골 아가씨이며 젖빛 뺨과 은빛이 도는 머리칼은 빙하에 묻혀 오랫동안 살아온 탓으로 빛이 바랜 듯이 보였다.

  그는 그녀가 타고 가는 노새를 따라가자, 그 노새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 걸음을 늦추었다. 어머니 오제는 그에게 겨울 동안에 할 일을 소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고산지대에 머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늙은 아리는 이미 열네 해 겨울을 눈속에 파묻힌 슈바른바하 산장에서 보내었다.
 울리히·쿤시는 그 이야기를 건성으로 흘려 버리며 줄곧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때때로 <네, 오제마님!>하고 대꾸를 하였지만, 생각은 다른데 있는 듯 하였으며, 침착한 그의 얼굴은 무표정할 뿐이었다.

  일행은 골짜기 아래, 긴 수면이 평평하게 얼어붙은 도브호수에 이르렀다. 오른쪽 도벤호른 봉우리는 빌트 스트루벨에서 내려다보이는 뢰매른 빙하의 커다란 퇴석(堆石)들 옆에 우뚝 서 있는 검은 바위를 들어내고 있었다.
 일행이 뢰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트이는 제미협곡에 가까이 왔을 때, 별안간 발레의 알프스의 광막한 지평선이 그들 앞에 전개되고, 론느의 길고 넓은 계곡이 그 알프스를 둘로 갈라놓는 것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낮고 높은 올망졸망 한 무더기의 흰 상봉우리로, 햇빛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두 개의 뿔이 달린 미샤벨산, 육중한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비세호른, 그 우람한 브르네그호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피라밑 모양의 세르뱅과 괴물같이 요염한 교태를 지닌 당·브랑쉬가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커다란 구멍 속 같은 깊은 골짜기 밑에 뢰쉬 마을이 보였다. 제이협곡이 끝나고 저리 혼느강 쪽으로 툭 트인 커다란 틈바구니로 내다보이는 뢰쉬 마을의 집들은 마치 흩어진 모래알들처럼 보였다.

 노새는 산길 가장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길은 오른쪽 산을 끼고 끊임없이 구부려져 참으로 장관이었다. 발밑을 바라보니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조그마한 마을들이 가물거렸다.
  여인들은 눈 위에 뛰어내렸다. 두 늙은이들은 그녀를 뛰따라 왔다.
「그럼 잘들 있어. 용기를 앓지 말고 내년 봄까지.」
 하고 아버지 오제가 말하였다.
「그러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하고 아리 영감이 말을 받았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이번에는 오제 부인이 두 볼을 내밀었다. 어린 소녀들도 똑같이 하였다. 다음에는 울리히·쿤시 차례가 되었다. 그는 루이즈의 귀에 속삭였다.
「산꼳대기에 남은 자희들을 잊지 마세요.」
 소녀가 대답하였다.
「암요.」
 소녀는 너무나 낮은 소리로 대답하였기 때문에, 그는 알아들었다기 보다는 집작으로 그렇게 여겼을 뿐이다.
「그럼 몸 조심하고 잘들 있게.」
 쟝·오제는 다시 당부하고 여자들 앞을 지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그들은 첫 번째 모퉁이를 돌아 멀리 사라졌다. 그리고 이 두 사나이들은 슈바렌바하의 산장을 향해 돌아갔다. 앞으로 4,5개월 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가스파르·아리는 지난 겨울을 보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샐·카노리라는 사람과 지냈는데, 메셀은 너무 늙어서 금년에는 다시 미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오랜 고독 속에서 부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날부터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깨끗이 체념한채, 무슨 오락과 노름 따위의 소일거리를 궁리해냈던 것이다.

