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MAUGHAM, WILLIAM SOMERSET

 

   이튿날 그가 와 보니 그녀가 먼저 가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세빌 지방의 전통적인 연애방식에 따라서 철문을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소근거렸다. 그래도 큐리토에게는 그 철문이 장해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가 로자리아에게
 「나를 사랑해 주시겠어요?」
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 대신에 좀 요염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피차의 눈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정렬의 불꽃을 찾아보려고 애섰다. 그는 밤마다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를 찾아가는 것을 어머니가 알까봐 두려워, 다음 일용일에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불쌍한 어머니는 아들이 오기를 가슴을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다시피하고 아들의 용서를 빌 심산이었다. 그래도 아들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이 미웠다. 차라리 발로 밟아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들을 만나 볼 희망조차 없이 또 한 주일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혔다.
  아들은 주 주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그녀는 저저히 참을 수 없었다. 괴웠다. 무척 괴로웠다. 그녀는 어떤 애인도 따르지 못할만큼 아들을 사랑하였다. 그녀는 아들이 오지 않는 것은 필경 로자리아의 탓이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 소녀의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었다.
  드디어 큐리토는 용기를 내어 어머니를 찾아보러 갔었다. 어머니는 기다리다 지쳐 버렸다. 사랑이 식어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키쓰를 하려는 아들을 떠밀었다.
 「그동안 왜 안왔니?」
 「어미니는 제 가 못 들어가게 문을 잠가 놓으셨더군요. 그래 싫어하는 줄 알았지 뭐예요.」
 「그 뿐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무척 바빴어요.」그는 어깨를 움추리며 말하였다.
 「뭐 바빴다고? 너같은 게으름뱅이가 그 동안에 뭘하고 있었던거야? 로자리아를 만나러 갈때는 바쁜 일이 없었을 테지.」
 「어머니는 왜 그 여자를 때렸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녀를 만났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녀의 두 눈에선 불길이 번쩍였다.
 「그년이 날보고 살인법이라고 하더라.」
 「거 무슨 마씀이세요.」
 「무슨 말아냐구?」
  그녀는 뜰안에서도 들을만큼 큰 소리로 떠들어대었다.
 「재가 살인을 한 것도 다 너 때문이야, 그렇지 뭐니, 난 폐피 싼티이를 죽였다. 그 자가 너를 때렸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7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였다. 이것도 다 너를 위해서였다. 7년이라는 세월은……아,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넌 그년이 너를 사랑하고 있는 줄 아는구나, 그년은 밤마다 대문에 서서 세월을 보낸다.」
 「다 알고 있어요.」
  아들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어머니는 화가 치밀었다. 그리하여 어쩔줄을 모르는 시선으로 아들을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고통과 분노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괴로움이 극도에 달하여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밤마다 대문까지 오면서 나한테 안들리다니. 아 그렇게 야속한 데가 어디 있느냐. 나는 이날 이때까지 너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사양치 않았다. 내가 폐피 씩티이를 사랑한 줄 아니? 난 너한테 빵을 얻어 먹이기 위해 그자의 주먹질도 참아 온거야. 그 자가 너를 때릴 때 나는 그만 그 자를 죽여 버린 거야. 오, 하느님 맙소사! 나는 너를 위해 살았을 뿐이다. 네가 아니었던들 나는 그처럼 오랜 감옥살이를 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렸을 거야.」
 「어머니 이성을 되찾으세요. 나는 스무살이에요, 어머니에게 어떻게 해 달라는 거예요? 로자리아가 아니더라도 저는 딴 여자를 사랑했을 거예요.」
 「에잇, 짐승만도 못한놈! 보기 싫다. 저리 썩 나가!」
  그녀는 아들을 문쪽으로 난폭하게 떠밀었다. 아들은 어깨를 움추렸다.
 「내가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줄 아세요?」
  아들은 뜰안을 사쁜사쁜 지나 철문을 탁 닫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머니는 비좁은 방안을 왔다갔다하였다. 시간이 무척 지루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들창가에 서서 마치 금새 덤벼들 듯한 맹수처럼 사나운 기세로 가슴을 뜯는 듯한 안타까움을 억제하면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대문에서 누가밖에 있다는 신호로 손벽을 치는 소리가 들여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밖을 응시하였다. 그것은 석공이었다. 그녀는 좀더 기다려보았다. 이번에는 러자리아의 어머니 필라가 나타나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라 카치라는 숨이 막히는 것을 참고 여전히 기다렸다. 가끔 사지가 떨려왔다.
