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목걸이

 

MAUGHAM, WILLIAM SOMERSET

 

   「이렇게 당신 곁에 앉게 되다니 저는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르겠군요.」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았을 때 로오라가 말하였다.
  「그건 오히려 내가 할 소린데요.」
  나는 친절하게 그녀의 말을 받아넘겼다.
  「그건 두고 봐야 알아요. 전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를 무척 찾았어요. 말씀드려야 할게 있어서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럼 제 이야기든 댁의 이야기든 어서 보시죠.」
하고 내가 말하였다.
  「저는 한가지 실화를 들러 드려야겠어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이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시다면 들려 부세요. 그건 그렇고 우선 메뉴나 좀 봅시다.」
  「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으세요?」
  그녀는 좀 언짢은 듯한 어조로 말하였다.
  「전 기뻐하실 줄 알고 있었는데.」
  「제가 언제 기뻐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차라리 희곡으로 써서 저더러 읽으라고 하면 좋을걸 그랬어요.」
  「이건 제 친구에게 있었던 실화예요.」
  「그건 추천사가 못돼요. 실화란 창작만큼 실감이 나지 못하니까요.」
  「그건 무슨 뜻이죠?」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말이 멋일길래 한번 해본 거지요.」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들을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어요. 수우푸는 먹지 않으렵니다. 자꾸 살이찌니까요.」
  그녀는 침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메뉴를 힐끗 살편보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금욕생활을 하시려나본데 저도 그렇게 해야 할까봐요. 저는 아무래도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군요.」
  「그렇게 진한 크림을 탄 수우프를 먹어서는 어림도 없을 테지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걱정 작작하시고 어서 이야기나 들려주시죠. 그리고 생선이 들어올 때까지는 음식 이야기를 잊어버립시다.」
  「전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현장에서 리빙스턴 부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분들 알고 계세요?」
  「모르겠는대요.」
  「그분들한테 물어보면 제가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거야요. 그들은 자기네 가정교사까지 데리고 와서 식탁엔 열 세 사람이 어울리게 되었어요. 그 가정 교사는 로빈슨양이라고, 스물이나 스물 하나쯤 되는 아주 멋지고 예쁜 쳐녀였어요. 전 예쁜 가정교사는 두지 않기로 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누가 보장해요.」
  「그렇지만 같은 값이면 못생긴 사람보다는 장생긴 사람을 택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니겠어요.」
  로오라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을 계속하였다.
  「아마도 그런 여자는 가르칠 생각보다도 젊은 남자 생각을 먼저 할거야요. 그러다간 여우 낯이 익어 가르칠만 하게되면 그남두고 결혼하기가 예사지요. 그렇지만 로빈슨양은 신용이 있는 분이었어요. 나는 그 여자가 맵시도 좋고, 또 존경할 만한 분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는 그 여자가 어느 목사의 딸로 알았어요.
  만찬에는 한 남자 손님이 있었는데 듣지 못한 분이었어요. 그분은 보석에 대해서는 대가측에 속하는 사람이라고들 하더군요. 보샐리 백작이라는 분으로 세계 어느 누구보다도 보석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어요. 그분은 매어리·링게잇 곁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자기의 진주 목걸이를 무척 장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그여자는 자기 목걸이를 그에게 내 보이면서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래 그분은 매우 아름답다고 대답했어요. 그녀는 그 대답이 어쩐지 언짢은듯한 표정을 하면서 8천 파운드나 되는 값진 물건이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그분은 자기도 그만한 값은 나가는 줄도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어요.
  로빈슨양은 바로 그분 맞은 편에 앉아 있었는데, 그날 저녁따라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그녀가 입고 온 옷은 소피에게서 빌려 입은 것이었어요. 저는 그걸 알아보았지요.
  아마도 로빈슨양이 가정교사를 하고 잇는 줄 모르는 사람은 그 옷이 자기 것인 줄 알았을 거예요.
  그때 보셀리 백작이, <저 아가시 목걸이도 꽤 아름답군요>하고 말하자, 메어리·링게잇은 그 여자는 리빙스턴부인의 가정교사라고 대답하였어요.
  그러자 그는――그렇지만 저만한 크기로는 자기가 평생 본 것 중에서 제일 젛은 진주목걸이로 5만 파운드는 넉넉히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이였어요.
  메어리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항의했어요. 그러자 그는 자기가 보증하겠다고 나섰어요. 그래 메어리·링게잇은 허리를 굽히면서 날카로운 음성으로 물었어요.
  <로빈슨양, 지금 모셀리 백작께서 뭐라고 하는 알아. 그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가 5만파운드는 나간다는 거야.>
  그때 서로 주고 받던 이야기를 멈추었으므로 모두들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래 우리는 저마다 론빈슨양을 돌아다보았어요. 그러자 그 여자는 얼굴을 약간 붉히더니 웃으면서 말했어요.