 울리히·쿤시는 문을 아래로 깔고 마음속으로 제미 골짜기를 지나 마을로 내려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윽고 눈에 보일 듯 말듯한 작은 산장이 멀리 멀리 나타났다.어지나 작은지, 엄청남 눈보라에 찍힌 쌔까만 점처럼 보였다.
  문을 열자, 털이 곱실솝실한 삼(개 이름)이 그들의 주위를 껑충껑충 뛰놀리 시작하였다.
  늙은 가스파르가 말 하였다.
「여보게, 이제 여자는 어무도 없으니 우리 손으로 식사 준비를 해야 하네. 자네는 감자를 까게.」
 두 사나이는 나무 걸상에 낮아서 빵에 수우프를 치기 시작하였다.
 이튿날 아침나절은 울리히·쿤시에게는 무척 길어 보였다. 그가 창너머로 맞은편 눈에 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어리 영감은 벽난로 곁에서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고 있었다.

  울리히는 오후에 집을 나와 어제 걸어온 길을 다시 더듬으면서 두 여인을 싣고 간 노새의 발자국을 찾고 있었다. 그는 제미 골짜기의 좁은 길에 이르자 절벽 가에 엎드려 뢰쉬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바위로 에워싼 구멍처럼 보이는 그 마을은 아직 눈에 파묻히지 않고 있었다. 눈이 마을 어귀까지 이르렀으나 그 일때를 보호하고 있는 전나무 숲에 가로막혀 있었다. 위에서 보기에는 모두가 납작한 집들이라, 마치 목장 속의 보도같이 보였다.
  오제씨의 그 작은 딸도 지금쯤 저 회색 집들 가운데 어느 곳에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일까? 그가 하나하나의 집들을 구별하기에는 너무 만 거리에 있었다. 그는 얼마나 그 집을 찾아가고 싶었을까?

 그는 태양이 빌트스트루벨의 높은 봉우리 뒤로 사라져 버린 후에야 산장으로 동아왔다. 아리 영감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동료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 그는 카아드놀이를 한판하지고 하였다. 그들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두 사나이는 한동안 브리스크라는 간단한 노름을 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말고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눈은 내리지 않았다. 가스파르 영감은 오후가 되면 이 얼어붙은 산꼭대가까지 때때로 날아오는 독수리들과 진귀한 새들과 시간을 보내었다. 울리히는 날마다 어김없이 제미의 골짜기까지 와서 마을을 내려다 보곤 하였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함게 카아드놀이, 골패, 도미노노름 등을 하며 판을 좀더 흥미롭게 하기 위해 사소한 물건을 걸고,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느날 아침이었다. 먼저 일어난 아리 영감이 동료를 불렀다. 희 거품처럼 가볍고 커다란 구름장이 소리없이 서서히 움직이며 그들의 머리 위로 몰려들어, 점점 어둡고 짙은 눈보라로 드들을 뒤덮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흘 동안 계속되었다. 이들은 문과 창문을 터서 통로를 뚫고, 층계를 만들어야 했다.열두 시간 동안이나 얼어붙어 화강암의 회석보다 더 단단해진 눈위에 나서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럴때면 두 사람은 거의 집밖에 나가지 않고 마치 죄수와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날마다해야 할 일들을 나누어 맡았다. 울리히·쿤시는 청소와 빨래, 그리고 집 주위를 돌아보며 치우는 일을 맡았다. 장작을 패는 것도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아리 영감은 요리를 하고 불을 때는 일을 맡았다. 이 구칙적이고 지루한 일들은 카아드나 골패 놀이에 열중하다 보면, 가끔 중단되기도 하였다. 두사람은  다 조용하고 온순 하였음으로, 말다툼을 하거나 초조감에 싸이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산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스파르 영감은 가끔 총을 들고 노루 사냥을 나갔다. 때때로 잡아오기도 하였다. 그럴때면 슈바랜바하의 산장에는 잔치가 베풀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싱싱한 고기의 향연이었다.
  어느날 아침에도 그는 역시 해가 뜨지 않았는데, 그는 빌트스투벨 부근에서 짐승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남은 울리히는 열 시까지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는 본래 잠꾸러기였다. 그런데 언제나 그 늙은 안내인이 아침 일찍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바람에 마음껏 잘 수 없었다.