  이윽고 대문에서 가볍게 손벽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누구에요?>라는 소리가 났다.
  <쉿!>라  카치라는 로자리아의 목소리임을 확인하자 일종의 승리감으로 하여 숨을 거칠게 네쉬었다. 위로 문이 열리더니 로자리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갔다. 그녀의 거동 속에는 삶의 환희가 넘쳐 흘렀다. 그녀가 막 층계에 발을 올려 놓으려고 할 때였다. 라 카치라는 손살같이 뛰어나가 그녀를 가로막고 팔을 꽉 잡았다. 그녀는 뿌리려고 하였으나 몸을 뺄 수 없었다.
 「어떻할 셈이에요? 어서놔요!」
하고 로자리아는 말하였다.
 「그 동안 내 아들과 어떻게 지내왔니?」
 「이거 놓지 못해요. 소리를 지를테여요.」
 「너희들이 대문에서 밤마다 만난다는게 정말이냐?」
 「엄마, 사람살려요! 안토니오!」
  로자리아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대답해 봐!」
 「정 알고 싶다면 말하겠어요. 당신의 아드님은 나와 결혼하려고 해요. 나를 사랑하고 있어요……나, 나도 진심으로 그를 사랑해요.」
  그녀는 악독한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라 카치라에게 대들었다.
 「당신이 우리 사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의 아들이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아세요? 나보고 당신을 미워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감옥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애가 너한테 그렇게 말하던?」
  라 카치라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로자리아는 우위(優位)에 서게 되었다.
 「그래요,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또 있어요. 당신의 페피 싼티이를 죽이고, 7년 직역살이를 했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도 했어요.」
  로자리아는 이 비참한 여자가 호되게 얻어막기라도 한 것럼 몸을 움추리는 것을 보고, 깔갈대며 표독스럽게 꾸짖듯이 말하였다.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살인자의 아들과 결혼하기를 거부하지 않는 것을 대견스럽게 여겨야 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라 카치라를 떠다밀고 나서 층계를 뛰어 올라갔다. 그러자 라 카치라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모욕에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녀는 격분에 떠는 짐승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로자리아에게로 달려들어 어깨를 잡고 층계 아래로 끌어내렸다. 로자리아는 홱 돌아서며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그녀는 가슴에 품고 있던 칼을 꺼내어 저주에 찬 말을 한마디 지르고, 로자리아의 목에 콱 꽂았다. 로자리아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 나죽어요!」
하며 그녀는 충계 아래로 떨어져 돌바닥 위에 쓰러졌다.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이 절망적인 비명 소리에 놀라 대여섯 개의 방문이 일제히 화닥닥 열렸다. 사람들이 뛰어나와 라 카치라를 잡으려고 하였다. 그녀는 벽쪽으로 뒷걸음을 치며 아무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흉악한 얼굴을 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때 필라가 비명을 지르며 발코니 사이에서 뛰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의목이 그리로 쏠렸다. 라 카치라는 이틈을 타서 도망쳐 버렸다. 그녀는 그녀는 자기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빗장을 질렀다.
  마당은 삽시간에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필라는 대성통곡을 하며 딸을 부등켜한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의사를 부르러 가고, 어떤 사람은 경찰관을 데리러 갔다. 거리에서 구경꾼들이 몰려와 방문을 둘러쌌다.

   의사가 검은 가방을 들고 급히 들어왔다. 이어서 경찰이 달려오자, 십여 명의 사람들이 흥분된 어조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라 카치라의 방문을 기라켰다.
  경찰관들은 그녀의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난투가 벌어졌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그녀에게 수갑을 채워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와 밖으로 나왔다. 경관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칼집으로 마구 때려서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주먹을 내 휘두르면서 라 카치라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멸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하여 빛났다. 경관들은 그녀를 끌고 뜰안을 거쳐 죽은 로자리아의 곁을 지나갔다.
  「죽었어요?」
하고 라 카치라가 물었다.
 「그렇소.」
  의사가 심통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