  <저는 물건 흥정을 썩 잘 했나봐요. 단돈 15실링밖에 주지 않았으니까요.>
  <겸손의 말씀을 하시네. 그건 틀림없이 5만 파운드짜리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깔깔대며 웃었어요. 그건 물론 가당치 않은 얘기였어요. 부인들은 흔히 값진 진짜 목걸이를 남편에게 가짜라고 곧잘 속이거든요. 그건 벌서 케케묵은 이야기야요.」
  「나도 그런 이야긴 들었어요.」
  나는 내가 쓴 단편소설을 연상하면서 말하였다.
  「그렇지만 5만 파운드짜리 진주 목걸이를 갖고 있는 여자가 가정교사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예요. 분명히 백작이 실수한 거예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하나 생겼어요. 우연의 일치라는 긴 팔이 막 뻗쳐 왔어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하고 나는 대꾸하였다.
  「그건 도대체 용법이 틀렸어요. 왜 그 <영어 활용사전>이라는 아담한 책 있지 않아요……보셨죠?」
  「모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데 훼방하지 마세요.」
  그러나 나는 다시 그녀의 말을 가로막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바로 구운 연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리빙스톤부인께서는 천국에 가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한 턱 하시는군요.」
하고 내가 말하였다.
  「연어도 먹으면 뚱뚱해지나요?」
  로오라가 물었다.
  「물론이요.」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큰 살점을 입에 넣었다.
  「이 엉터리 양반!」
하고 그녀가 말하였다.
  「이야기를 계속하세요. 왜 그 우연이라는 긴 팔뚝이 낙 뻗쳐오려고 했다면서요.」
하고 나는 독촉을 하였다.
  「네 그런데 그때 로빈슨양의 귀에 귀에 대고 하인이 뭐라고 속삭였어요. 그러자, 그 여자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맂 뭐예요. 하긴 입술에 루우즈를 바르지 않은게 탈이었어요. 여자란 사람을 묘하게 곧잘 골리거든요. 그 여자는 정말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허리를 굽혀 이렇게 이렇게 말하였다.
  <리빙스톤부인, 도오슨이 그러는데 누가 홀에 저를 찾아왔대요. 남자 두 분이 저를 만나겠다는군요.>
  <그럼 가봐요.>」
하고 리빙스톤부인이 말했어요.
  로빈슨 양은 방에서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똑같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지만, 제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혹시 그 사람들이 그녀를 붙자으로 온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떡허나?>
  <보셀리씨, 그게 진짜 목걸인둘 아세요?>
하고 그녀가 묻지 않겠어요.
  <그럼요>
  <훔친 거라면 오늘밤에 목에 걸고 나올 용기가 나지 않았을텐데요.>
하고 내가 말했어요.
  소피·리빙스톤은 화장을 했는데도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었어요. 그 여자는 자기 보석 상자가 무사한지 걱정이 되었던 거예요. 하긴 저도 그때 다이어본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제바람에 목에 손이 가더군요. 목걸이가 그대로 있나 하고 만져봤지 뭐예요. 이윽고 리빙스톤씨가 말했어요.
  <괜한 소리 말아요. 로빈슨양이 어느새에 그렇게 값진 목걸이를 훔친단 말예요?>
  <혹시 누구에게서 선물로 받았는지도 모르지요.>하고 내가 말했어요.
  <그렇지만 로빈슨양은 그럴 여자가 아닌걸요.>이번에는 소피가 말했어요.
  <마땅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하고 내가 말했어요.」
나는 한번더 로오라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목걸이를 호의적으로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가보군요.」
  「물론 로빈슨양을 의심할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녀를 훌륭한 여자라고 보아야 할 아유는 얼마든지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 여자가 저 유명한 국제 깽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더 멋이 있었을 거야요.」
  「마치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그런 일이 영화에서 일어나니 망정이지 실제로 있다면 끔찍스러워서 어떻게 보겠어요.」
  「우리는 조마조마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홀에서 반드시 무슨 버스럭그리는 소리나 혹은 숨막히는 비명이라도 들릴줄 알았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니 더욱 불길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문이 열려면서 로빈슨양이 들어왔어요. 저는 그녀의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바로 알아차렸어요. 그녀는 얼굴 빛이 새파랗게 질려 있지 뭐예요. 그녀는 식탁에 와서 앉더니 그럴 보고 빙그레 웃지 않겠어요.」
  「그거라니요?」
  「그녀가 내놓은 진주 목걸이 말예요. 센스가 꽤 무디스군요.」
  <자 보세요. 이거 목걸이예요.>하고 그 여자가 말하지 않겠어요. 보셀리 백작이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아니 이건 가짜구려.>하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앞서 가짜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어요.