  그는 삼(개 이름)과 함께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였다. 삼도 역시 날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난로 앞에서 잠을 자는 것이 일과였다. 그는 별안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 고독이 무섭기까지 하였으며, 하루하루의 일과가 되다싶이 한 카아드놀이를 하고 싶었다. 그것은 마치 어쩔 수 없는 습관적인 욕망과 같았다. 그리고 그는 네 시에 돌아오기로 한 동료의 마중을 나갔다.

 눈은 그 깊은 산골짜기를 온통 뒤덮어 평평하게 하였다. 갈라진 빙하의 틈바구니도 메워 버리고 두 호수도 지워 버렸으며, 커다란 바위들도 묻어 버렸다. 커다란 산봉우리 사이는 모두가 한결같이 눈이 부시고 얼어붙은 하나의 커다란 희 통처럼 되어버렸다.
  을리히는 지난3주일 동안, 그가 언제나 마을을 내려다보던 그 벼랑에 내려가 보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빌트스트루벨에 이르는 경사를 기어오르기 전에 먼저 거기 가보고 싶었다. 지금은 뢰쉬 마을도 눈속에 덮여 있었다. 집들은 하얀 외투에 덮여 그 모습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 뢰메른 빙하에 다달았다. 그는 돌같이 굳은 눈위를 쇠를 댄 지팡이로 두드리며 산골 사람들처럼 길게 걸음을 떼어 놓으며 그 날카로운 눈동자로, 멀리 내프킨처럼 엄청나게 펼쳐진 눈 덮인 허허벌판 위에서 움직이는 조그마한 검은 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빙하 어귀에 이르러 발길을 멈추고, 그 여감이 이길을 잘 지나갔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불안한 빠른 걸음으로 퇴석(堆石)의 옆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날이 저물었다. 눈은 장미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살을 에이는 듯한 건조한 바람이 수정 같은 눈위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울리히는 떨리며 길게 퍼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는 산들이 잠든 죽음 같은 고요 속으로 미끌어져 갔다. 새 울음소리가 바다의 파도 위에 퍼지듯이, 그 소리는 얼어붙은 눈덩이의 거대한 파도 위를 스쳐 자취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발길을 옮겨놓는 것이었다. 태양은 황혼이 붉게 물든 산봉우리 뒤로 떨어지고, 깊은 골짜기는 잿빛으로 변하였다. 그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고요와 추위와 외로움과, 또한 이겨울 산들의 죽음 등이 그에게 엄습하여, 그의 피를 멈추게 하고 얼어붙게 하여, 사지를 빳빳하게 함으로써 움직이지 않는 물체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집을 향해 뛰어갔다. 집을 비운 동안에 영감이 돌어와 있을 줄 알았다. 영감은 다른 길로 돌아와서 발밑에다 죽은 노루 한 마리를 놓고 난로 앞에 앉아 있을 것만 같았다.

