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 鄕

Maupassant

  짤막하고 단조로운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있다. 간혹 흰 조각구름이, 회오리바람에 몰려서 새떼처럼 넓고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작은 마을은 바다로 경사져 밋밋하게 대려온 골짜기에 파묻혀, 햇볕을 함빡 받고 따뜻이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 마을 입구에, 마르탱·레베스크네 집이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이것은 뱃사람의 집으로 벽은 진흙으로 바르고, 초가 지붕에는 파릇파릇한 잡초가 돋아나 있었다. 문앞에 자리잡은 손바닥만한 마당에는 양파, 캬베쓰, 포기니, 시금치, 산감자 따위의 채소들을 가득 심어 놓았다. 그리고 길가로 돌아가며 울타리가 둘러 있었다.

 남편은 고기잡이를 나가고, 아내는 이 오막살이 앞에서, 커다란 거미줄과 같은 갈색 그물을 벽에 걸어 놓고, 뚫어진 구멍을 수선하고 있었다. 열 다섯 살 난 계집아이는 마당 앞에서 밀집 의자에 걸터앉아 몸을 뒤로 잦히고, 벌써 여러 번 깁고, 헝겁을 댄 샤쓰를 꿰매고 있었다. 이 아이보다 한 살 아래인 계집아이는, 갓난아기를 팔에 끼고 얼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세 살 난 어린애 둘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코와 코를 맞대고 서투른 솜씨로 흙을 끍어모어 가지고, 서로 상대편의 얼굴에 한줌씩 뿌리곤 하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재우려고 하는 어린애만이 나약한 목소리로 빽빽 울고 있을 뿐이 었다. 고양이 한 마라가 창가에서 졸고, 담장 밑에 활짝 피어난 무꽃들은 흰 털모자와 같은 꽃송이를 이고, 파리떼가 그 위를 붕붕거리며 날고 있었다.
  문앞에서 옷을 꿰매고 있던 계집애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엄마!」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뭐냐?」
  「그 영감 또 왔어.」

   이들은 아침부터 불안에 싸여 있었다. 누가 이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초라한 모습을 한 늙은 영감이었다. 이들은 아침 일찍 아버지를 따라 배 있는 근처에까지 나가는 길목에서 처음으로 이 영감을 만났던 것이다. 그는 그때 이집 대문에서 바로 마주보이는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돌아오면서 다시 이 영감을 만났었다. 그는 그곳에 그대로 주저앉아, 이집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뜻 보기에 병색이 짙어 매우 비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이집 식구들이 마치 마치 자기를 무슨 부랑자처럼 알고 노려보고 있음을 눈치채자,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발길로 어디론지 떠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얼마후에 무겁고 지친 걸음으로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아까보다 좀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마치 이 집 식구들의 동정을 살피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딸들은 더럭 겁이 났다. 특히 어머니는 본래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남편 레베스크는 밤이 되어야 바다에서 돌아올 터이므로 더욱 겁에 질려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남편의 이름은 레베스크이고, 그녀의 이름이 마르탱으로, 사람들은 그들을 마르탱·레베스크라고 불렀다. 그 내력은 이러하다.―그년의 첫남편은 마르탱이라는 뱃사공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테르·뇌브까지 대구잡이를 나갔었다.

 결혼한지 2년이 되던 해, 남편을 태우고 디에프 항구를 떠난 범선 자매호(姉妹號)가 종내 감감 소식이었다. 그때 그녀에게는 딸하나가 있었으며, 또한 임신한지 여섯 달이 되었다. 남편의 소식은 여전히 들을 수 없었다. 함께 갔던 신원들 중에서 돌아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배에 실은 물건은 물론, 사람도 잃어 버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마르탱 부인은 10년 동안이나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자식들을 키우느라고 고생이 막심하였다. 그녀는 마음씨가 착하고 강직하였으므로, 그 고장의 한 어부가 청혼을 하였다. 이름은 레베스크로 그는 아들이 하나 달려있는 홀아비였다. 부인은 이 어부와 결혼하여 삼년동안에 어린애를 둘이나 더 낳았다.