  <조금 전에 걸었던 목걸이가 아니군요.>
  백작이 또 말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내저어며 이상하게 웃었어요. 우리는 저마다 어리둥절했어요.  소피·리빙스톤이 자기 집 가정교사가 모근 사람들의 관심꺼리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지 그것은 저는 몰라요. 어쨋든 그여자는 로빈슨양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자세히 이야기하라고 일렀어요. 그 말씨가 어딘지 모르게 께름직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로빈슨양의 말에 의하면 재로트 보석상에서 두 사람의 남자가 찾아왔더래요. 그녀는 전에 그 보석상에서 그 목걸이를 15시링에 샀는데, 줄이 헐거워서 다시 그 상점에 맡겼가 그날 오후에 찾아왔는데, 그 남자들이 하는 말이 목걸이를 잘못 주었다고 하더라지 뭐예요. 어던 손님이 진짜 목걸이를 고쳐 달라고 맡겨고 갔는데, 점원이 그만 실수를 해서 그렇게 되었다나요. 저는 귀중한 진짜 목걸이를 그 상점에 맡길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정말있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였어요. 보통 사람들은 그런걸 잘 취급하지 못할뿐더러 가짜와 진짜의 구별도 못하거든요. 그러나 여자들 중에는 그런 벽창호는 없지 않아 있지요. 어쨌든 처음에 로빈슨양의 목에 걸렸던 목걸이는 5만 파운드짜리가 분명한데 그걸 그냥 돌려준 거예요. 별 도리가 없지 않아요. 이건 억지로 꾸며 낸 이야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들은 로빈슨양이 산 목걸이를 다시 돌려주었대요. 그리고 배상금이랄까 하는 뜻으로 3백파운드의 수표를 주더라는 거예요. 로빈슨양은 그걸 우리에게 보여 주었어요. 그여자는 아주 신이나 하였어요.」
  「그렇다면 그건 하나의 작은 행운었나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지만 결국은 그것이 그 여자를 망쳐버렸어요.」
  「그건 또 왜요?」
  「그 여자는 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듀빌에 한 달 동안 묵으면서 그 3백 파운드를 다 써 버릴  작정이라고 소피에게 말했다지 뭐예요. 그래 소피는 그러지 말고 그 돈을 은행에 넣어두라고 하였지만 그 여자는 듣지 않더래요.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이런 기회는 전에 갖여본 일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터이므로 4주일 동안 공작부인처럼 지낼 작정이라고 했다지 뭐예요. 소피는 달리 하는 수가 없어 그냥 내 버려 두었대요. 그 여자는 로빈슨양에게 자기맘에 들지 않는 옷들을 꽤 팔았어요. 한철 불창 입어서 싫증이 나기에 그냥주었다고 소피는 말하지만 믿어지지가 않아요. 하긴 팔아도 싸게 팔았을 테지요. 로빈슨양은 혼자 듀빌로 떠났는데, 그후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겠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아마도 인생을 마냥 즐겼을 테지요.」
하고 내가 대답하였다.
  「그녀는 돌아올 날짜를 한 주일 두고 소피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곳에서 다른 직업을 택했으니 돌아가지 않더라도 양해애 달라고요. 소피는 그만 화가 치밀었어요. 실은 로빈슨양이 그곳에서 어떤 부유한 아르헨티나 남자와 알게 되어 함게 파리로 줄행랑을 놓았던 거예요. 그 후로 그녀는 죽 파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저는 파리에서 그녀를 본 적도 있어요. 팔찌를 팔꿈치까지 올려 끼고 굵은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지뭐예요. 나는 물론 모르는척 했어요. 그녀는 호가·드·볼롱에 있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그녀는 몇 달이 지나 그 아르헨티나 사람을 버리고 새로 어떤 희랍 사람을 낚아채었어요. 지금은 그 사람도 버리고 누구와 사는지 모르겠어요. 이리하여 그녀는 파리의 일류 매춘부가 된거예요.」
  「그 여자가 자기 자신을 망쳤다고 말하였지만 그건 순전히 전문적인 견지에서 하는 소리였군요.」
하고 내가 말하였다.
  「그게 무슨 말인지 저는 잘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써낼 수 없을까요?」   로오라가 말했다.
  「유감천만이지만 나는 벌서 주주목걸이에 대한 단편을 이미 썼어요. 그러므로 진주목걸이에 대한 이야기만 자꾸 되풀이할 수 없지 않아요.」
  「그걸 제가 직접 써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다만 끝머리를 조금 손질해서 말예요.」
  「끝머리를 어떻게 손질하죠?」
  「저는 그 여자가 전쟁에 나가 심한 상처를 입어 다리가 하나 떨어져 나가고 얼굴도 반쯤 날라가 버린 어떤 은행원과 약혼한 것으로 쓰겠어요.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하여 결혼할 처지가 못되므로 남자는 변두리에 작은 집을 한채 마련하기 위해 몇해 동안 돈을 또박또박 저축해 오면서, 그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결혼 하기로 약속이 되었는데, 그 여자가 돈 3백파운드를 남자에게 내 놓은 거예요. 그는 꿈만 같아요. 행복한 나머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 묻고 흐느껴 우는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함께 모시고 살아야할 늙은 어머니가 한분 계셔요. 남편은 은행에 나가고 그녀는 여전히 가정교사로 그집에 다녀요. 물론 그 동안에 조심해서 악의를 갖지 않지요. 남편이 때때로 상처 때문에 앓게 되면, 그 여자가 정성껏 간호를 해 주지요. 보세요. 얼마나 애정이 넘치고 달콤한 아름다운 가정이예요.」
  「나 보기에는 오히려 내용이 지루한 것 같군요.」
  나는 한 마디 던졌다.
  「그럴테지요. 그렇지만 도덕적으로는 건전한걸요.」
하고 로오라가 말하였다.