  이윽고 산장이 보였다. 집에서는 아무런 연기도 나지 않았다. 그는 더욱 빨리 뒤어가 방문을 열었다.삼이 달려나오면서 반가이 맞이하였다. 그러나 가스파르·아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당황한 쿤시는 마치 자기 동료가 어느 한 구석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 주기를 가다리기나 하는 것처럼,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는 물을 피워 저녁을 지었다. 영감이 곧 돌아오려니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주밖에 나가 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었다. 희끄무레한 산장의 밤이었다. 젊은이는 집에 들어와 손발을 녹이면서 있을 수 있는 불상사를 이것 저것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가스파른는 필경 다리 하나가 부러졌거나, 어떤 구멍에 빠졌거나, 혹은 발을 헛디디어 발목을 뻐었거나 했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눈위에 쓰러져 추위에 떨다가, 고생속에 정신을 잃고 이 밤에 살려달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어디서 외치고 있을까? 산이 너무 넓고 사납고 위태로우니, 아마도 그 무한한 공간에서 사람 하나를 찾으려면 열 사람 혹은 수무 사람의 안내인이 사방을 한 주일 동안 해매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가스파르·아리가 자정에서 새벽 한 시 사이에 돌아오지 않으면, 삼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모든 준비를 하였다.  배낭 속에 이틀치 양식을 넣고, 쇠갈구리도 집어넣었으며, 길고 가느다란 질긴 끈을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 쇠붙이를 박은 지팡이와 얼음 속에서 층계를 깎아 만드는데 사용하는 도끼도 이모 저모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영감이 돌아 오기를 기다렸다. 벽난로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깨는 불빛을 담뿍 받고 드러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벽시계는 일정한 심장의 고동처럼 똑딱렸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벽과 지붕을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몸을 떨면서 여전히기다리고 있었다. 시계가 자정을 쳤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전율과 공포를 느끼면서, 난롯부루 위에 물을 떠서 올려 놓았다. 길을 떠나기 전에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기 위해서다. 시계가 한 시를 치자, 그는 벌떡 일어나 삼을 깨워가지고 빌트스트루벨 족을 향하여 집을 나섰다. 다섯 시간 동안이나 쇠갈구리를 사용하여 바위에 기어오르고 얼름을 깎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급한 벼랑 밑에서 개를 몇 번이나 밧줄에 매어 끌어올리곤 하였다. 여섯 시쯤되어 가스파르 영감이 자주 노루 사양을 가던 한 산봉우리에 이르렀다.
  그는 거기서 날이 밝기를 가다렸다.

  하늘이 머리 위에서 훤히 밝아오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빛 줄기가 그의 주위 일대에 백여리나 펼쳐져 있는 태양과 같은 넓은 산들을 비쳐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이 흐미한 빛이 눈더미에서부터 하늘에 퍼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멀리 높다란 산봉우들이 차츰 살색 같은 부드러운 장미빛으로 물들더니, 베른느 지방 알프스의 커다란 봉우리들 뒤에서 붉은 해가 솟아 올랐다.
  울리히·쿤시는 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사냥군처럼 허리를 굽혀 발자국을 살피면서 개에게 일렀다.
「삼아, 어서 찾아 보아라.」

 그는 산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두 눈으로 낭떨어지들을 더듬어며 가끔 영감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 목소리는 길게 꼬리를 끌면서 그 무언의 광야 속으로 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혹시 무스 소리가 들려오나 하고 땅바닥에 귀를 대고 들어 보았다. 그러자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좀더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영감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절망한 나머지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정오때쯤 되어 그는 아침 식사를 하였다. 삼에게도 먹을 것을 주었다. 삼도 역시 피곤하였다. 이윽고 다시 영감을 찾기시작하였다.
  저녁 때에도 그는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그는 이미 산속을 50키로나 찾아다녔던 것이다.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눈속에 구멍을 파고 갖고온 담요를 뒤집어쓰고 깨와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인간과 짐승이 서로 몸을 맛대고 드러누워 피차의 체온으로 몸을 녹히고 있었지만, 추위는 뼈속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울리히는 거의 한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그의 머리는 온갖 공상에 시달리고, 사지가 떨려왔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날이 밝아왔다. 두 다리는 쇠뭉치처럼 빳빳하고 정신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약해졌으며, 심장은 무슨 소리 하나가 들려오는 듯하면, 벌써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질 정도로 두근거렸다.
  그는 문득 자기마저 이 외로움 속에서 열어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힘을 네게 하고 기운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는 몇 번이나 쓰러졌다가는 다시 일어나서, 다리를 져는 삼을 앞세우고 산장을 향해 내려왔다.
  그는 오후 4시경에야 슈바렌바하에 이르렀다. 산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불을 피우고 식사를 마친뒤에 아무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 앉아 있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그는 졸음을 참을 수 없어 오랫동안 잠을 잤다. 그런데 난데없이 <울리히!>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부르짓는 것 같기도 한 목소가 들려와, 깊이 잠든 그를 깨워 벌떡 일어나게 하였다.