  이들은 부지런히 일을 하였으나 살림은 여전히 가난하였다. 그리하여 이 집 식구들에게는 빵조각도 귀중한 음식이었다. 고기 맛은 거의 모르고 살아갔었다. 겨울이 되어 몇 달을 두고 세찬 바람이 불어닥치면, 빵집에 적지 않은 빚을 걸머져야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이웃 사람들은 이들에 대하여 흔히 이렇게 평하였다.
  「저 머르탱·레베스크네는 무던한 사람들이야. 마르탱 부인은 무슨 고생이라도 능히 견디어 나가고, 레베스크는 고기잡이에 있어서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단 말이야.」

  문깐에 앉아 있던 계집애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도 우리를 아는 사람인가 봐. 필경 저 가난뱅이 에프레빌이나 오즈보스크네의 한 사람일 거야.」
  어머니는 딸의 말이 조금도 미덥지 못하였다.―<아니야 그는 결단코 이고장 사람이 아니야.>
  그는 울타리의 말뚝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뿐, 마르탱·레베스크네 집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르탱 부인은 그만 버럭 화가 났다. 그리하여 그녀는 무서움도 잊고 대담한 마음으로 삽자루를 집어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당신 게서 뭐하고 있는 거요?」
   그녀는 그 부랑자를 보고 이렇게 외쳤다.
   바랑자는 거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하기는 뭘해요. 바람을 쏘이고 있지요. 뭐 내가 잘못한게 있나요?」
  부인은 대답할 말이 없어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날은 종일토록 시간이 가는 것이 지루하기만 하였다. 정오쯤 되자 사나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시경 해서 그는 다시 나타났다. 그러데 저녁때에는 또 보이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서야 남편 레베스크가 돌아왔다. 그는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이렇게 단정하는 것이었다.  「사기꾼이 아니면 도박꾼일 테지.」
  이렇게 한 마디 던지고 그는 태연스럽게 잠이 들어 버렸다. 부인은 자기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그 부랑자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날이 밝았다. 바람이 몹시 불어닥쳤다. 어부는 바다에 고기잡이를 갈수 없었으므로, 나내가 그물코를 수선하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아홉 시쯤 되어 큰 딸이 빵을 구러 나갔다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지고 집안으로 뛰어들어오면서 이렇게 외쳤다.
 「엄마, 그 영감 또 왔어!」
  어머니는 가슴이 두근거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보, 나가서 말좀 하구려. 그렇게 남의 집을 들여다보지 말라고요……원 마음이 불안하여 견딜 수 있어야지요.」

  벽돌빛과 같은 레베스크의 얼굴에는 붉은 수엽이 텁수록하게 나고, 푸른 눈에는 까만 눈동자가 박혀 있으며, 굵은 목들미에는 바다의 비바람을 막기 위해 언제나 양피(羊皮)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건장한 얼굴이었다. 말없이 문밖으로 나가 그 낯선 사나이의 앞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부인과 딸들은 멀리서 두 사나이를 바라보며, 걱정이 되어 모을 떨고 있었다. 낯선 사나이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레베스크와 함께 집을 향해 걸어왔다.
  마르탱 부인은 깜짝 놀라 멈칫하고 뒤로 물러섰다. 남편은 그녀에게 일렀다.
「이 영감에게 빵 좀 주고 능금주 한 잔 대접해요. 그저께부터 속에 아무것도 들어간 것이 없는 모양이야.」

  두 사람은 집안으로 들어왔다. 부인과 아이들도 뒤를 따랐다. 손님은 자리에 앉더니, 식구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멈춰서서 사나이를 훑어보고 있었으며, 큰 딸은 방문에 기대서서, 그 중에 하나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사나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두 어린애도 벽란로의 잿더미 속에 주저앉아 시커먼 남비를 갖고 놀던 장난을 멍추고, 그 낯선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베스크는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물었다.
 「그럼 당신은 꽤 먼 데서 왔겠구려?」
 「세트에서 왔오.」
 「걸어서 왔너요?」
 「그럼요. 별 도리가 있어야지요.」
 「그래 어디로 가는 길이오?」
 「단지 여기까지 와 봤지요.」
 「그럼, 이곳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그럼요.」

 두 사람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손님은 시장하였으나 음식을 천천히 먹었다. 그리하여 빵을 한 입 베어먹을 적마다 능금주를 한모금씩 마시곤 하였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잡혀 있고, 노쇠하여 초췌해 보였으며, 고생을 많이 한 사람 같았다.
  레베스크는 이렇게 물었다.
「성함이 뭐요?」
 그는 얼굴을 숙이고 대답하였다.
「마르탱이라고 하오.」
 그러자 부인은 전신에 오삭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손님을 좀더 자세히 보려는 듯이 한 발짝 가가이 다가섰다. 그녀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멍하니 입을 벌인채, 그와 마주 서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레베스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 이 고장 사람이요?」
 「그렇소.」
  그는 대답하였다.