  그는 꿈을 구었던가? 그것은 불안한 영혼의 꿈속을 지나가는 괴이한 부르짖음이었던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들려오고 있다. 그 소리는 이미 그의 귓속에 들어가서 신경이 예민해진 열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그의 살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분명히 누가 소리를 질러<울리히!>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방문을 열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가스파르예요?」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아무 중얼거림도, 아무 신음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눈빛이 히끄므레하였다.

  바람이 불어왔다. 동덩이를 부수고 이 버림받은 고지(高地)위에 아무런 생명도 남겨두지 않는, 얼음같이 매서운 바람이었다. 사막의 열풍(熱風)보다도 더 메마르고 더 무시무시한 광풍이 휘몰아쳤다. 울리히는 다시 소리높이 외쳤다.
 「가스파르!……가스파르……가스파르……」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 산위의 삼라만상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자 어떤 두려움이 그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는 단숨에 산장에 뒤어들어가 문을 잠그고 빗장을 질렀다. 의자에 걸터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동료가 운명하는 순간에 자기 이름을 부른 것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빵을 먹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가스파르·아리 영감은 땅속의 암흑보다 더 무시무시한 흰 눈이 뒤덮인 깊숙한 계속의 어느 구덩이 속에서 이틀 낮 사흘 밤 동안을 임종의 괴로움 속에서, 자기 동료를 생각하며 숨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자유를 얻은 그의 영혼은 울리히가 자고 있는 산장에 날아와 마치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산 사람을 매혹하는 그런 신비스럽고도 무서운 힘으로 그를 불렀던 것이다. 그 말없는 영혼은 잠자는 자의 억눌린 심령에 호소하여 마지막 작별을 하였던 것이다. 혹은 끝내 자기를 찾아내지 못한 사람에 대하여 비난이나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울리히는 바로 가까운 벽 뒤에서, 그가 방금 닫아 곤 방문 위에서 그 영혼이 부르짖고 있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 영혼은 마치 불빛이 환한 창문을 스쳐가며 날개를 퍼덕이는 밤새처럼 헤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넋을 잃은 젊은이는 겁에 질려 소리치려고 하였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으나 문맊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다. 그러한 용기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환영(幻影)은 그 영감의 시체를 찾아 묘지에 묻어 주지 않는 한, 밤낮으로 산장 주위를 방황하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날이 밝아왔다. 찬란한 했빛이 다시 돋아나자 쿤시는 좀 마음이 놓였다. 그는 조반 준비를 하고 개에게 국을 끓여 주고는 눈 위에 누워 있을 그 여감을 생각하면서, 괴로운 심정으로 의자에 걸터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밤이 다시금 산봉우리를 뒤덮게 되자, 새로운 공포가 그를 엄습해 왔다. 그는 희미한 촛불이 비치고 있는 컴컴한 우엌에 가 보았다. 간밤의 그 무시무시한 부르짖음이 그 울침한 바깥의 정막을 깨치며 지나가지 않나 하고 귀를 기울이며, 그는 방안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성컴성컴 걸어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 아무도 느끼지 못한 외로운 고독감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이 무한한 눈의 사막 속에서 그는 외톨이었다.

 인간이 사는 땅, 집들이 있는 곳, 웅성거리고 조잘대며, 꿈틀거리는 생명의 세계에서 2000미터나 높이 떨어진 고지(高地)에 돌려난 외톨이었다. 그 얼어붙은 하늘 위에 혼자 남아 있었다. 어디든지 그리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저 길은 구렁 속에 뛰어 들어서라도 뢰쉬 마을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방문을 열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죽은 동료의 망령이 혼자서 이 높은 곳에 남아 있기 싫어서라도, 그의 앞길을 반드시 가로막을 터이니 말이다.

 자정쯤 되자 그는 서성대기에도 지쳐 버렸다. 고뇌와 두려움에 시달린 나머지 그는 의자에 털석 주저앉아 꾸벅꾸벅 조는 것이었다. 그처럼 그는 사람들이 귀신들린 곳을 무서워하듯이 자기 침상을 무서워 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전날밤의 그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그의 귀를 찢는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너무나 날카로와, 그는 자기 앞에 다가오는 놈을 밀치려는 듯이 팔을 내미는 바람에 의자에 앉은 채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그 소리에 잠이 깬 삼은 겁에 질려 짖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위험이 어느 모퉁이에서 달려드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녔다. 방문 앞에 이르자 애써 숨을 들이마시고 냄새를 맡으면서 그 밑을 탐지하였다. 개는 문 근처에서 숨을 헐떡이며 힘차게 으르렁거리더니 털을 온통 곤두세우고 고리를 빳빳이 하고는 끙끙거리며 문 밑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었다.
 툰시는 미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로 의자를 추켜새우고 큰 소리로 외쳤다.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면 죽여 버릴  테다.」
  이렇게 위협하자 개는 더욱 흥분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적(敵), 즉 주인의 목소리가 도전하고 있는 적을 향해 마구 짖어내는 것이었다.

  삼(개)은 차차 진정되어 난로 옆에 돌아와 누었지만, 여전히 머리를 들고 희 송곳니를 들어내고, 타는듯한 눈길로 으르렁거렸다. 여전히 불안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울리히는 제정신을 차리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무서운 생각 때문에 얼빠진 사람처럼 되어, 찬장 속에서 오·드·비(生命酒)병을 꺼내어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켰다. 그리하여 정신은 몽롱해져서 용기가 솟고 불덩이 같은 열이 빗줄을 흐르고 있었다.

  이튿날에도 그는 술만 마셨을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하여 다음 며칠 동안은 취한 짐승처럼 되어 있었다. 그는 가스파르·아리의 생각만 나면, 취하여 땅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또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술에 녹초가 된 그는 사지가 마비되어 이마를 땅에 대고 죽은 듯이 자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같은 그 술기운이 몸에 스며들면, 여전히<울리히>하는 그 부르짖음이, 그의 머릿속에 총알처럼 박혀 그를 깨워놓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비틀거리며 부시시 일어나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손을 내 저으며, 구원이라도 바라는 듯이 삼을 불렀다. 그러자 주인과 다름없이 정신이 나간 듯한 개는, 문지방에 매달려 발톱으로 긁고 길다란 흰 이빨로 물어뜯는 것이었다. 울리히는 고개를 돌려 머리를 들고 마치 달음질을 친 다음에 시원한 물을 꿀꺾꿀꺽 들이마시듯이, 자기 생각과 기억과 미칠 것만 같은 공포를 다시 잊기 위해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