  마침내 그 사나이가 고개를 들자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은 마치 서로 뒤얽힌 듯이 움직이지 못하였다.
  이윽고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아, 당신이었구려!」
 사나이는 무뚝뚝한 어투로 천천히 말하였다.
「그래, 나요.」
 그는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빵을 먹고 있었다. 레베스크는 흥분한 정도가 아니라 깜짝 놀라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당신이 바로 마르탱인가요?」
  사나이는 간단히 대답하였다.
 「그렇소.」
  그러니까, 이번에는 둘째 남편이 물었다.
「그래 어디서 오는 길이오?」
 첫째 남편이 대답하였다.
「아프리카 해안에서 오는 길이오. 배가 암초에 걸려 가라앉게 되자 살아남은 것은 겨우 피카르와 바티넬, 그리고 나까지 세 사람 뿐이오. 우리는 그 곳 토인들에게 12년 동안이나 붙잡혀 있었오. 파카르와 바티넬은 그곳에서 죽었지요. 나는 다행이 근처를 지나가던 영국 사람이 세트까지 데려다 주어 이렇게 돌아왔지요.」
  마르탱부인은 앞치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레베스크가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누?」
 마르탱이 물었다.
「그럼 당신이 저 여자의 남편인가요?」
 레베스크는 대답했다.
「그렇소.」
 두 사람은 마주 쳐다볼 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윽고 마르탱은 주위에 삥 둘러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두 계집애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애들이 내 자식인가?」
「레베스크가 대답하였다.」
「그렇소.」

  마르탱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키쓰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알아보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였다.
「무척 컸구나!」
  레베스크는 다시 물었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누?」
 하기는 마르탱도 어덯게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그는 이렇게 매듭을 지어 말하였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오. 당신에게 폐를 끼칠 생각은 조금도 없오. 다만 이 집에 대해서는 좀 골치가 아프게 생겼소. 나는 자식이 둘이고, 당신은 셋이오. 우리는 둘 다 자식이 있오. 그 어머니로 말하면 당신의 것도 되고 내 것도 되오. 나는 당신의 주장에 따를 심산이지만, 이 집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물려주고, 내가 태어난 곳이오. 집문서도 등기소에 있으니 분명히 내가 가져야 하지 않겠오?」

  마르탱부인은 여전히 푸른 앞치마에 얼굴을 파문고 나지막한 소리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두 큰 딸애들이 가까이 와서 두려운 마음으로 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식사를 끝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오?」
  레베스크가 말하였다.
「신부(神父)님에게 가서 결정을 짓는 것이 좋겠오.」
  마르탱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 앞으로 걸어갔다. 부인은 그의 가슴에 몸을 던지고 흐느껴 울었다.
「아, 당신이 돌아왔구려! 가엾은 마르탱, 당신이 돌아왔구려!」
  그녀는 두팔을 벌려 그를 껴안았다. 별안간 지난날의 입김이 찌르르 하고 전신에 감도는 것이었다. 이어서 지나간 20년의 추억과 더불어 남편의 첫 포응의 기억이 커다란 태풍처럼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마르텡도 커다란 충격을 받고, 그녀의 머리수건에 마구 키쓰를 퍼부었다. 벽난로의 잿더미속에 주저앉은 두 어린아이도 어머니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으악 하고 울움을 터뜨렸다.  마르탱의 둘째 딸의 팔에 안긴 갓난애도 망가진 피릿소리처럼 빽빽 울어댔다.
  레베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서들 가요. 결말을 지어야지요.」
  딸자식들은 함께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들의 눈에서는 눈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좀 어리둥절한 듯 불안에 쌓여 있었다. 마르탱은 그 아이들의 빰에 각각 농사꾼 같은 거친  키쓰를 해주었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갓난애가 겁에 질려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경련이 일어날 뻔 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코메르스 카페 앞을 지나갈 때 레베스크가 말하였다.
「한 잔 할까요?」
「거 좋지요.」
  두사람은 카페 안으로 들어가 텅빈 방안에 자리를 잡았다.
「여봐, 시코, 필앙시스(强酒) 두 잔만 줘요. 마르탱이 돌아왔오. 집사람 남편말일세. 자네도 알고 있지. 행방불명이 된 자매호를 탔던 마르탱 말이야.」

  술집 주인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또 한손에 술병을 들고, 두 사람 앞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얼굴이 붉고 배가 나온 뚱뚱한 사나이였다.
 「아, 마르탱이 돌아왔군 그래!」
 그는 침착한 어조로 말하였다.
 마르탱은 대답하였다.
「그래, 내가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