 삼 주일이 목되어 그는 집에 간수해 두었던 술을 다 마셔 버렸다. 그는 이와같이 계속해서 폭음을 하며 공포심을 잠들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진정시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그 공포심으로 하여 미칠 것만 같았다. 그의 공포심은 만취되어 있던 한 달 동안에 더욱 증가되고, 또한 그 고독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여 송곳처럼 그를 찌르는 것이었다. 이때 그는 우리 속에 든 야수처럼 집안을 걸어다니며, 때때로 귀를 문에대고 자기 동료가 거기에 있지 않나 하고 엿듣기도 하고 벽을 통하여 그에게 도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피로한 나머지 어렵풋이 잠이 들면 그는 다시 그 목소리를 듣고는 소스라쳐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비겁한 사람처럼 그는 방문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어젖히고 자기를 부른 사나이를 보고 그 입을 닥치게 하려고 하였다. 그는 뼈속까지 억어붙은 매서운 바람을 얼굴에 맞고서 삼이 밖으로 뛰쳐나간 줄도 모르고 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그리고는 부르르 떨면서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몸을 녹일 양으로 그 앞에 다가앉았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덕 일어났다. 누가 벽을 끍으면서 자기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친 듯이 <꺼져라!>하고 외쳤으나 이에 대답한 것은 불안에 떠는 길다란 비명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아직도 남아 있던 이성(理性)은 공포로 하여 도망쳐 버렸다. 그는 다시 <꺼져라!>하고 되풀이 하여 외치고 나서, 숨을 구석을 찾아보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그놈이 울며, 벽에 몸을 부비대면서, 집을 빙빙 돌고 있었다. 그는 접시와 음식이 가득 들어 있는 나무장 쪽으로 달려가서 초인적인 힘으로 그 장을 번쩍 들어서 문앞에 세워 바라케이트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위에 담요, 방석, 의자 등 모든 가구를 전부 쌓아 놓고, 마치 적군에 포위를 당한 것처럼 창문을 막았다. 그러나 밖의 것은 여전히 구슬픈 신음소리를 내고 있어, 드디어 울리히도 그와 비슷한 신음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며칠이 지났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는 집주위를 쉬지 않고 돌면서, 벽을 무너뜨리려는 듯이 안간힘을 다하여 발톱으로 북북 긁어대고, 안에서는 밖에서 움직이는대로 따라, 몸을 굽히고 돌에 귀를 대보고는, 그 부르짖음에 맞서 사납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울리히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지친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깊이 잠들어 버렸다.
 그는 잠들어 있는 동안에, 마치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생각도, 아무 기억도 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배가 고파 식사를 하였다.

  겨울이 지나갔다. 제미의 협곡을 통행하는 긿이 열렸다. 그리하여 오제의 한 가족은 산장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떠났다. 일행이 고갯마루에 도착하지, 여자들은 노새에 올라타고, 곧 만나게 될 두 사나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길이 트이면 곧 긴 겨울 동안 보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으레 두 사나이 중에서 한사람이 먼저 내려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흰 눈에 덮인 산장이 나타났다. 대문과 창문이 닫혀 있고 지붕위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아버지 오제는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 독수리드에게 뜯긴 동물의 뼈가 눈에 띄었다. 옆으로 누운 커다란 뼈였다.
  모두들 그 해골을 살펴보았다.
  「이건 삼의 뼈 아니야!」
  하고 어머니가 말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가스파르!」하고 물렀다.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마치 무슨 짐승의 부르짖는 소리처럼 날카롭게 들려왔다.
 「가스파르!」하고 이번에는 아버지 오제가 불렀다. 아까와 비슷한 소리가 또 다시 들여왔다.
  아버지와 두 아들은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잘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텅 빈 외양간에서 기둥 토막을 하나 꺼내 가지고 힘을 합하여 문을 세차게 밀었다. 나무는 삐걱소리를 내며 부러지고 판자는 산산조각이 되었다. 글자 커다란 소리가 산장을 뒤흔들었다. 안에 있는 찬장은 너머져 있고, 한 사나이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머리털이 어깨까지 내려오고, 수염이 가슴 위를 덮었으며, 두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으나,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모두들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드디어 루이즈·오제가 큰 소리로 말하였다.
「울리히야, 엄마!」

  그러자 어머니는 비로소 수염은 허옇지만 그것이 울리히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일행이 들어와서 건드려도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뢰쉬 마을로 데리고 가서 의사에게 보였더니 미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동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오제 아씨는 그 해 여름에 시름시름 앓더니 거의 다 죽게 되었다. 의사는 그녀의 병이 산곡데기의 찬 기운 때문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